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빙의글]chew&chu
w.논리원리연구소
1.
옆에서 부지런히 쫀쪼니를 까먹는 종인을 한심히 바라보던 ㅇㅇ은 그에게 꾸중하듯 말했다.
"김종인 너 이틀전에 치과갔다오지않았냐"
"..어."
"근데 그거 먹으면 어떡해"
넓다란 어깨를 으쓱한 종인은 다음타자로 비틀즈를 뜯기 시작했다.
아니 충치치료한지 얼마나 됐다고 저걸 계속먹는거야..
"야 내놔"
하며 순간적으로 비틀즈 봉지를 뺏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나를 보는 김종인이었다.
지가 무슨 도경수냐 눈 땡그랗게 뜨게.
"야 너 완전 도경수같아"
"그 쪼그만애랑 내가 닮았다고?"
"둘이 맨날 같이 다니면서 괜히 틱틱대고 그러더라 너는?"
"사실이니까"
장난스런 내말에 흐음,하며 여유롭게 비틀즈 봉지를 다시 찾아간 종인이 아예 손바닥에 비틀즈 수 알씩을 담아 입안에 털어넣었다.
"니가 언젠가 비틀즈랑 쫀쪼니때문에 망하는 날이 올꺼다"
"저주 즐"
시크하게 중저음으로 욕을 날린 김종인은 비틀즈와 쫀쪼니 껍질을 뿌리듯이 휙 던지고는 그냥 가버렸다.
"야!!쓰레기던지지말라고!!"
오빠(라쓰고 김민석이라 읽음)를 닮아 깔끔한 성격을 지닌 나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을 못 보는 성격이었다.
반대로 종인이는 막내아들로 자란데다 나이차이 많이나는 누나까지 두분이나 계시다보니 예쁨받고 곱게 자란것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러니 저 새끼가 저렇게 재수가 없ㅈ...
투덜투덜 거리며 쓰레기통을 주워 버리며 김종인이 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종인의 뒷담화아닌 뒷담화를 하던 순간,
나는 노을빛에 번져 살짝 다홍빛이 감도는 모습으로 뒤돌아보며 살짝 웃는 종인이의 모습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 모습에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종인이가 종인이의 전 여자친구에게만 지어주던,
평소의 84같은 모습이아니라,소년같은 모습의, 94년생 내가 좋아하고있는. 열아홉살의 김종인이 서있었다.
2.
종인이와 친구를 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빠른년생으로 들어왔어도 전혀 우리 둘(그러니까 경수와 나)에게 꿇리지않던 종인의 첫인상은 한여름의 내리쬐는 햇볕만큼 강렬했다.
까무잡잡하고 키가 커서 또래보다 남자다워보이는 종인이에 반해,
하얗고 조그마한,아담해서 귀엽다라는 느낌까지 주는 우리 우주소년 아톰같은 소년 경수는 항상 종인이를 부러워했다.
그러다보니 둘은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보통의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마치 친형제같이(물론 종인이 형같은 느낌이었다) 훈훈하게 친해졌다.
물론 친해진지 오래된 지금은 일반의 남자아이들 사이와 다르지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건 중학교 3학년때부터 알았던 우리는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그렇다. 종인이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많았던 건 아니고, 딱 한명.중학교 삼학년 겨울방학부터,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까지 사귄..그러니까 6,7개월 정도 사귀었던 아이였다.
엄청 예쁜아이였다. 마치 크리스탈처럼 빛나는,이름도 수정이었더랜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나와는 다르게 수정이는 종인이의 이상형인 한예슬언니처럼 약간 고양이상인데다가,
도도한 느낌까지 풍겨 둘이 있으면 완전 케미가 스파크처럼 튀었다.
어쩌다 한번 사복을 입은 모습을 봤는데..나는 그날 거울을 보고 웬 오징어한마리가 서있음을 발견했다.
...사실 중학교 삼학년 여름방학때부터 종인이를 짝사랑했던 나에게 그사실은 엄청난 일렉트릭쇼크감이었다.
상처도 받았지만, 종인이가 좋아하는건 내가 아니라 그아이였기에, 그리고 나혼자 좋아했던 것이었기에 그저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고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멎지않아서 둘과 함께 만나는 날이면 눈부신 두사람앞에서 서툰 연기를 해야했던 나는
혹여라도 실수해 두사람의 사이가 곤란해질까 나혼자서가 아닌,경수와 함께 그둘을만났다.
