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BGM : 루싸이트 토끼 - 너 또한 똑같았음을)
42(Click Here) 完 |
42(完) "명수형!" 틱- 창문으로 던져진 돌이 힘없이 튕겨떨어졌다. 멍하니 창밖 푸른하늘을 바라보던 명수가 고개를 돌렸다. 성종이 출장을 나가있던 며칠새 잘생긴 얼굴이 꾀죄죄하게 물이 들어버렸다. 현관에서부터 급히 신발을 벗어던진 성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명수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이 흡사 엄마토끼의 품을 찾는 아기토끼 같아 베시시 기분좋은 웃음을 흘리는 명수다. "형!" "보고싶었어." 손에 들고있던 자갈돌을 내려놓은 명수가 덥썩- 성종을 낚아챘다. 얼굴이 마주치기 무섭게 곧바로 이어지는 진한 키스세례- 혼미해진 정신을 겨우 붙잡았을 무렵, 성종은 절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키스는 양치하고나서 해라고 몇번을 말했어요!!" 좁은 구식아파트의 작은 거실, 짧은 이별을 끝으로 다시 만난 연인이 부드럽게 엉켜들기 시작했다. 악몽과 같았던 그 날,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이 시점, 그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 "이찬희, 정대현. 너희 죽을래?" 답답할때마다 앞머리를 쓸어올리는 습관은 여전했다. 성종의 눈 앞에 무릎꿇고 앉은 찬희와 대현이 긴 앞머리를 잡아채는 성종의 고운 손을 바라보았다. 춥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튼 자국 하나없이 보드라운 손은 생긴 모습과 다르게 맵기만 했다. 성종에게 찌릿한 스파이크를 맞은 제 오른팔을 슥슥 비비던 대현이 성종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1년 전과 전혀 달라진게 없는 말끔한 얼굴, 하지만 그의 작은 머릿속에서는 7년을 건너뛴 또다른 생각들이 뒤엉켜 있을것이다. 이리저리 눈치나 살피며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않는 둘의 태도에 성종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내가 분명 말했지! 외국 나가있는동안 명수형 좀 부탁한다고!" "아니... 명수형이 어린애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십대 중반이나 되는 성인남자가 애도 아니고!" "닥쳐. 너네한테 맡긴 내 잘못이지, 다 내 잘못이지!"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성종은 1년 전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화내지 마." "명수형도 문제가 있어요. 보고싶거나 힘든게 있었으면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죠. 제가 나가있던 3일동안 씻지도 않고, 밥도 안먹고. 이게 뭐에요!" "별로. 몸은 멀어져도 내 마음속엔 니가 있으니까. 보고싶을게 뭐가있어. 여기에 있는데..." "뭐... 뭐요?" 잔소리가 심하게 늘었다거나- 하는 둥. 그래도 제 심장께를 콕콕 찌르며 닭살돋는 멘트를 서슴없이 내뱉는 명수 덕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흐릿하게나마 살짝 미소를 짓는다. 미소짓는 성종을 보며 덩달아 명수의 기분도 좋아졌는지 허공을 보며 실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왜 웃어요?" "이성종 있으니까 좋아서." "내가 그렇게 좋아요?" "그럼." "얼만큼?" "우주만큼 땅만큼~" 크큭-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마냥 웃어대는 명수를 안쓰럽게 내려다보는 성종이다.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모습으로 명수는 변해버렸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 날 이후부터 였을거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모두를 잃은 명수는 반쯤 미쳐버리고 말았다. 특유의 냉철함을 잃고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만을 바라보는게 명수의 하루 일과였다. 그나마도 성종이 남아있었기에 망정이지, 성종까지 명수의 곁을 떠났다면 그는 쥐도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성종은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있었다. 정신이 빠진듯한 지금의 명수이든, 차갑던 옛날의 명수이든 성종에게 그는 늘 소중한 존재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내가 언제?" "기억안나요?" "난 항상 너 좋아했어." "... 그래요. 나도 형 좋아해요. 됐죠?" "당연한 소릴." 으으 닭털날린다- 훈훈해진 분위기를 틈타 찬희와 대현이 슬금슬금 현관으로 기어갔다. 그러나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성종이 그것을 놓칠리는 없었으니, "야 너네 어디가!!" "오랜만에 뜨거운 시간 보내야지! 우린 간다!" "야 이성종 다음에 밥 한끼 사줄게!" 달랑 두마디 말만 남기고 낭랑하게 뛰쳐나간 철없는 두 친구를 멍하게 바라보는 성종을 다시한번 꼭 껴안은 명수가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뜨거운 밤 보내야지." "... 이 변태!" 바보같은 웃음속에서 슬쩍 보이는 늑대의 미소. 성종은 절로 지끈거리는 허리를 잡아쥐어야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이 사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지금 이 시간. 정말로 행복한 세상이 찾아왔구나- 성종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 "나갔다 올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요." "나도 나갈래." "안돼요. 애들 보는 앞에서 또 무슨짓을 하려고요." 입술을 쭈욱 내밀고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명수를 뒤로한 성종이 냉정하게 낡은 쇠문을 밀어닫았다. 전쟁이 끝나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성종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사람은 다름아닌 한일이었다. 미국으로 가서 웬만큼 자리를 잡은터라 그리 어렵지않은 생활을 이어나갔다던 한일은 뜻밖에도 아주 익숙한 얼굴과 함께 성종을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성종군?」 「... 이선웅씨?」 그리 멀지않은 과거, 반정부연합군을 자처한 연구원들에게 메시아란 칭호를 붙여주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M센터의 소장, 선웅이 그 주인공이었다. 「미국으로 가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왠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서 말이죠-」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그는 한일과 함께 미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신(新)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들에게 차마 손을 벌릴 수 없었던 성종은 극히 소수의 돈을 빌려받아 지금의 작은 아파트를 구입했다. 