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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강동원 온앤오프 엑소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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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 차가워서 싫다,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버린 것 같은 형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침에는 꼭 따듯한음식을 사왔다. 그것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싶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말이다. 사와서는 꼭 직접 손에 쥐어주고 나름의 뿌듯한 얼굴을 했다. 



"어제 준 건 먹었어요? 신중하게 고른건데."

"안먹었고 안먹을거니까 그만 좀 해주세요."

"나는 계속 줬고, 줄거니까 그냥 먹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다시 만난 후로 늘 하는 생각이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면서 미안하지도 않은건가. 또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인가? 살짝 표정을 구기고 민혁이 형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봐."



존댓말도 썼다가 말았다가 제맘대로 하는게 한두개가 아니다. 형의 손 안에서 놀아나는 것 같아 갑자기 기분이 확 가라앉는다.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도 이제 가보겠다며 인사하는 형이다. 고개만 까딱해서 인사하고 형을 보내면 꼭 그 뒤에는 지호가 온다. 



"왔어?"

"왔어."

"다영이는?"

"들여보냈지 벌써. 손에 그건 뭐야?"



오늘도 맛있게 먹으라며 받은, 따듯한 핫초코에 지호의 눈이 가있다. 나는 괜히 컵을 만지작거렸다.



"코코안데, 어, 먹을래?"

"주면 먹고. 좀 추웠는데 잘됐다."



형이 준 코코아를 지호에게 넘겨주니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찔린다. 형이 당장이라도 와서 혼낼 것만 같다. 예전에도 자기가 준 건 절대 절대 남들 손에 안닿게 하라고 했었는데. 지호가 아닌 핫초코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컵이 쭈욱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복잡미묘한 감정이 흘러들어왔다. 



"근데."



뜨겁지도 않은지 그대로 다 마셔버린 지호가 입 주변을 정리하며 말을 꺼냈다. 



"누가 준거야."

"일찍 오시는 학부모님들이, 주고 가시는건데..."

"어제도?"

"응."

"그저께도?"

"..어."



바람피우다가 딱 들켜버린 기분이다. 지호가 말을 하면 할수록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태연한 척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꼼지락거렸다. 이제까지 몰랐는데, 지호가 말없이 쳐다보니까 정말 무섭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다 너 좋아하는걸로 챙겨주시고, 자상하신 분이네."



아이러니하게도 지호는 저 말을 하면서 굳어있던 표정을 폈다. 평소에 봐왔던 지호처럼 편안한 미소를 했다. 너 주라고 사오신건데 다음부턴 너 먹어,하고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여놓기도 했다. 그리고는 컵을 입에 물고 두 손으로 내 볼을 잡아늘렸다. 쭉 늘렸다가 놔주고, 또 쭈욱 늘렸다가 놔주는게, 표정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



"10번만 할테니까 좀 참아봐."



말없이 표정을 찡그리는 나를 본 지호가 말했다. 왜 10번이나 해,라는 말을 눈에 담아서 지호에게 쏘아대니,



"오늘은 좀 괴롭히고 싶어서."



하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한다. 복수하겠다는 심정으로 팔을 뻗어봐도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고 '괴롭히기'는 멈추질 않았다. 지호는 진짜 10번째가 되어서야 짠,하는 영혼없는 감탄사와 함께 '괴롭히기'를 그만뒀다. 



"우지호 진짜..."



징징거리며 볼을 감싸고 노려봐도 지호는 자신은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을, 오히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아침 등교 시간이 지나면 나는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정말 힘이빠진다. 내가 이러는 데에는 매일같이 오는 형과 그 뒤를 이어오는 지호 영향도 있겠지. 아까도, 진짜. 다시 떠오르는 생각에 볼이 다시 아파오는 듯 하다.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자 내 옆을 지나가던 사슴반 선생님이 한숨쉬듯 말했다.



"드디어 미쳤구나, 미쳤어."

"아니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씻고 막 쇼파에 앉으려는데 지호에게서 전화가 온다. 세수하느라 물에 젖은 앞머리를 손으로 대충 털고 앉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권아."]

"응, 왜?"

["지금 볼래? 집이면 내가 갈까?"]

"아니아니 내가 갈게. 어디에 있을거야?"



약속 장소를 정하고 시계를 봤다. 꽤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 일은 많았어도 만나자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약간 들뜬 마음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편하지만 나름 신경쓴 옷을 입고 집 앞에 나와서 두리번거리는데 멀리서 지호인 것 같은 사람 형태가 다가온다. 



"궈나아."

