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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낸 픽션이므로 믿지 마세요.

브금이 거슬리신 분이 있으시다면 꺼주시기 바랍니다.

 

애정결핍(1)

 

처음 내가 그녀와 만나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때의 이야기였다.

그때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당시의 나는 매점에 들렸다 나오는 길이었다.

매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내 눈에는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는 듯한 왕따로 보이는 여학생과 가해자로 보이는 무리들이 보였다.

나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왕따당하는 애를 구해줄만큼 정의감있거나 하는 애는 아니었다.

우리반에도 왕따는 있고, 꼭 어느 한 반에는 왕따가 있다.

그것은 언젠가부터 학교라는 곳에 자리잡은 사실이었다. 나는 잔뜩 움츠린채로 무리 한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무말도 못하며 가해자무리를 따라가는 소녀를 흘깃 바라보며 다시 반으로 되돌아왔다.

들어오기 무섭게 봉지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달려오는 친구를 밀어내며 나는 사온 초코우유나 딸기우유를 하나씩 건내주며 그 나이대의 소년이 그렇듯

게임같은 시시한 얘기나 하며 시시덕거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받고 하다보면 어느덧 야자시간이 되어버렸다.

1학년때는 거의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받았지만 2학년 들어서는 학원이니 뭐니 하면서 뭉터기로 반쯤 빠져버렸기에 나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고있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이 급해져 화장실로 가기 위해 아랫층으로 내려가자 나는 윗층으로 올라는 낮의 그 익숙한 소녀를 보았다.

(화장실은 윗층이 여자. 아랫층은 남자식으로 남녀화장실 없고 남자 여자화장실이 각 층마다 따로있습니다.)

옆으로 지나치면서 본 소녀는 예상외로 괜찮게 생긴 아이였다.

거 왜. 왕따를 당하면 보통 한 곳이 부족한 아이를 시키지 않나? 예로 뚱뚱하다거나, 청결하지 못하거나, 냄새난다거나.

물론 그 소녀는 전자들과는 달리 조용히 있다가 친구도 못사귀고 혼자가 되니 자연스럽게 왕따로 몰리게 된 아이같았다.

올라오는 소녀가 고개를 살짝 들자 나는 반자동적으로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렸다.

소녀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버렸고

나도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기 무섭게 다시 반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장난도 치면서 야자를 마치게 된 나는 왼쪽으로 가는 친구들과 달리 오른쪽 방향이었기에 혼자서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연이 3번이면 인연이 된다고 했던가. 나는 돌아가는 길 다시 그 소녀의 뒷모습을 보게되었다.

그 소녀는 머리가 워낙 긴지 하나로 묶어도 날개뼈정도까지 살랑거리고 있었는데, 그만큼 머리가 긴 여학생들은 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는 단숨에 그 소녀가 아까 본 그 소녀일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소녀는 길을 걷다가 좁을 골목길틈으로 쏙 들어갔기에 뭐라 말 붙일 틈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니, 애초에 우연3번이라고 해도 말 붙일 생각도 핑계도 없었지만.

 

“다녀왔어.”

의무적으로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집 안은 아무반응도 없이 썰렁했다.

온기없는 싸늘한 집안은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매일밤 집에 올때마다 낯설었다.

책가방을 현관부근에 대충 내팽겨치고 내 방으로 들어간 나는 바로 컴퓨터를 켰다.

익숙하게 제일 먼저 게임을 킨 나는 게임에 접속하기 무섭게 친구목록창에 들어가 친구들이 들어왔나 확인했다.

친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 모두 오프라인 표시가 되어있었기에 나는 먼저 사냥터에 들어가 사냥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사냥을 하니 친구들이 한 명씩 접속해오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친구들과 함께 사냥을 하고 새벽 3시쯤이 되자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다시 그 소녀와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

 

 

날이 밝았다. 책가방을 매고 학교로 향하는 내 눈에는 또 어제와 같은 소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책가방끈을 잡고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흘깃 쳐다보다 나는 흥미를 껐다.

왕따인 애에게 얽혀봐야 좋은 것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괜히 친해졌다간 귀찮은 일이다.

잔혹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게 방관자들의 현실이다.

 

나는 힘없이 걸어가는 소녀를 앞질러 뛰어가며 학교로 향했다.

뛰어서 오니 숨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일찍 등교해서 교문앞에 서있는 선도부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하긴. 내가 지각을 좀 많이 하긴 했지.

 

“안녕하세요.”

꾸벅.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자 선도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라는 듯 고개짓했다.

안으로 들어간 학교내부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자기반을 찾아 들어가고 있었다.

“야! 오진수!”

탁! 몸을 탁 치는 손길과 함께 놀라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친구들의 얼굴에 나는 씩 미소지었다.

“안녕.”

“왠 일이냐? 네가 이렇게 일찍오고?”

꽤 놀라하는 친구들에게 글쎄. 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것으로 만족해하는 것 같지 않기에 나는 짧게 한마디 덧붙였다.

“그냥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어.”

“그래?”

친구들은 흥이 식은 것 같아보였다.

 신발을 갈아신고 반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어제했던 게임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어제 잡았던 보스때문인지 열광하는 애들은 어제 찍어둔 보스잡은 영상 반응이 궁금해진다며 몸을 들썩였다.

