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3684923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COSMOS, COMPLETE

- 내 작은 우주가 가득 찰 때까지 -


-1-

오빠를 잃었을 때, 나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온 지구의 시간이 더 이상 가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삶과 역사는 변하지 않았고,

그들의 시간은 평소과 다름없이 흘러갔다.


나만 그 자리에서 멈춰져 있었다.


오빠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을 때,

오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와준 이들을 맞이하는 부모님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았을 때, 

오빠가 불 속으로 사라져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때의 그 차갑고 시리게 내 몸을 감싸던 공기가 

유난히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1월의 날씨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산산조각 나버린 나와 정우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착각 때문인지는 

아직도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그 지독한 불행 속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오빠는 나와 정우에게만 존경스럽고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빠를 아끼고 사랑했던 많은 분들은 

남겨진 나와 정우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고, 아껴주었다. 

오빠에게 부모님의 모든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나에게

오빠의 지인들은 한없이 많은 위로와 힘을 주었고, 

그 중에서도 한빛오빠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준면오빠는 

오빠가 떠난 이후 그 빈 자리를 메꾸어주려는 듯 

몇 달간 우리 곁에서 정우와 내가 힘든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다. 

정우와 나, 우리가 보낼 한없이 나약한 나날들을 

준면오빠가 그렇게 막아내주었다.   


그러나, 우리도 언제까지고 이토록 심약한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나날들을 살아갈 수가 없었다.

준면오빠 역시 본인이 지탱할 본인의 삶이 있었고,

직장이 지방에 있던 탓에 언제까지고 우리가 기댈 곳이 될 수는 없었다.

이미 준면오빠는 충분히 본인의 몫을 해주었으니까.

지금껏 준면 오빠가 우리를 위해줬던 그 모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준면오빠가 다시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 돌아간 이후에도

내 삶과 나의 우주가 본연의 크기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악물고 오빠의 몫을 살아보리라 다짐 했던 내 정신과 더불어,

이제는 나에게 친오빠와도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윤오 덕분이었다. 


 -2-

나의 두 번째 오빠가 되어준 윤오는

지금껏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도 함께였었다.


[NCT/정재현] COSMOS, COMPLETE 01 | 인스티즈

유난히 욕심이 없어 모든 것을 다 내게 양보하던 유치원 시절부터,

어릴 적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겁이 많던 내가 엄마의 채근에 못 이겨 초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해야 했을 때

벌벌 떨고만 있는 나를 위해 러닝 메이트가 되어주었던 윤오.

중학생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같은 학교에 진학해

같은 반이 되면 되는 대로,

반이 엇갈리면 또 그런대로

서로에게 딱 맞는 거리를 유지하며 자라왔다.


아쉽게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로 연락이 뜸해졌지만, 

가끔 얼굴을 보게 되는 우리 가족과 윤오네 가족 간의 식사나 캠핑 때는 

언제나 서로의 자리를 남겨두기라도 한 듯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간 있었던 일을 공유하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윤오는

항상 어릴 적과 모든 것이 그대로인듯한 느낌을 주었다. 


[NCT/정재현] COSMOS, COMPLETE 01 | 인스티즈


누구나 인정해줄만한 천진한 웃음을 가진 윤오의 모습은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3-

내성적이고 조용한 나와 달리

윤오는 타고나길 밝은 아이 같았다.


윤오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끝날 무렵이면

늘 들려오던 우리 부모님의 서늘한 잔소리. 

냉정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더 잘해보겠다며 애써 웃는 우리 오빠.

그런 오빠의 모습에 안쓰럽다가도 끝내 기가 눌리고 말아 고개를 푹 숙인 나. 

윤오는 그런 내 팔 소맷단을 슬쩍 끌어당겨 자리를 빠져나와주곤 했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윤오의 그런 모습들은

바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윤오를 만나는 날임에도

서슴없이 옛날 어린아이 때 처럼 대할 수 있는 이유였다.




----------------------------------------------------------------------------------------------------------------------------------------------------------------------------------------------------


반가워요, 모두들!

글에 대한 자세한 사담은 과거 시점이 끝나는 다음 편? 혹은 그 다음 편에서 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 다음 편에서 만나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