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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볼을 스쳐지나가는 차가운 바람들을 오세훈의 등을 방패 삼아 막고 있었을까, 

 더 이상 내 주위를 감싸고 도는 찬 바람들이 사라져 등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려보니 벌써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앞에 가까이 다다르자 오세훈은 자전거를 조심스레 멈추더니 나를 보곤 다 왔다는 듯 웃어보였다. 

 

 "벌써 다 왔네, 태워다 줘서 고마워."


 고맙다는 내 말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자긴 간다며 내 머릴 한번 쓰다듬고는 자전거를 돌려 제 집으로 페달을 밟는다. 

 오세훈이 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 오세훈이 준 머리끈을 거울 앞에 올려두었다. 

 빨간색 끈, 노란색 끈, 주황색 끈부터 파란색 끈, 보라색 끈까지 일곱가지 무지개 색깔의 머리끈들이였다. 

 취향도 독특하지, 마냥 순수한 어린 아이같아 입가에 잠시동안 미소가 걸쳐졌다. 

 동네도 한 바퀴 돌았겠다 마당에 쌓여있는 흙 먼지들이 눈에 보여 기둥 옆에 세워져 있는 빗자루를 들고 와 쓸기 시작했다. 

 

 '끼익-.'

 
 한참동안 마당을 쓸고 있었을까, 소리를 내며 열리는 집 문에 누군가하고 고개를 들어보이니 박찬열이 서 있더라. 

 박찬열 뒤에는 또 자전거를 타고 온 건지 이제서야 자전거에서 내리는 오세훈이 보였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



 "무슨 일이야?"

 "세훈이네 어머님이 백숙 끓였다고 너 준다고 빨랑 데리고 오란다."

 "날 주신다고? 정말? 죄송스럽게...."

 "빨랑와라. 빨리 안 오면 우리 밥도 없다고 했으니까. 그치 오세훈?"


 
 오세훈은 맞다며 뒷머리를 긁적였고 배가 고픈지 연신 배를 문질러댄다. 

 빨리 가자는 박찬열의 말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라고 말한 뒤 방으로 뛰어 들어가 거울 앞에 놓인 세훈이가 준 머리끈을 집어들었다. 

 빨간색 머리끈을 입에 물고 머리를 슥슥- 손으로 모아 끈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다. 

 머리를 묶고 방을 나가자 오세훈이 내 머리끈을 본 건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가 예쁘다며 엄지 손가락을 척 하니 치켜들었다. 

 
 "머리끈 고마워, 진짜 맘에 들어."


 머리끈이 맘에 든다고 하자 뒷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더니 쑥스러운 듯이 웃었고, 박찬열은 얼른 가자며 우리를 재촉했다. 
 
 박찬열은 내 오른쪽, 오세훈은 내 왼쪽에 나란히 걸어서 세훈이네 집으로 출발했다. 




 십분 쯤 걸었을까, 파란 지붕 집 대문 앞에 서더니 오세훈이 들어오라며 우리에게 손짓을 했고, 

 박찬열은 "어머니 저 왔어요~" 라며 제 집 들어가듯이 들어가서는 백숙을 퍼 나르기 시작한다. 

 나는 대문 앞에 들어가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는 생각에 얼쩡거리고 있자, 세훈이네 어머님이 날 발견하신건지 

 얼른 안 들어오냐며 내 양 어깨를 잡으시더니 데리고 들어가신다. 

 오세훈네 집으로 들어와보니 내 눈을 저절로 돌리게 만드는 백숙의 향기가 코 끝을 스쳐간다. 

 

 "우와-. 이거 어머님이 다 만드신거에요?"
 
 "그럼~ 이거 닭장에 있던 닭들 잡아와서 너 먹일라고 삶은거야~ "

 "진짜 맛있는 냄새 나요..."

 "누가 만든건데 그럼, 얼른 상 펴고 앉아있어. 갖다 줄 테니까."

 "아니에요, 저도 그릇 좀 날라 드릴게요!"