지나가던 학교친구들이 종종 더블데이트냐며 장난스레 물어왔지만 경수와 나는 진짜 단지 친구사이였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과거회상*
"경수야..항상 나때문에 같이 나와줘서 고마워"
"응?아니 뭘.너야말로 힘들지."
앞에있던 음료를 쪽 빨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본 경수는 손사래까지 치며 너야말로 고생이많다면서,그러니까 마음빨리접으라며 장난끼있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너.."
"응?"
"너도..그러니까..나처럼.."
"응"
'나 좋아해서..막..같이나오고..이러는거.."
"...."
"아니겠구나.미안 내가 미쳤었나봐 음료수에 뭐 탔나?"
********************
그때 완전히 석고상처럼 굳은 경수의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못한다.
그래 경수 이상형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여신인걸 내가 잠시 잊었네.
결론은 셋 다 현재는 솔로라는 것이다. 경수는 중 1때 여자친구가있었고(의외겠지만 그랬었다.그치만 어렸을때라 오래가진못했고.)
종인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중 3때~고1때 있었다.
그리고 나 ㅇㅇㅇ. 나는 모태솔로...아 왜 눈에서 땀이나냐.
3.
어제 그렇게 종인이와 헤어진 뒤(우리한테 안녕,내일보자 이런 인사는 없다.안녕,내일보지말자 이런 인사는 있어도.)
사실 종인이는 나에게 가끔씩은 나보다 경수보다 더 편하게 대하고는 했는데,그럴때면 정말 서운할때도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짝사랑인데.혼자하는 거니까,어느 순간에는 혼자서도 잊혀지지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종인이 곁에서 맴돌고있다.
사실 도경수한테도 얘기안했는데, 스스로 눈치를 챘더라..이런.
아직도 종인이를 좋아하는 멍청한 나는,어제의 종인이의 웃음을 잊지못해 오늘도 매점에서 말 징그럽게 안들어먹고
비틀즈 드시는 김종인을 말리고 있었다.
"지치지도않아여 누나?"
종인이의 친한 후배인 세훈이가 다가와 특유의 말투로 말했다.
내가 종인이의 옆에 서있다가 세훈과 마주서자,말없이 비틀즈 껍데기만 바라보며 까고있던 종인이 눈을 치켜떠 우리 둘을 보았다.
"지쳐도어쩌냐.안말리면 얘 치과 가야되잖아."
"에?종인이형 혼자 치과 못가여?"
"...그런거아니라.."
혼자못간다고하면,세훈이한테 놀림받을게 뻔해서,일단 던져놓고말았다.
순간 두남자의 눈이 모두 나를 향한다.
이..이런..잘생긴애들 둘이서 나를 동시에 보니까 무슨 말을 못하겠네.
"혼자못가는게아니라,그냥 내가 걱정되서..."
"풋."
세훈이 입을 가리면서 살풋 웃었다.
"종인이형 좋겠네여.이런 누나 걱정도 받고."
기특하다는 눈으로 오빠같이 큰 손으로 나를 쓰다듬으려는 세훈의 손을 내앞에 서서 막은 종인이는
"부럽냐?부러우면 연습 열심히 하던가."
"아 형."
같은 무용과(우리학교 예고였다..말안해서미안..) 선후배 사이인 세훈에게 까칠하게 내뱉었다.
세훈은 그런 까칠함이 익숙하다는 듯이 내게서 손을 거두고는 '누나다음에봐여!'하고는 가버렸다.
"너..경수한테만 잘해주는구나"
"뭐야 그 게이적 발언.그러니까 엑소인가 뭐시긴가 걔네좀 그만좋아해."
"무슨소리야.그리고 엑소가 뭐어떻다ㄱ..!아무튼,친구끼리 잘해주지도못하냐"
"남자들은 안그래"
"우리엑소오빠들은안그러던데?너는 과연.."
내가 웃으면서 '숨겨왔던나의~'라며 노래를 부르자 종인이 내 입을 막으며 비싼돈들여서배운 보컬
쓰잘데기없는데에다가 쓰지말라면서 나를 말린다.내가 노래를 계속하자,
"야 그럼 내가 정수정을 왜사귀었겠냐"
"...."
순간 나온 그이름에 표정관리가 안될뻔했다.
내가 눈만 뜨고 이리저리 굴리자 어디아프냐고 물어오는 종인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양성애자?"
라고 장난을 치고만다.
그리고 김종인한테 쫀쪼니로 맞을뻔한거 안비밀.
4.
전학생이왔다.
예쁘다.크리스탈처럼.
이름.
수정이.
