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사장님은 무섭다. 아니, 사실은 우리 사장님은 천사같은데 사장님의 남자가 너무 무섭다. 연하의 묘미란 오늘도 어김없이 살떨리는 날이었다. 왜? 우리 사장님이 출근을 안하시거든. 그럼 좋은거 아니냐고? 아니. 전혀. 네버. 상상도 못할거야 진짜. 내가 이러는 이유가 뭐냐면-
"그래서, 어제 남자손님이 몇명이었다고요? " -바로 이새끼 때문이지. 3 / 12 오늘도 사장님한테 찝적거리는 고딩이 왔다. 사장님은 얘가 자기 출근하는 날만 오는줄 아시는데 그건 다 걔가 내숭쩔고 흑막쩔어서 그런거다. 오늘은 사장님이 어떤 디저트를 좋아하는지 묻고 가버렸다. 3 / 26 오늘은 사장님이 출근하셔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떤 남자 손님이 우리 사장님한테 번호를 물어봤다. 철벽쩌는 사장님은 싫다고 했는데 그 손님새끼가 자꾸 치근덕거렸다. 아무생각없이 그 고딩 눈을 봤는데 사이클롭스인줄 알았다.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나한테 턱짓으로 그 손님새끼를 가리쳤다. 아마 어서 떼내지 않고 뭐하냐는것 같았는데 그냥 무시했다. 내일은 사장님 출근 안하시는데 어떡하지. 후환이 두렵다. 4 / 1 고딩이 나한테 번호를 물어봤다. 잠시 설렐뻔 했는데 앞으로 사장님한테 무슨일 생기면 자기한테 연락달라고 그랬다. 하긴 사장님 빠돌이가 어딜가겠어? 헹. 그래도 짜증나서 연락 안해줄거다. 4 / 18 오늘은 날짜처럼 씨팔같은 날이다. 왜냐면 사장님 대학 동기들이 우리 가게에 왔는데 공대출신이라 그런지 다 남자였다. 고딩이 사장님 동기들을 노려보다가 그 사이에 있던 사장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갑자기 착한척 눈웃음치면서 쪼갰다. 우리 천사같은 사장님은 아무것도 모르시기 때문에 망할 고딩새끼를 보면서 같이 웃어주셨다. 정말 여러모로 가증스러운 새끼다. 절대 내가 오늘 차여서 이렇게 격한거 아니다. 4 / 30 보는 내가 더 답답해서 번호라도 따라고 했다. 근데 고딩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다. 사람이 들이대는데에 때가 어딨어? 너 그러다가 사장님 애인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랬더니 고딩이 날 겁나 야렸다. 나보다 3살이나 어린 새끼가 눈빛이 아주 형형했다. ...사실 좀 쫄았었다. ....사실 아까 저말도 존댓말으로 했다........ 5 / 16 나한텐 때가 아니다 뭐다 했으면서 자기도 쫄렸는지 고딩이 결국 사장님 번호를 따냈다. 솔직히 말하면 사장님이 안쓰러웠는지 먼저 준 것 같았다. 우리 사장님은 다 저놈의 내숭에 속아넘어간게 분명한데 고딩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조용히 명복을 빌어드리기로 했다. 6 / 2 둘이 사이가 심상치가 않다. 우리 사장님은 원래도 짱예쁘고 짱귀엽고 짱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고딩한테 조금 더 잘해주기로 하신 것 같았다. 나는 썸 깨져서 휴일에도 알바 나부랭이나 하고있는데 고삐리주제에 우리 사장님을 꼬셔서 짜증이 났다. 그래도 시급이 짱이니까 참기로 했다. 6 / 24 고딩이 진짜 제대로 꼬리를 치는 것 같다. 자꾸 자기가 모르는 문제 질문하려고 왔다면서 사장님을 놔주질 않았다. 그래놓고선 사장님이 오더받고 계시면 자기가 풀어놨던 문제 풀이 다 지워놓고 사장님이 더있냐고 물어보면 이거 저거 조거 다 모르겠다고 했다. 