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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볼을 스쳐지나가는 차가운 바람들을 오세훈의 등을 방패 삼아 막고 있었을까,
더 이상 내 주위를 감싸고 도는 찬 바람들이 사라져 등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려보니 벌써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앞에 가까이 다다르자 오세훈은 자전거를 조심스레 멈추더니 나를 보곤 다 왔다는 듯 웃어보였다.
"벌써 다 왔네, 태워다 줘서 고마워."
고맙다는 내 말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자긴 간다며 내 머릴 한번 쓰다듬고는 자전거를 돌려 제 집으로 페달을 밟는다.
오세훈이 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 오세훈이 준 머리끈을 거울 앞에 올려두었다.
빨간색 끈, 노란색 끈, 주황색 끈부터 파란색 끈, 보라색 끈까지 일곱가지 무지개 색깔의 머리끈들이였다.
취향도 독특하지, 마냥 순수한 어린 아이같아 입가에 잠시동안 미소가 걸쳐졌다.
동네도 한 바퀴 돌았겠다 마당에 쌓여있는 흙 먼지들이 눈에 보여 기둥 옆에 세워져 있는 빗자루를 들고 와 쓸기 시작했다.
'끼익-.'
한참동안 마당을 쓸고 있었을까, 소리를 내며 열리는 집 문에 누군가하고 고개를 들어보이니 박찬열이 서 있더라.
박찬열 뒤에는 또 자전거를 타고 온 건지 이제서야 자전거에서 내리는 오세훈이 보였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2713/e866d963bc21de36019ccecda5d9f459.png)
"무슨 일이야?"
"세훈이네 어머님이 백숙 끓였다고 너 준다고 빨랑 데리고 오란다."
"날 주신다고? 정말? 죄송스럽게...."
"빨랑와라. 빨리 안 오면 우리 밥도 없다고 했으니까. 그치 오세훈?"
오세훈은 맞다며 뒷머리를 긁적였고 배가 고픈지 연신 배를 문질러댄다.
빨리 가자는 박찬열의 말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라고 말한 뒤 방으로 뛰어 들어가 거울 앞에 놓인 세훈이가 준 머리끈을 집어들었다.
빨간색 머리끈을 입에 물고 머리를 슥슥- 손으로 모아 끈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다.
머리를 묶고 방을 나가자 오세훈이 내 머리끈을 본 건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가 예쁘다며 엄지 손가락을 척 하니 치켜들었다.
"머리끈 고마워, 진짜 맘에 들어."
머리끈이 맘에 든다고 하자 뒷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더니 쑥스러운 듯이 웃었고, 박찬열은 얼른 가자며 우리를 재촉했다.
박찬열은 내 오른쪽, 오세훈은 내 왼쪽에 나란히 걸어서 세훈이네 집으로 출발했다.
십분 쯤 걸었을까, 파란 지붕 집 대문 앞에 서더니 오세훈이 들어오라며 우리에게 손짓을 했고,
박찬열은 "어머니 저 왔어요~" 라며 제 집 들어가듯이 들어가서는 백숙을 퍼 나르기 시작한다.
나는 대문 앞에 들어가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는 생각에 얼쩡거리고 있자, 세훈이네 어머님이 날 발견하신건지
얼른 안 들어오냐며 내 양 어깨를 잡으시더니 데리고 들어가신다.
오세훈네 집으로 들어와보니 내 눈을 저절로 돌리게 만드는 백숙의 향기가 코 끝을 스쳐간다.
"우와-. 이거 어머님이 다 만드신거에요?"
"그럼~ 이거 닭장에 있던 닭들 잡아와서 너 먹일라고 삶은거야~ "
"진짜 맛있는 냄새 나요..."
"누가 만든건데 그럼, 얼른 상 펴고 앉아있어. 갖다 줄 테니까."
"아니에요, 저도 그릇 좀 날라 드릴게요!"
"어여 들어가~! 세훈이 더러 갖다주라고 할 테니까, 응?"
세훈이네 어머님은 나보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시더니 백숙 한 그릇을 푸짐하게 퍼내고는 오세훈을 큰 소리로 부르셨다.
"세훈아! 오세훈! 얼른 와서 이것 좀 가져가. 어휴, 다 식겠다 얼른!"
어머님의 부름에 반찬을 나르던 오세훈은 얼른 뛰어오더니 뜨거운 백숙 그릇을 두 손에 조심스럽게 받아내더니 나를 보며 방으로 가자고 고갯짓을 한다.
오세훈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세훈이네 할머님이 계셨고, 오세훈은 백숙 그릇을 상 위에 내려놓더니 슥- 나가버린다.
세훈이네 할머님은 나에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미시더니 어여 먹으라며 내 등을 두들기셨다.
"너가 저- 위에서 왔다는 그 애냐?"
"..네! 서울에서 엊그제 왔어요."
"그래, 여긴 어째 맘에 들고?"
"그럼요~ 공기도 좋고 세훈이랑 찬열이도 친절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할머니."
"우리 똥강아지가 많이 챙겨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워 그래...."
"에이, 세훈이가 얼마나 많이 챙겨 주는데요. 자전거도 태워주고 머리끈도 사다주고..."
"원래 우리 강아지가 날 때부터 말을 못한건 아니였어... 어쩌다 그렇게 돼서 글쎄..."
"..."
"우리 아범이 놀음에 빠졌을 때부터 바로 잡았어야 했었는데... 우리 강아지 불쌍해서 어쩌누... 내 탓이다, 내 탓이야."
