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할렐루야...?
나 야구장에서 이렇게 허연 사람 처음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변백현 이름을 외치다가 누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르길래 뭔가 했음.
다행히 고개를 돌리기 전에 내 행동을 떠올리고 바로 사과하려고 했는데... 이건 뭐... 고개 돌리자마자 실명할 뻔...ㅋㅋㅋㅋㅋ
오늘은 해가 두 개 떴나...? 아직 지지 않은 해는 저기 저쪽에 분명 떠있는데 왜 여기서도 후광이 비치는 거죠...???
"..."
"학생.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서 신난 건 잘 알겠는데, 조용히 좀 해주면 안될까요?"
"아 ..."
"지금은 수비 중이니까, 부탁할게요."
이렇게 정중한 사람은 또 처음 보잖아..ㅠㅠㅠㅠ 생긴것도 번듯하게 생겨서 말하는 것도 어쩜 이렇게 번듯할까..ㅋㅋㅋㅋㅋ
수비 때 응원하지 않는건 선수가 집중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일 뿐 내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도 아닌데...
그 때만큼은 진짜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였어...ㅋㅋㅋㅋ
그 남자 뒤로 비치는 후광에 눌려서 대답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문 채로 고개만 끄덕이니까 여태 점잖은 표정으로 말하다가 대답 대신 보였던 행동에 만족해서 씨익 웃어줬는데..
와... 여기가 천국인가요??? 오늘 전 천사를 본 것 같습니다...ㅎㅎㅎ
"학생은 투수 팬인가봐요."
"ㄴ..네,네!!!"
"언제부터?"
"아... 1년 좀 넘었ㄴ..."
"데뷔할 때부터 좋아했구나? 아, 학생이니까 말 놔도 되지? 나, 꽤 나이 많거든.ㅎㅎ"
"네.........."
그럼요.. 한번 놓고 두번 놓고 계속계속 놔주세요.... 오빠....
원래 잘 생기면 다 오빠잖아..ㅎㅎㅎㅎㅎㅎㅎㅎ
주의만 주고 끝날 줄 알았는데 대화가 계속 이어지다니ㅠㅠㅠㅠㅠㅠㅠ 대답을 하면서도 무슨 정신으로 한 지 모르겠네..ㅋㅋㅋㅋㅋㅋ
"백현이가 좀 생겨서 그런지 어린 팬들이 많더라고. 학생도 그런건가?"
네? 아닌데요? (정색)
물론! 우리 백현이가 잘생기긴 했지! 하지만 나를 그런 얼빠로 보시다니ㅠㅠ 맴찢...ㅠㅠㅠㅠㅠㅠ
근데.. 백현이가?? 그 오빠가 너무 친근하게 불러서 좀 신경쓰이긴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에 괜히 울컥해서 정색해버림ㅋㅋㅋㅋㅋ
정색까지는 좀 오버였나..? 그 오빠 되게 당황하던데ㅋㅋㅋ 암튼 내가 정색하면서 그 오빠의 말을 단칼에 부정하고... 그 때부터 변백현 찬양을 줄기차게 늘어놓았엌ㅋㅋ
입에서 침까지 튀겨가면서 이런 점이 멋있고, 저런 점이 멋있고 하나하나 열성을 다해서 콕콕 짚어내니까 그 오빠가 당황해서 내 말을 끊어내더니,
아직 많이 남았는데 왜 끊냐는 식으로 씩씩거리며 쳐다보니까 큭큭, 웃다가 자신이 오해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면서 갑자기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쓰담쓰담....
헉... 쓰담쓰담?!
-쾅!!!!!!
타이밍 좋게 그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때, 변백현이 던진 공이 다시 한 번 철그물에 내리꽂혔어..ㅎ
"..."
"..."
저, 저... 무서운 놈....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이 여기까지 느껴지네....
또 다시 변백현에게 수십만개의 눈이 집중됐지만 변백현은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어깨를 더욱 당당히 피고 날 노려보고 있었어...
지금 그러고 있으면 나보고 뭐 어쩌라고..ㅎ
"... 하하, 변백현선수가 아직 긴장이 덜 풀렸나보네.."