정수정.
5.
원래 자신의 언니처럼(수정이네자매는 외국태생의 사람이었다.미국.) 한국켄트외국인학교를 다니다가
국내 유명 소속사에 캐스팅이 되어 예술고등학교인 본교로 전학왔다는 그녀는 도도한 인상과 다르게 서글서글한 인사로
무용과 아이들을 녹였다고 한다. 난감하게되었다.종인이도.수정이도.
무용과면..종인이가 있는 반이었을거다.
유난히 올라버린 학비로 인해서 학생이 갑자기 줄어버린탓에 각 과별로 반이 많아봐야 두개였는데,
무용과보다는 보컬과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보컬과의 반이 두개였다.
고로 종인이와 수정이는 당연히 같은 반일 수 밖에 없다는거.
쉬는시간이 끝나자마자 우리반으로 달려온 경수가 내 손목을 잡아끌며 벤치에 앉혔다.
"너 어쩔거야?"
"..뭘?"
"종인이.한번 마음 준사람 잘 못잊어하는거 너도 알텐데."
"그래 알아"
"..."
나를 마음에 안든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경수를 나는 해탈했다는 듯 말했다.
"그래 알아.안다고.3년지기 친구로서 알아.3년동안 짝사랑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너 진짜 그럴거야?"
"나보고 어떡하라는거야"
이런.말이 의도치않게 냉소적으로 나가버렸다.
내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던 경수가 내옆에 털석 앉더니,갑갑했는지 넥타이를 매만지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말한다.
"적어도 고백은 해봐야하지않겠어?"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넌 그게 문제야"
"뭐가"
"니가 좋은게 중요한거야.넌 지금까지 눈치 충분히 봐왔다고.근데 너는,너자신한테 솔직하지못하잖아."
"..."
"언제한번 그래 나 종인이 좋아해라고 나한테 떳떳히 확실하게 말한적 있어너?없잖아.속으로만생각하면,잘몰라.
김종인같은 둔한 새끼는 더 그렇다고."
"나는..나는..못하겠다.경수야."
"..."
한층 찌푸려진 경수의 미간을 두번째 손가락으로 아프지않게 꾹 누르며 내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좋은것보다는, 종인이가 좋은게 더중요해.나한테는."
"..멍청아..나지금니편들어주거든?"
"알아.내편들지마.그리고 종인이 편들어."
"..미쳤지..어휴..답답아.."
"그리고 종인이가..수정이 못잊어해서,힘든거같으면 응원해줘.둘이 잘되게.나상관쓰지말고.알겠지?내앞에서 더그래라.그냥 나 마음접게"
"저 멍청이가 진짜."
"이대로가다가는..내가..종인이를 계속 좋아할거같아..그래서..못볼거같아."
"뭐?"
"예전에는..내가 고백을 하면 종인이가 나를 못볼거라고 생각했어.근데.지금은 아냐.내가 종인이 못볼것같아."
"그래놓고 볼거잖아"
"넌날너무잘알아"
내가 이렇지뭐.
평소와같이 웃긴 말로 대화를 마무리지은 나는 경수의 손을 이끌며 말했다.
"쉬는시간 끝나간다.빨리가자."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시간약속 잘지켰다고."
"도경수의 중학교지각사건을 나는 잊지못해.."
"빨리가자.학생이 수업시간에 늦는것만큼 예의없는 일도없지."
웃겨진짜.경수도 나에게 맞춰 서로의 마음 한켠에 남은 의문을 웃음으로 감춘채 교실로 돌아갔다.
-점심시간
.......왓더?저게 누구야.
내앞에 있는게..누구세요..진짜?
내 앞에는 경수가 노랑노랑한 교복을 벗은채 잘어울리는 파스텔톤 옷을 입고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야,너 집에가?공연있어?"
"아니?"
"그럼"
"너랑놀게"
"뭐요?도경수씨 미치신거아닙니까"
"입닫고 따라오지?"
어이쿠무서워라...내가 나갈거같냐.
"내가 나갈거같냐?"
"민석이형이 오래"
"거짓말 치지말고.."
"아.그냥좀와"
"이거 땡땡이야..벌점받고싶냐 이런 나쁜어린이 도경수같으니."
경수가 어린이라는 말에 쓰게 웃더니 내 손을 잡아끈다.
신발장뭐....신발이..없네..
가방도..없네..
내정신도..없네..
"애들갔어.오늘 4교시세요"
"어..어억..내가 왜 이걸 몰랐지?"
"너 아까 잤잖아."