"..."
"모두 다-. 전부 다 잃고 들어온 아범을 이 집에 들이는 게 아니였다.. 아범이 들어와 우리 강아지한테 속풀이만 안 했어도 우리 강아지 멀쩡했어.... "
말 한마디 한 마디 하실 때마다 한숨을 푸욱 푸욱- 내시는 할머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할머님이 하시는 말을 듣고 있자니 세훈이가 처음부터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세훈이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이 세훈이의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 말로는 아버지가 도박에 눈이 멀어 모든 돈을 다 탕진하여 집에 돌아온 뒤, 모든 속 앓이를 세훈이에게 한꺼번에 풀어버리셨다고 한다.
세훈이는 아버지의 모진 말과 폭력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드시더니 눈물을 훔치시는 듯 하여 보였고, 숨을 가다듬으시더니 숟가락을 드셨다.
"괜히 말이 길어졌구나... 식겠다, 어여 먹어라."
"네..."
말 없이 한참동안을 백숙 속에 있는 닭에게 애꿎은 속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숟가락으로 살을 콕- 콕- 찔러대며 넘어가지 않는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겼고, 내 마음 속의 무언가가 내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국물을 마시고, 넘어가지 않아 물 한모금을 마셔보고 그릇을 거의 다 비워 갈 즈음 오세훈, 박찬열, 그리고 세훈이네 어머님이 백숙을 들고 들어오셨다.
"어휴, 벌써 다 먹은거야? 어때, 음식이 입에는 맞고?"
"그럼요, 정말 맛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어휴, 이뻐. 너 같은 딸 하나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얘."
오세훈과 박찬열은 웃으며 말 없이 그릇을 비워내기 시작했고, 세훈이네 어머님도 숟가락을 드시고는 국물을 드시기 시작했다.
"와-. 참 누가 끓여서 이렇게 맛이 있데~? 어머니도 입 맛에 맞으세요? 일부터 싱겁게 해드렸는데."
"나야 뭐..... 이렇게 끓이나 저렇게 끓이나 어멈이 끓인거는 다 맛있지...."
"그쵸? 그럼 국물 좀 더 드릴까요 어머니?"
"아니다, 됐어. 아범 이야기를 했더니만 마음이 적적- 해서 더는 못 먹겠다."
세훈이네 아버님 이야기를 했다는 할머님의 말에 오세훈은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가락을 멈춰서 나를 보았고,
어머니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도 참...애가 놀랐겠네요..." 라고 말하시더니 내게 미안하다고 말 하셨다.
그에 나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한참동안이나 나를 바라보는 오세훈이 느껴져 그 쪽을 바라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오세훈은 다시 그릇을 통째로 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릇까지 통째로 마셔버릴 기세로 국물을 들이키더니 곧 사례가 들렸는지 연신 기침을 해대기 시작한다.
기침이 나길래 물을 마셔보지만 멈추지 않는 기침에 오세훈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에 나는 정말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세훈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오세훈은 기침이 멈췄는지 문 앞 계단에 걸터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인기척을 느낀 오세훈은 옆을 바라봐 내가 있다는 걸 보고는 다시 앞을 본다.
"저... 괜찮아..? 혹시라도 내가 들을 것이 아니였는데 들어버린거라면 미안해. 사과할게."
"..."
사과를 하는 내 모습에 잠자코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아니라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젓는다.
그러고는 내 손을 가져가 제 손으로 꼭 잡으면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나도 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세훈은 내 손바닥을 펼쳐 글자를 적기 시작했고 나는 오세훈의 손가락이 가는 그대로 시선을 따라 옮겼다.
'내 가 답 답 하 지 않 아 ?'
자신이 답답하지 않냐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오세훈에 괜시리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해져 아니라고 고개를 양 옆으로 세게 흔들었다.
"답답하기는, 하- 나도 안 답답하니까 걱정하지마."
'내 가 말 못 해 서 힘 들 텐 데'
"태어날 때부터 말 못한 거 아니라며, 사고로 그렇게 된거라면서. 그러면 목소리 언젠가 되찾을 수도 있잖아."
"..."
"나중에 너가 목소리가 다시 나와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너 목소리 되게 좋을 꺼 같거든."
'그 걸 어 떻 게 아 냐 ?'
"글쎄... 여자의 직감이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그런게 있어. 되게 정확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목소리 되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나를 보며 살풋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오세훈이 웃는 걸 보니 괜히 나도 웃음이 나와서 한참을 그렇게 같이 웃은 것 같다.
"있잖아.. 너 나중에 목소리 다시 되찾게 되면 나한테 먼저 들려주면 안돼?"
"...?"
"왜..그냥. 먼저 들어보고 싶어. 찬열이도 너희 어머니도 다 들어봤는데 나만 못 들어봤잖아."
나만 못 들어 봤다며 어린 애처럼 떼를 쓰기 시작하는 내 모습에 오세훈은 잠자코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내 머리를 쓰담아준다.
내가 뭐하는 거냐는 듯이 쳐다보자 오세훈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이더니 내 손을 가져가 손바닥에 무언갈 적기 시작한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2713/7dbb16419867e619c110212bc0c87ddf.png)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2713/af8b6d0bfab0c9d376a5421c8621386e.png)
'너 한 테 제 일 먼 저 들 려 주 고 싶 어.'
'내 목 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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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드디어 세훈이의 크지만 작은 비밀이 공개가 되었네요.
부족한 필력 항상 함께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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