물론 그 작고 초라하기만 했던 아파트는 시간이 갈수록 명수와 자신, 둘만이 살 수 있는, 그 어느 호텔 스위트룸보다 좋은 집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호화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서민의 생활에 점점 적응해가고 있는 성종, 더이상 그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Mko라는 헛된 이름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성종은 그 소박하고 작은 지위를 사랑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판기에서 식사대용 알약을 꺼내든 성종이 저 멀리 시끌시끌한 번화가로 시선을 옮겼다. 제 2차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은 엄청난 속도로 상처를 회복해가고 있었다. 정권을 잡은 평화주의자들의 지휘하에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낸 사람들은 무너진 집을 복구하며 활기를 찾고 있었으며, 핍박과 공격에 눌려 숨어있던 소에족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소에족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따뜻한 미소로 반기기에 이르렀을 뿐, 더이상의 분쟁과 편견은 없었다. 오랜 전쟁으로 지쳐버린 사람들은 어렵게 되찾아온 평화를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쌀맛이 나는 알약을 씹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종이 향한 곳은 간이 학교였다. 가장 먼저 복구된 서울 시청에 자리잡은 간이 학교는 시대를 잘못타고 태어난 어린 아이들부터 전쟁의 끔찍함을 어린 몸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청소년들이 다니는 말 그대로 학교였다. 그 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기계처럼 암기를 하고 문제를 풀던 과거와는 달리- "선생님이다!! 성종쌤!!" "그래그래, 잘 있었어?" "네에!" 사람과 사람끼리의 소통을 가르친다는 것.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리타분한 교육보다는, 어린나이에 전쟁의 아픔을 겪어야했던 아이들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간이학교의 목적이었고 성종이 간이학교에 취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간이학교의 교사진은 대부분 Mko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똑 부러지는 말솜씨와 따뜻한 성격 그리고 훤칠한 외모까지 겸비한 성종은 단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Mko 선생님으로 꼽혔다. 가끔가다 성종을 알아보는 Mko들은 흠칫 몸을 떨며 그를 피했지만 성종의 따뜻한 면만 보며 자란 아이들은 성종을 꺼리낌없이 대했다. 그게 좋았다. 색안경을 쓰지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사랑해주는 아이들의 순수함- 아마 성종은 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이 고팠을지도 모른다. 한참 잡념에 잠겨있을 무렵, 짙푸른 머리색을 가진 작은 꼬마가 성종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짐짓 심각해져있던 성종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꼬마가 성종의 미간을 쭈욱 늘였다. 그 고사리같은 손을 떼어낸 성종이 꼬마를 번쩍 들어안았다. "안녕? 처음보네-" "네에-" "친구는 이름이 뭐에요?" "저요오?" "응." "동우에요!" "... 응?" 꼬마의 보드라운 머릿결을 쓰다듬던 성종의 손이 바짝 굳어버렸다. 뭐라고? "동우에요! 윤동우!" 아- 처음보는 성종의 멍청한 표정이 웃긴지 꼬마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곧 저 멀리서 제 이름을 부르는 다른 선생님의 목소리에 미련없이 성종의 품을 떠나 팔랑거리며 뛰어갔지만 성종은 그 꼬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꼬마가 저 멀리 방으로 들어갔을때야 겨우 상념을 떨쳐낸 성종이 민둥산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잘 지내고 있어요?" 누구에게 보내는 말인지는 성종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꼭 어울리던 두 연인을 떠올리며 성종이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는 행복해요?" 잊으려해도 잊을 수 없는 것. 축 늘어진 니트가 흘러내려가며 성종의 좁은 어깨가 드러났다. 그곳에 자리잡은, 언제 새겨졌는지 모를 길고 흉한 상흔. "이게 바로 지워질 수 없는 기억의 흔적이 아니겠어요?" 성종이 어깨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모르겠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아는 천재, 속칭 괴물이라고 불리는 Mko 성종도 도통 모르겠는 것이 하나 있었다. "보고싶어요. 그리워요. 당신들-" 복잡미묘한 제 마음, 성종은 도저히 그것을 알 수 없었다. 그리움도 아쉬움도 아닌 그 미지근한 감정. 아니, 그것이 거센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리워하기에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과거임에도 무의식 중의 성종은 과거 속의 메시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평화로운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며 성종은 그 울렁이는 그리움을 자연스레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성종을 놀리기라도 하려는지 백색날개를 가진 나비가 간이학교의 상공으로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다. 성종이 그 나비를 주시했다.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그것은 금새 성종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 학교가 파한 후, 성종의 급한 발걸음이 향한 곳은 지은지 얼마 안된, 깨끗한 외관을 자랑하는 한 병원이었다. 병원 입구부터 저를 맞이하는 여럿 의사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성종이 인상을 찌푸렸다. "미르는 어때요?" "잘 지내고 계시죠. 이게 다 도련님의..." 성종이 찌릿- 말을 꺼낸 의사를 노려보았다. 그제서야 의사는 제 말실수를 깨달았는지 꾸벅 인사를 하고 뒤로 물러났다. 도련님, 아드님 따위의 거창한 호칭은 성종이 꺼려하는 최악의 호칭이었다. 살짝 얼굴을 찌푸린 성종이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병원의 끝하고도 가장 깊은 지하 5층. 환하게 불이 밝혀진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그를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노크 좀 하고 들어오세요." "깐깐하긴 여전하네요." "나는 괜찮은데 아기가 놀라면 어떡해요." "아, 네." 