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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따스하게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제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줄까 해요.


편의상 반말할께요.





3년전에 헤어졌던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름은 김태형. 3년전 우리는 이제 막 성인이 된 20살 동갑내기.




얼핏 보면 다른점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묘하게 서로 닮았어.


친구들 역시 우리를 볼때마다


'너흰 어떻게 보면 볼수록 닮은 것 같아' 라고 말하기 바빴지.




나도 걔도 첫인상이 차가운 편인데


나는 첫인상처럼 성격도 조금 차갑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낯가림도 심했고 사람을 잘 안 믿었어.


근데 한 번 친해지면 진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타입이야.


반면에 태형인 첫인상은 말도 없을 것 같고 차가운데 그와 다르게


잘 웃고 웃을때 예뻐서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


착하기도 했고 순수하고 엉뚱하고 사람 좋아하고 잘 믿어주고.


그래서 남자여자 할 거 없이 친구가 많았지.




우리가 닮은 점은


둘 다 되게 엉뚱하고 순수했고


웃을 때 해맑고 예쁘다는거.



다른 점은


나는 사람을 잘안 믿고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 하는 반면,


태형인 사람을 잘 믿고 금세 가까워진다는 거.





하루는 무슨 얘기하다가 이상형 얘기가 나왔는데


태형이가 그러더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



그거 듣고 한동안 좀 멍했었어. 


왜냐허면 난 어릴때부터 가정 환경이 좋지 못해서 일찍 현실을 깨달은 편이였고


내 스스로도 '타락됐다' 싶은 걸 자주 느꼈었거든.


태형이도 이런 걸 어느정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이상형 얘기를 들으니까 되게 씁쓸하더라고.




사귄지 3년 좀 안 된 날, 


하루는 내가 먼저 전화로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지금 부모님 뵈러 고향에 올라갔다고, 미안하다고 못만날거 같다길래


알았다고, 잘 다녀오라며 전화를 끊었어.




우린 부산에서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다녔는데


나는 집이 근처였고 남친은 고향이 대구였어.


둘 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


그래도 나는 집이 근처라 자주 왔다갔다 하는 편이였고,


태형이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보니까 집에 자주 못갔거든.


그래서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혼자 화장품이나 좀 사러 가야겠다 싶어서 대학로 앞으로 나갔어.




무슨 화장품 가게가 그렇게 많은지,


가게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섞여서 귀가 아프다 싶을쯤,


내가 가려고 했던 가게가 보이길래 얼른 들어갔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어서오세요'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으며


내가 사려는 파운데이션이 있는 쪽으로 가는데


그 맞은 편 립 코너에 태형이랑 태형이 여사친이 떡하니 같이 있는거야.




여태 한 번도 나한테 거짓말 한 적이 없었고


내가 여사친이랑 단 둘이 노는걸 안 좋아한다는 걸 태형이도 알아서


남자여자 여럿이 모여서 같이 놀고 


그럴때마다 꼬박꼬박 언제 어디서 몇시에 만난다며 얘기를 해주는 태형이였거든.




그리고 유독 내가 이 여사친을 싫어해.


태형이 다른 여사친들은 태형이처럼 착하고 성격도 쿨하고 그래서


연락도 자주하고 태형이 없이도 만나서 놀고 그러거든.


근데 이 여사친은 자기가 남자친구가 떡 하니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형이한테 달라붙으면서 살살 꼬리치는거야.


심지어 그 여사친한테도 태형이가 날 소개해줬었거든. 


그래서 태형이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 여사친이랑은 절대 둘이 만나지 말라고, 진짜 싫다고


태형이한테 짜증 아닌 짜증을 낸적이 있어서 태형이도 알았다고 그랬거든.




그랬던 애가 부모님 뵈러 집에 올라갔다는 거짓말까지 하고선


화장품 가게에서 그 여사친이랑 단 둘이 립 제품을 고르고 있는 광경을 내가 목격했는데


충격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었어.




태형이가 절대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어서


혹시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태형이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맞은편 파운데이션 코너로 갔어.



애써 드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무시하고 파운데이션을 고르려고 하는데


그게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같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데.





혹시나 나는 내 생일이 얼마 안남아서 


내 선물 골라달라고 여사친한테 부탁한건가 하고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핑크색 립 제품은 죽어도 안 바른다는걸, 빨간색만 바른다는 걸 태형이는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가끔 태형이한테 립 제품 색을 골라달라고 하면은


빨간색 계열에서 골라주는, 그런 태형이였거든.