진짜 흑막 쩌는 새끼였다. 7 / 10 며칠전에 사장님이 마감하는거 힘들지 않냐면서 남자 알바생을 뽑아주냐고 물으셨다. 난 당연히 내 인생에도 봄이 오는구나 싶어서 완전 좋다고 했다. 근데 고딩이 내 유니폼에 도청기를 달아놨는지 그걸 또 듣고선 어제 사장님 출근 안하셨던날 나한테 와서 남자 알바생 완전 싫다고 하라고 그랬다. 완전 불편하고 짱싫으니까 절대 뽑지 말아달라고 하라고 그랬다. 근데 난 또 쫄아서 사장님한테 그대로 말했다. 내인생 시발. 7 / 28 고딩이 방학을 했는지 하루종일 카페에 붙어있기 시작했다. 일주일째 오픈시간부터 와서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다 샌드위치로 때웠다. 우리 카페 샌드위치가 존맛이긴 해도 저러면 금방 질릴거같은데 고딩이 사장님이 직접 주문한 재료들로 만들어서 그런지 하나도 안그렇다고 했다. 여러모로 징그럽게 끈질긴 새끼다. 8 / 13 사장님이 감기에 걸리셨다. 아마 에어컨때문에 그런것 같았는데 여자인 내가봐도 아련아련하고 약먹는것만 봐도 막 마음이 아프고 그랬다. 그래서 고딩이 죽을 사왔는데 사장님이 자기 야채죽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시면서 웃었다. 저거 사실 고딩이 나한테 문자로 물어본건데 나는 오래살고 싶으니까 조용히 있기로 했다. 9 / 17 고딩이랑 사장님이랑 싸운 것 같았다. 고딩은 우리 카페 처음 온 이후로 최초로 연속 3일간 안오는 신기록을 세웠다.사장님만 보면 헬렐레 거리는 놈이 화냈다는게 신기하기도 한데 사장님 시무룩한 얼굴이 너무 안쓰러웠다. 하여간 고딩은 나쁜새끼다. 9 / 26 둘이 화해를 한 것 같다. 사장님은 온몸에 꽃이 날라다니고 고딩은 사장님이 안오시는 날에도 그나마 얌전한 눈빛으로 남자손님들을 노려봤다. 물론 여전히 노려보긴 했다. 무서운 새끼다. 10 / 9 요즘 고딩이 자꾸 먹을걸 사온다. 우리 사장님 입맛이 애긔애긔한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사실 내가 알려줬지만) 단거를 죽어라 사오는데 사장님이 나도 먹으라면서 하나씩 주면 찢어죽일기세로 날 노려봤다. 사람이 하나쯤 먹을수도 있지 치사한 새끼. 11 / 18 오랜만에 씨팔같은 날이다. 사장님이랑 고딩은 드디어 연애를 하고 있는데 나는 시발 썸도 못타고 있다. 그리고 고딩은 얼마전에 나한테서 일별 매출 기록표를 가져가더니 엄청 짜증을 냈다. 사장님이 출근한 날은 남자 손님들 수가 두배가 넘어서였다. 그 이후로 남자 손님들만 들어오면 지가 토르라도 되는지 눈빛으로 번개를 내리는 신기를 보여줬다. 물론 그래도 남자손님들은 꾸준히 왔다. 고딩이나 손님들이나 참 쓸데없이 끈질긴 남자들이다. 12 / 3 드디어 정직원이 됐다. 감동해서 사장님을 막 초롱초롱하게 쳐다봤더니 알고보니 그 고딩이 내가 참 성실하다면서 추천을 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고딩이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12 / 22 알고보니 고딩은 날 더 성실하게 부려먹기 위해 추천한 것 같았다. 요즘은 내가 이 카페 직원인지 고딩의 스파이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사장님만큼 철벽 쩌는사람이 또 없는데 왜그렇게 안절부절하냐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어쩌구저쩌구해서 안심이 안된다고 했다. 나중에 의처증 걸리기 딱 쉬운 타입인데 우리 사장님은 하나도 모르는것 같다. 역시 고딩은 무서운새끼다. [사담] 에ㅔ...안녕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