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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COMPLETE

- 내 작은 우주가 가득찰 때까지-


-5-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윤오는 군복무 기간 내내 모든 휴가마다

꼭 시간을 내어 나를 만나주었다.


그 때마다 나는

처음으로 사귀게 된 남자친구와의 이야기,

과제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

한빛오빠, 그리고 정우와 있었던 일 등등 

윤오가 없는 동안 내 삶을 채웠던 모든 일들에 대해 전부 들려주었다.


윤오는 언제나와 같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내 이야기들을 들어주었고

이를 통해 본인이 없는 동안 만들어진 나의 역사를 알아가고는 했다.

그런 윤오의 모습을 볼 때면 나는 항상 기분이 좋아졌다.

윤오가 내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우리 오빠 다음으로 내 우주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6-


윤오는 스스로도 자신이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 했다.

그렇기에 윤오는 한빛오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전역 전 휴가를 위해 모아두었던 휴가마저 급히 쓰며

가장 먼저 오빠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오는 오빠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 내내 나와 정우를 보살펴주었고,

오빠를 화장하는 순간까지 내 옆에서 나를 꼭 붙들어주었다.


이제서야 후회와 참회하는 듯한 표정으로 주저앉아버린 어머니와

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런 어머니를 지켜본 아버지.

갑자기 왠지 독한 마음이 들었다.

오빠가 사그라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울음을 꾹꾹 참아냈다. 

괜히 윤오의 손을 꼭 쥐었다. 


그런데, 

꼭 쥔 내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다 대며 무언가를 슥- 훔쳐내는 윤오. 

윤오가 울고 있었다. 

장례식 내내 한 번도 울지 않고 나를 묵묵히 챙기던 윤오가

목 뒤로 소리를 삼켜가며 힘겹게 울고 있었다. 

그러더니

"여주야. 내가 오빠가 되어줄게." 

"..."

"한빛 형을 대신하겠다는게 아냐."

" 그냥 네 또다른 오빠가 되어줄게. "


지금 생각해보면

윤오는 나마저 떠날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장례식을 거치는 그 며칠 간의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도 모든 것이 망가진듯한 모습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윤오는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윤오의 결론은 자신이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동안 윤오가 힘들어하는 모습,

의외로 알 수 없는 부분에서 마음이 약한 구석이 있어 울먹이거나 펑펑 우는 모습은 보았지만,

'나' 때문에, 그가 우는 모습은

그날 처음 보았다.


그렇게 윤오는 나의 두 번째 오빠가 되었다.



-7-

(현재 시점)

(여주는 가는 글씨, 윤오는 굵은 폰트 입니다!)

"ㅎㅎㅎㅎㅎ..."

"ㅎㅎ.. 여주야 ㅎㅎ...

"엉...?ㅎㅎㅎ..."

"괜찮을거야..ㅎㅎ(아마두..)"

"ㅎㅎ.. 그런거겠지..?"


방학을 맞아 중고딩들의 험한 말(?)이 빗발치는 소란이 가득한 피씨방.

그 사이를 비집고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누구보다도 썩은 표정으로 모니터만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 옆 자리에는


[NCT/정재현] COSMOS, COMPLETE 03 | 인스티즈

열심히 내 눈치를 살피며 눈알만 도르륵 굴리는 정윤오.


" 망해써.. 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 복학인데ㅠㅠㅠㅠㅠ. 수강신청부터 이렇게 망하다니. 그냥 다시 휴학하기로 마음을 다잡아볼까?...ㅎ"

"아냐ㅠㅠㅠ 살릴 수 있을거야ㅠㅠ. 내가 도와줄게!"

"지금도 같이 도와줬는데 이렇게 된 거 ..ㅎ..자..나....ㅎㅎ..."

"ㅎㅎㅎ.. 그렇긴 한데...ㅎㅎ.."


... 그렇다. 오늘은 대망의 수강신청 날이었는데..


오빠를 떠나보낸 후로 나는 학교를 쉬었다.

사실 내 나약한 마음 같아서는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지만

모든 것에 의욕을 잃었던 나를 끈질기게 설득한 정우와 윤오 덕(?)분에

휴학으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시간이란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기 마련이었고,

속절없이 휴학 최대 기간인 2년이 흘렀다.


그 말은,

이제 학교에 돌아가야 할 시기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니.

학과생이 많지 않은 윤오는 비교적 수강신청이 수월했지만

단과대학 내 가장 인원이 많은 학과에 속하는 나는...^^,,,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수강신청의 열기에,

그리고 그 결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시간표에

넋이 나가 버렸다.


" 아니... 내가 듣고 싶은 건 못들을 수 있다고 치자. 인기가 많은가보지? 근데 ㅎㅎ"

"...?"

" 월요일 6시간 공강은 무슨 일인걸까..?"

"...!"

"ㅎㅎ.."

"ㅎㅎㅎㅎㅎㅎ..(어쩌지..)"


오늘도 열심히 살기를 포기한듯한 내 모습에

윤오만 머리 속이 바빠진다.


-7-


우여곡절을 거쳤는데도,

내 시간표는 결국 바뀌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학교에 다니게 된 나를 위해서

윤오가 월요일 공강 시간을 함께 하기로 해주었다.

(덕분에 윤오의 시간표도 약간 엉망이 되었다는 것은...안비밀..ㅎㅎ)


"그래도 너 있어서 다행이다.  고마워 진짜. 두세시간도 아니고 여섯시간은 진짜 혼자서 할 것도 없어 ㅠㅠ."

"나도 월요일 그 과목 듣기 싫었어~. 월요일 공강마다 시간도 널널하니까 같이 뭐 하면 좋겠다. 어때?" 

"나는 다 좋지! 어차피 친구도 없어서 너 밖에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

"그러면"

"응?"

"매주 월요일 공강 때마다 뭘 하면 좋을지 일요일에 같이 정하는거야. 그럼 월요일이 기다려질거 아냐. 어때?"

여전히 학교 가는 일이 두렵게 느껴져 걱정이 되는 나를 너무 잘 아는 윤오와

"그래~~! 그러자 그럼!"

그런 윤오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나.


덕분에 복학 후의 내 모습을 두려워 하는 일은

조금 더 미뤄두어도 될 듯 하다.



----------------------------------------------------------------------------------------------------------------------------------------------------------------------------------------------------

드디어 현재 시점으로 넘어오게 되었네요!

수강신청... 월요일 공강 6시간... 사실 제 얘기입니다,,,^^(실제로는 7시간...)

저도 믿기지 않아요...ㅎㅎ

그동안 프롤로그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고,

이제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름 치환은 (이름 언급이 많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성은 그대로(김씨) 하고, 이름은 여러분들 이름 대입해주시면 글의 흐름에 더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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