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굳어있는 입술에 아마도 네가 어제 저녁에 사용하고 올려두었을 협탁 위의 연고를 꺼내 아무렇게나 덧발라주었다. 터지기만 해서 인지 아무래도 살이 붙으려면 오랜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별안간 내 손을 힘이 가지도 않는 손으로 부여잡고 말리는 가여운 몸을 잠시 벽에 세워두었다.
"기다려" 숨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을 때 까지 내가 잡고 있는 배게와 목을 무작정 눌렀다. 듣기 싫은 필사의 신음소리와 둔한 심박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 까지 차분히 더러운 육체가 차갑게 식기를 기다렸다. 도무지 덤덤하게 기다릴수가 없어 한 짓에 비해 너무나 곱게 죽어버린 몸을 칼로 찌르고픈 마음을 서랍 속에 눌러 담으며 창 밖의 비를 응시했다. 그리고 비가 옅어지려 할때 양지바른 언덕 위가 아닌 황폐한 언덕 언저리에, 그 속에 더럽고 추한 몸을 넣어두었다. 너는 굳이 비를 맞으며 쫓아 올라와 마지막 덜 묻혀진 그의 긴 발이 마침내 흙에 봉해질때까지 죽 지켜보며 겁에 몸을 떨었다. 정말이지 맞지 죽은 거지 수십 번이고 되물어 보며 무서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해방감에 웃음을 보였다가 아픔에 다시 울음을 보이는 너를 내 뒤에 감춰두었다. "언제든 숨겨줄게 내 속의 네 집에 들여보내줄게" 찢어져 어긋나버린 입꼬리를 경련에 부르르 떨며 너는 미소를 지었다. 입술이 독에 쏘인 듯 부어올라있었다. 네 집으로 돌아가 내 몸을 깨끗이 씻어내며 네 몸도 깨끗이 씻어내주었다. 내가 보지 못한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한 사이에 네 몸은 생각보다 훨씬 병들어 있었다. 성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네 피부결이 남아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를 얼만큼 당하고 맞고 부딪히고 넘어졌는지 가늠도 불가할만큼 망가진 네 몸을 씻겨주며 모든 걸 씻어내라고 했다. "다 잊어버려 다 잊는 거야" "알았어 " 네 시선은 성에같이 온 곳에 퍼져있었고 네 얼굴에는 눈물같으며 물같은 것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네가 올 줄 정말 몰랐어 정말" "널 보고 싶었는데 네가 마침 부재중을 남겼어" "급하게 누르기만 했는데 금방 핸드폰이 끊겨버렸어 " 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구석에는 핸드폰이 두 동강 나 너덜너덜해져 박혀 있었다. "부서졌구나" "응 부서져버렸어" "괜찮아 새로 사면 돼" "아니 어차피 전화할 사람도 없는 걸 " 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듣다가 나는 네 방으로 갔다. 그리고 옷장 위에 올려진 갈색 가죽 트렁크를 꺼내 먼지를 대충 털어 카펫 위에 내려두었다. 너는 뒤 따라와 왜 하고 물었다. "짐 챙겨, 떠나자" "지금?" "응 여기 있을 수 없어" 내 말에 너는 별말 없이 트렁크를 열고 나서 옷장을 활짝 열어 아무거나 집어 챙기기 시작했다. 너는 손에 집히는 대로 트렁크에 쌓다가도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잠시 망설이기도 했고 무작정 넣은 것을 다시 빼내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아쉬워할 필요도 없어 여긴 네집이잖아" 원하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고 너만의 자유를 온전히 획득한 이제는 네 소유의 집이었다. "다시 돌아오기도 할 거지?" "당연하지 네가 원한다면" 하지만 나는 네가 원해서 이 곳에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 짐작했다. 매일 비가 들이치고 번개가 내리쬐던 네 집에 돌아와 순순히 가시밭길을 다시 걸으려 하진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흙이 쓸려 내려가고 깎이면 언제라도 비집고 헤쳐나올 그의 팔을 보고 싶지는 않겠지. 조용히 예상하며 네 등을 쓸어내렸다. "이만 하면 될 것 같아" 너는 생각 보다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리고 나서 잘 입지도 않던 양털 점퍼를 꺼내 입고는 내 팔을 꼭 잡았다. "이거 우리 아빠 거야 그 사람이 뺏었었어" 너는 네 본 아버지의 냄새와 추억을 맡고 싶었는지 고개를 기울여 점퍼에 얼굴을 부볐다. 그리고 눈을 살짝 지그시 감았다 떴다. 무슨 추억으로 네 아버지는 하늘에서 너를 위로하고 있을까. 너는 참 가련했다. "여기로 타" 네 팔을 지탱해주며 너를 오토바이에 태웠다. 폭주족의 느낌이나 오래된 구식의 엔진냄새가 풍기는 걸 보아하니 그의 것 같았다. 아무쪼록 나는 오토바이에 앉아 지체 없이 곧 바로 시동을 걸었고 너는 내 허리를 꼭 붙잡았다. "잘 잡아" 네가 어둠의 덫에서 떠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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