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03
w. Cascade
민석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기울였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니다. 아버지의 굵고 투박한 목소리가 아닌, 가녀리게 떨고 있는 소년같은 목소리다. 혼선이 생긴 건가... 잠시 골똘하게 생각하던 민석은 곧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마, 전화에 혼선이 생긴 것 같네요."
"혼선? 전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헌데, 너는 어디 있는 거냐. 목소리만 들릴 뿐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나. 지금 이 방 안 어딘가에 있는 거냐. 아님 내가 헛것이 들리는 것이냐."
분명, 이 시대의 말투는 아니다. 민석은 무슨 정신나간 사람이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더 뒤숭숭한 기분이 물씬 들었다. 이 때, 저 멀리서 종대가 두 손에 커피를 두 잔 들어 다가온다.
"야 김민석! 너 누구랑 통화하냐?"
"잘못 걸린 전화야. 잠만."
민석은 다시 조심스레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두 입술을 열었다.
"전화 끊겠습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종료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을 갖다대었다.
"보고싶구나."
귀에서 멀어져가는 휴대폰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석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한 쪽 가슴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누구지... 누군데 내가 보고싶다는거지. 왜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눈물이 나려고 하는거지. 마음은 왜 또 아려오지... 민석은 작은 오른손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퉁-퉁- 쳤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종대가 조심스레 민석의 팔목을 잡았다.
"그만해."
민석의 두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민석은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기분의 원인을 전혀 알지 못했다. 굉장히 슬픈 목소리다. 외로운 목소리다.
***
"마마. 거기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 다되었습니다."
백현이 창호문 너머로 루한을 부른다. 답이 없다. 백현은 작은 한숨을 쉬더니 한 발을 방 안으로 내딛는다. 루한이 멍한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렸다. 내가 애타게 찾는 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귀인 말씀이십니까?"
"그래. 분명 대화를 나누었다. 이 방 안에서."
"마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혹시, 몸이 편찮으십니까?"
"아니다... 나중에 얘기하자."
루한은 한동안 더 흐릿한 거울을 응시하더니 이윽고 백현의 어깨를 돌려 방 밖으로 내보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저녁 먹고 있거라."
"저는 오늘 근처 기방에 다녀오겠습니다. 저녁은 이따 같이 먹도록 하겠습니다. 소문으로는, 중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기생 '나비'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얻어 오겠으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 가 계세요."
"그래, 항상 조심하고."
백현은 걱정되는 듯 루한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이윽고 무거운 두 발을 옮겼다. 백현이 문 밖을 나가자마자 루한은 거울 앞에 다가선다. 그러더니 바지춤 속 주머니를 꺼내어 아까 아침에 주웠던 떨어진 꽃잎들을 거울 틀 위에 하나 둘 셋.... 나열한다.
"아름다운 이 꽃잎들도, 언젠간 다 지고 말라가겠지."
루한은 커다란 두 눈을 두 번 깜박이고는, 창호문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갔다. 그 때였을까,
와장창쿠장창 와르르르!!!!!!!!!!!!!!!!!!!!!!!!!!!!!!!!!!!!
루한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긴 칼을 뽑아 순식간에 뒤를 돌았다. 루한 눈 앞에 놓인 것은 자객도 아니요, 산짐승도 아니였다. 강아지같은 눈망울을 한, 하얀 피부를 가진, 민석이 또렷하게 루한을 응시한채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민석은 어안이 벙벙한듯, 주위를 살펴본다. 그리고는 자기 목에 겨누어진 칼날을 보더니 파르르- 떨고 입술을 지긋이 깨문다. 루한은 서서히 칼을 거두었고, 민석에게 점점 다가갔다. 그리고는 민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왜 이제야 왔느냐."
민석은 아직까지 자기가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그란 두 눈, 개구져보이는 입매가 루한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워보였다. 루한의 얼굴이 점점 민석에게로 가까워졌다. 루한의 입술이 민석의 이마에 닿자, 민석은 조그만 신음소리를 냈다. 민석은 이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자가 누구길래 이러는 것일까. 이제 자기는 꼼작없이 죽게 되는 것인가.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때였을까, 루한의 입술이 살짝 민석의 입술에 닿았다. 루한은 민석의 인중을 살짝 깨물더니, 이윽고 강렬하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정신을 차린 듯, 루한의 두 뺨을 자신의 손으로 부여잡고는 최대한 저항하려 했다. 그러나, 루한은 거친 그의 손으로 민석의 손을 잡더니 그의 입술을 민석의 손등에 옮겼다. 정중한 인사를 하는 듯, 루한은 민석의 손등에 살짝, 두 번, 입을 맞추고 꿇고 있던 무릎을 피고 일어났다.
민석의 두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남자와 첫 키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개를 들어 루한의 얼굴을 쳐다봤다. 곱상한 얼굴, 곱상한 눈꺼풀, 오똑 솟은 코와 달리 풍채는 굉장히 남자다웠으며 손은 거칠어보였다. 그는 조선시대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 곳은 어디지. 어쩌다가 여기로 온거지? 나는 분명, 종대랑 커피를 마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굴다리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 자는 누구며, 또 왜 이 자는 나를 반기며 키스를 한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
민석의 머리 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런 민석을 루한은 내려다보더니, 곧이어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뭐냐?"
"민석. 김민석..."
"어디 집 자제냐? 입고 있는 옷은 또 뭐고? 청에서 유행하는 옷감이냐? 머리는 또 왜 이렇게 밝으냐. 혹, 조선의 백성이 아닌것이냐?"
"조..선..? 저기요, 혹시 여기가 어디에요?"
"여긴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한밭이다. 배고플테니 우선 저녁을 먹자꾸나. 너와 할 얘기도 많고, 할 일들도 많다. 곧 백현이 기방에서 돌아올 터이니 좀만 기다려라. 김민석.왜 이렇게 오들오들 떨고 있느냐."
루한은 자기가 입고 있던 도포를 벗더니, 민석의 떨고 있는 어깨 위로 덮어준다.
"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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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 민석아, 너는 이제부터 이 곳의 제일가는 기생 '월화'다.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해서도 안된다. 그 이전 너의 삶은 잊어라. 그게 니가 원하는 것이든 아니든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 떨기 꽃이되, 꺾이는 꽃이 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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