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싶어. 말하는 세훈의 숨이 뜨거웠다. 눈썹을 가리는 긴 앞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에 눌러붙어 있었다. 종인이 손을 뻗어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더니 착하게 샐쭉 웃는 냉한 얼굴이다. 구형 에어컨은 며칠 전부터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꺼져버린 듯 싶었다. 종인이 제 얼굴에 흐르는 땀은 생각 못 하고 세훈의 옆 선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에어컨이 있는 곳을 슬쩍 돌아보았다. 전면 거울에,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커텐과, 마룻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두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갈까, 이제.
종인 역시 벌린 입술 사이로 밭은 숨을 뱉어냈다. 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일어난 종인이 세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손이 종인의 것과 비교되게 허얬다. 종인이 세훈의 마른 손을 잡고는 씩 웃었다. 끙차, 소리를 일어나는 세훈이었다. 종인만큼 키가 크고 체격이 크면서도 호리호리하게 마른 몸이 휘청였다. 종인이 세훈의 허리를 감쌌다. 안 돼, 여기 회사야.
웃음기 어린 얼굴의 세훈이 종인의 손을 떼어내었다. 종인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자 그런 종인의 장난 비슷한 행동이 익숙하단 듯 세훈이 먼저 연습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하늘 배경의 커텐이 가려 보이지 않는 복도엔 눈이 부시게 밝은 조명들이 간간히 길을 비추고 있었다. 막혀서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연습실의 공기보다 차가운 것에 세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종인이 스위치를 누른 것에 땀내가 베인 연습실이 흑색으로 물들었다.
불이 꺼진 연습실만큼 까만 하늘이었다. 회사의 문을 열고 나서면 늘상 같은 풍경들이 소년들의 눈에 비췄다. 옹기종기 모여서 회사를 들락거리는 연습생과 연예인을 보기 위한 무리들이었다. 연습생의 신분으로 회사에 매일같이 출석을 했던 세훈의 눈에 몇 년간 바뀌지 않은 그들의 모습과 달리 세훈은 바뀌었다. 더이상 연습생이 아니었다.
세훈의 손에 자그마한 선물이 쥐어졌다. 오래 전부터 세훈을 지지해오던 여자였다. 세훈이 고맙다는 의미로 살짝 웃으며 고개를 틀자 바로 옆에는 뚱한 얼굴의 종인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웃어주지 말랬지. 무언의 눈빛이었다.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보폭을 크게 넓혀 걷는 종인의 옆에 세훈이 따라 섰다. 오늘은 뒤따라오는 무리도 없었고 잰 걸음의 종인을 좇다보니 인적이 드문 거리에 세훈과 종인만이 걷고 있었다.
세훈이 종인의 손을 잡았다. 종인의 손에 세훈이 받은 선물이 쥐어졌다.
“선물.”
“…….”
“형 껀 내 꺼, 내 꺼는 형 꺼.”
“…….”
“내가 웃는 건 형 때문에 웃는 거.”
짜식이. 웃기는 소리 하네. 종인의 입이 귀까지 벌어졌다. 더운 손바닥 두개가 마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은 꾸러미는 반대편에 쥔 종인이 세훈의 손을 꽉 잡았다. 주물거리는 것에 세훈이 왜 이래, 하고 앙탈 비슷한 소리를 내며 빼내려고 한다. 가만 있어. 종인이 웃으며 세훈의 손을 잡아 끌었다. 상체가 바로 옆에 붙은 것에 다시 한 번 종인이 세훈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이번엔 세훈이 가만히 있었다.
걷는 둘은 말이 없었지만 익숙했다. 종인의 직속 후배 연습생으로 들어온 세훈을 살뜰히 챙기던 종인과 늘 밤연습을 끝내고 함께 걸었다. 둘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나긋한 음성들을 나누는 것은 이미 전에 마쳤다. 그리고, 연습생 시절에는 지하철 역이라거나 버스 정류장과 같은 둘의 헤어짐을 알리는 장소가 있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종인이 익숙하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파란 불빛을 낸 도어락이 열렸다.
복작거리는 숙소였다. 네 명의 동료들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각자 하는 것은 달라도 방을 놔두고 굳이 거실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댄서 라인이 고생이 많다며 농담식으로 건네는 준면의 말에 종인과 세훈이 푸스스 웃으며 그들에게 눈인사를 했다. 현관문을 열면 곧장 보이는 욕실에 종인이 세훈을 먼저 밀어 넣었다.
같이 씻어. 하는 세훈의 말에 종인이 고개를 저었다.
| 간 때문이야 |
조각글을 쓰는 건 간 때문이야. 오늘은 조각을 쓰며 심신을 다스려야겠다. 일찍 자야지. 소재 주우러 가야징 힇힇 제목 보고 음란한 생각 한 징어들 반성해라. 제목 차마 화장실 갔다가 내 동생이 빤쓰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고 말 못 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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