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237997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유은돌 전체글ll조회 1505


[오늘도 늦을 거 같다. 먼저 자. 미안.]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방금 도착한 문자를 가만히 내려 보고만 있자, 곧 액정이 까맣게 꺼진다. 액정에 비친 두 개의 눈동자를 마주보니 한심한 꼴이 우습다. 홀드 키를 누르자 잠금 화면 위에 맞잡은 투박한 두 손 위에 하얗고 굵은 숫자가 뜬다. 11:49. 식탁 위의 냉기가 소름 돋게 싫다.




[왜 늦는데?]

[부장님이 잡고 안 놓아 주시네. 부장님이 나 많이 아끼시잖아.]




박찬열이 말하고 있는 부장님이, 아까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같이 외식을 할 거라며 네가 하루 종일 들떠 있었다며, 부럽다고, 말 한 사실을. 박찬열은 알고나 부장님 핑계를 대는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녁식사를 차리지도 않은 내가 애잔하다.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찬밥을 꺼내 물을 말아 넘어가지 않는 것을 꾸역꾸역 집어 먹었다. 먹먹함에 넘어가지 않는가 싶더니, 그래도 물을 말아서인지 꽤나 잘 넘어간다. 기계적으로 숟가락질을 하고 턱을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밥알은 사라지고 뿌옇게 된 물만 그릇 한 가득 남아있다. 그릇 째로 입을 대 물을 벌컥벌컥 마시니 타는 속이 좀 가라앉기는 무슨. 밥이랑 김치도 같이 먹을 걸 그랬다. 내 코끝이 찡해 오는 건 다 생강을 씹어서 그런 거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


3. 결혼 생활 3년차면 아주 적은 날도,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보낸 거도 아닌 아주 애매한 시간 속의 부부이다. 그렇기에 권태가 오기도 쉬운 때. 나와 박찬열은 딱 그 시간 속에 갇혀있다,


한 달, 아니 어쩌면 더욱 전에서 부터 박찬열의 권태기는 찾아왔다. 타이밍 좋게도 나 역시 비슷한 시기에 권태기가 찾아왔고, 우리 둘의 사이가 서먹해 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친구로 2, 연인으로 5, 부부로서 3, 도합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관계가 무너지는 건 아주 한 순간이었다.




도경수, 너 요즘 박찬열이랑 사이 안 좋냐?”


. 권태기지, .”


너 그러다 박찬열 바람나면 어쩌려고 그래.”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옛 말은 틀릴 것이 없었다. 정말, 사람 잡았다. 출장을 간다던 박찬열을 친구들끼리 놀러간 펜션에서 이름 모를 여자와 있는 모습을 목격 한 건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다. 혹시나 한 마음에 박찬열 몰래 그의 핸드폰을 보자 애기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번호와 수많은 애정 어린 연락을 한 기록이 선명했다. 물론, 그 번호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고, 화면을 한참 내리고서야 경수라는 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솔직히, 이해는 갔다. 아무리 알파와 오메가의 관계라고 해도, 박찬열은 여자를 좋아했으니까. 저러다 말겠지 한 바람이, 벌 써 한 달이 넘도록 끝나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이가 더 깊어진 거 같다. 그와 반비례해서, 나는 박찬열과 집 밖에서의 시간을 즐긴 게 까마득하다. 기껏해야 일주일 전에 집에서 맥주와 육포를 안주로 공포영화를 본 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였다.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와. 차 안 가져갔지?]


[. 먼저 자. 미안해.]




미안하다는 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단순히 회식이 늦어져서? 아니면 바람을 피워서? 아니면, 나를 바보로 만들어서? 그 어느 이유로 생각해 봐도 유쾌하지 않다. 명치끝이 아릿한 게, 아무래도 방금 넘긴 밥이 체한 것 같다. , 차라리 전부 토하고 편해지고 싶다.




*   *   *




, , 삐비빅.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도 채 전에 느릿느릿 눌러진 비밀번호 소리와 현관문이 열렸다. 박찬열이 돌아 온 모양이었다. 어두워 보이지 않는 앞에 인상을 쓰며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는데 먼저 거실에 불이 켜졌다. 갑작스러운 밝은 빛에 두 눈이 따갑다.




박찬열, 지금이 몇 시야.”




잠에 묻혀 있다가 꺼내진 목소리는 이리저리 갈라져 볼품없기 그지없었다. 큼큼, 한 번 목을 가다듬고 삐딱하게 팔짱을 낀 채로 박찬열을 노려보자 술을 얼마나 마신건지 헬렐레, 아마 여기가 지 집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거 같다. 이 덩치 큰 애새끼를 어떻게 해야 좋지. 밀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 누르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대는 박찬열을 부축하자 낑낑대며 안겨온다.




으으, 애기야. 오빠 토




애기. 박찬열은 절대 날 애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수야, 도경수. 혹은 여보, 자기야. 그리고 내 남성성을 존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절대 나에게 오빠라는 호칭으로 자신을 지칭하지 않는다. 장난으로도.




내팽겨 치기 전에 화장실로 기어들어가.”


우으, .”




냉정하게 어깨위에 있던 팔을 내던지며 거의 밀치듯 박찬열을 밀어냈더니 윽, , 대면서도 화장실로 기어들어간다. 애기. 그건 분명 핸드폰 속 그 여자를 부르는 말이다. 같이 펜션에 놀러간, 그 여자. 아마 방금까지도 같이 있었을 그 사람.


체한 속이 다시 뒤집어지는 느낌에 문을 거세게 닫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넓은 킹사이즈의 침대가 미워서 괜히 발길질도 했다가, 곧 기운마저 빠져 가만히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시발새끼. 내일 아침 저 새끼 정신 돌아오면 이젠 정말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지낼 수는 없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찬디] 권태, 그 무책임 1  4
10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230.157
핳.......새벽에취향저격이여.....♥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헐헐... 바람은 앙 대 찬녈아... 담편 완전 기대돼여! 잘 보구 갑니다!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우와...취저...ㅠㅠ신알신 하고 가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ㅜㅜㅜㅠㅜㅜㅠㅠㅠㅠㅠ 취저에요 ㅜㅜㅜㅜㅜㅜㅜ다음편 완전 기대되네요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