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쌀쌀해진 바람이 가져다 준 계절이었다. 나는 터덜거리며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버린 물감처럼 끼어든다. 거리는 온통 커플이고, 아이들과 나온 부부들 투성이었다. 왠지 괴로워 마른세수를 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오늘의 일을 상기시켰다. 가슴으로만 품은 사랑을 시작한 지 십 년, 오늘로써 종지부를 찍은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형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첫사랑은. “재현아.” “응.” “네가 날 좋아하는 거 알아.” “.......” “난 고맙다고 생각해. 근데 재현아, 난 그게 괴로워.” “연....” “이제 날 그만 버려 줘.” 지독하게도 잔인했고 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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