"뭐야... 술먹은 거야?"



술도 못마시면서, 얼굴이 새빨개져가지고는 내 이름을 불러대는 지호다. 왜 술먹고 부르냐고 투덜거려도 헤실헤실 웃기만 할뿐. 그러면서도 나를 빤히 보고있다. 



"술먹고 부르기나하고, 오랜만에 설레서 나왔더니."

"술먹고 부른게 아니라 보고싶어서."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궈니 귀여워어. 어이구우."



내가 한말을 따라하면서 혼자 막 웃는다. 지호는 한참을 그러더니 진짜 주체 못하겠다는 듯이 내 얼굴을 잡고 여기저기에 뽀뽀를 퍼붓기 시작했다. 우지호 술냄새! 어깨를 밀어봐도 벽 마냥 단단하게 버티고는 밀려나지를 않는다. 입술을 맞대고 도장찍듯 꾹 누르고나서야 만족한 얼굴로 내 얼굴을 놔줬다. 



"집가서 세수 다시 할거야."

"궈나."


방금까지 웃던 모습은 어디가고 지호는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다. 괜히 긴장된다.



"아무리 그래도 섹스는 하지마..."

"에? 무,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집가서 누구랑 하는데에...나랑만 해..."

"아니 내가 당연히 너랑만 하..아니 이게 아니라! 무슨 소리야 진짜!"

"다시 하다니...하다가 나온거야? 응?"



술마시다가 꿈이라도 꾼건가-싶었는데 마지막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진지한 얼굴을 해서는 심각한 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지호는 술만 먹으면 바보같은 면이 생긴다. 평소에도 없던건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지호의 망가진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다. 놀려줄 수도 있고.



"맞아 사실 나 하다가 나왔어 지호야."

"그럴 줄 알았어 김유권...그럴 줄 알았다고, 진짜, 너는."



목소리가 점점 젖어들어가는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지호는 아예 양손으로 제얼굴을 감싸버리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지호도 이런거 보는 재미로 나를 놀린건가.



"누구랑, 누구랑 하고 있었는데."

"누구랑 했냐면..."



장난스럽게 지훈이랑 했다고, 가서 혼이라도 내줄거냐고 말하려는데



"너 그, 그 아는 형이랑 했지."



라는 한마디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대답을 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자 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어깨를 붙들고 다그쳤다. 



"진짜야? 진짜였어? 어?"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하는데 해줄 수가 없다. 지호가 다 알아버린 건가 싶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지금 형이랑 만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호가 알아버렸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오히려 진작에 내가 말해줬어야 하는 거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지금은 지호가 알아서는 안될 것만 같다. 지호는 가만히 있는 나를 보고는 거의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내가...씨발...김유권..."

"아침에도, 아니 아침부터 내가 가면, 너는...둘이 있는 거 볼 때마다, 내가,"

"너 진짜 뭐있지 김유권... 내가 알면 안되는거야?"

"이상해 너, 진짜, 나를 이런식으로..."

"나 미칠 거 같아 권아, 제발, 뭐라고 말 좀 해줘."



혼란스럽다. 지호가 아침마다 형이 가고나서 바로 온 이유가 그거때문이었다니,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호가 이럴만큼 내가 너무 무심했었나. 술을 마셔서 감정이 격해진 것도 있겠지만, 지호는 애원하는 수준으로 이렇게 말할만큼 내가 힘들게 한건가 싶어서 가슴 한켠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말없이 다가가서 지호를 안았다. 





아, 머리 깨질 거 같다. 지호는 머리맡에서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끄고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어제 박경이랑 술먹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지호는 이불 속에서 어젯밤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핸드폰을 보면 뭔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 팔만 뻗어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최근기록을 살폈다. 딱히 특별한 건 없어보이는 기록들 속에서 유권과의 통화기록이 보였다. 뭐야, 권이한테 전화했었네. 



"왜 전화했지."



왜 전화했지, 왜 했지, 왜 했지...계속 생각하면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를 것 같아서 지호는 머리를 싸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떠올렸을 때는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미친. 우지호 미친놈."



이제와서 머리를 때려봐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한 번 생각나니 다시 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호의 눈 앞에 어제의 일들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때 한 말과 자신을 보던 유권의 표정. 왜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던걸까. 지호는 다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


3개월? 아무튼 너무 늦게왔네요

독자님에게서 새해복많이받으시라는 말을 들었었네요 이전글을 보니까 허허

너무 늦게 왔죠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좀 늦을 것 같아요ㅠㅠㅠㅠ..

제 글 봐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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