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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녹여서...
무대 위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교복을 다소 너저분하게 입은 가녀린 소년이 터덜터덜 올라왔다. 그리고는 정말 예의없어 보이는 목례를 관중석에 한번 툭 던지고는 피아노에 건달느낌이 나는 자세로 앉았다. 회장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저런 아이가 콩쿨에 나오다니.... 소년은 눈을 살짝 감고 숨을 고른 후 피아노에 손가락을 가지런히 올리고는 곡을 시작했다.
소년을 유심히 보던 관중석의 소년도 연주가 시작되자 눈을 감고 음악을 음미했다.
<새하얀 소년이 있다. 소년은 울고 있다. 강가에 앉아 울부짖는다. 내리는 비에 다 젖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가릴 수 없다. 소년은 투명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쥐어짠 피눈물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열하고 괴로워한다. 비명에 자신의 생을 담는다. 머리칼을 잡아 뜯으며 누군가에게 소리친다. 내 잘못이 아냐. 내 탓이 아냐. 이 모든 일은 나와 상관 없어. 넌 어디로 가니? 누굴 위해 사니? 걸어갈 거니? 앞만 보고 갈 수 있니?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내딛을 수 있니? 비명소리에 모든 질문을 담는다. 끝없는 질문을 하는 소년에게 구원은 없었다. 단지 소년을 탓하는 눈초리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또 다시 운다. 울다 지쳐....결국 생은 끝났다.>
회장의 분위기는 뒤집혔다.
저런 아이가 콩쿨에 나오다니! 대상은 저 아이의 것이다. 관중은 하나 둘씩 기립하여 박수를 쳤다. 우는 자도 있었고 충격을 받아 멍한 자도 있었다. 여지껏 왜 저 아이는 콩쿨에 나오지 않았을까? 나왔다면 대상은 따논 당상이었을텐데.... 이미 관중들은 소년의 무매너에는 관심도 없었다. 소년은 다시 무대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건방진 목례만 하고 무대를 빠져 나갔다. 사람들은 말했다. 저 아이는 그럴만 해. 자신감이 넘쳐도 될 만한 무대였어.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던 소년은 기분이 나빴다. 음악에 대한 예의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녀석에게 신은 재능을 주셨다.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야. 그 신이 창조주이던 예수, 부처, 알라이던... 인간이 음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야. 그런데...그런 축복을 저런 식으로 무례하게 연주하다니...음악에 죽음을 담다니..... 그게 화가 난 소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너만큼은 이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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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짓이겨 물던 소년은 무대 위로 경건한 심정으로 올랐다. 관중에게 정중하게 90도로 인사를 한 소년은 피아노에 앉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을 피아노에 얹었다. 그리고는 춤을 추듯 손가락을 놀렸다.
<소년은 춤을 춘다. 누군가를 위해 춤을 춘다. 그 누군가는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소년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사랑하는 마음을 절절히 담아 춤을 춘다. 때론 빠르게 뱅뱅 돌고, 한 박자 쉴 때는 숨을 몰아 쉬며 웃는다. 태양빛을 춤에 녹이고 달빛도 춤에 담았다. 사랑하는 마음을 잘게 부수어 춤에 녹였다. 그 빛나는 마음에 소년은 웃으며 춤을 춘다. 소년의 마음을 소년의 사랑하는 사람이 받아 주었다. 둘은 웃었다. 마주보고 마냥 웃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둘은 그렇게 행복하다. 모두가 두 사람을 축복하고 애정한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웃으며 생을 마감했다.>
소년의 연주가 끝나자 회장은 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올해 콩쿨은 두 소년의 각축장이겠구나. 뒤에 몇 명의 참가자가 더 있긴 해도 두 소년의 연주를 넘을 순 없다. 둘 중 한 사람이 대상을 타지 못 한다면 그야말로 조작이다.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받으며 소년은 웃었다. 그야말로 빛나게.. 그리고는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무대에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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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부 대상은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서!!! 공동 수상입니다!!! 자작곡을 연주한 이성종 학생과 마찬가지로 자작곡을 연주한 김명수 학생!!!!!!무대 위로 올라 와 주세요!!
예복을 풀 세트로 갖춰 입은 잘생긴 소년과 헐렁한 교복을 너저분하게 걸치고 풍선껌을 씹고 있는 가녀린 소년이 무대에서 맞닥뜨렸다. 두 사람 모두 불만이 가득 담긴 듯한 표정이었지만 트로피와 상장. 그리고 꽃다발을 품에 받아들고 관중에게 인사했다. 껌을 짝짝 씹고있던 가녀린 소년이 예복을 입은 소년을 흘겨 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낙관주의자. 아무 생각없이 해맑기만한 녀석.인생이 그렇게 해맑던? 너 아직 어리구나!"
그에 회장을 나가려던 예복의 소년이 우뚝 멈춰 서고는 뒤로 팽하니 돌아서서 껌을 씹고 있는 소년에게 성큼 다가가 읊조렸다.
"비관주의자.음악에 죽음을 담다니. 그것도 변명으로 점철 된 그 따위 죽음. 너 피아노 왜 치냐? 너한텐 피아노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냐?"
이것이 소년과 소년의 만남이었다.
비관주의자. 이성종.18살. 고등학교 2학년
낙관주의자. 김명수.19살. 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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핡...제 정체를 벌써 눈치채신 분이 계셔여...어떻게 이럴수가!!! 제가 그렇게 티가 많이나는 사람이었던가!!!으악ㄱㄱㅋㅋㅋㅋㅋㅋㅋ
그래영.. 푸들이란 필명은 엘성만 올리는 서브 필명이에여...어떻게 제가 누군지 아신거지? 최대한 티 안 내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ㅠㅠ
브금은 제가 좋아하는 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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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