 

 

*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둬라.”

선생님이 말을 마치고 교실을 나가기 무섭게 우르르 애들이 교실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기지개를 한 번 쭉 펴며 책상위에 엎어졌다.

“졸리냐?”

졸리냐고 물어오는 병태의 말에 나는 대답대신 고개만 살짝 움직였다.

“짜식.”

누워있는 내 머리칼을 거칠게 부비며 친구들은 빈 의자에 앉아 쉬는시간마다 계속 했던 게임이야기를 했다.

‘…아, 배고파.’

밥맛이 없어 아침을 굶고온 탓인지 나는 거칠게 요동치는 위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매점.”

매점으로 간다는 말에 같이 가긴 싫은지 친구들이 바짓주머니를 뒤지며 천원짜리 두장을 올려놓곤 말했다.

“올때 음료수도 좀 같이사와. 포카리하고 식혜로 사와! 잔돈은 가져오는 거 잊지말고.”

대답대신 손만 대충 흔들며 나는 천원짜리 두장을 들고 복도로 나섰다.

혼잡하다못해 시끄러워 미칠 것 같은 복도풍경에 인상을 찡그리며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다가 나는 또 그 예의 소녀를 보게되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 다녀와 먹을 예정이었던 나는 소녀를 지나치면서 소녀의 손에 쥐인 천원짜리 한장을 보게되었다.

나랑 같이 아침을 굶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나는 요동치는 배를 부여잡고 내려가는 걸음을 더 빨리했다.

 

*

 

“메론빵 하나하고, 포카리 하나하고… 뭐였더라.”

매점에 도착한 난 다른녀석이 시킨 음료수를 까먹고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아, 젠장. 뭐였지.

이프로? 매실? 봉봉?

그 녀석은 매일마다 다른 걸 먹기에 괜히 이들 중 하나 들고갔다간 버럭 화낼 게 생각나 나는 그냥 하나는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 그냥 메론빵하고 포카리만 주세요.”

매점아줌마가 주는 거스름돈을 건내받고 뒤돌아 나가려는 데 방울 소리가 울렸다. 딸랑.

손님이 한 명 더 들어온다는 소리인데, 나는 그 손님이 그 소녀가 아닐까 하고 뒤돌아보며 생각했다.

역시 문 입구에서 또 그 소녀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안녕 서희야.”

매점아줌마는 반갑다는 듯 서희라 불린 소녀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서희도 살짝 미소지었다.

인사를 할때 그 서희라는 소녀의 목소리는 꽤 밝았기에 나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소녀는 천원짜리 한장을 쥐고 음료수 2개하고 여러가지 빵을 고르고 있었다.

“삼천 이백원이란다.”

소녀는 치마주머니에서 이천원을 꺼냈지만 이백원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리고 천원과 이천원을 합쳐 삼처원이 된 지폐조가리를 잡고 쭈뼛거렸다. 조용한 침묵이 매점안에 자리잡았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소녀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내가 이백원 보태줄게.”

……무슨 변덕이었는지, 나는 잘 몰랐지만.

그냥 앞으로도 이사가지 않거나, 친구를 사귀게 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왕따를 당하게 될 그 소녀가 가여웠는지도 모른다.

소녀는 내가 건내준 이백원과 함께 삼천원짜리를 잠시 쳐다보다가 매점아줌마에게 건냈다.

그리고 소녀는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별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난 매점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소녀도 뒤늦게 빠져나오더니 내 뒤에 서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

“야! 너 왜 내 것만 안사왔냐?”

사온 포카리를 건내주고 자신 음료수를 찾아 봉지를 뒤지던 녀석은 제 음료수가 없는 걸 알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안. 간결하게 사과하며 난 천원짜리를 돌려주곤 내가 사온 멜론빵을 조금 찢어 나눠주었다.

툴툴거리면서도 멜론빵도 먹고 옆친구의 포카리까지 조금 빼앗아먹은 녀석은 언제 화냈냐는 듯 다시 게임이야기에 몰입했다.

 

“……말이지. 그 보스가…”

“…맞아. 내가 그……”

게임이야기에 한창인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는 재빨리 굶주린 배부터 채웠다.

메론빵을 거의 다 먹을때가 되니 어느덧 수업종이 쳐 친구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번 수업시간은 빌어먹게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이었다.

 

 

*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보면 어느덧 야자시간이 되어있었다.

뭉터기로 빠져나간 썰렁한 반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꼭 대부분 한 두번씩 화장실을 다녀오게 된다.

병태가 화장실을 다녀오고나서 나도 볼일이 급해져 허락을 맞고 교실밖으로 나왔다.

 

“……아.”

그리고 아랫층 계단으로 내려가는 내 눈앞에 분명 분필가루로 생각되는 걸 잔뜩 뒤집어쓴 소녀가 보였다.

나를 보자 놀라 후다닥 벽에 착 달라붙어 가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잠깐 머뭇거렸다.

 

……부를까.

“…….”

 

 

 

[오싹해지는 건 (3)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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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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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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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에 읽는거 짱좋다......다음화가 피료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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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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