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bewitch [홀리다]
녹슨 교문을 지나 안개가 자욱한 학교를 보며 태형은 생각했다. 이젠 진짜, 고아원과 안녕이라고.
***
태형은 어느새 학생들이 모인 로비에 도착했다. 사실 어느새 라고 하기엔 여기저기 많이 헤맸지만 혼자서 꽤나 잘 찾아왔다고 태형은 생각했다. 줄이 길게 늘어져있는 학생들 뒤에 자리를 잡고 태형은 트렁크 세워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화원이라는 말에 걸맞게 주위에는 빳빳하게 잘 다려진 셔츠와 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새 학기다보니 더욱 예리하게 우리들을 주시하는 듯 싶었다. 그들은 모두 왁스로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와 아무표정 없는 얼굴로 학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제야 태형은 실감이 났다. 자신은 일반학교가 아닌 감화원에 온 것이라고.
주위를 둘러보던 태형은 한참 뒤에야 자신의 옆에 서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 태형은 잠시 놀란 듯 주춤했지만 티내지 않고 남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살짝 큰 키에 넓은 어깨, 단정하게 정리한 검정 머리와 뽀얀 피부가 충분히 시선을 끌 정도로 멋있었다. 목에는 타투인지 문신인지 모를 것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더욱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목 언저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태형이 다시금 남학생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아, 눈 마주쳤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남학생의 눈빛은 고아원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따뜻함 이었다. 태형은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학생이 태형에게 살짝 미소 지었다. 태형은 무엇가가 온 몸을 스치는 느낌을 받으며 캐리어 손잡이를 꼭 쥐었다. 태형도 입술을 가까스로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남학생은 입모양으로 태형에게 말했다.
'안녕'
태형은 곧바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태형은 애꿎은 발등만 쳐다보며 대답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남학생은 한참이나 태형의 옆에 서있다가 곁을 떠났고, 태형은 사라지는 발을 바라보며 축축한 손을 바지에 닦았다. 태형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혹시 그 남학생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그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태형은 어느새 줄어든 줄을 쫒아가며 그의 얼굴을 되뇌였다.
***
안내원은 태형의 트렁크를 검사했다. 이곳저곳을 살피며 위험한 물건들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래봤자 그에겐 몇몇의 옷가지들과 생필품밖에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트렁크를 다시 닫은 안내원이 이번엔 태형을 아래위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런 시선에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빨리 침대에 눕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혹시 위험물질 같은 거 가지고 있니?" 안내원이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대답하지않고 손으로 주머니를 뒤지며 아무 것도 없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핸드폰은?" 의심스러운 안내원의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핸드폰까지 내야하는거야? 태형은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 올 곳도 없는데 뭐, 태형은 그렇게 생각하며 안내원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안내원이 핸드폰을 받아들며 다른 손으로 태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갑자기 친절해진 안내원의 행동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이어 열쇠를 건네주는 안내원에게 재빨리 고개숙여 꾸벅 인사를 하곤 기숙사로 향했다.
빨리 쉬고싶다…. 태형은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
분량이 짧아서 마음에 안드네여 ㅎㅎㅎㅎㅎ
2는 길게 쓰는걸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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