건조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성종의 시선이 남자가 안고있는 작은 아기에게로 향했다. 뽀송하고 하얀 피부에 한창 살이 올라 통통한 볼을 자랑하는 아기가 성종에게 두 팔을 번쩍 뻗었다. "천사야- 잘 있었어?" "으, 우으으..." 힘겹게 말을 꺼내보려는 아기가 남자의 품을 벗어나려는 듯 바둥거렸다. 짐짓 섭섭한 표정으로 아기를 성종에게 넘겨주는 남자. 성종의 품에 안기자마자 아기는 또랑한 눈을 감추고 잠에 빠져들었다. "의사들은 잘 해줘요?" "당연하죠. 성종씨 덕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고요." "뭘요. 당연히 해야했던 일인데." "왜 그렇게 생각해요?" "... 저도 당신같은 M에게서 태어난 Mko니까요." 1년 전. 홀로 남은 M을 위해 성종은 남은 Mko를 모두 끌어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이 뭐에요?」 「미... 르.」 「그냥 미르에요?」 「네...」 홀로남았다는 허탈함에 잔뜩 창백해져있던 한국의 마지막 M, 미르. 성종은 그에게서 어린날의 성규를 보았다. 「미르.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네. 아니, 아니에요. 전처럼 억지로 아기를 가지는건 싫어요.」 「아뇨, 그런거 말고요. 미르가 원하는 진짜 아기 말이에요. 미르의 손으로 직접 키우고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진짜 아기.」 「그게... 그게 가능해요? 난 M인걸요. 난 내 아기를 가질 수 없어요.」 「가능해요. 지금은 새로운 세상이니까요.」 이제껏 고생했던 모든 M들, 그들을 대변하려 혼자남은 M을 위한 작은 선물. 지금 제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청하고 있는 작은 아기. 그것이 성종이 M들에게 바치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임무였다. Mko들을 비롯해 직접 M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수소문끝에 모두 불러모은 성종이 계획했던 마지막 M사업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절실한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마지막 Mko, 천사였다. "천사가 이뻐요. 꼭 미르를 닮았어요." "닭살돋게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꼭 내 어릴적을 보는 것 같아서요-" 잠든 천사를 미르의 품에 안긴 성종이 뒤를 돌았다. 미련없이 걸어나가는 성종을 미르가 붙잡았다. "저, 성종씨." "네." "정말, 감사해요." "미르가 왜 감사해요. 제가 더 감사하죠." "..." "엄마가, 성열씨가 꼭 이루고 싶었던 꿈- 미르씨가 대신 이루었잖아요. 그것도 제 손으로 도울 수 있게." 성종이 문을 닫았다. 누군가의 고통과 누군가의 복수심을 불러일으켰던 M의 존재는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지리라.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보고있어요? - 정사가 끝난 늦은 밤, 나른해진 몸을 침대에 맡긴 성종이 옆자리에 누운 명수의 얼굴을 만지작댔다. 악몽을 꾸는 날이 잦아져서 그런지 영 잠이 오지 않았다. 왠만한 악몽이라면 모르겠지만 야속하게도 성종의 머릿속은 22세기의 최후를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는데에는 명수의 잘생긴 얼굴만한 것이 없었다. 성종이 명수와 눈을 마주쳤다. 언젠가부터 명수의 눈동자는 공허하게 비어있었다. 하지만 성종의 얼굴만은 말끔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그 사실에 기쁘면서도 속이 상하는 성종이다. "오똑한 코, 큰 눈, 키스를 부르는 입술-" "으윽, 그건 좀 아니다." "왜요. 우리 명수형이 얼마나 잘생겼는데!" 꺄르르- 싱그럽게 웃는 성종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명수가 그의 쇄골에 다시한번 입술을 파묻었다. "아! 형 그만해요! 내일도 학교 나가야하는데..." "뭐 어때. 어린애들이 뭘 알겠어?" 쪼옥, 민망한 소리까지 내며 성종의 품에서 얼굴을 떼어낸 명수가 성종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진하게 입을 맞춘다. 닿았다 떨어졌다- 여유로운 명수의 모습에 더욱 안달이 난 것은 성종이었다. "성종아." "하..." "그거 알아?" "흣... 뭘... 요?" "이제 내 마음속에서 이성열이 아닌 니가 보인다는 거." 잠깐 멈칫한 성종이 명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심이에요? "당연하지." "정말이죠?" 절대 가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명수의 마음이 이젠 저를 향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성종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형." "응." "그거 알아요?" "뭐를." "Mko는 자연사망이 안된다는 것. 누군가가 심장을 멈추지 않으면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것." "알지." "그럼 이것도 알겠네요." "뭐를." "형과 나는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한날 한시에 죽을 수 있다는 것까지." "음..." "몰라요?" "당연히 알지." 장난스럽게 웃은 명수가 있는 힘껏 성종을 끌어안았다.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뛰는 이 느낌, 좋았다. "그대라고 불러줄까요?" "아니. 이제 니가 불러주는 명수형이 더 좋다." "... 히이."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많아 성종아. 옛날처럼 시간에 쫓기는, 불안한 사랑은 이제 없어." "..."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일만 하게 해줄게. 내 남은 평생을 모두 너에게 줄거야." "나도... 물론이에요 형." "예전에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 진정한 사랑은 항상이자 영원이라고."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의 연인까지. 성종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어간다. "..." "이제 내가 너의 영원이 되어줄게." 촉-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명수와 성종. 그들의 옅은 베이비키스와 동시에 벽에 붙여두었던 성열의 사진이 힘없이 침대 틈 사이로 떨어졌다. 낡은 라디오의 잡음이 멎었다. 그리고 짤막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한인킬러 AK의 마지막 희생자가 오늘 오후 7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데이터 대조결과 피해자는 前 육군대위 정씨로 신분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시신이 훼손되어...〕 구구절절 이어지는 아나운서의 말소리. 성종이 작게 입을뗐다. "명수형. 정대위라면..." "알아. 엄마를 죽인 사람." "우현이 형이 이 사실을 알면 정말 좋아하겠어요." "그렇겠지?" 명수의 품에 안긴 채로 편안히 뉴스소식을 전해듣던 성종이 아나운서의 마지막 한마디에 표정을 굳혔다. 〔피해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증거인 10원권 동전과 피해자의 몸속에서 발견한 개조총알을 바탕으로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러시아 당국은 모든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 "네. 