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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6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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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플레너 민니 X 새 신부 미연

내가 좋다고 말해.”  〈o:p>〈/o:p>

민니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속삭였다. 곧 눈물이라도 터트릴 것처럼.

*

 미연은 예약 시간이 되기 20분 전부터 건물 앞에 미리 도착해있었다.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햇살에 눈이 부셨지만 화려한 무늬로 꾸며진 문은 괜히 더 심장을 뛰게 했다. 미연의 근처에서 멀리서 보면 모를 작은 물방울들이 피어올랐다 수증기처럼 사그라들길 반복했다. 온도가 살짝 내려갔지만 더위가 아닌 긴장으로 흐르는 땀을 멈춰주진 않았다. 실내에서도 이러면 큰일인데. 미연은 괜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10분 정도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THE ILLUSION.’ 결혼식을 환상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뜻을 가진 웨딩컨설팅회사다.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결혼을 맡기고 싶은 곳 1순위에 언제나 당당하게 들어있었다.

미연은 인생에 단 한번 뿐일 결혼식, 이왕 할 거 최고로 멋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괜히 1순위 업체가 아닌 건지 연락을 할 때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사장님이 요즘 바쁘셔서요,’ ‘예약이 밀려있어서요.’ ‘오래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하는 응답만 들었다. 애인은 그냥 다른 데를 알아보자면서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미연은 그럴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길 정도였다. 아무튼 미연은 본래 계획했던 봄이 아닌 여름으로 결혼 날짜를 훅 미뤘다. 꼭 그래야만 하냐며 울상 짓는 애인의 손을 토닥이며 꼭 그래야만 해. 하고 단호하게 말한 건 나중에 친구들과 결혼식 준비 얘기할 때 나올 썰 재료가 될 것이다.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저 예약...”

예약하신 조미연씨죠? 안쪽으로 모실게요. 곧 사장님이 오실 거예요. 커피가 좋으신가요 차가 좋으신가요?”

 방글방글 웃는 직원의 명찰엔 송우기라 적혀있었다. 목소리로 봐서 늘 전화 건너편에서 퇴짜놓던 그 직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참 밝고 예쁘네, 생각하며 미연은 수줍게 미소 지었다. 10분여분간 마인드컨트롤을 한 보람이 있는지 침착하게 말이 나왔다.

어떤 차에요?”

보리차랑 녹차, 아이스티도 있어요!”

아이스티로 부탁할게요.”

~”

직원은 총총거리며 나갔다. 미연이 소파 등받이에 기대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숨을 다시금 가다듬고 있을 때, 앞서 나갔던 직원과 함께 검은 긴 머리의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미연씨.”

미연은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어쩐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직원이 테이블에 마실 차를 두고 가고, 여자는 미연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명함을 건넸다.

“THE ILLUSION의 사장이자 대표 웨딩 플레너 민니입니다.”

또렷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분명 목소리도 처음 들어보는데

저희 어디에서 봤던가요?”

?”

생각하던 질문이 여과 없이 단번에 튀어나가 버렸다. 미연은 말하고 아차 해 눈을 데굴 굴렸다.

아니.. 너무 낯익어서... 혹시 고향이 인천...?”

민니는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혀 아니에요. 누군가와 닮았나 봐요. 기분 나쁜 낯익음은 아니죠?”

, 그건 절대 아니에요."

미연이 손을 세게 흔들며 부정하자 민니는 다시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렸다. 미연의 볼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처음 본 사람한테 무슨 추태야. 명함을 받아들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8월 마지막 주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

미연은 그쪽의 일정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라는 말은 삼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결혼식장은 희망하는 곳이 있으신가요?”

대충은 알아보고 왔는데 추천해줄만한 곳이 있나요? 얼마가 들던 상관없어요.”

민니는 태블릿 피시를 켜 결혼식장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미소 띤 얼굴로 찬찬하고 꼼꼼히 말하는 게 유튜버가 된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지 않을까, 하고 잠시 딴 생각을 하며 미연을 민니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매력적이니까 연예인도 좋겠다. 노래 잘 부를 것 같은데 잘 부르려나? 혹시 티비에 나온 적 있을까? ..

미연씨?”

“... ?”

어떠세요? 마음에 드는 곳이 있나요?”

....... 다시 한 번만 더 설명해주시래요...?”

그 날은 민니의 긴 설명이 마치자 약속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나머지 시간동안은 간단한 일정을 조율하고, 미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장은 신랑 될 사람하고 상의해서 정해볼게요!”

. 그럼 다음에 뵈어요. 조심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미연은 문을 열어주는 민니에게 인사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꽤 어려웠지만 이 업체를 선택한 건 잘 한 일이었다는 뿌듯함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미연이 나간 후, 자리로 돌아온 민니를 보고 우기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장님? 얼굴이 빨개요!”

? ... 좀 덥네요..!”

덥다고요? 그럼 에어컨 온도 더 내릴까요?”

아니, 괜찮아요.”

우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사무실 일이 잘 안 되나? 비성수기지만 온도 정도는 좀 내려도 될 텐데. 민니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미연은 차에 타 시동을 걸고 자기라 저장되어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긴 통화 연결음이 들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소리가 들려왔다.

끝났어! 나 이제 집 가!”

가보니까 어땠어? 만족스러워?”

! 엄청 멋지더라. 믿음직스럽고, 친절하고, 예쁘고, 일 잘할 것 같아.”

