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아저씨 얼굴 지금 이상해..빨리.."
"민석이..민석이는 왜."
"그래야..아저씨가 사니까..."
무어라 말을 더 이으려던 크리스가 별안간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놀란 첸이 그자리에 굳어 크리스를 바라봤다. 곧 크리스의 왼손이 가리고 있던 복부가 드러났다.
자신이 민석과 레이를 동시에 저격하면서 루한 역시 크리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었다. 빗겨간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아저씨..뭐야..?왜이래요?"
"..첸, 잘들어."
"뭘들어 뭘!!!!!!!당장 일어나요...업히기라도 해!!!!"
"...부..탁이..있어.."
"안들어, 안들을거야. 무슨부탁? 나 혼자 두고 어딜가게 뭘부탁해!!!!!!!!!"
정신없이 울부짖는 첸의 머리를 힘겹게 쓰다듬는 크리스의 손길에 거짓말처럼 첸의 입이 멈췄다.
이손길..이것때문에 어린시절부터 목숨 바쳐온 조직마저 등지고 당신을 따른것이다. 나는 다른곳에 정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힘겹게 당신의 품으로 온 나를 남겨두고
어디를 가려고 내게 부탁을 하는가.
"..민석이한테...용서를..구해."
"........"
"널..혼내는게 아니야...죄책감..안고..살아갈..일..만들지마...예쁘게만 살아야..지..이제..."
다시 한번 피를 토해내는 크리스를 품에 안은 첸이 이제는 조용히 흐느꼈다.
어떻게 살아야 당신이 말하는 예쁜 삶인가. 내게 천국과도 같은 따스함을 처음 알려준 당신이 곁에 없다면 환희의 수식이 앞서오는 그 어떤 삶도 내게는 있을 수 없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대체 자신의 뒤에 숨어 삶을 살아가라고 했던 이가 당신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시내.."
"..아저씨..싫어요...말하지마..그만 말하고...가요..어?"
"...애가 어른..스러운데..아직 어려..혼자 있는거..싫어..하고..."
".......아저씨...못해..싫어..."
"..불쌍한..애야...너보면..서...시내..생각도...많이...했어."
"아저씨..우리 아저씨네 집에 가요..응?시내랑 셋이.."
"잘..돌봐 줄거지...어느정도..시내가...크면..."
"시내랑..같이 놀이공원?그런데도 가봐요 어?나 한번도 안가봤는데.."
"...중국에 있는 집에..보내...그리고.."
"...또..또 뭐하지?..어...."
"...너의 삶을 찾아.첸.."
내 삶...나의 삶....나는 계속해서 반복할 수 밖에 없다...소접의 누구나가 그러하듯 조직안에 속해 있지 않은 삶을 상상해 본적이 없다. 기억하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밟아오며 살았다.
당신이 이탈시킨 내삶을 어디서 찾으라는 것인가.
크리스, 당신이 내게 이럴 수는 없다.
나를 두고 먼저 떠나려는 당신의 부탁은 그 어떤것도 들어 줄 수 없다.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
내게 이런 감정들을 알게 한 당신을 나는...
놓을 수 없다.
"싫어. 아저씨가 말한거 아무것도 안할거야...지금 이렇게 가면!!!!!"
"......"
"..나는..나는..어떡해요...?"
"...첸..."
"아저씨가!!당신이!!!나를 여기까지 끌고왔짆아!!!!!책임진다고 그랬잖아!!!"
"......제발.."
"뭔데, 왜 멋대로 혼자가!!!!어디를!!!!!!"
".........."
"..무섭단 말이야..나도...이제 아저씨 없으면....."
"사랑해..."
"......"
"널 사랑하고 있어...미안해..."
지난날 당신을 죽이려 들어섰던 호텔에서 들었던 여느 고백처럼.
뭐겠어.
널 사랑한단 뜻이야.
담담한 고백으로 또한번 나를 무너뜨린다. 도대체 어디까지 나를 쥐고 흔들셈인지....당신이란 남자 참...
"..나도..."
못됐다.
"나도...사랑해.."
그래도.
"...잘가..아저씨..."
사랑한다.
끝까지 덤덤하게 나를 맞으려고 했나보다 그는. 이미 내가 들어선 순간부터 피를 흘려대고 있던 그를 왜 보지 못했을까. 아무렇지 않게 내게 어찌왔냐 묻는 모습에 속았다.
나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 타오를 향하던 그 곧은 눈빛까지도 죽음이 다가오는 자신을 눈감은채 해냈던 나를 위한 보호막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간다. 그가.