선웅이형. 지금 공항입니다." 검은 수트를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공항으로 들어선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리한 풀코보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한가했다. -바로 미국으로 올거지? "아뇨. 잠시 한국에 들렀다 가려고요." -한국은 왜? "에이. 안봐도 비디오지. 형 지금 나 걱정하고 있는거에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던 그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동시에 그의 팔자주름이 반짝이며 빛났다. -그런건 아닌데... "경호고 돈이고 다 필요없어요. 금방 들렀다 갈테니까 걱정말고 기다려요." -그래. 이제 모든 임무는 끝난거지? "... 그런 셈이죠." 짐짓 씁쓸한 표정으로 통화를 끝낸 남자가 수트 안주머니에서 여권과 항공권을 꺼내든다. 발걸음이 여느때보다 가볍다. "한국." 1년만에 돌아가는 그의 조국. 그리고 누군가의 품. 남자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출국 심사대 앞에 선 남자가 여유롭게 여권을 내민다. 그곳에 적혀있는 또렷한 그의 이름. K. haissem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이름에 직원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짧은 대화를 끝낸 뒤, 라운지로 발걸음을 떼던 남자가 여직원에게 속삭였다. "그거 알아요?" "Uh?" "haissem을 거꾸로 하면 messiah가 된다는 사실." 이젠 희귀한 언어가 되어버린 한국어를 알아들을리 없는 직원이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짝씩 보이는 그의 맨살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긁힌 끔찍한 상처들이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었다. - 아직 피비린내가 채 가시지 않은 한국의 공기, 하지만 그 하늘은 맑았다. 긴 비행에 찌뿌둥해진 몸을 이리저리 비튼 남자가 공항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급하게 지어진 간이 공항치고는 꽤 볼만하네- 이것이 남자의 냉철한 평가였다. 러시아보다 훨씬 따뜻한 한국의 겨울바람을 음미하며 살짝 눈을 감는 순간, "저..." 누군가 남자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남자보다 키가 조금 작은 청년이 서있었다. "네?" "혹시 저 아세요?" "누구..." "진영이. 정진영. 기억안나세요?" "음... 글쎄요." "시트린. 이것도 모르겠어요? 우리 코드네임..." "사람 잘못보신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안하게 머리를 긁적인 청년이 뒤를 돌아 급히 뛰어갔다. 고개를 갸웃거린 남자가 뒤를 도는 순간, 헉헉대는 더운 숨이 귓가에 닿았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 저 멀리 뛰어갔던 청년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있었다. "저기요." "또 왜..." "혹시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 "한마디만 들어주세요. 그 사람과 너무 닮아서 그래요, 당신." "... 말해봐요." "형. 정말 미안해요. 난 아직도 형이 살아있다고 믿어요. 꼭 행복하셔야 해요." 다소 급하게 내뱉은 말을 끝나기 무섭게 청년이 뒤를 돌아 도망치듯 뛰어갔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남자의 얼굴에 약간의 균열이 생겼다. 한국은, 아직까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공항을 나와 택시를 잡은 남자가 익숙한 주소를 불렀다. 자동 인식된 주소로 택시가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이 땅에 존재하는 첨단기술, 웃기지 아니한가. 남자의 웃음소리가 저 멀리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 남자의 목적지는 불타버린 KIST옆에 자리잡은 작은 숲이었다. 전쟁통에도 용케 살아남은 작은 떡갈나무 숲 안쪽으로 남자가 걸어들어갔다. 한참이나 우거진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무언가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그랗게 솟아오른 무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빛바랜 반지 2개. 꽁꽁 언 낙엽이 잔뜩 묻은 수트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남자가 어색하게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파르르 떨며 웃기 시작했다. "안녕, 김성규?" 휘잉- 바람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로 푸석거리며 낙엽이 마찰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남자와 무덤 사이의 공간만큼은 고요하다. "많이 기다렸어?" 남자가 삐걱거리는 다리에 겨우 힘을 주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무덤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안해. 너무 늦게 찾아와서." 남자가 실없이 웃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용서해줄거지? 니 말대로 살았어. 그 끝없는 화염 속에서 살았어. 김성규." 남자가 시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야. 나 왔어, 김성규. 나 남우현이 왔다고..." 남자의 흐느낌이 짙어져 갔다. 깊은 그리움을 간직한 그 곳,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단 하나, 김성규만을 간직하지 못한 이 나라. 남자가 밟고있는 이곳은 한국이었다. - 혼미해진 정신. 저 멀리 열려있는 통유리 창문으로 검디 검은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30층. 떨어져죽든 타죽든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불이 없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까 전 심하게 다쳤던 다리는 역시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물론 두 다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뚫린 바람구멍에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다. 두 팔로 몸을 질질 끌어가며 창문께로 기어갔다. 뭔가 심하게 잘못맞은 듯 느낌이 좋지 않았던 옆구리가 울컥-하며 핏덩어리를 뱉아냈다. 창문으로 향하는동안 용케도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출혈로 눈이 점점 감겨갔다. 머리가 띵하게 울린다. 폣속깊이 차고 든 유독가스, 숨을 죄어오는 검은 연기에 정신이 온통 혼미해진다. 이제 죽는건가. 정말로 죽는건가- "크... 흐윽- 기.. 김성규!" 