 "어여 들어가~! 세훈이 더러 갖다주라고 할 테니까, 응?"

 

 세훈이네 어머님은 나보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시더니 백숙 한 그릇을 푸짐하게 퍼내고는 오세훈을 큰 소리로 부르셨다. 

 

 "세훈아! 오세훈! 얼른 와서 이것 좀 가져가. 어휴, 다 식겠다 얼른!"



 어머님의 부름에 반찬을 나르던 오세훈은 얼른 뛰어오더니 뜨거운 백숙 그릇을 두 손에 조심스럽게 받아내더니 나를 보며 방으로 가자고 고갯짓을 한다. 

 오세훈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세훈이네 할머님이 계셨고, 오세훈은 백숙 그릇을 상 위에 내려놓더니 슥- 나가버린다.

 세훈이네 할머님은 나에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미시더니 어여 먹으라며 내 등을 두들기셨다. 



 "너가 저- 위에서 왔다는 그 애냐?"

 "..네! 서울에서 엊그제 왔어요."

 "그래, 여긴 어째 맘에 들고?"

 "그럼요~ 공기도 좋고 세훈이랑 찬열이도 친절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할머니."

 "우리 똥강아지가 많이 챙겨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워 그래...."

 "에이, 세훈이가 얼마나 많이 챙겨 주는데요. 자전거도 태워주고 머리끈도 사다주고..."

 "원래 우리 강아지가 날 때부터 말을 못한건 아니였어... 어쩌다 그렇게 돼서 글쎄..."

 "..."

 "우리 아범이 놀음에 빠졌을 때부터 바로 잡았어야 했었는데... 우리 강아지 불쌍해서 어쩌누... 내 탓이다, 내 탓이야."

 "..."

 "모두 다-. 전부 다 잃고 들어온 아범을 이 집에 들이는 게 아니였다.. 아범이 들어와 우리 강아지한테 속풀이만 안 했어도 우리 강아지 멀쩡했어.... "



 말 한마디 한 마디 하실 때마다 한숨을 푸욱 푸욱- 내시는 할머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할머님이 하시는 말을 듣고 있자니 세훈이가 처음부터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세훈이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이 세훈이의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 말로는 아버지가 도박에 눈이 멀어 모든 돈을 다 탕진하여 집에 돌아온 뒤, 모든 속 앓이를 세훈이에게 한꺼번에 풀어버리셨다고 한다. 

 세훈이는 아버지의 모진 말과 폭력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드시더니 눈물을 훔치시는 듯 하여 보였고, 숨을 가다듬으시더니 숟가락을 드셨다. 



 "괜히 말이 길어졌구나... 식겠다, 어여 먹어라."

 "네..."



 말 없이 한참동안을 백숙 속에 있는 닭에게 애꿎은 속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숟가락으로 살을 콕- 콕- 찔러대며 넘어가지 않는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겼고, 내 마음 속의 무언가가 내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국물을 마시고, 넘어가지 않아 물 한모금을 마셔보고 그릇을 거의 다 비워 갈 즈음 오세훈, 박찬열, 그리고 세훈이네 어머님이 백숙을 들고 들어오셨다.



 "어휴, 벌써 다 먹은거야? 어때, 음식이 입에는 맞고?"

 "그럼요, 정말 맛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어휴, 이뻐. 너 같은 딸 하나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얘."



 오세훈과 박찬열은 웃으며 말 없이 그릇을 비워내기 시작했고, 세훈이네 어머님도 숟가락을 드시고는 국물을 드시기 시작했다. 


 
 "와-. 참 누가 끓여서 이렇게 맛이 있데~? 어머니도 입 맛에 맞으세요? 일부터 싱겁게 해드렸는데."

 "나야 뭐..... 이렇게 끓이나 저렇게 끓이나 어멈이 끓인거는 다 맛있지...."  
   
 "그쵸? 그럼 국물 좀 더 드릴까요 어머니?"

 "아니다, 됐어. 아범 이야기를 했더니만 마음이 적적- 해서 더는 못 먹겠다."