그래서 그런 희망이라도 가져보면서 애써 올라오는 짜증을 꾸역꾸역 참고 있는데


순간 들려오는 '핑크색이 제일 예쁘네, 이걸로 사자'라는 태형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잡고 있었던 희망의 끈을 놓고 참고 있던 짜증이 폭발했어.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허무함과 배신감은 뭐라 말로 설명 할 수가 없더라.




걔네가 계산 하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허탈함에 웃음이 계속 나더라.


계산을 마치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까지 하고 나가려는데


때마침 내 옆에 있던 직원이 내가 계속 서있기만 하니까 이상했는지


'손님 괜찮으세요?'하고 물어보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걔네가 이쪽으로 돌아봤는데


태형이랑 눈이 마주친거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그냥 가게 문을 박차고 나왔어.




그동안 진짜 나만 바라봤고, 한 번도 거짓말 한 적도 없고,


내가 싫다는 행동은 절대로 안 하던 애여서 그런지 그 한 번의 충격이 되게 크더라.


머릿속이 하얘져서 진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걸어가는데


뒤에서 잡길래 덜컥 굳어서 그냥 서있으니까


오해라고, 자기 말 좀 들어보라고 하는 목소리에서 어쩔줄 몰라하는게 느껴져서


역시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그럴 애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혼자 오해하고 앞서 나간거 같아서 뒤돌아서 물어보려고 하는데


그 순간 뒤에서 '태형아~ 뭐해~? 어디가!!' 하는 여사친 목소리에 


완전 열받아서 뿌리치고 집을 향해 걸어갔어.




집으로 가는 내내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거야.


내가 유독 그 여사친을 실어하는걸 알면서, 


오죽하면 태형이 다른 여사친들도 그 여사친 정말 짜증난다고,


어쩌다 친해진건지 모르겠다면서,


어떻게 너 여자친구 있는거 뻔히 알면서 대놓고 꼬리를 치냐면서 욕할정도였거든.


내 남친도 그런거 알고 있어서 그 여사친보고 하지마라고 그러는데


어쩔 수 없는게 그 여사친 부모님이랑 태형이 부모님이랑 친하시다고 하더라.


그래서 태형이랑 그 여사친도 5살때부터였나 거의 남매처럼 자라다시피 했대.




그래도 내가 싫어하는 거 알고, 태형이도 별로 안 좋아해서


딱히 그 여자애를 만나는 일이 없었단 말이야.


근데 그런 거짓말까지 하고 굳이 그 여사친과 함께 화장품을 골랐던 이유를


나는 정말 알려고 해도 모르겠고, 알고싶지도 않았어.


그저 화만 났어.




집에 들어와서 진짜 펑펑 울고 있었는데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문자가 오고, 카톡이 오고, 전화가 오고 하는데


한참 씹다가 한 시간쯤 지나서 이제 갔겠지 싶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서있더라. 


안 가고 왜 서있냐고 물었더니 다 얘기해주겠다며 말을 하는데


여사친 어머님 생신이라서 선물 사러 갔었대.


걔가 같이 가자고 가자고 조르니까 


부모님들끼리도 친하시고 자기도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왔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같이 가준거라더라.



그래서 그럼 그렇게 말을 하며 되지, 왜 거짓말을 했냐고 따졌더니


모르고 있는게 더 나을 것 같았대.


정말로 내일 부모님 뵈러 올라갈 생각이였고,


자기 부모님이랑 같이 여사친네 가서 어머님 생신 축하드리고


2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여사친 떼놓을 생각이였대.


그렇게 하고 내려와서 나한테 다 얘기해줄 생각이었다는거야.




그 얘기 듣고 내가 혼자 너무 오바하는 건가 싶어하는 찰나


남친 폰에 카톡 하고 울리는데 뭔가 느낌이 쌔-한거야.


그래서 보여달라고 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건내주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여사친한테서 온 카톡이더라.




[태형아, 오늘 짱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 엄마가 분명 맘에 들어하실꺼야! 

아마 내가 골랐다고 하는 것보다 태형이 니가 골랐다고 하면 더 좋아하실껄?

엄마가 너같은 남자친구 데리고 오라고, 사위 데리고 오라는데

이참에 우리 내일 올라가서 사귄다고, 결혼한다고 할까? 히힛

우리 아마 엄청 잘 어울린다고 다들 축하해주실텐데, 니가 내 남친이었으면 좋겠다~

잘자고 내 꿈 꿔! 내일 보자 태형아, 하트!! ♥]



내가 아직까지도 저 느낌표, 하트 하나까지도 다 기억해.