아니요ㅎ
긴장은 처음부터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ㅎㅎ
"그, 그러게요...ㅎ"
하지만 그저 웃으면서 넘길 수 밖에 ㅎㅎㅎ
오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그 이후로는 정말 쥐죽은 듯이 입을 꾹 다물고 변백현이 공을 던지는 것을 지켜보았어...
또 한번 공을 날리게 했다가는 내일 기사에 첫선발 성적보다 이상행동으로 대문에 실릴 것 같았쟈나....ㅎ
다행히 1이닝 마지막 타자는 대놓고 똥볼을 던지더니 삼진으로 잡아내더라...
아마 그 상대타자 분.. 누구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기분 엄청 나빴을거야... 자신을 얕봐서 그런 공을 던졌다고 생각하겠지...
아무튼 저건 꼭 사서 적을 만든다니까??? 아니, 뭐.. 그게 꼭 내탓인 것 같긴 한데... 내가 그러라고 했나... ㅇㅅaㅇ
아무튼 첫 수비가 끝나고 변백현팀이 덕아웃으로 우르르 달려들어가는데 변백현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천천히 마운드에서 내려오더니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 같은거야.
뭐지....? 또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데... 아니나 다를까 변백현이 오른손을 들더니 두 손가락으로 제 눈을 가리키더니 손목을 정 반대로 돌려서 나를 콕 찝는거야.
워낙 내쪽에 사람이 많아서 나를 찍는건지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자꾸 화나게 만들지?'
아니 오늘따라 왜이리 잘 읽히는거야?
이번엔 한음한음 떨어뜨리면서 말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읽히는 입모양...
알겠어 알겠어.. 나는 이렇게 너만 보고 있으면 되잖아...
치...
입에 지퍼를 잠구는 모양새를 보이니까 그제서야 눈을 내리깔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시는 변백현
공던지는거 한번 보러왔다가 피가 다 말라버리겠어...ㅎㅎㅎ
그이후로 경기는 조용하게 흘러갔어.
전광판을 보니까 0의 행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네.ㅎ
원래 야구 경기가 어? 슉!하고 던지면 탁!!!하고 쳐줘야 제맛인데...
탁하고 치면 뭐하나?? 점수가 나질 않는데..ㅋㅋㅋ
그렇다고 변백현이 점수 뺏기는 꼴은 또 못보겠고... 어쨌든 0점으로 잘 틀어막고 있으니 좋아해야하는거겠지..?
그렇다고 옆사람 부둥부둥 껴안으면서 좋아할 수도 없고...
속으로 끙끙... 몸만 비틀어대면서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그 꼴을 보니까 이상했던지 옆에 앉아있는 오빠는 왜그러냐고 물으시고...
주먹이라도 깨물어...?ㅠㅠㅠ
그리고 기어코 일이 터졌어.
변백현이 첫선발인데도 불구하고 상대타선을 꽁꽁 묶어두는게 기특하기라도 했는지,
5회가 되니까 변백현팀 타자들이 연이어 상대투수 공을 신명나게 두드려주는거얔ㅋㅋㅋ
와... 스고이... 순식간에 만루가 돼버리고 다음타자는 요새 제일 잘나가시는 4번타자님!!!
제발 변백현 좀 도와주세요.... 하고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데 그건 주위도 마찬가짘ㅋㅋㅋㅋㅋ
원래는 홈런치라고 북도 막 둥둥둥 두드리고 시끄럽게 응원했을텐데 워낙 경기가 무게있게 진행되다보니까 응원을 해야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긴장해서 두손을 꼭 모아 기도하고 있더라곸ㅋㅋㅋㅋㅋㅋㅋ
홈런을 기대하지만 안타라도 쳐주세요!!!!!!!!!!!!!!!!!!
기어코 상대투수가 원스트라이크 투볼 상황에서 심기일전하여 던진 공은 배트에 맞아 관중석으로 훌쩍 넘어가더니...
심판이 홈런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기 무섭게 경기장에서는
"우와아아아아아아!!!!"