 세훈이네 아버님 이야기를 했다는 할머님의 말에 오세훈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가락을 멈춰서 나를 보았고, 

 어머니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도 참...애가 놀랐겠네요..." 라고 말하시더니 내게 미안하다고 말 하셨다. 

 그에 나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한참동안이나 나를 바라보는 오세훈이 느껴져 그 쪽을 바라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오세훈은 다시 그릇을 통째로 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릇까지 통째로 마셔버릴 기세로 국물을 들이키더니 곧 사례가 들렸는지 연신 기침을 해대기 시작한다. 

 기침이 나길래 물을 마셔보지만 멈추지 않는 기침에 오세훈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에 나는 정말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세훈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오세훈은 기침이 멈췄는지 문 앞 계단에 걸터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인기척을 느낀 오세훈은 옆을 바라봐 내가 있다는 걸 보고는 다시 앞을 본다.




 "저... 괜찮아..? 혹시라도 내가 들을 것이 아니였는데 들어버린거라면 미안해. 사과할게."

 "..." 


 
 사과를 하는 내 모습에 잠자코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아니라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젓는다.

 그러고는 내 손을 가져가 제 손으로 꼭 잡으면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나도 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세훈은 내 손바닥을 펼쳐 글자를 적기 시작했고 나는 오세훈의 손가락이 가는 그대로 시선을 따라 옮겼다. 



 '내 가 답 답 하 지 않 아 ?'



 자신이 답답하지 않냐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오세훈에 괜시리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해져 아니라고 고개를 양 옆으로 세게 흔들었다. 



 "답답하기는, 하- 나도 안 답답하니까 걱정하지마."

 '내 가 말 못 해 서 힘 들 텐 데'

 "태어날 때부터 말 못한 거 아니라며, 사고로 그렇게 된거라면서. 그러면 목소리 언젠가 되찾을 수도 있잖아."

 "..."

 "나중에 너가 목소리가 다시 나와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너 목소리 되게 좋을 꺼 같거든."

 '그 걸 어 떻 게 아 냐 ?'
 
 "글쎄... 여자의 직감이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그런게 있어. 되게 정확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목소리 되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나를 보며 살풋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오세훈이 웃는 걸 보니 괜히 나도 웃음이 나와서 한참을 그렇게 같이 웃은 것 같다. 



 "있잖아.. 너 나중에 목소리 다시 되찾게 되면 나한테 먼저 들려주면 안돼?"

 "...?"

 "왜..그냥. 먼저 들어보고 싶어. 찬열이도 너희 어머니도 다 들어봤는데 나만 못 들어봤잖아."

 

 나만 못 들어 봤다며 어린 애처럼 떼를 쓰기 시작하는 내 모습에 오세훈은 잠자코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내 머리를 쓰담아준다.

 내가 뭐하는 거냐는 듯이 쳐다보자 오세훈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이더니 내 손을 가져가 손바닥에 무언갈 적기 시작한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



 '너 한 테 제 일 먼 저 들 려 주 고 싶 어.'


 '내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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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드디어 세훈이의 크지만 작은 비밀이 공개가 되었네요.
부족한 필력 항상 함께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ㅠ.ㅠ!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하고 싶은 암호닉을 댓글에 함께 달아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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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 ㅅㅇ사랑♡ /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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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ㅅㅇ사랑♥]드디어세훈이의비밀이ㅠㅠㅠㅠㅠㅠㅠ하루빨리세훈이가말을햇으면좋겟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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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
ㅅㅇ사랑❤️님 .... 저도 하루 빨리 세훈이가 말을 했으면 좋겠어요... 조만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ㅋ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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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매일이에요! 세훈이 목소리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요..ㅠㅠ 할머님은 얼마나 애가 탔으면 세훈이의 비밀을 말하셨을까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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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
매일님 안녕하세요! 매화마다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큰 힘이 되네요. ^^! 세훈이의 목소리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투비컨티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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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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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
감사합니다 ㅠ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 덕분에 5편도 얼른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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