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인] 옆집 이상형남 김종인 썰 0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0/a/90a3618044a015be93e2765a5f9c1b4c.png)
옆집 이상형남 김종인 썰 00
*
3시가 느즈막히 넘어갈 즈음 떡진 머리를 부스스 긁으며 잠에서 깼다.
뭔 놈의 이사는 하루종일 하는지 웅웅대는 소음에 일어나자 마자 인상부터 찡그렸다.
내가 사는 집은 3층짜리 빌라였다.1층은 거의 쓰지도 않는 3층 주인댁 창고역활을 톡톡히 했고
2층엔 201호,202호가 있었다.3층 그 넓은 집은 주인 아주머니 댁이다.
202호는 우리집,바로 마주보는 201호는 일주일 전까진 왠 백수 아저씨 한 명이 살았다.
이미지가 대충...파란추리닝에 박휘순얼굴 오려붙이면 딱이였다.
매일 기름떡진 얼굴로 밤 9시에 슬금슬금 나와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곤 했다.
(아 물론 나도 그 때 추리닝하나 걸쳐입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긴 했다.)
아,고춧가루 낀 이를 드러내며 인사를 하는 것도 물론 매일 했다.
어우,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그 미소를 생각하자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퀘퀘 묵은 이불은 내 발치에 뭉쳐져 있었고 목이 늘어나서 그런가 어깨까지 내려간 티를 한번 추스려 입곤 목을 긁적긁적 긁었다.
졸리다.
13시간 숙면에도 졸리다.
그리고,
졸린만큼 엄청 배고프다.
*
난 진짜 영화,드라마에 나올 백수의 모습은 충분히 갖췄다.
무릎나온 추리닝 바지에 올려 묶은 떡진 머리,직직 끄는 삼선슬리퍼,알만 더럽게 큰 안경.
퍼펙트도 이런 퍼펙트가 없다.
여름도 오니까 에어컨 필터 청소도 해야되는데,이 망할 귀차니즘 때문에 필터 청소는 개뿔,집 청소도 2주째 안 했다.
(그래서 더운데 에어컨도 못 트는 건 비밀.)
어제도 장맛비가 억세게 왔다갔다.
그래서인지 땅바닥이 축축하고 공기가 습하다 못해 꿉꿉하다.
비오고 나면 날씨라도 갤 것이지,습기도 더 많아진 거 같다.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랑 라면 한 봉다리가 담긴 검은 비닐봉투를 걸고 슬리퍼 직직 끌면서 동네를 휘적거렸다.
학교가 끝난 건지 동네에는 중학생 애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남자아이돌 사진이나 보여주면서 꺅꺅대는 여자애들이 시끄럽다 생각해 귀를 한 번 후비다 후 불었다.
아이돌이나 핥고 앉아있다니.
그냥 지 이상형에 꼭 맞는 남자만나는 게 최고지.
그렇게 이상형의 기준을 높게 세워둔 나는 25년 평생,이상형은 개뿔 남자도 못 사겨본 모쏠이다.
중학생 커플이 슈퍼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다.
어휴 한심한 중생들,저럴 시간에 공부나 하지.
라고 생각했던 나는 생각해보니 공부도 연애도 둘 다 못했었다.
한숨을 푹 쉬다가 하늘을 올려봤다.
먹구름 낀 하늘이 딱 나같다.
습하고 어둡고 금방 터지기 직전이다.
아 곰팡이 같아.집에 가서 화장실 곰팡이나 떼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집 앞까지 하늘만 보고 쭉 걸어갔다.
빌라 앞에 서서도 쭉 구름이 바람에 움직이는 걸 보고 있었다.
그 때,하늘에서 빗방울 대신 생수통 하나가 떨어졌다.
"악!!어떤 새끼야!!"
"아!어떡해 죄송해요.괜찮으세요?"
빌라 2층 창문에서 왠 남정네 목소리가 나서 올려다봤다.
아 헐
땀에 쪼금 절어 이마에 붙은 고동색 머리하니,깊게 쌍커풀 진 눈 하니,섹시하게 까만 피부하니.
나를 내려다보는 그 남자를 넋놓고 목이 꺾이도록 쳐다봤다.
먹구름끼던 하늘에선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근데 저 남자를 보고 있는 나는 마치 영화라도 된 양,
내 위에 뜬 구름이 솜사탕 마냥 하얗게 되고 하늘은 맑게 개었다.그리고 정체모를 꽃잎이 흩날리는 듯 했다.
괜찮다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하다가 다시끔 저기요!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정신차리고는 황급히 2층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집으로 들어왔다.
비닐봉지를 내려놓을 생각도 못하고 축축히 젖은 슬리퍼를 신은 그대로 현관문에 등을 대고 주르륵 내려와 앉아버렸다.
25년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맘에 쏙 드는 이상형을 발견했다.
*
필명이 빠진 딸기인 이유는 사랑에 빠진 딸기를 가장 좋아하니까.
사랑에 빠진 딸기는 인간적으로 너무 길잖아여..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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