검은 연기를 뚫고 나온 상체가 창문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그제야 탁 막힌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살 수 있는걸까. 아주 잠시나마 희망을 가져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0층 높이의 끝없는 추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젖먹던 힘을 끌어모아 부들부들 떨리는 팔에 힘을 주었다. 아찔한 높이. 눈을 꼭 감았다. 한번의 심호흡.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죽음의 앞에서 태연해진건 오랜 전쟁으로 인한 습관이었다. 망설임 없이 창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피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고 나를 속박하던 뜨거운 열기는 사라졌다. 살짝 뜨인 실눈 사이로 거무튀튀한 시멘트 바닥이 보였다. 나도 이렇게 죽는구나. 허탈함보다 김성규를 만난다는 설렘이 더 크다는 건 내가 미쳤다는 증거겠지- 김성규. 이제 널 만나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뜨거운 공기를 가로지르는 기분- 생각외로 나쁘지 않다. 죽을위기에 처하면 엔도르핀이 그렇게 많이 나온다던데, 몸소 체험해보니 빈말은 아닌 듯 하다. 이 세상의 구원자, 메시아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 보이는 것은, 환하게 웃고있는 어느 여름 날의 김성규. 그를 따라 나도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억지로 끌어당긴 입꼬리가 덜덜 떨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터질듯한 심장의 고통이 찾아왔다. 심장을 강하게 옥죄이는 알수없는 힘에 절로 숨이 막혔다. "허... 흐... 흐어어억...!" 심장이 멎는줄만 알았다.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뛰던 심장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공기를 가르던 시원한 바람도, 아래로 떨어지는 나를 끌어당기던 중력도, 그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한 자기장에 이끌리는 자석이 된 것만 같았다. 엄청난 힘이 어딘가로 날 이끌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오랜만이다?" 왜 당신이 여기있는거죠? 극도의 공포를 경험한 입은 덜덜 떨릴 뿐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믿기지않는 상황에 도록도록 좌우로 눈을 굴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여기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현실이 맞다. 바로 옆에서 GCT가 활활 불타고있는 바로 그곳- 나를 품에 안고있던 누군가가 내 몸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깔보듯 밑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졌다. "너 이새끼 인사하는법도 까먹었냐?" "..." "정말 까먹은거냐? M센터의 소장 이. 선. 웅." 「혹시 안보이니? 소장 이. 선. 웅. 이제 갓 서른줄을 넘긴 스텐퍼드 대학교 출신 엘리트. 젊은나이에 M센터의 소장직을 맡으러 2년전 미국에서 날아온 대한민국 M기술의 희망. 너흰 뉴스도 안보는 모양이야?」 "음... '타블로' 라고 하면 기억하려나? 미국에서 금방 건너왔는데 섭섭하게 몰라봐주다니..." 「아. '타블로' 라고 하면 알려나? 미국에서 건너올 때는 다들 한국이름 대신 영어이름으로 불러주더라고. 섭섭하게시리.」 순간 탁- 하고 긴장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욱씬거리는 몸에서 쏟아지는 생경한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그 사이로 보이는 선웅의 미소에, 완전히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으... 으음..."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비쳐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 따갑게 눈을 찌르는 그것에 동그랗게 떴던 눈을 급히 감았다. 찌르르- 머리를 쥐고 흔드는 끔찍한 두통은 여전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아니, 모든것이 달랐다. "일어났어?" "..." "정신없지? 일어나서 지랄거릴 생각말고 누워서 좀 쉬어." "... 나 정말 살아있는거 맞아?" "당연하지. 그럼 내가 염라대왕이냐? 헛소리말고 쉬라니까." 선웅의 나긋한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오랜만에 제 기능을 시작한 홍채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가 부산스럽게 움직거렸다. 몸 구석구석에 연결되어있는 수많은 전선들이 불편하게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당황해서 눈을 도록도록 굴리는 사이 선웅이 푸스스 웃으며 침대의 케이스를 닫았다.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자동 침대가 내 몸에 꼭 맞게 조여졌다. 밤새 낀 눈곱도 깔끔하게 닦아내고 세수와 양치는 물론 옷까지 말끔하게 갈아입히고 나서야 침대의 소음이 멎었다. 평소에는 그토록 싫어하던 어색한 정적이 지금만큼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고요함은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 짧은 정적을 깨는 선웅의 목소리가 침대 바깥으로 들려왔다. "지금 얘기 좀 할 수 있어?" "응." "일단 다른애들한테는 니 얘기 안했어. 괜찮지?" "... 역시 일처리는 이선웅씨 따라올 사람이 없다니까." 선웅과의 대화. 반년 전, 평화롭지만 위태로웠던 그 나날들을 떠올랐다. 선웅이 메시아라는 이름을 남겨두고 떠났던 그 날 이후,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짜식- 너 3주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어. 하긴 그 전쟁통에서 너 구해왔을때 몸상태가 최악중의 최악... 그래 죽기 직전이었으니까. 새삼스럽지는 않네. 3주만에 깨어난거면 짐승이지 짐승." "3... 주요?" "응. 아 맞다, 그럼 지금 한국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네." "여기가... 한국 아니에요?" "여긴 미국이야. 노스캐롤라이나 주. 알긴 아냐?" 아, 언젠가 들어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을 지휘하고 있으면서 정작 제 나라는 평화롭게 감싸고 있다는 거대한 나라 미국. 내가 지금 그곳에 와 있었다. 함께 했던 모든 동료들을 한국에 남겨둔채로. 자고 일어나서도 허리가 아프지 않게 해주었던 폭신한 침대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함께 했던 그들, 메시아들은 잘 지내고 있는걸까. "음... 어쨌든 전쟁은 완벽하게 반정부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정부가 완전한 항복선언을 하고 주요인사들은 지구 곳곳에 뿔뿔이 흩어졌어. 비어있던 정치권에는 평화주의자들이 대충 자리잡은듯 싶고. 걱정안해도 될거야." "아..." "22세기의 마지막 날. 너희 반군이 정부와 최후의 혈전을 벌인다는 소문 듣고 전용 제트기타고 총알같이 날아갔잖냐, 바로 나 이선웅이. 