그래야지. 식도 미루고 다 거기에 일정 짜 맞췄는데.” 〈o:p>〈/o:p>

차를 천천히 주차공간에서 빼며 미연은 조잘조잘 떠들었다. 〈o:p>〈/o:p>

그런데 사장님이 엄청 낯익은 거 있지? 어디에서 봤을지도 몰라. 그럼 진짜 우연일 것 같지 않아?”

몇날 며칠을 그 웨딩업체 알아본다고 뒤지고 다녔으니까 낯익을 수밖에 없지. 티비 연예인 직접 만나도 낯익다고 느낄 텐데, .”

그런가?”

싸가지 없진 않았어? 콧대 엄청 높을 것 같던데.”

? 전혀 안 그러던데?”

넌 워낙 사람이 순해서 그런 거 못 알아보잖아. 귀도 진짜 얇고. 바가지 맞아도 그런지도 모르고 지나갈 걸? 내가 같이 가야했는데 워낙 바빠서” 〈o:p>〈/o:p>

미연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 〈o:p>〈/o:p>

다음엔 같이 와 줄 거야?”

글쎄,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o:p>〈/o:p>

누군 안 바쁜가. 결혼날짜를 미룬 이후로 늘 저런 자세였다. 그게 이렇게 오랫동안 삐질 일도 아닌 것 같은데.  〈o:p>〈/o:p>

시간 되면 말해줘. 나 혼자 결혼 준비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당연하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내가 뭘?”

아니다, 됐다.” 〈o:p>〈/o:p>

하늘로 붕 떠있던 기분이 아래로 하향곡선을 그려갔다. 옆에 피어오른 비눗방울 같은 물방울이 퐁, 하고 터졌다. 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o:p>〈/o:p>

됐긴 뭐가 돼. 끝까지 말해.”

나 아직 회사야. 나중에 얘기해. 끊는다.”

그러니까...!"

전화가 끊겼다. 백미러에 비친 굳은 표정의 자신을 얼굴을 흘끗 본 미연은 음악을 크게 틀었다. 차 안에 외국 힙합 곡이 울려 퍼졌다.

대체 뭐가 문젠데."

중얼거림은 그 음악소리에 묻혀서 아무에게도 흘러가지 않았다

*

두 번째, 세 번째 만남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혼수품 목록을 훝어보던 미연에게 민니가 불쑥 물어왔다.

미연 씨는 화가라고 하셨죠?”

? , .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전시회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옷 입는 센스가 남다른 것 같아요.”

그래요..?"

미연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별로 그렇다고 생각 안 해봤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는걸요?”

깊고 까만 눈동자가 미연을 바라보았다.

좀 쑥스럽네요... 고맙습니다.. 민니 씨도 예뻐요!”

저도 고마워요. 다음에 전시회 하면 저도 초대해 주실 거예요?”

물론이죠! 제 결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분인걸요? 다음 전시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럴게요.”

민니는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기대할게요. 미연 씨 그림, 좋아하거든요.”

에이, 본 적도 없으시면서-.”

본 적 있어요. 검색해봤거든요.”

. 검색하면 저 나와요?”

몰랐네. 중얼거린 미연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검색해보았다. 몰랐던 낯 뜨거운 칭찬들에 얼굴이 붉어졌다.

몰랐어요...”

미연 씨 생각보다 미연 씨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서비스업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하지만 괜히 입 꼬리가 올라갔다.

요즘 그런 좋은 말을 잘 못 들어서 그런가, 빈 말이어도 기분이 좋네요.”

신랑 되실 분이 이런 말 안 해줘요?”

.. 무뚝뚝한 사람이라.”

미연은 민니의 웃음이 잠깐 굳은 걸 미처 보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바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결혼 준비를 혼자하고 있네요.”

속상하시겠다.”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그런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하는 거예요?”

글쎄요.....”

저랑 다르게 똑 부러지고, 일 잘하고, 단호한 면이 있고... 그러면서 귀여운 면도 있고요. 그런 점이 좋아요.”

그러시구나.. 복 많은 분이네요 미연 씨의 사랑을 받다니.”

하하.. ... 민니 씨는 만나는 사람 없어요?"

민니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만나기가 영 쉽지 않네요.”

저런..! 어떤 사람인데요?”

.....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에요.”

예쁘고..?”

미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려버렸다.

혹시.. 여자 좋아하는.......? ! , , 실례였다면 죄송해요.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괜찮아요. 사실이기도 하고. 혹시 기분 나쁘시려나요?”

전혀요! 제 친한 친구도 그러거든요. 너무 사귀어서 부러울 정도에요. 민니 씨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예쁘고 착하고 성실한 것도 같고 일도 잘하시고 돈도 잘 버실 거고...!!”

갑자기 그런 칭찬을 하면 부끄러운데요?”

웃는 민니에게 미연은 주먹까지 불끈 쥐고 흔들었다.

화이팅! 미인은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하는 거랬어요!”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물론이죠! 제 신랑도 용기 있어서 절 쟁취했거든요!”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다가가면 그 사람한테 갈 거예요?”

그건 안 되죠. 사랑은 타이밍이니까- 아시죠?”

아뇨, 몰라요. 그럼 물건 봅시다. 정하셨나요?”

미연은 눈을 껌뻑거렸다가 민니의 말을 따라 카테고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게 다 그 물건 같은데. 같이 결정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미연은 울상을 지었다. 민니는 눈을 아래로 내리 트렸다. 긴 속눈썹의 그림자가 눈 아래에 졌다.

긴 여름의 낮이 천천히 흘러갔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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