하는 기괴한 함성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꾸면서 0만 찍어대던 전광판에 드디어 다른 숫자가!!!!
그것도 만루홈런의 4점으로 바뀐거야!!!!
"꺄아아악!!!"
문제는 내가 잠시 내 위치를 망각하고... 옆사람을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렸다는거....
아.. 결코 사심이 없었ㅇ.....ㅎ 난... 그냥... 백현이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해서... 그래서... ㅎㅎㅎ
에이... 진짜 한 5초 안고있다가 떨어졌는데... 설마 봤겠어....?
패대기치듯이 밀려난 옆오빠는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고 주저앉아서 뚜쉬뚜쉬 울고있는데...
재빠르게 눈을 굴려서 변백현은 뭐하나 찾아보니까 다행히 걔도 홈런에 기뻐서 선수들끼리 얼싸안고 좋아하고 있더라고.. 휴...
그 뒤로 변백현은 당연히 끝까지 던지지는 못하고 6회 중간에 힘이 부쳤는지 볼넷으로 선수 한 명 내보내고선 마운드에서 내려왔어.
그래도 승리투수 요건은 갖춰서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변백현의 표정은 꽤 밝아보였고,
첫선발치고 피안타는 겨우 한개만 주고, 볼넷도 마지막에 한개 준게 다여서 굉장히 잘해낸 성적이었기때문에 관중들도 변백현이 내려오는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더라고...
괜히 내 마음이 다 찡했어...ㅠㅠ
잘했어 내새끼ㅠㅠㅠㅠㅠㅠㅠㅠ
자, 그럼 이제 슬슬 자리 정리를 좀 해볼까...?
마음같아서는 경기 끝까지 있다가 이대로 시합을 이겨서 백현이가 승리투수로 기뻐하는 것까지 보고가고 싶었는데...
나는 지금 변백현에게 들켰잖아???
거기다 경고도 두번이나 받았잖아....???
그러니까 이 쯤에서 사라지는게 맞을 것 같아서... ^^
주섬주섬 가방에 들고왔던 대로 응원도구들을 챙겨넣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옆오빠가 또 말을 걸어오네??
"어? 가려고?"
"네..."
"백현이 내려가서 가는거야? 아직 재밌는데 끝까지 보고가는게 어때?"
네...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요...
"... 차, 차가 별로 없어서요..."
사실 12시까지 다녀요...ㅎㅎㅎ
근데 변백현에게 잡히기 전에 도망가야 해요 ^^
정말 흔들리게 만드는 옆오빠의 제안도 거부하고선 스물스물 조심스럽게 야구장을 빠져나오려던 찰나.
울리는 벨소리.
[변선수♥]
아... 좆됨.
"... 여,여보세요?"
-...
"오,오빠.. 무,무슨 일이야?"
-...
시벨... 거기서 '무슨 일이야'가 뭐니, '무슨 일이야'가...
내가 여기 와있는거 다 뻔히 알고있는 변백현에게 '무슨 일이야'라니........
가만히나 있으면 화는 덜 돋구는데...ㅠㅠ
"오.. 오빠...?"
-...
"오빠 아직 경기 중 아니야...? ㅎㅎ 경기 끝나고 전화해... 기다릴게..ㅎㅎ 그럼 나 끊는..."
-아직 경기 중인데 넌 어디 가려고?
"...ㅇ.. 으엉?"
헉.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화를 끊으려던 난 놀랠 수 밖에 없었음.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나가는 문 앞에 짝다리 짚고 벽에 기대서있는 저 남자...
변백현이 확실합니다!!!!!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변백현은 아직 귀에 폰을 댄 채로 다른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제법 건방지게 까닥이면서 또다시 입을 뻥긋거리더라.
'올거면 빨리 오시던가.'
아... 나는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명을 재촉했구나............ㅎㅎㅎㅎㅎ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 내가 내려가자마자 도망가려고 했지."
"...ㅎㅎ 무,무슨 소리야... 나는 이제라도 미뤄둔 공부를 하려고..."
"까고 있네. 오늘 찍어댄 사진이나 보정하고 있었겠지."
