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내가 보고싶어서 쓰는 글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43017/32289ee15412f3c60fc76bd3ac7ce329.gif)
깊은 꿈에서 깼다. 그 꿈은 그 어디보다 평화로웠으며 너무나 몽환적이라 내가 갖을 수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왜냐, 그 꿈은 내게 그 어느 꿈보다 빛났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차가웠던 그 날 밤의 물결처럼 내 기억에서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았던 너. 그렇다고 그런 너를 놓치고 싶은 건 결코 아니였다. 사실 나는 그저 어떻게 해야 할 도리를 몰랐을 뿐이었다. 너를 생각하면 죽고싶었지만 살고싶었고 살아있으면 죽을것만 같았다. 우리 사이를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애인이나 커플 등 공식적인 사이가 아니였지만 썸이라고 봐도 무방할 사이였었다. 내가 그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그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같았을 거라고 나는 믿었고, 믿어왔다. 그 아이의 서툰 고백을 들었을 때에 나는 모든 사고가 정지된 듯 몸이 뻣뻣해져 버렸었다. 그토록 원해왔던 관계였고 그리도 바라던 고백이었다. 진심이 묻어나오는 표정과 단호한 말투에 나는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런 고백을 해왔을 것이라고 나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 아이가 나를 만나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를 동안 셀 수 없을 정도의 여자들이 그 아이를 스쳐갔다. 나는 언제부터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겁고 가벼운 연애를 하는 그 아이가 아닌 그 아이의 애인을 질투하고 있었고 혼란스러웠던 나는 내내 그 아이를 그저 친한 동생으로 단정짓고 그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 선을 넘어서면 안된다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꾸만 커지는 마음에 괴로워 도망치고 싶었다.
" 난 형만 좋으면 다 괜찮아. 그니까 조금만 더 솔직해져 봐요, 형의 감정에. "
그 아이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고 말투에는 잔뜩 날이 서있었다. 분위기는 긴장감의 고조에 달했고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형들에게서 그 아이가 주변의 모든 여자들과 연락을 끊었다며 정신차렸다는 몇 번 칭찬을 듣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나와 그 아이는 이전과 같은 관계가 여전히 안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아이를 만나 그 아이에게 감정을 품고 그 아이에게 표현을 할까 고민을 하던 내가 너무 애처로웠고 그저 그 뿐이었다. 나는 남자였고, 그 아이도 남자였다. 우리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주지 않을 것이다.
" ..... "
절대 그 누구도 내 사랑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그 어떤 누구도 말이다.
" 좋아해요, 형. "
나는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섰고
" ..... "
계속해서 걸었다.
" 연락 기다려도 되죠..? "
자꾸만 의도치않게 나오는 눈물에 나는 억울했다. 분명히 내가 찼는데 차인것 같은 이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역시 더 좋아하면 피해자라는 말이 맞았다. 그렇게 쓸모없는 한탄을 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에 성인이라는 말이 나와는 어색하다고 느껴질 때 쯤, 그 아이는 뛰어와 내 손목을 잡아채곤 나를 돌려세웠다. 눈물에 범벅이 된 얼굴을 가리려고 숙인 고개를 더욱 숙였고 그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정말 우리 사이 나만 이상하다고 느낀거에요? 형도 나 좋아하잖아. "
" 오해야. "
아니, 오해는 아니였다. 단지 우리는 연인이라는 타이틀보다는 형과 동생 사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도망치고 싶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그 아이를 피해 2주를 술과 담배로 보냈다. 언제부턴가 제일 싫어하던 담배를 피고 있었다. 어릴 땐 저 냄새가 그렇게 역했었는데 지금은 익숙하다 못해 내게 베여있었다. 나는 그렇게 2주를 지내며 더 이상 참지 못할 것이라고 끊임없이 세뇌했다. 그리고나서는 항상 차가운 물을 받은 욕조에 불안정한 내 몸을 맡겼었다. 정신이 힘드니 차라리 육체적으로 힘들자는 관념으로 행한 일종의 자해였다. 안정을 찾은 내가 보는 그 때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그 때의 마지막 기억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나의 숨을 트여줬다는 편안함을 느꼈었던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기 전까지 깊은 꿈을 꿨었다. 내가 그 욕조속에 있을 때 니가 우리집으로 찾아와 욕조 속의 나를 물에게서 벗어나게 만드는 꿈이였는데 너는 무척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헐떡거리며 힘겹게 숨을 내뱉고 있었고 너는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안아주었다. 따뜻했던 니 품에 차가웠던 내가 안기게 됬을 때, 나는 뭐가 그렇게 한이 쌓였던 건지 너를 안고 엉엉 울었었다.