"어떻게 알았어?"
"알면 다친다. 암튼 놀러가자."
"나 돈없어 지금!"
"내가..내가.."
나와 함께 뭘 먹으면 나오는 식비를 아는 경수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내가..산다고..그래..내가살게."
"앗싸.진짜지.기대해라도경수."
"무슨걸스데이세요?"
"우우우우우우우...미안"
"혜리선배 실물 본 내앞에서 무슨 짓이야."
"어 진짜?!"
"너진짜 오징어같았다고.빨리나와."
"응..미안."
가방을 싸고 나왔는데,경수등엔 가방이없다.
"너가방은?"
"집에 갔다왔는데"
"빠르다너?"
"원하는게 있을땐 신속하고 정확하게."
"원하는게 뭐냐."
"너?"
"...."
김민석 애교보다 충격.
"아 표정좀 풀어."
"어.다신그런거하지마라.나소름돋을뻔했어."
"..가방."
하면서 내게 손을 내민다.
"내가방에 뭐들었는지아냐?내 이어폰이 얼마짜린데 그걸 가져가려고그래!"
"누가 가져간대?!들어준대도 뭐라 그러냐 너는!"
역시 보컬과 B반(나는 A반이다.A반이라고 등급이아니라..그냥반) 성량 짱 도경수..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경수가 자신도 큰소리가 났는걸아는지 무용과 교실을 한번 뒤돌아본뒤
내 가방을 휙 잡아채 어깨에 멘다.(무용과아이들이 유난히 예민했다.춤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보니)
대신 신발장위 창문선반쪽에 있던 쇼핑백을 안겨준뒤,무용과 교실쪽 복도로 나를 쫘악 밀었다.
"야야야야야야 나 균형감각없다고 어어억!!!"
버스를 삼년타도 적응을 못하는 나라서,
경수가 갑자기 미는것에 적응이 안되었다.
아 넘어질것같은데!
"야 화장실가라는거잖아!!갈게갈게!!"
"가만히좀있지?"
경수가 급기야 내 눈을 감기고 나를 미는데 나는..슬리퍼를 이미 안신은 상태였다.
양말만신었는데..왜 오늘은 청소를 깨끗이 한거니 복도청소 아이들아..
결국 깨끗하다 못해 미끌미끌해보이는(더구나 대리석이었다) 복도에서 경수와 넘어지고 말았다.
"으악!!"
"아아아!!"
두차례의 비명이 동시에 울리고 나서 어질어질한 정신을 추스르려고했다.
아내머리!!하필대리석이라고 그러니까 내가밀지말랬지이도경수 이나쁜놈!!
이김종인같은!!!!잠깐이게아니지 암튼!!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뜨자,위에서 보이는게..왜..하얀색..천장이아니니..
왜..자기가 밀어서 넘어진건데 자기가 더 당황한것같은 눈의 내가 삼년동안 본 눈 중 가장 큰 경수눈이니..
6.
순간 무용과 문이 드르륵 하며 열렸다.
고개를 돌려 소리 난쪽을보니 인상을 잔뜩 찌푸린 종인이 헤드폰을 목에 걸고 서있었다.
저거..수정이가 선물한거다.예전에 100일때.아 나오지랖봐.왜 다른사람기념일을 이렇게 기억해?
"야,니네 시끄러워 진짜....ㅇㅇㅇ?"
왓.더.헬.
도경수는 오늘부로 내인생에서 사라져야 할 인간 1위의 김민석을 제끼고 1위를 차지했다.
축하한다 경수야!^^
"아.."
경수는 마치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이마를 짚고 일어서더니 내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켜세운다.
그리고 나보다 나름 커진 키로 다가와 얼굴을 불쑥 들이밀어 내 눈을 보며 말한다.
"괜찮아?"
자신의 여동생대하듯(엄청귀엽다.도경수여자판.그래서 경수도 여동생앞에선 그냥 DMZ 2km가 되고만다.무장해제.)
손을 살짝 대며 내 이마를 문질러준 경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진짜 소름돋으려고해 경수야.
종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연애질은 나가서 하지.집중안되거든."
와 신난다 도경수랑 연애래!
.................이게아니잖아.엉엉.
7.
엄청난 분노를 삭히며 나를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수는 내옆을 따라오며 빌고있다.
"야 내가 너 진짜 잘되게 해주려고 그런거라니까?"
"알아알아"
"알면 제발 표정 좀 풀어라.진짜 무서워 너."
"...."
