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04 무슨 생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건지 난 아직도 그 순간의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애절한 눈으로 친구하자며 아이처럼 한없이 조르는 김태형이란 남자를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체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정말 신이 난 듯 헤벌쭉 웃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연신 웃던 김태형은 헛기침을 두어번하고는 이름,나이,취미,사는 곳,키 심지어 가족관계까지 내게 줄줄이 털어놓았다. 남자의 말이 끝나고 나도 간단한 자기소개는 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려는 순간, 내 말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의해서 가로막혔다. " 알아요. 이름도 알고,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 예상치 못하게 그 입해서 나온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태형을 쳐다보니 또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 지금은 그것만 알고 있을래요. 그래도 충분해. 나머지는 나중에 알면 되니까. 아, 동갑이니까 말 놔도 되죠? " " 아, 네. " " 된다면서 자기는 존댓말하는거봐. " " ...그건 차차 해요 " " 그래 뭐. 아, 맞다. 핸드폰 좀. " 그 말에 주섬주섬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김태형에게 건넸다. 마치 오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전혀 거리낌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 행동이 놀라웠다. 원래 이렇게 넉살이 좋은가? 낯도 안 가리는 것 같은데 왜 친구가 없지?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김태형은 이내 자기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다시 핸드폰을 건넸다. " 여기. 내 번호. " " ... " " 잘 가. 난 또 수업 있어서 다시 가야해. " 아쉬운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손을 흔들고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걸음을 재촉하던 그 뒷모습이 소풍을 가는 아이 마냥 들떠 보였다. 한 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정신이 없었다. 한동안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이윽고 정신을 챙기고는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에서 울리는 문자음에 반사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켰다. [ 안녕. 아까 김태형이야. 사실 스토커라고 생각할까봐 말 못했는데 나 너한테 예전부터 관심 있었어. 그래서 이름이랑 나이, 알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말아줘. 아! 그렇다고 이제 관심 없는건 아니고 물론 아직도 관심 많은데 너 남자친구 있으니까 지금은 그냥 너랑 친구할게. 그래도 나중에는 꼭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 앞에 남자, 붙일거다. ] 길게 도착한 MMS문자의 마지막 문장에 의해 시선을 옮겨 바라 본 수신인 이름에는 ' 친구 김태형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까 핸드폰을 가져가서 저장 해놓은듯 했다. 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그 마지막 문장에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은 어김없이 빠르게 흘렀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와 민윤기는 바빴고 나는 내 삶을, 민윤기는 민윤기의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도 다행히 한동안 민윤기와 나 사이에 흐르던 어색함을 극복해냈다. 같이 밥도 먹고 만나기도 하면서 예전처럼 다시 민윤기가 편해졌고 익숙해졌다. " 내 친구 중에 유하은이라고 있는데, " " 응. " " 같은 과 친구야. 근데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100일이라고 선물로 장미 100송이 줬대. " " ... " " 근데 받을 땐 되게 좋았는데 나중에 뒷처리하기가 곤란한가봐. 하긴 100송이면 많긴 많다. 그치? " " 그렇긴 하네. " " 우리 100일 때, 너 나한테 뭐 줬는지 기억나? " " 그 때? 무슨 이용권 아니었나?" " 맞아. 너 그때 나한테 민윤기 무료이용권 100장 줬잖아. " " ... " " 나 그 당시에 되게 짜증냈는데. 너 맨날 내 옆에 있고 다 해주는데 저게 뭐가 필요하냐고. " " 아 맞아, 너 진짜 싫어했었다. " "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때 우리 되게 귀엽지 않아? " " 뭐가? " " 그런 이상한 선물이나 주고, 또 그거에 엄청 투덜투덜대고. " " ... " " 귀여웠지. " " ... " " 지금은 너무 커버렸다 우리. 그치? " 그러나 민윤기와 있을 때, 특히 예전 추억을 회상할 때, 문득 설렘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풋풋했던 그 시절을 추억할 때는 더 그랬다. 더 이상 우리가 그 때와 같지 않고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예전처럼 민윤기가 옆에 있었고 난 혼자가 아니었는데도 나는 가끔씩 외로웠고 누군가의 다정함이 필요했다. 민윤기와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으로는 내 외로움을 다 달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민윤기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서운했고, 나를 챙겨주지 않으면 그 역시 서운했다. 물론 민윤기는 예전 그대로, 변한게 없었다. 적당히 내게 연락했으며, 적당히 나를 챙겨주었다. 그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드는 서운한 감정은 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김태형의 미친 친화력 덕분에 김태형과 나는 꽤나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김태형과 나는 웃음코드가 맞았고 내가 이렇게 낯을 안가리는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김태형이 편해졌다. " 아직 5월인데 뭐가 이렇게 덥냐. 