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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무렵 우리는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있었다. 주로 민혁이가 하는 일은 형님들이라 불리는 자들을 따라다니는 일이였다. 14살, 보육원을 뛰쳐나온 갈 곳 없는 우리는 민혁이 아는 형이 계시는 그 무리에 가서 무작정 받아 달라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형님들은 민혁이의 맹수 같은 눈을 보고 얘 뭘 해도 하겠다 싶은 마음에 우리를 받아줬다고 했다.

거기서도 민혁이는 나에게 아무 일도 하게 하지 않았다. 모든 걸 자신이 감내했다. 이를테면 시체를 치우는 일 같은것도

나는 그런 민혁이를 보면서 주로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 때문에 민혁이가 하지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지키려다 발목이 다쳤고 나를 지키기 위해 매일 시체를 만진다.

16살, 이제 조직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다 못해 우리의 삶이 되던 때, 우리는 여전히 밤마다 별을 보았다.

17살, 민혁이가 형님들을 따라 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가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을 때마다 민혁이는 그저 웃어보였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민혁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추측만 하였다. 매일 피비린내에 절여져 돌아오는 민혁이를 위해 목욕물을 받아놓고 새 옷을 준비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였다.

18살, 형님들이 나에게도 일을 가르쳐야겠다고 하셨다.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냐 지금껏 참아 준 것도 감사하라며 나를 현장에 끌고 가려 하였다. 나 역시 밥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민혁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고 민혁이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얌전히 형님들의 차를 타려하는 순간 민혁이가 나타나 약속한게 있지 않냐 화를 내며 나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날 저녁 민혁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급하게 짐을 챙겨 내 손을 잡고 야반도주를 했다. 민혁이는 절뚝거리는 발목으로 나의 손을 잡고 뛰었다. 나는 민혁이 손을 잡고 밤거리를 뛰어다니면서도 어디를 가는지 왜 가는지 묻지않았다. 그저 민혁이가 가는 곳이 내가 가는 길이였다.

그렇게 어느 고속버스까지 탄 우리는 어느 시골마을에 도착하였고 그때부터 1년 정도를 시골구석에서 어르신들의 잡일을 하며 지냈다.

살면서 이렇게 평화로움을 만끽 한 적이 있었을까. 가끔은 어르신들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또 가끔은 이장님의 소들을 돌보고 옆집 김 씨 할아버지네 농사일을 돕고 동네에 나타난 들짐승들을 쫓는 덫을 놓으며 우리는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밤에 별을 감상했다.

이런 평화로움이 언젠가 깨질거같다는 짐작을 했지만 그저 무시했다.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현실을 살기 급급했으니까

19살, 그 짐작을 무시하면 안됐었다. 잠시 시장에 장보러 간다던 민혁이가 날이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길어봤자 3시간이면 돌아오던 민혁이였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엔 시장으로 가는 유일한 버스도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걸었다. 무작정 걸었다. 걷다보니 비가 왔다.

상관없었다. 비가와도 민혁이가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그게 더 중요했다. 걷다보니 저 멀리 누군가의 형체가 보였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절뚝거리는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마치 쓰러지기 직전의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급하게 그 형체에게로 뛰어갔다. 역시 민혁이었다.

민혁이가 곧 죽을 것 같았다. 온몸이 피로 덮여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를 보자마자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그런 민혁이를 받아내고 같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민혁이가 내 무릎위로 쓰러져 누웠다.

“기현아, 기현아 고기 못사왔어 미안해”

“민혁아 죽지마 너 죽을 것 같아 왜이래”

“기현아 오래 살아. 응? 오래 살아야 해. 늙어 죽을때까지 살아야 해”

“왜그래 민혁아 너랑 같이 살거야 너랑 늙어 죽을 거야”

민혁이가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민혁아 눈감지마. 나 떠나지마. 민혁아 나만 두고 가지마”

민혁이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숨을 쉬지 않았다.

민혁이가 죽었다. 나의 구원자가 나의 숨이.

끊겼다.

한참을 길바닥에서 민혁이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민혁이는 맞아 죽었다. 죽는 순간도 그 아이는 불쌍하게 죽었다.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민혁이를 앓으며 울었다.

비가 아주 많이 내렸다. 내 눈물이 감춰질 만큼 많이

.

.

.

.

.

.

.

나보다 한 뼘은 큰 민혁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민혁이를 마당에 깔린 돗자리에 눕힌 뒤, 나도 그 옆에 누웠다. 마지막으로 함께 보는 하늘이었다. 비가 와서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보려고 애썼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가 김 씨 할아버지네 마당에서 농약을 훔쳐왔다. 나는 그것을 한 번에 들이키고 다시 민혁이 옆에 누웠다.

‘민혁아 나는 늙어죽지 못 해. 내 숨이 끊어져서 나는 오래 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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