이렇게 될줄 나도, 그도 알았지만 결국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가망이 없는 시도를 위해 어둠으로 점철된 한 길 낭떠러지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나와 시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언젠가 내게 자신이 찾고 싶은 미래를 말하던 그의 목소리는 기억한다. 이미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를 떠날 준비를 했나.
당신 자신도 함께 속해있을거라 전혀 예상하지 않는 미래.
글쎄,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길을 잃은 것이라면 차라리 찾기라도 해보겠는데 사방이 어둠이다. 그의 뒷모습만 보며 따르려 했으나 채 몇발자국 떼기도 전에 사라진 뒷모습에
부유하는 먼지처럼 한없이 작고 결렬한 존재로 이곳에 남았다. 망설임없이 당신을 따르려는데 그것마저도 못하게 만들었다. 당신, 손길과는 다르게 참 잔인한 사람이다.
내게 내가 보아온 당신과 다름없는 딸아이를 맡기면 어찌하나.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듯 했다. 곧잘 자신을 치료하기도 했던 의사가 나오자 루한이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아까와 같지 않다. 만일 숨이 끊겼다면 내가 살려낼 것이다.
너를 거는한 내게 가능하지 못할 것은 없다.
"살아는 계십니다."
아, 그래 그거면 됐다. 나는 또 너에게 반한다. 내곁을 떠나지 않고 그 가느다란 숨을 붙잡아 견뎌준 너에게, 이미 수없이 내가슴을 움켜잡아 흔든 너에게.
"정상적인..생활은..아마도.."
"무슨 뜻이지."
"..일반적인 보행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걷지..못하게 된다. 내 김민석이.
"죄송합니다."
사실..사실 민석아. 나는 지금 슬프지 않다. 나도 이런 내게 조금은 놀란다. 네가 걷지 못하게 된다면..그렇다면....
내곁에서 자유롭기 더 힘들지 않을까. 더욱 내게 의지하고 모든것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내게서..달아나지 못한다 이제.
날개를 잃어 내곁에 정착하게 될 것이다. 민석아. 나를 원망해도 할 말은 없다. 너를 이렇게 만든 첸도 용서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조금은 밀려오는 기쁨을 감출 수도 없다.
민석아. 내민석아. 정말로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모든것의 끝에서 너는 내것이 된다고.
깨닫지 못한 순간부터 나는 걷고 있었다. 아주 어둡고 추운 길을 단하나의 비춤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끊임없이 울고 주저앉았지만 지체된 순간이
야기한 공포는 나를 다시 일으켰다. 영겁의 시간이 흐른것도 같았다. 저멀리서, 아주 멀리서 빛이 보이는듯도 했다. 그 와중에도 나를 이런 곳에
두고, 울고 있는 나를 달래지 못하는 그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생각한다. 루한 너를. 나는 너의 곁에 머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몰랐는지 나조차도 의문일 그것. 온세상의 가치있는 모든것이 나하나도 영결되어 살아가는 그에게 이보다 큰 고통이 있을까. 얼마나
오랜시간을 내가 모르는 기억속에서 너는 나를 기억하고 의식했나.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겐 아주 힘겨운 일이다. 너의 그런 큰 사랑을 담을만한 가슴이 되지못해서 하루하루 너의 사랑이 넘쳐 질식할 것만 같다.
우습게도 나는 네가 없는 공간에서 너의 사랑을 깨닫는다. 지금 내가 죽은것인지 살아서 꿈속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는 이 공간에서.
갑자기 내리쬐는 불빛때문인지 민석이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찡그렸다.
"잘잤어?"
더없이 다정하게 건네오는 목소리. 너다. 무의식에서조차 사랑을 깨닫게한 너.
"너무 오래자서 걱정했잖아. 목마르지 않아?"
호흡기로 막힌 탓에 너에게 답을 줄 수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다만, 너의 얼굴이 수척하다.
"자고 일어나더니 더 예뻐졌네. 우리 민석이."
네가 잔인한 남자임을 자꾸 잊게만드는 너의 미소.
손을 뻗어 그의 볼에 대보았다. 뜨겁지고 차갑지도 않은 온도. 열정을 가득채워 열렬히 나를 사랑하고 얼음보다 차갑게 잔인한 모습과는 맞지 않는 온도다.
아직 힘이 든다. 잠시만..조금만 더 쉬고 돌아와도...
나를 받아줄 그가 있음을 알기에 조금은 편안히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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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락간 연예인들 보면... 반응도 좀 무서울 때 있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