그치? " " 그러게. 올 여름에 진짜 더우려나봐. " 김태형은 늘 나와 같은 버스를 탔다. 김태형과 처음 만난 후, 다음 날 김태형을 그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만났다. 버스정류장에서도 꽤 떨어진 곳에서도 나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부르고 히죽 웃으며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가싶어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따라서 손을 흔들어주니 웃으면서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 순간 버스가 왔고 당황한 나는 버스를 놓칠새라 황급히 버스에 올라탔다. 안도의 한숨를 내뱉다가 내 쪽으로 걸어오던 김태형이 생각나서 창문 밖으로 두리번거렸지만 김태형을 찾을 수 없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계속 창 밖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소리에 순간 몸이 작게 움찔했다. " 나 여기 있는데. " 천천히 몸과 함께 시선을 뒤로 돌리니 내 바로 뒤에 김태형이 서있었다. " 어? 언제 탔어? " " 아까 너 탈 때. 뛰어서 바로 탔는데. " " 너 이 버스 타고 가? " " 어? 어어, 응. " " 그래? 왜 한 번도 못 봤지? " " 뭐 내가 워낙 잘생겨서 내 얼굴 보면 여자들 다 심장마비로 쓰러질까봐 내 외모를 꼭꼭 숨기고 다녔거든. 그래서 몰랐겠지. " " 아... 응 뭐... " " 뭐야! 반응 왜 이래 너? 응 뭐... 그거 무슨 의미야? " 그날부터 김태형과 난 집에 갈 때 버스메이트가 되었다. 내가 내리는 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면서 운동 삼아서 걸어가겠다고 김태형은 늘 내가 내릴 때 함께 내렸다. 그래놓고는 집에 가지도 않고 여긴 뭐가 맛있냐면서 동네 소개 좀 해달라며 같이 저녁을 먹자고 졸랐다. 정말 김태형과 있을 땐 얘는 뭐지?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옛말에 틀린 거 하나 없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딱 김태형을 위한 말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나도 웃으면서 같이 밥 먹자고 조르는 김태형을 무시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제발 집에 가라는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는 그 태도가 단호했다. 처음 한 두번은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그런다고 포기 할 김태형이 아니었다. 결국 체념하며 알았다고 하자 역시나 또 히죽 웃으며 내 옆에 착 달라 붙어서 걸었다. 그런 김태형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했지만 그런건 한 두번이었다. 내게 넉살 좋게 말을 걸어오는 김태형 덕분에 나는 금새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었다. 오늘도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정류장에서 내려 근처에서 밥을 먹고 데려다준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걷던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었다. " 근데 있잖아. " " 어? " 김태형이 평소와는 다르게 잔뜩 머뭇거리면서 힘겹게 말을 꺼냈다. " 너 남자친구 있잖아, 뭐하는 사람이야? " " 어? 그냥... 우리 학교 학생인데. " " 아, 진짜? " " 응. " 이어진 내 말에 김태형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김태형에 나 역시 걸음을 멈추고 김태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태형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로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 그러면 혹시, 내가 너랑 다녀서 남자친구랑 같이 안 다니는거 아니지? " " 어? " " 아니... 보통 집 갈 때 남자친구랑 가고 그러잖아. 근데 넌 안 그러길래. " " ... " " 혹시 나 때문이야? " " 아니야. 그런거. " " ... " " 그냥... 우리가 그런거 잘 안해. 데려다주고 그러는거. " " ... " " 예전부터 안 그래서 그런지, 나도 안 그러는게 편해. " " ...난 또 혼자 나 때문인줄 알고. " " 그런거 아니네요. 그러니까 혼자 기죽지 마시고 이제 고개 좀 드시죠? "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는 김태형의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런 내 말에 김태형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김태형의 얼굴과 그 앞으로 숙인 내 얼굴의 간격이 생각보다 상당히 좁아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 아, 깜짝아! " " ... " " 야, 고개 들라 했다고 그렇게 갑자기 고개를 들면 어떡해! " 괜시리 당황스러워 따지듯 묻는 내 말에도 김태형은 날 보지 않고 내 뒤에 어느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있었다. " 김태형? " " ... " " 왜. 뒤에 뭐 있어? " 불러도 대답이 없는 김태형에게서 나도 내 뒤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익숙한 남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황급히 구부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김태형과 내 시선이 닿은 그 곳에 민윤기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빨리 연재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ㅜㅠ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제 부족한 글이 초록글에 올랐답니다ㅠㅠㅠ 예전에 너무 기뻐서 캡쳐했는데 이제야 자랑하네요!ㅋㅋㅋㅋㅋㅋ 부족한 글에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기대되고 재밌다는 그 댓글 하나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는거 알아주세요! 보내주시는 사랑에 보답하도록 늘 노력하는 태꿍이 되겠습니다♡♡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밤열한시 / 슙 / 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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