" ..... "
잠에서 깨고 눈을 떴을 때는 차가운 욕조가 아닌 처음보는 병실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살린 듯 싶었다.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고 있는데 내 손을 잡고 잠이 든 전정국이 보였다. 그 순간 살아있는 것을 신에게 감사했고 내 자신에게 안도했다. 피곤하게 쪽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나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윤기 형과 김태형이 전정국을 깨우며 씻고오라며 떠나보내고 나는 눈을 감고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 김태형이 내 옆에 다가왔고 나는 조금 긴장한채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 아 빡지민이 안인나냐. "
" 일어날 때 되면 일어나겠지. "
" 일라면 다 해줄게, 퍼뜩 일라라. "
나는 시무룩한 김태형의 목소리에 웃어버렸고, 김태형은 깜짝 놀란듯 큰 눈이 더 커져가지고는 난리란 난리를 부리며 간호사와 의사를 부르러 나갔고 그 시간 동안 나에게 그 때 이야기를 해준 윤기 형은 형들에게 연락을 하며 나갔다. 의사 선생님이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고 나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형들을 내보내는 것을 제지하며 형들을 마주했다. 급하게 온듯한 석진이 형은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고 나머지 형들은 걱정을 했다며 내게 욕을 난무했고 호석이형은 욕을 하며 울었다. 나는 그들을 보고 울며 웃음으로 그들을 대했다. 괜찮다는 것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조금은 진정이 됬을 때 주변을 둘러 전정국을 찾아보니 없었다.
" …형님, 전정국은요? "
" 아 맞네, 전화를 안했다. "
윤기 형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탁자에 앉아서 쓰던 것을 멈추고 전화를 했다.
" 어디고? "
" 어딘데 "
" 그냥 버스타지 그러냐. "
" 헛소리 짓거리다가 빡지 옆에 눕고싶냐. "
" 허이고, 참나. "
" 아까 니 덕에 병원 실려온 거 듣더니 한참을 울다가 안정제 맞고 잔다. 자존심 쎈 놈이 아프니까 정신나가서 엉엉 우는데 적응 안되서 죽겠더라야. "
" 형이 지금 입사 지원서 쓰고있느냐 바쁜데 오늘만 통화해준다. "
나는 형들에게 둘러쌓여 윤기 형의 통화를 듣고있었다. 내가 안정제를 맞고 잔다며 윙크를 하는 형에 나는 웃어버렸다. 나머지 형들도 웃음을 참으며 장난을 걸어왔고 나는 그 장난에 역공격을 하는 등 재미있게 반응했다. 평소같이 지내는게 왜 이렇게 다행인지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랬었는데,
" 야 전정국 소리 뭐야 야 뭐야? 야 뭐야! 씨발 대답 좀 해봐! "
" 야! 인마 어딘데 너! "
" 야 말을 해봐 말을! "
" 야! 김태형! 씨발, 119 불러! 빨리! "
얼굴이 상당히 붉게 달아올라선 다급하게 울려퍼지는 윤기 형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우리는 경직된 채 조용히 형을 바라만 보았다. 김태형은 당황할 시간도 없이 재빨리 119에 전화를 걸었고 윤기 형에게 폰을 넘겼다. 나머지 형들도 윤기 형 폰을 넘겨받아서는 다급하게 전정국 석자를 불러대다가 급하게 병실을 나가는 윤기 형에 다들 따라 나가버렸고, 석진이 형은 불안한 내 눈을 보더니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아무 일도 아닐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며 날 위로한채 떠났다. 나는 또 다시 극에 달아오른 불안감에 손톱을 물었다. 초등학교 이후엔 처음이었다. 나는 전화라도 해보려고 폰을 찾았으나 이미 액정이 부숴진 폰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불안에 떨다가 결국 링겔대를 밀며 데스크로 향했고 조용한 병동에서 들려오는 형들의 울음 소리에 무너졌다. 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렸고 또 다시 못된 공상에 휩싸였다. 정신이 흐릿해질쯤에 석진이 형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렇게 또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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