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명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공-수의 관계가 애매모호 합니다마는 애써 구분하자면은 지금부터는 열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혹시나 취향과 어긋나실까봐 먼저 말씀드립니다ㅎㅎ
*
"그래서, 쪽팔려서 못가겠다고?"
쭈그려 앉아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내 앞에선 성규가 못말린다는 표정을 하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쪽팔려. 충분히 그럴수 있는거야. 그리고 쪽팔리더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가야지! 널 몇년만에 집에 가게 해준 사람인데!"
"그래도....... 너한테도 잘 안보여주려고 하는 걸.......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보여줬잖아. 으아아아!!!"
생각하면 할수록 민망했다. 성규한테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내가 그 사람한테 보여줬다니.
그 날 나는 그렇게 카페를 나선 후, 몇년만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엄마의 상태는 내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초기였고, 그 후의 치료를 통해서 완치될 수 있는 상태였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는 내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족들에게 내가 정확하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 속에 있던 얘기들을 다 꺼내놓았다.
'엄마가 때려서 미안해....... 그게 어린 너한테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엄마 생각이 너무 짧았구나.....'
'나도 미안해. 내 얘기 제대로 안 하고, 바보처럼 그래서...'
서로를 제대로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엄마 퇴원하시고, 다시 한번 보자.'
형과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했으니까.
"야, 이성종! 너 다시는 거기 안 갈 것도 아니잖아. 그냥 큰 맘 먹고 가자니까."
".........한번 가긴 가야겠지?"
그렇게 큰 맘을 먹고 간 카페에는 그 사람이 어김없이 있었다.
"어서오세... 어. 오셨네요?"
"아....네..."
성규가 나한테 주문하라고 시킨 탓에, 난 어색한 표정으로 그 사람 앞에 섰다.
"바닐라 와플 하나랑 ... 아메리카노... 아니다, 카페 모카 하나 주세요."
긴장한 내 표정이 보였는지, 그 사람이 살짝 웃었다.
".......일은, 잘 해결 되셨어요?"
"......아, 네. 덕분에요."
"오늘은 아메리카노 안 시키시네요. 그때 드린 모카가 너무 맛있었나봐요."
그 사람의 농담에, 나도 살짝 웃었다. 그리고 큰 맘 먹고, 말을 꺼냈다.
"....그때, 고마웠어요."
커피를 만들고 있던 그 사람이 내 얘기를 듣고 다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정말로 고마웠어요.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 사람이 미소짓더니 다시 돌아갔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미소의 의미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 사람의 감정과 그 사람의 생각이.
항상 안 느껴지길 바랬는데, 왜 안 느껴지니까 허전한걸까?
나는 성규에게로 돌아갔다.
"얘기했구나?"
생각에 잠겨 자리에 털썩 앉았다.
"...어....."
"....우리 성종이, 많이 컸네."
"...응?"
성규가 뭔가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잘 못 들었나?
"근데 뭔가 기분이 별로다."
"응?"
갑자기 성규가 삐진 표정을 지었다.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뭐 잘못했어?"
"됐어."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성규의 행동에, 순간 당황했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뭐야. 너 내 능력을 까먹은거야? 빨리 얘기해."
"됐다니까. 내 눈 안 보여주면 되지, 뭐."
"아이~ 왜 그래. 응?"
성규와 내가 그렇게 투닥거리는 사이에, 진동벨이 울렸다.
"내가 갔다올게."
내가 벌떡 일어나 진동벨을 챙겨서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 때였다.
딸랑딸랑-
문이 열렸음을 알리는 딸랑이 소리가 울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확인했을때, 뭔가 익숙하고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구였더라...?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그 사람에게로 향한 그 순간.
"........"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방심하고 있던 내 마음 속에,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훅 들어왔다.
"......."
갑자기 가슴이 너무도 아렸다. 걸음을 뗄 수도 없을 정도로.
난 멈춰서서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판단하려고 애썼지만, 도저히 뭔지 알 수 없었다.
"왜 그래? 괜찮아?"
내가 갑자기 멈춰서서 꼼짝을 않자 성규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방금 느꼈던 감정이, 명수의 감정이라는 걸.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 보았다.
낯이 익었던 남자가, 명수 앞에 서있었다.
"오랜만이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늦지않게 올릴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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