아마 내가 그날 한국에 가지 않았다면 넌 꼼짝없이 죽었겠지?" "끔찍한 소리마요. 살았으면 된거지-" "그래. 어쨌든 멀리서 전투상황만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혹시 힘들면 데려온 전력이라도 투입시킬까 벼르고있었거든. 근데 한참 전투가 끝날때 쯤 거대한 불이 솟아오르더라. 그 찬란한 GCT를 감싸돌고 말이야. 척보면 척- 그 유명한 원소술사 소에족 장동우가 끝장을 냈구나- 싶었지. 한국 반정부연합군 주요인물들, 미국에서 꽤 유명하거든. 신문에도 자주 다뤄지고! 여섯명의 메시아들, 캬- 멋있지 않냐? 내가 이름하나는 참 잘지었지!" 선웅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지만 왠지 그 얘기가 달갑게 들리지는 않았다.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던 우리가 고작 강대국의 흥미로운 구경거리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좁은 한국에서 싸우는 동안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외국 언론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도움하나 주지않고 방관만 했었다는 사실. 이제 다 끝난일이고, 지금와서 열내봤자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지만 왠지모르게 화가 났다. "하여튼 총성도 멎고 조용해졌길래 구경이라도 할겸 해서 GCT 뒤쪽으로 돌아갔어. 그렇게 GCT 코앞까지 다다랐는데 글쎄, 하늘에서 피칠갑을 한 사내새끼 하나가 떨어지지 뭐야? 내 옆에 있던 완력(脘力)계열 소에족이 받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끔찍한 꼴 볼뻔했어." "..." "그리고 얼굴을 확인하는데, Oh god damn! 내 사랑하는 동생 우현이더라고! 그대로 넌 혼수상태에 빠졌고, 우린 급히 미국으로 귀국했지. 니 몸상태가 정말 죽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전쟁 통에 한국 병원은 다 부셔져서 치료가 불가능했거든." 그 뒤로도 주절주절, 선웅의 말은 끝없이 이어졌다. 듣는둥 마는둥 가만히 눈을 감고 허전한 손가락을 훑었다. 반지. 동우에게 줬던 반지는 잘 있을까. "아, 맞다. 그 얘기 들었어. 반정부연합군의 정신적 지주인 M 17호 김성규의 사망소식." "... 아, 네." "사실 걱정 많이했어. 김성규 죽었다고 남우현 그 망나니놈이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너도 꽤 끈질기다? 철없는 어린앤줄만 알았더니 이성적이게 사고할줄도 알고. 완전 다시봤다, 남우현?" "아, 하하하..." 이제 김성규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실없는 웃음을 흘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냥 자랑하고 싶었다. 김성규, 나 이제 이만큼 컸다-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거야?: "음... 다른 사람들은 제가 살아있는 사실... 모르죠?" "응. 나랑 내 비서, 널 구해준 소에족만 알고있어. 아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부인까지." "... 그러면 선웅이 형." "응." "날 새로 만들어줄래요?" "... 그게 무슨 뜻이야?" "이전의 남우현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걸로 해줘요." "...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줘요. 국적도, 출생년도도, 이름도 모두 거짓으로 만들어진 사람. 그리고 그 속에 나를 넣어줘요." "뭣하러 그렇게..." "사람을 죽일거에요." "..." "22세기 한국을 지배했던 썩은 정부의 주도자들을 모조리 찾아서 죽여버릴거에요. 단 한명도 빠짐없이." 바득- 이를 갈았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때부터였을까, 나만의 고독한 전쟁이 시작된 것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싶던 선웅이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침대 케이스를 열고 헐거워진 전선패치들을 꼼꼼히 점검한 그가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몸 이곳저곳이 여전히 욱씬거렸지만 온갖 고통을 다 경험해보고 나니 이것쯤은 별거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람구멍이 뻥뻥 뚫려있던 옆구리와 다리, 배 주위는 말끔하게 붕대로 감겨있었다. 끔찍한 상처들을 훑던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옆쪽 벽에 자리한 창문을 바라보았다. 깊어지는 겨울을 알리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추워보였지만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았다. "저 하늘너머 있을 너, 김성규. 하루 빨리 만나러 가고 싶지만 아직은 갈 수 없어.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다시 만날 그 날에는 정말 내가 너의 영원이 되어줄게. 사랑해. 보고싶어 김성규." 선웅의 구둣소리가 저 멀리 흩어졌다. 자세를 바꿔보려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아직 불편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짜증이 솟구쳤다. 그나마 상태가 나은 왼쪽팔을 스탠드 탁자로 뻗었다. 손에 착 감겨오는 익숙한 감촉, 그것은 한 쌍의 블랙샴이었다. 장난삼아 벽에 총을 겨누었다. 익살스레 소리를 내며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아직 나 남우현은 살아있다- 꼭 이렇게. - 무덤 앞에 나란히 놓인 반지를 집어들었다. 누군가가 들러서 깨끗하게 닦아놓았는지 녹이며 핏물이며 다소 지저분하던 반지는 전과 다르게 깨끗했다. "한국 소식은 성종이랑 연락이 닿는 선웅이형한테 줄곧 전해듣고 있었어. 착한 애들이 이렇게 우리 무덤 만들어준 것도, 이 무덤을 끝으로 모두 흩어져버린 것도 모두 들었어. 그리고 다짐했어. 한국의 22세기를 피로 물들이고 도망쳤던 정부 인사들을 모두 죽이고 나면, 꼭 이 무덤에 찾아오리라고. 한국으로 돌아오리라고. 그래야 당당하게 엄마를 마주할 수 있잖아. 그렇지?" 우현의 손가락에 걸린 두 반지가 맞닿아 짤랑이는 소리는 여전히 낭랑하고도 구슬펐다. 허공에서 두 반지가 나란히 흔들렸다. 그게 꼭 어느날의 성규와 제 모습같아 아득히 그리워지는 우현이다. "엄마. 뉴스 들었어? 외국으로 도망친 한국 고위간부들을 찾아내서 잔인하게 죽이는 킬러, AK. 그게 바로 나야. 왜 AK인줄은 알아? 유치하지만 그거, Always Kyu 약자야. 내 수준이 그렇지 뭐. 비웃지마 엄마-" KIST 복구작업을 위해 떡갈나무 숲을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미치광이보듯 빤히 바라보았지만 우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성규와 함께라면 미치광이라도 상관없었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한테 총쏴넣었던 그 뚱땡이 할아버지, 이름이 정대위였나? 그 새끼 죽이는게 제일 힘들었어. 다른 새끼들 다 죽이고나서 찾아보니까 참 멀리도 도망가있더라. 그것도 가는 곳마다 번번히 놓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제일 잔인하게 죽여줘서 속은 시원했지만-" 아닌척 했지만 괜시리 눈물이 났다. 고집부리는 어린애마냥 눈가를 거칠게 비벼닦았다.