그거 보고 진짜 태형이가 순간 너무 미워져서 폰 도로 손에 쥐어주고


집에 가라고, 좀 이따 내가 찾아갈테니까 집에 가라고, 보기 싫다고 했어.


태형이가 왜 그러냐면서 카톡을 보더니 


처음으로 내 앞에서 '시발'이라며 욕을 하더라.


여태 내 앞에서 한 번도 욕한 적이 없었거든.



그러더니 나한테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냥 나가라고, 너네 집에 가라고 그랬어.


내가 나중에 너네 집으로 찾아갈테니까 먼저 가 있으라고,


지금은 니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고 그랬어.


아마 태형인 그 말이 제일 충격적이었을거야.



태형이 목소리가 진짜 좋아서 내가 항상 


목소리 듣고싶다, 목소리 들으니까 기분 좋다 그랬는데


니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고 그랬으니까.




그렇게 태형이를 내쫓고 4시간쯤 지났나,


멍하닌 있다가 다시 세수도 하고 화장도 하고 말끔하게 해서 태형이 집으로 갔어.


그때가 아마 밤 10시 조금 넘었었나?


가는 동안에 헤어져야겠다고 결국 마음을 먹었어.


그 여사친을 내가 싫어하는거 뻔히 알면서 거짓말까지 하고 만난 것도 싫고,


그 여사친이 계속 태형이한테 붙을 거 같고, 태형이는 못 밀어낼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먼저 정리해야겠다 싶더라.



그리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태형이 이상형 얘기 듣고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


뭔가 최책감? 이렇게 착한 애가 나같은 애를 만나도 되나 싶은?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 태형이 정도면 얼마든지 더 예쁘고 착한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만 놓아주자 싶기도 했고.




그렇게 태형이 집 앞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니까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진짜 일초만에 문이 열리더라.


문 열리자마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었는지


얼굴에서 그게 다 드러나더라.


들어오라고해서 현관까지만 들어갔더니 


의자에 좀 앉으라고, 앉아서 얘기하자고 그러는데도 무시하고


다짜고짜 헤어지자고 했어.


그 여사친이랑 엮이는 것도 싫고, 


태형이 니 성격상 걔 못 떼어낼 것 같으니까.


3년도 안되는 나보다 5살때부터 알고지낸 걔가 더 소중하지 않냐고.




그러니까 진짜 정색하고 내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부르더니


비교할걸 비교하라고, 어떻게 걔가 더 소중하단 생각을 할 수 있냐고


나한테 그러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진짜 화 많이 난 얼굴이었어.


근데 그런게 눈에 들어올리가,


지금 내가 화가 났는데.




너정도면 훨씬 예쁘고 착하고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거라고,


너처럼 착하고 순수한 여자 만난서 사랑하라고, 정말 진심이라고,


너랑 만나기엔 내가 너무 때 묻은거 같아서 죄책감 든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나왔어.




문 닫고 옆에 벽에 기대서 쪼그려 앉아 있었어.


허탈하고 허무하고, 화도나고 미안하고.


복잡한 마음에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는데


울음 소리가 들리더라.


아니, 울음소리라기보단 절규에 가까웠어.


한참을 그렇게 울었어.


나도 울고, 태형이도 울고.




태형이는 나를 너무 잘 알았어.


내가 한 마디 할때마다, 한 결정을 내릴때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몇날며칠을 고민하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내려진 결정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마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때도 덥썩 못 붙잡았을거야.


못 돌린다는걸 태형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한 달을 울며 지냈어.


정말 틈만 나면 울었어.


원래 잘 안우는데 진짜 평생 울걸 다 울었어.



내 남사친중에 박지민이라고, 


태형이한테도 소개시켜줘서 같이 친해진 애가 있는데


내 안부 물으러 우리 집에 와서 얼굴 한 번 보고,


태형이 안부 물으러 태형이네 가서 얼굴 한 번 보고.


둘 다 위로해준다고 걔가 고생했어.



지민이한테 듣기로는


태형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처음 봤다고,


항상 힘들어도 웃는 앤데 요근래에 웃는걸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밥도 안 먹고, 아파도 병원도 안 가고,


하루종일 방에 쳐박혀서 내 사진 한 번 보고 울고,


내가 준 편지 한 번 보고 울고 그런다고.



당장 나한테 가서 안고 못놓아준다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진짜 내가 갖고 있는 자기에 대한 좋은 추억마저 지워버릴까봐,


무서워서 못 그러겠다면서 울었다는대



나같은게 뭐라고 그렇게 잘난 애가 힘들어하나


갈수록 미안함만 커지더라.