숨을 한번 내쉰 내가 빠른 걸음을 멈추고 경수에게서 가방을 거의 빼앗다시피 가져오며 말했다.
"니가 나위해준것도 알고,잘되려고 해준것도 알았어.고마워 경수야."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투는 전혀 고마운 말투가 아니었지만, 경수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았다.
"그런데,지금은 내가..너를 웃으면서 대할수가없어.혼자있게 해주라 경수야."
"아정말..어떡하냐.미안해."
"괜찮아.니가 나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그리고 이거 경아(경수동생) 몰래 가져온 옷이지?갖다줘.너 경아한테 엄청 혼나겠다.
여자들이 얼마나 그런거에 민감한데."
"ㅇ..야..ㅇㅇㅇ.."
"잘가라.가방셔틀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에 또 약해져서,경수한테 화도못내고 꾹꾹 눌러담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경수는 멍하니 내가 탄 자리를 창문을 통해 보고있다.
멍한 경수에게 창문을 똑똑 두드려 정신차리라는 표시를 하자,경수가 그제서야 손을 흔들고 돌아선다.
암튼 도경수 뭘도와주려면 백퍼센트 도와주던가.
피곤함이 몰려와 눈을감고 익숙하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려는 순간 문자가 도착했다.
아 도경수 미안해하지말라니까 계속이러네.라는 마음으로 액정을 들여다본찰나,
'머리괜찮냐?-깜종'
그러고보니 머리에 대한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멘탈의 충격은 신체를 지배하는구나.하하.인체의 신비를 배웠구만그래.
답장을 하려고 키보드를 띄웠는데, 전화가왔다.
"여보"
"여보세요?"
"웬일이냐?"
그러고보니 종인이랑 통화를 처음해봐!!!!!!!!!!!!!!!!!!!
세상에.
서로 급하게 연락할 일이없다보니, 카카오톡과 문자가 다였다.
전화가..그룹콜만해봤다.그룹콜.심지어 그때 종인이는 있지도않았다.
자리비움.
"친구 정신 이상해졌을까봐 전화했지."
"아.니 친구 지금 멀쩡하다."
"진짜 멀쩡하냐?"
"어.머리진짜 멀쩡한데."
"이마도 멀쩡해?"
"..어.아까 경수가 걱정해줘서 덕분에 괜찮아졌는데.왜?"
나는 어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면,벗어나게 도와준 사람들의 공으로 돌리는 편이었다.
사실이기도 하고.
"니눈은멀쩡해?"
"야.누가 들으면 나 대자로 넘어진줄알겠네"
"..."
"니손은 멀쩡하냐"
"미쳤냐?너 뭐먹었어?쫀쪼니로 설마..술담가먹은거아니지.."
내가 버스에서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묻자 전화기로 종인이 화참는 소리가 들려온다.낄낄.
"나 미자거든"
"생일지났잖아."
"그래도 미자야"
"예예 좀 까만 김미자씨 말씀하세요"
"아진짜 너는.."
뭐지.얘 왜이래.
"설마 나 걱정해?"
"어.걱정되는데?"
"아 역시 친구 좋다는게 뭐ㄴ.."
"도경수한테 흔들렸을 니 마음이 걱정돼."
"......................"
순간 집근처 정류장에 도착해서, 멍한 얼굴을 하고 전화기를 왼쪽귀에서 떼지 못한채 터덜터덜 내렸다.
다리에 힘풀려서 걷기가 힘들다.이런.
"도경수가 바라본 니눈이 걱정돼.도경수 걱정할때는 누구보다 자상한 애니까."
"..."
"도경수가 만진 니 이마가 걱정돼.도경수 손은 나랑 달라서 엄청 섬세하거든."
"..."
"그리고 도경수랑 마주한 니 얼굴도 걱정돼.가까이서 본 도경수,나름 잘생겼다고 생각했으니까."
".....'
"헤드폰 뚫어지겠더라."
"...."
어..헤드폰.
설마 질투한 못난애로 날 보고있는건가.
그러면 안되는데.
"헤드폰.니가 정수정헤드폰인걸알고서도 미친듯이 찾아다녔다며"
"어"
"왜그랬는데"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그래?아닌데."
"어?"
훨씬가까워진 음성에 뒤를 도니 종인이가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지금좋아하는사람은"
"어 언제왔어?!"
"넌데."
"뭐?"
"일부러 내 체면 상하지 말라고 후배앞에서 배려해주는 넌데."
"아니 그거는.."
"이 상하지말라고 걱정해주는 넌데."
"어..어.."