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않았다. 솔직히 쪽팔렸다. 오랜만에 만난 성규 앞에서 우는 것이. 우현의 눈물이 나란히 겹쳐진채로 놓여있는 두 반지 위로 떨어졌다. "엄마, 아니 김성규. 많이 보고싶어." 매일매일이 그리웠고, 항상 너를 생각하며 죽고싶은 마음을 눌러참았어. 그렇게 1년을 버텼어, 김성규. "나도 엄마가 느꼈던 그 아픔 이제야 알겠다. 나 철들었나봐, 김성규.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 그에게 그리움을 안겨준다는 것. 그게 참 많이 아프다는 것. 이제 나도 알아. "니가 말한대로 나 오래오래 살다가 죽을거야. 주름 자글자글한 할배가 될때까지 이 세상에 남아 오래오래 살다갈게. 이 아름다운 세상, 많이 보고 즐겁게 살다가 죽을거야. 그리고 너 만나러 갈거야. 너 만나서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을 다 말해줄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하늘 너머 다른 세상에서, 꼭 나만 보고 있어야해? 딴 놈 만나지말고. 약속해 김성규." 내 마음속에 사는 김성규야. 내 영원아. "다음생에는 우리도 다른 연인들처럼 손도 잡고 데이트도 하고 그러자." 이렇게 무덤앞에서 청승맞게 얘기하지 말고. 꼭 다른 연인들처럼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자. 꼭 그러자.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거야. 듣고있니 성규야? 눈물은 멎지 않았지만 웃음이 났다. "항상 널 좋아해. 항상 널 생각해. 너도 그렇지?" 어디선가 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 따스한 기류에 우현이 볼록 솟은 무덤에 몸을 기댔다. 한국을 떠났던 1년동안 참 많이도 생각했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성규와 제 무덤을 찾아가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하는. 생각해보면 할말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이곳에 오니 딱히 할말이 없었다. 그냥 좋았다. 어느새 고즈넉한 어둠이 찾아와있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김성규. 달 보고있어? 오늘따라 진짜 깨끗하고 밝다. 꼭 너처럼 예쁘다. 그치?" 성규 또한 제 시선이 닿아있는, 그 아름다운 달을 함께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우현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우현이 마지막 한마디를 꺼냈다. "사랑해 김성규." 그리고, "많이 보고싶을거야." 그 무렵, 떡갈나무 숲을 지나던 한 남자와 작은 꼬마 하나가 우현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 "..." 무덤에 기대어 누워 멍하니 밝은 달을 바라보는 그는 분명, 1년 전 죽었던 우현이 확실했다. 여유로운 웃음 유지하던 남자의 얼굴이 싸하게 굳었다. "형." "..." "유천이형." "... 아, 으응?" 그의 옆에 서있던 작은 꼬마, 준홍이 유천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뭐해. 어서 가자!" "너..." "지나가던 나그네가 무덤에서 쉬고 가려나보다. 그치?" "... 으응." "성규형아랑 우현이형아는 착하니까 무덤에 좀 앉아있어도 안 혼낼거야. 그러니까 그냥 가자. 나 배고파." "... 준홍아." 준홍을 안쓰럽게 내려다본 유천이 준홍의 복슬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 짧은 1년사이 준홍은 너무 많이도 커버렸다. 다시한번 무덤 앞의 남자를 바라본 유천이 굳은 결심을 하고 준홍의 손을 잡았다. "가자." "응." 터벅터벅. 아무렇지 않은척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무덤 앞의 나그네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때까지, 준홍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고싶었어요." "응? 뭐라고 준홍아?" "아니. 형아 잘생겼다고요." 준홍이 밝은 달을 가만히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소리없이 울었다. 준홍의 등을 토닥이던 유천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같은 곳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 "이게 그냥 꿈만같아서, 그래서 더 감사해요." 유천이 준홍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작기만 했던 꼬마는 이제 그리움을 참을 줄 아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형. 달이 예쁘죠." "응... 예쁘다." 그렇게 그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밤이 깊어가도록. -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담요를 걸쳐든 동우가 고아원의 작은 앞마당으로 걸어나왔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온 세상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동우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온 호원이 아무 말 없이 동우의 작은 등을 끌어안았다. 왠지모르게 그 옛날, 호원과 자신이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는 동우다. 「만약 내일 니가 죽는다면, 넌 뭐하고 싶어?」 「뭐야,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 「그냥 전쟁 중에 길바닥 헤메다보면 온갖게 다 떠올라.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거니까.」 「...그래...」 「난 아직 그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거든. 우리 엄마라면 하루종일 아빠랑 나랑 누나들이랑 다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겠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까. 난 네 답이 궁금해.」 「...하...난 말이야...내가 내일 죽는다면,」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나란히 누워서 달을 보면서 밤을 지새울거야.」 「...사랑하는 사람 없다면서.」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냥 그 사람이랑 누워서 밝은 달을 보며 얘기하고 싶어.」 「...그래?」 「지금 너랑 이렇게 있는 것처럼. 그 사람한테 밤을 새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여줄거야.」 「그 사람이 누군데?」 「글쎄. 나도 잘 몰라, 아직은.」 그게 나였다는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동우가 살풋 미소지었다. 호원이 따뜻한 체온에 더이상 쌀쌀하지도 춥지도 않았다. 그의 품은 언제나 따뜻했다. "동우야." "응?" "그거 기억나?" "뭐가."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뭘 하고싶은지 말해줬었잖아." 동우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호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동우와 눈을 맞췄다. 