대학교 입학 전 첫 오리엔테이션 날,


아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덩그러니 의자에 앉아있는데


먼저 '안녕'하면서 당연하다는 듯 내 옆 자리에 앉아서


해맑게 웃는 태형이한테 반했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연락하면서


강의 듣고, 밥 먹고, 놀러 다니고.


알게 된지 두 달만에,


벚꽃 피는 4월에 태형이랑 사귀게 되었고




사귄지 3년 조금 덜 된 한겨울에


태형이에게 내가 이별을 고했고




내가 3학년이 되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땐,


태형이는 나 때문에 미루고 미루던 군대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나는 3학년을 마친 후에 1년 휴학하고 4학년으로 복학했고,


태형이는 군복무를 다 한 후 3학년으로 복학했지.




원래 모임이니 뭐니 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4학년이라 그런지 술자리에 가면 후배들이 어려워하는게 보이기도 했고.


같은 과라 분명히 태형이도 올텐데 도저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개총이니 대면식이니 모임마다 다 불참했어.




그렇게 바쁜 3월이 지나가고,


4학년이 된 난 학교에서 강의 듣는 시간보다는


집에서 혼자 자격증 공부나 취업 준비를 하는 시간이 많았어.


그래서 하루종일 집에서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틀어박혀서 공부 했고, 그런 내가 유일하게 수요일만큼은


사람답게 좀 꾸며보고 바깥 공기를 마시러 나갔어.


물론 강의가 있어서 나가야하는 거지만.



그 날도 마찬가지였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오늘따라 좋았고,


간만에 화사하게 봄옷을 차려입고 예쁘게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


정신 못차리고 벚꽃을 올려다 보고 있는데 뒤에서


'여전하네'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



모를리가 없지, 누구 목소린데.


내가 그렇게 매일 듣고 싶어하던 목소린데.




순간 얼음처럼 굳었는데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앞쪽으로 걸어오더라.


고갤 들어서 바라보는데


'아, 이래서 내가 그동안 모임을 다 불참할 수 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저 얼굴만 바라봤을 뿐인데 눈물이 나더라.


습관처럼 안울려고 꾹 입술을 깨물었는데


'씁-'하더니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만지면서



'입술 상한다고 깨물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아직도 안고쳐졌네.


몇 번을 더 얘기해줘야 고쳐질까, 응?'



그러면서 웃는데 하나도 안변했더라.



내가 좋아하던 목소리,


내가 반한 예쁜 웃음.




그 목소리에, 웃음에 더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아랫입술을 쓸어내리는 손길에도 불구하고 


꾹 입술만 깨물고 있었어.



태형이 역시 여전히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쓸어주면서


손을 펴서 내 얼굴을 감싸더니



'고집 쎈 건 여전하네.' 


하고 웃더니



'혼자 걸으면서 하늘 올려다 보는 것도,


예쁜 꽃 나무 아래에서 멍하니 구경하는 것도,


안울려고 입술 터지도록 깨무는 것도 다 여전하네.



여전히 예쁘다.'


라며 환하게 웃더라.




그 말에 울컥해서 


'나 안 미워? 왜 나 보고 웃어줘?


나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고 왔어?'


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뒷모습만 봤을뿐인데


이상하게 심장이 뛰어서 따라와봤더니 너네.


내가 널 왜 미워해. 


단 한 번도 너 미워한 적 없어.'




하면서 눈가를 톡톡 건드리는데 


결국에는 참았던 눈물이 터지더라.


그걸 보고는 


'아~ 안울리려고 했는데, 울지마.'


하면서 눈물 닦아주고


'화장 번지다~'


하고 장난치면서 눈가를 살살 쓸어주더라.




뭐 더 할 말이 있겠어.


그냥 보고싶었어 한 마디 말고는 할 말이 없더라.


보고싶었다는 내 말에 한참을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진짜 예쁘게, 눈 반달로 접으면서 


내가 반한 웃음을 짓더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 내 이상형.


왜 너만 몰라, 다른 애들은 다 아는데.


너 잖아, 바보야'



그러더니 입 맞추더라.



마침 주변엔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었고,


우린 그렇게 벚꽃 나무 아래에서


마치 우리 둘만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안아주고


3년만에 재회를 했어.





그 뒤로 태형이는 어딜가나 내 손을 잡고 다니기 바빴고,


우리 사이에서 쩔쩔매던 지민이는 


'이것들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라며 욕하면서도


'너희 둘이 결혼 안하김나 해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축가는 내가 부를거야'라며 응원해주고 있어.



