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330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키보드더럽다 전체글ll조회 379


※사진에 경탁이가 없는 이유는....여기서 경탁이 얼굴은 안나오니까영 으힣흐ㅎ

[경탁x성수] 白 : 희디흴 백 下 | 인스티즈

 

 

[경탁x성수]

 

 

 

 

白 : 희디흴 백

 

 

  그 때 성수의 옆에 무언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간 바로 옆에 성수가
있었다. 누군가 나가다가 떨어뜨린 양이었다. 어느 새 한산한 밤이 되었다.
  시간이 멈춘 밤이었다.
  마당은 이제 텅 비었다. 간간히 웃음소리와 가야금 소리가 기방에서 새나왔다.
성수는 옆에 떨어진 보따리를 들고 일어서다 멈칫했다. 단단히 묶인 주먹 두개만한
보따리에는 매듭에 가느다란 화선지가 끼어있었다. 성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 종이
를 찢어질 새라 조심스럽게 빼내었다.

  "......!!"

  휘둥그레 떠진 눈으로 허둥지둥 문 밖으로 달려나가던 성수는 보따리가 떨어지자
또다시 허둥지둥 집어올려 문 밖으로 달음박질쳤다.
  길이 어둡다. 밤이기에.
  길이 밝다. 별이 비추기에......
  무(武)인의 진중하고 또렷한 발걸음. 바람마저 멈춘 이때, 옷자락이 사락사락
바짓단에 감겨드는 소리......
  지금 뛰어나가 돌려세우면, 님의 곧은 목 뿐안 아니라 그 따뜻한 눈까지 볼
수 있을까. 그 다정한 웃음 한 줌 쥘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바람이 성수의 가슴에 들어와 휘몰아치는 듯 했다. 그러나 성수는
그저 멈취있을 분이었다. 그가, 그것을 바라는 듯 했기에.
  만물이 숨을 죽인 이 밤. 오직 생명없는 별들만이 무심하리만치 속살거리며
빛을 내었다. 희고 곧은 목. 그림자마저 삼킨 길 위를 그림처럼 걷는.
  사실 눈이 아주 아름다우신.
  칼을 쥐는 손이 눈물날 만큼 다정한......
  꺼질 듯한 밤 속에 홀로 선명하신 분.
  눈부셔 쳐다볼 수 없는 사람이라, 성수는 그의 등만을 바라본다.
  ......항상 그의 뒤에서......
  수십번이고 훔쳐본 강인하고, 또한 나약한 등에 혹여나 놓친 것이 있을새라,
성수는 경탁이 눈 안에 그 형상이 비치지않을 때까지 오래도록 밤 안에 서있었다.

  "에잇! 비키거라!"

  경탁이 선물한 그를 닮은 고요를 깨고 소음이 들렸다. 정말로 소음이었다.
성수는 문 밖으로 나오는 하릴 없는 양반에게 부딪힐 새라 황급히 뒤로 물러나
고개를 깊이 숙였다. 양반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쯧 차더니 수행원과 함께
사라졌다.

  "오빠, 성수오빠! 뭐해?"

  자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연노랑 나비를 비뚜름 미숙한 가채 위에 올려놓
은 18살짜리 지애였다. 지애는, 민하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안쓰
러웠다. 일본이라면, 한국이라면. 저렇게 어린 아니가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

  "별이 예뻐서......"

  작게 미소지어 주었다. 그런데 그 별이, 그 별이 아니야. 별보다 환한 누가
계셨단다. 뒷말은 속으로 삼겼다.

  "에이......궁상떨긴! 얼른 들어와. 춥다 오빠."

  배시시 웃는 어린 얼굴. 성수는 키가 작은 지애가 볼 수 없게 보따리를
뒤로 숨겨 문 옆으로 감춘 뒤 말했다.

  "먼저 들어가. 가서 얼른 자......오빤 더 있을 거니까."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오늘, 피곤했겠다."

  빛을 마주보고 있어 지애의 얼굴이 보이지않았다. 성수는 다만 수줍게
물러나는 여린 목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응......"

  성수는 들어가는 지애를 물끄러미 보다가 담장 밑에 털썩 앉았다. 잠시 지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성수는 여태 쥐고있던 세로로 긴 화선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성 수'

  몇 번이고 봐도 글씨는 변하지않는다. 새까맣고 힘있는 필체. 그 사람이 한글......
언문을 어찌 알까. 그 같은 사람이. 성수는 화선지를 소중히 접어 소매안에
집어넣고 보따리를 펼쳤다.

  "......!"

  그가, 어찌 알았을까. 언제 들었지? 누나들에게서?
  혹은, 장터에서......? 그럴 리 없다. 그런데, 어찌 알고.
  성수는 당황하는 마음을 감추지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따리 안에는 성수가
아까부터 주리고있던 부침개와 떡, 꼬치, 고기 몇 점, 구운 은행, 야채전과
심지어 약과, 다과들까지 바리바리 싸여있었다. 그 사람이 대체 어찌 알고 이걸......
  손수하셨을까.
  성수는 왈칵 가슴이 치몰려와 덥석 야채전을 입에 우겨넣었다. 어째선지
견딜 수가 없었다. 성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막힌 목을 꾸역꾸역 삼켰다.
갈색 눈망울이 그렁그렁 흔들렸다. 성수는 약과까지 우물우물 씹어넘긴 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훔쳐내었다.

  "......?"

  바스락. 하고 무언가 손에 잡혔다. 부드러운 보자기 아래, 음식 기름이 배인
화선지로 겹겹이 싸인 어떤 것이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수는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에 멍하니 굳어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화선지를 풀어헤쳤다. 얼마나 꽁꽁 싸맸는지 안쪽의
화선지는 얼룩 한 점 없는 새하얀 종이 자체였다.
  그를 닮은 듯도 싶었다.

  "......욱......"

  먹은 것이 다시 치밀어오르는 듯 가슴이 먹먹했다. 성수는 구역질인지 울음
인지 모를 소리를 토해내었다.

  "......욱......으억......"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다. 묵직히 목이 메어왔다. 별이 촘촘히 박힌
밝은 밤 아래서 성수는 울었다. 님의 그리자를 떠올렸다. 밤이 집어삼킨 새까만
그림자. 님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밤 속에서만 희게 굳건한 그 등.
  님의 발걸음.
  눈감고도 들을 수 있다. 수백번이고 그릴 수 있다. 님이, 언제나, 기꺼이 내보이
던 그 등.
  ......누구를 품기위한 등인가.
  토하듯 눈물을 쏘다내던 성수의 손에는 노리개가 들려있었다.
  감히 기뻐할 수 없기에 환희는 성수의 가슴을 매섭게 뚫고들어와 쓰라리게 식었다.
  밤에, 홀로 깨끗한......
  밤에, 홀로 하얀......
  내 님. 그, 고우신 분.
  눈물을 주륵 떨구며 눈을 감는 동시에 구슬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님이 남기고 가신 흰 밤 속에 소리마저 청명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2
길게써줘용.. ㅠㅠㅠㅠ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