동그랗게 떠진 동우의 눈동자, 호원이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떼었다. 붉어진 얼굴이 부끄러워 애써 고개를 숙이며 동우가 웅얼거렸다.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나란히 누워서 달보기... 그리고 밤새기." "다 기억하네?" "당연하지." "그럼 하자. 지금." 어깨에 얹은 팔을 내려 동우의 손을 꼭 맞잡은 호원이 그대로 털썩, 바닥에 드러누웠다. 살짝 눈치를 보던 동우도 그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맑은 하늘 사이로 빛나는 달. 그렇게 그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밤이 깊어가도록. - "코코! 이리와!" 얼마 전, 성종이 일을 나간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야했던 명수를 위해 구입했던 작은 강아지가 명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밤이었지만, 깜박했던 강아지의 저녁밥을 챙겨주는 명수는 그저 좋은 듯 실실 웃어대기만 했다. "아니 형. 지금 코코밥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진을 찾아야죠!" "필요없어." "... 형 정말 나빠요." 침대 위 벽에 걸려있던 성열의 사진이 사라졌다. 이리저리 뒤져봐도 털끝조차 보이지않는 사진탓에 성종의 속은 타들어가다못해 검게 변해버렸다. "뭐가 나뻐." "그래도... 성열씨 마지막 흔적인데...!" "이제 필요없잖아." "... 냉정한 인간." 명수는 알기나 할까. 어린날의 성종이 명수와 성열의 애틋한 사랑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짝사랑을 키워나갔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성열은 성종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집 어디에 있겠지." "없으니까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죠..." "나둬 그냥." 집 여기저기를 뒤지느라 먼지투성이가 되버린 성종의 손을 잡은 명수가 잘 열리지도 않는 베란다의 문을 억지로 열어재꼈다. 흉한 마찰음을 내며 열린 베란다 문 바깥의 풍경은 생각보다 꽤 멋있었다. 깊어가는 겨울의 한 중앙, 큰 와이셔츠 하나만 걸친채로 베란다로 나온 성종이 작은 몸을 약하게 떨었다. "형, 추워요. 들어가요." "달 이쁘다." "네?" 성종이 명수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소같았으면 탁한 구름에 끼어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달이 오늘따라 밝게 빛나고있었다. 멍하게 달을 응시하는 성종의 옆모습에 또 한번 반한 명수가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성종이 푸스스 실없는 웃음을 내뱉았다. "왜요. 또 반했어요?" "응. 너한테 반했어." "바보." "나 바보 아니야." "나한테 미친 바보." "뭐야." "그래서 좋아요. 나한테만 미친 바보라서." 서로에게 의지한 채 밝은 달을 바라보는 성종과 명수. 제 주인들의 눈치를 살살 살피던 코코가 구석에서 작은 종이 한장을 물고 베란다로 나섰다. 그 종이는 다름아닌, 방금전까지 성종이 찾고있던 성열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성열도 슬픈 미소를 띄며 밝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밤이 깊어가도록. - 일곱명의 메시아들은 볼 수 있었다. 밝은 달 사이를 가로지르는, 백색날개를 가진 한마리의 나비를. 그것의 여리고도 힘찬 날갯짓을. "우리는 이 세상의 구원자. The Messiah." 누군가, 혹은 누군가들의 목소리를 주문삼아 나비는 밝은 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비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름답고 찬란한 '세상' 만이 남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있다면 한번쯤 달을 바라봐주세요. 혹시나 모르죠, 휘영청 밝은 달 속으로 한마리의 흰 나비가 스며들고 있을지- Fin. 2011.09.06 ~ ING 메시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
독자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이야기 |
안녕하세요 그대들! 정말정말 오랜만에 찾아뵙는 봉봉입니다~ 메시아가 드디어 완결! 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네요. 이제 정말 완결...! 이번편에서 독자님들이 바라던 그 무언가, 이루어졌나요?^^ 결말도 다소 흐지부지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내용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게 많이 아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결 텍스트파일은 꼼꼼한 수정과 편집 이후 배포할 예정이에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거라고 믿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대들에게 완결텍파를 드리고 싶은 봉봉의 수줍은 마음...☞☜ 이제 방학인만큼 짐승처럼 수정에만 임하겠어요.. 아하핳! 메시아의 소재가 나왔던게 작년 8월, 근 1년간을 보낸 글인만큼 완결이 믿겨지지가 않고... 막 그러네요. 독자님들도 같은 마음인가요? 하핳... 메시아는 덩치도 많이 큽니다. 아직 수정도 다 안했지만 1MB가 넘는다는게 참트루;; 아마 수정 다하고나면 1.1MB, 즉 1100KB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글잡에서 연재하는 동안 독자님들과 함께해서 정말 기뻤습니다! 게으른 작가들때문에 1달가량을 기다리시고 또 기다리셨던 그대들.. 정말 죄송해요..ㅠㅠ 이때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아 오늘따라 코멘트가 왜이렇게 아련하지... 아련아련..ㅠㅠ 시간상 여유가 없어서 앞 게시물의 대부분은 덧글을 달아드리지 못했어요ㅠㅠ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인 만큼, 그대들과 많은 이야기도 하고싶고 .. 많이 아쉽고 하니까!매일매일 꼬박꼬박 덧글을 달아드리려고 해요! 메시아에서 아쉬웠던 부분, 수정시 조금 필요하면 좋겠다 하는 부분, 억지스럽거나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 등 지적 환영합니다ㅠㅠ 아직 많이 부족한 작가들이에요. 독자로서 그대들이 읽어주시고 지적해 주시는게 저희에게는 정말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완전완전 감사드릴거야! 사랑드릴거야!! .. 와 무슨 코멘트가 이렇게 길다냐;; 글보다 길겠네요 어이쿠..;;ㅠㅠ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을게요! 곧 완결 텍스트파일 공유로 찾아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대들, 메시아는 절대로 공금이 아니에요ㅠㅠ 1부도, 2부도 배포 환영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했고요, 수고했어요 그대들. 난 정말정말 독자 그대들이 좋습니다 :) 스릉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