예쁜 후배들은 '언니 오빠 진짜 잘 어울려요!'라며 부러워하고


부모님들은 '그래, 날은 언제로 잡았니'라며 웃으면서 반겨주셨어.




우리, 올해 벚꽃 피는 봄에,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날에,


3년만에 재회한 날에,


4월 12일에 결혼해요. : )








사담



사실 이 글을 완성한건 4월 8일이였는데

분명 벚꽃이 만발하던 때였는데 많이 늦었네요.


봄도 오고 그래서 그런지 뭔가 기분이 붕 뜨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끄적끄적 거려봤어요.


사실 이 글이 정말 제가 원하는 연애거든요. 하하

저의 바람을 담은 글이랄까..?



4월 12일이라 정한건 그냥..

우연히 정한건데 달력을 보니까 마침 일요일이더라고요.

결혼식은 일요일에 해야 손님들이 올 수 있지!! 라며 그냥 적었어요 ㅋㅋ


구독료 없는 날이라 포인트가 좀 높은데

내일 되면 다시 내릴게요 !


여러분들도 모두 행복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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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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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진짜 대박이다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완전 취저ㅜㅜㅜㅠㅜㅜㅜㅜㅜ태태야ㅜㅜㅜㅜㅠ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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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우와 ㅠㅠㅠ 고마워요 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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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작가님 대박...!♡ 완전 취향저겨규ㅠㅠㅜㅠㅠ 태형아ㅠㅠㅠㅠ 신알신 누르고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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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우와 ㅠㅠㅠ 고마워요!! 자주 글 들고 찾아올게요~ :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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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대박..홀린듯이봤어요ㅠㅠㅠㅠㅠㅠ대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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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볼품 없는 글인데 감사해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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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완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손이세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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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완전 감동이에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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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 대박 진짜 감탄사 저도 저런 연애하고싶어여 ㅜㅜㅠㅠㅠㅠㅠㅠ글이 너무 이뻐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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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그쵸? 저런 연애가 꿈입니다ㅠㅠ 고마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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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완전대박이에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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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진짜 감사합니다... 딱 지금 제 나이 스무살인데 그런 풋풋한? 설레이기도하고 가슴아팠ㄷㅓㄴ 이야기 진짜.... 정말 제 첫사랑이랑 많이 닮아있는 글인것같아요ㅠㅠㅠ저는 가장 좋아했던 사람을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제가 그 첫사랑 목소리가 태형이처럼 좀 낮은 목소리였거든요 목소리 좋다라고 계속 말했었는데 진짜 처음에 제 이야기인줄알고 정말 놀랬어요ㅋㅋㅋㅋㅋ동갑이기두해ㅛ구요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도 무쌍인데 큰 눈이고 키도 크고 참 훈훈하게 생겼었는데.... 며칠전에 페북으로 파고 계속 파서 그 친구 계정들어갔는데 역시나 좋아요 갯수도 많고 친구도 많고 이쁜 여자친구도 있더라구요 뭔가 씁쓸하긴했지만...고딩때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답니다 하하 감사드려요 작가님 오랜만에 저도 그때 그 좋은 추억들이 생각나네요. 항상 작가님의 매일매일이 봄처럼 따스하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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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와.. 이렇게 긴 댓글을... 감동 받았어요ㅜㅠ 고맙습니다ㅠㅠ 사실 저도 어느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쓴거였거든요ㅠㅠ 아.. 고맙습니다ㅠㅜ 우리 독자님도 봄과 같은 띤스한 나날이 되시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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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진짜 취저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나중에 저런 연애를 한번 해보고싶네요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 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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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ㅠㅠㅠㅠㅠ와ㅠㅠㅜㅠㅠㅠ태테ㅠㅠㅠㅠㅠ완전취자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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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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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루화(血淚花)
시리즈요? 어떤... 다른 멤버들도 들고올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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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보면서 진짜 저도 눈물날뻔했어요 가슴이 아릿아릿하게 아프면서 설레고ㅠㅠㅠㅠㅠㅠ완전 취저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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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폭풍몰입..보면서울었어요ㅠㅠㅠㅠㅍㅍㅍㅍㅍㅍㅍㅍㅍ퓨ㅠㅠㅠ으아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작가님사랑해여ㅠㅜㅜㅜㅜㅜ진짜 태형이 너무 때묻지 않고 순수하다..아ㅏ..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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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2.15
대박인데 왜 이제본겨ㅕ조ㅠㅠㅎㅍㅍㅍㅍㅍㅍㅍ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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