내가 뭘듣고있는거지
"그리고 쓰레기 줍는 넌데."
"그건뭐냐"
웃음이 터진 종인은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니 근처 편의점에서 쫀쪼니를 하나 사서나온다.
"반항하냐?"
"..뭐가"
"내가 먹지말라고했잖아."
"오늘이 마지막이야."
"거짓말치네."
"진짠데?"
인상을 찡그리며 종인을 보자 껍질도 착실하게 쓰레기 통에 넣는다.
"오..착해 김종인."
"처음 들어보는데."
"그럼 앞으로 많이 들으면 되지."
"마지막으로 먹는거니까,전에 먹던 것 보다는 훨씬 달았으면 좋겠는데."
"설탕이라도 뿌려먹을셈이야?"
"아니."
어느새 딱 한입정도 남은 길이의 쫀쪼니의 물고서 종인은 반대쪽을 나의 입에 살짝 넣어주었다.
"이러다가는 충치말고"
".."
"상사병걸리겠는데?"
8.
1년뒤-
예술대학교에 진학한 경수,나,그리고 종인이는 운좋게도 같은 학교에 합격했다.
과는 다르지만..경수와 내가 같은 과가되었고 종인이는 역시 현대무용과에 들어갔다.
무거운 전공서적들과 빌린책들이 가득든 헐거운 가방을 메고 낑낑대며 걸어가다가
신호를 기다리고있었다.반대쪽에서 왠 잘생긴남자가있길래 유심히봤더니..
조..종인아..미안해 못알아봤어..
근래에 연습한다고 편한 옷을 입고 다니다가 만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종인이가 차려입은 모습을 보았더니 낯설었다.
(그런데 연습할때도 잘생겼었어..땀이..큼큼)
어쨌거나 그를 만났는데, 나는..어꼴이..신난다..
당고머리에다가 흘러내릴듯한 큰안경을 끼고있었는데,이거 완전..고시생같잖아.
하필이면 단체로 나온건지 예쁜 후배들에 선배들에..장난이 아니었다.
돌아서서 다른길로 가야겠다,하는 순간 신호 왜죠.왜때문에 바뀌었죠.하..내인생..
경수야 보고싶어..갑자기 경수얼굴이 떠올랐다.엄마얼굴이 떠올라야되는데.
어쨌건 빠른걸음으로 뒤돌아 서려하자 누군가 내 어깨를 홱 잡아챈다.
뒤를 돌아보니 종인이가 무리에서 혼자 나와있었다.
"안..안녕"
"...왜 피해?"
"보다시피..꼴이..알잖아 나시험기간인거"
"좀그래보이네"
"하하.."
"이거내가메고간다"
"뭐?"
"무거워보여"
"아냐.나 가서 봐야돼.공부안해놔서."
"자랑이다."
"김종인!빨리안오냐!"
선배의 외침에 흘끗 그쪽을 보고 난 종인은 가방을 빼앗듯이 멨다.
예전에 경수를 대한 나같잖아..?그때보니까 내가 남자같았네.허허.
"금방집에찾아갈게"
"오게?"
"안만난지오래됐잖아."
"지금도만나고있어우리.."
"나는 지금 내앞에 서있는 고시생이 ㅇㅇㅇ이라고 생각안하는데?"
"이..이.."
"갈게."
성큼성큼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종인이의 모습조차도 무용의 한 동작같은 느낌이 들어 멍하니 보고있는데
종인이가 뒤를 돌아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모습에는,나도 처음본,그리고 내가 처음봤을,성인이 된. 김종인이 있었다.
End
이것도 친구가 쓴 건데 제가 대신 올려요 !
댓글이랑 평가 부탁드릴게요 !
작가의 성의를 봐서라도 댓글 부탁드릴게요 ㅠㅠ
작가가 쓴 해석입니다 ㅋㅋ
츄앤츄-이거되게참신하다고생각했는데..제가..중간에..감정조절을못했는지..개그물로가고말았네여..
큐..아쉬운 작품입니다.근데 다시쓰기에는 너무 멀리와버렸..쿡..
암튼 츄앤츄는 나름 라임?을 살린거예여.chew는 씹다,즉쫀쪼니..ㅋㅋ실제로 니니가 학교다닐때 매점에서
비틀즈와 쫀쪼니를 잘사먹었다고한것에서 영감을 받았고..친구는 뭔가 경수로 해야될것같았어여..
제일잘어울려..ㅇㅇ..ㅋㅋㅋㅋ93흥해라 chu는 아시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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