"..."
"야자는 어떡하고 왔어."
"..."
"넌 진짜 내가... 후..."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서있으니까 갑자기 쓰고 있던 모자를 벗더니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는 변백현.
커흑. 나 심장에 무리가....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잔뜩 몸을 웅크리면서 사리다가 눈치를 보면서 변백현을 최대한 아련하게 쳐다보는 스킬!
"근데... 오빠... 왜 여깄어...? 아직 경기 중인데... 오빠 막 나와도 되는거야...?"
"뭐 어때. 이미 내가 할 일은 다 끝났는데."
워후, 이 당당한 패기 보소..ㅋㅋㅋㅋㅋ
"오늘 어떻게 온거야. 일부러 말 안했는데."
"... 초록창이고, 파란창이고 기사 다 났드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또 폰만 봤어?"
"아니! 내가 본 게 아니라 오세훈이!!!!! 아..."
"또 걔냐... 걔는 왜 그러냐, 진짜..."
"...ㅎ..헤헤... 세훈이 좋은 애인데..."
"좋긴, 나만 보면 용돈 뜯을 생각만 하는 새끼가."
ㅎㅎㅎㅎ 조카가 다 그렇지 뭐...
이제야 말하는데 오세훈은 변백현 조카야... 변백현이 오세훈 외삼촌ㅋㅋㅋ
변백현이 집에서 완전 막둥이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삼촌이랑 조카가 나이차가 별로 안나.
그래서 오세훈은 뻔질나게 변백현한테 삼촌이라 안하고 형이라고 부르는데ㅋㅋㅋ 유일하게 삼촌이라고 부르는 날이 있다면 그건 용돈이 떨어졌을 때ㅋ
오세훈을 생각하니까 한숨이 절로 나오는지 변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나를 보면서 얼굴을 굳히고는 그러는거야.
"너, 나랑 약속한 건 잊었냐?"
"..."
"그래?"
"아니..."
"그런데도 왔다는거야? 약속 깨는게 그렇게 쉬워?"
"..."
할말없음..
엄마 등쌀에 밀려서 고3때만큼은 변백현 쫓아다니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붙겠다는 약속.. 을 내가 먼저 했는데 어떻게 잊어ㅎ
저 약속 할 때 의외로 또 유리멘탈이신 변백현 삐진 거 풀어주려고 얼마나 용을 썼는데...ㅋㅋㅋ
아니... 그래도... 백현아...
변백현 첫 선발경기인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냐고...........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으니까 변백현이 이번에는 또 공부는 이제 그냥 포기한 거냐면서 막 나무라는데 아씨...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냐...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경기 한 번 보러 온 게 그렇게 잘못인가...
솔직히 어? 어떻게 첫 선발경기가 잡혔는데 여자친구한테 한마디도 안할 수가 있냐고!
나는 그래도 변백현이니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하고 넘겨줬는데... 지금 너는 날 이렇게 바가지 긁어도 되는거야?!
씨... 결국엔 눈물이 찔끔 흘러내리려는걸 재빨리 훔치고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있었는데
그걸 못봤으면 병신이게...?
변백현이 잠시 아무말없이 있는 것 같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는거야.
와... 거기서 다시 울컥하는 바람에 눈물을 뚝뚝 흘려버렸어...
"씨...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크흥..."
"ㅇㅇㅇ."
"내가... 흐...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ㅠㅠ 남자친구 응원하러 온 게 그렇게 나빠? 흐어어유ㅠㅠㅠ"
"아, 왜 또 울고 그래."
"흐어어엉.. 그래 내가 잘못했다!!!! 울어서 또 미안하다!!! 너 진짜 나빠!!! 흐아아아앙ㅇㅇ유ㅠㅠ"
결국 못참고서 펑펑 울기 시작한 나..
그러니까 또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는 변백현...
아니긴 뭐가 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다 잘못한거라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나쁜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마침 경기가 후끈 달아오른건지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터져나왔고 덕분에 내 커진 울음소리는 함성에 묻혀서 눈에 띄진 않았어...ㅋㅋㅋ
"ㅇㅇ아, 울지말아봐."
"왜!!! 내가 내 눈물 흘리겠다는데 뭐!!!!"
"아, 진짜. 나 너 우는 거 잘 못보는거 알잖아."
"그럼 가!!!!!!!!!!!!"
"... 진짜 가?"
"......"
가긴 어딜 가.. 크흡.
조용히 변백현 옷자락을 쥐고서 훌쩍이니까 변백현은 나를 못말린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줬어.
항상 울음을 달래줄 때 더 터져나오는 것이 진리지.
변백현 유니폼이 축축해질 때까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ㅋㅋㅋ
그리고 기껏 달래주고선 변백현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
"미안.. 사실 너보고 좋아서 그랬어."
"흐에?"
"처음에 선발로 던지라는 소리 들었을 때 욕부터 나오더라. 왜 하필 네가 고3일 때 던지라는거야.. 하고."
"...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선발로 던지는 거 엄청 부러워했잖아..."
"정작 가장 보여주고 싶은 여자친구는 공부때문에 야구장 얼씬도 안하시겠다는데 무슨 소용이야. 근데 아까 너 보자마자 온 몸에 소름 돋았어. 말은 꺼내보지도 못한 내 첫 선발경기에 여자친구가 귀신같이 알고 와서 앉아있으니까 꿈인가도 싶었다.. 근데 아니더라. 다른 남자랑도 붙어먹고.."
"아.. 그건..."
'다른 남자'를 얘기할 때 유난히 눈이 반짝거린 것 같은데... 마치 매처럼....ㅎㅎㅎ
"오면 온다고 말이나 좀 해주지. 너때문에 긴장해서 첫회 때는 잘 던지지도 못했어."
"어.. 그러니까... 삼자범퇴가.. 못한거라고...?"
"볼 엄청 많았던거 잊었어?"
"오빠... 선배들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안된다...? 우리 오빠.. 막 건방지다고... 선배들이 굴리면 어떡해... 안타도 안쳐주고... 수비할 때도 일부러 실수하고 그러면 어떡해......"
"이게."
아야. 내 머리를 콩 하고 살짝 쥐어박은 변백현은 예쁘게 웃으면서 다시 말해줬어.
"사실 첫선발에 승리투수는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보고 나니까 해보고 싶더라. 그거. 그래서 더 죽어라 던져봤는데... 오늘 오빠 좀 멋졌어?"
뭐야... 이거 반칙 아니야??
잔뜩 화난 줄 알았더니.... 이런 변화구나 던지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얼씨구나 하고 덥썩 물고 휘두를 것 같아?!
당연히 변백현이 던진 공이 만루홈런 맞았어도 최고로 멋있지!!!
아니, 왜 투수가 내 마음을 향해 홈런을 치고 그런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에는 서로 부둥부둥 안아주고선 오빠는 다시 덕아웃으로 내려가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가서 앉았엌ㅋㅋㅋㅋ
쭈뼛쭈뼛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자리에 앉으니까 아까 앉아있던 옆오빠가 나를 보고 다시 환하게 웃어주더라. 앗, 슴쿵...
근데 이오빠 왜이래... 그렇게 나가더니 차 시간 놓친거냐면서 놀려대는데.... Aㅏ.. 내 멋대로 만들어놓은 이미지는 부서져라...☆ 쓰러져라...☆ 망가져라...★
더군다나 변백현과 헤어지기 직전에 이 오빠랑 몇마디 나눴다고 잔뜩 고나리질 받고,
홈런 직후 못봤다고 생각했던 얼싸안기 스킬도 이미 다 지켜본 변백현의 치명치명한 정색을 받고 온 나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너는 말하거라, 나는 듣겠노라... 하면서 그 오빠한테 대답은 죽어도 안해줌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결국 경기는 4:0으로 변백현 팀 승!!!
초록창 뉴스 좀 검색해봤는데 변백현팀에 새로운 에이스가 나타났다면서 백현이를 칭찬하는데 진짜 뿌듯하더라 >.< 역시 내꺼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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