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공기...
계속해서 눈치만 보고 있는 나...
민석쌤 부모님과의 만남이 이렇게 갑자기 이뤄질 줄은 상상도 못 했었어.
민석쌤 생일이라서 다들 깜짝 축하해주러 오신건지 양 손에 케잌에 보따리에 많이 싸들고 오신 흔적이 보이는거야.
당황했지만 일단 민성 언니랑 민석쌤 부모님 손에 들린 보따리를 건네 받고 다섯명이서 그렇게 주방 테이블에 앉았어.
민성 언니가 쥬스 꺼내고 하길래 따라 일어나서 도와주려고 하니까 민성 언니가 괜찮다면서 앉아 있으라고 하더라고...
차라리 내가 하는게 편한데 ㅠㅠㅠㅠㅠ
" 큼. "
먼저 입을 연 건 민석쌤의 아버지였어.
" 어... 일단 우리가 얘기도 안 하고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다, 민석아. "
" 아니에요. 오실 수도 있죠. 제 생일이잖아요. "
민석쌤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답하니까 민석쌤 아버지께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어.
" 그러니까 이 쪽이... "
" 네, 제가 말씀드렸던 여자친구에요.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긴장했는지 용수철이 튕겨나가듯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웃기긴한데 그 때는 진지한 분위기라...
" 안녕하세요! 서여주라고 합니다! "
" 아아, 그래요...? 민석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
다행히 민석쌤 아버지께선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반겨주셨어 ㅠㅠㅠ
그런데... 어머니께선 너무 표정이 안 좋으신거야 ㅠㅠㅠㅠ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려니까 민석쌤이 말을 잇더라고.
" 이런 식으로 소개해드려서 죄송해요. 오늘 생일이라 여주가 생일상 차려준대서 잠깐 온 거거든요. "
민성 언니는 쥬스를 다 따랐는지 우리가 앉은 식탁에 오렌지쥬스를 놓고 대화에 같이 참여했어.
언니가 내 흔들리는 동공을 봤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심시켜주려고 작게 웃어주는 모습이 보였어... 그래도... 난 여전히 긴장X100
" 그러게, 저 쪽에 보니까 여주씨가 만든 요리 많이 있네요. 맛있어 보인다. "
" 아... 아니에요. "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 아니라고 말하자 민석쌤이 살짝 웃으면서 '맛있어, 진짜로.' 하고 민성 언니한테 말하더라 ㅠㅠㅠㅠㅠㅠ
" 한 번 맛봐도 되려나~? "
민성언니가 슬쩍 냄비랑 후라이팬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맛을 봤어.
나는 민성언니는 민성언니대로 신경쓰이고, 내 눈 앞에 계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신경쓰이고 ㅠㅠㅠ
근데 나도 모르게 ㅋㅋㅋㅋㅋㅋ
" ...두 분도... 드셔 보실래요? "
내가 말하고도 내 입을 의심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왔더니 아들 여자친구가 갑자기 음식을 권하는 이 상황...
것도 처음보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버릇없어 보이려나 하고 혼자 말하고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입을 여시더라고.
" 맛이 궁금하네요. 우리 민석이 생일상까지 차려줄 실력이면. "
표정이 막 밝진 않으셨는데 그래도 내가 한 요리가 궁금하긴 하셨던 것 같아.
그 말에 벌떡 일어나서 다시 국 뎁히고 약한 불에 데워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 드렸지.
옆에서 민성 언니는 나도 한 접시만 먹어야겠다면서 ㅋㅋㅋㅋㅋㅋㅋ 자기 것도 따로 담아서 먹는다고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로 맛있어요? "
" 응, 완전요. 진짜 맛있는데? 간도 적당하고. "
" 다행이다... "
" 김민석도 맛있다고 하죠? "
" ...ㅎㅎㅎ... 네... "
" 하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만들어줬는데 오빠가 뭐라고 싫어하겠냐만은! 진짜 맛있어요, 이건. "
민성 언니의 칭찬에 한껏 들떠서 접시에 담은 요리들을 테이블 위에 올렸어.
두근두근... 맛있어하셨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감으로 다시 민석쌤 옆에 앉아서 두 분이 드시는 모습을 보는데...
" 음~ "
" ... "
" 맛있네요. "
" ...맛있네요. "
민석쌤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몇 입 더 드시고 어머니도 아버지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드시곤 젓가락을 내려놓으셨지.
" 여주가 제 생일이라고 준비한거에요. "
민석쌤이 뿌듯한 목소리로 덧붙였어. 그런데... 민석쌤 어머니께선 여전히 약간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았어...ㅠㅠ
그냥 뭐랄까, 나랑 눈도 안 마주치려 하시고... 대화를 나눈건 민석쌤의 아버지 뿐이고.
" 실은 민석이가 여주씨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실제로 보니 반갑네. "
" 아... 네... 저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인사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분위기가 풀린 것 같아서 죄송하단 말을 했어.
솔직히 놀라실만도 하잖아. 아들 생일날 찾아왔더니 처음 보는 여자애가 같이 서있고...
" 언젠가 만날 줄은 알았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
" ...ㅎㅎ... "
" 스물둘이라고 했나요? "
" 네... "
뭔가 나이 얘기에 다시 움찔...
민석쌤은 스물아홉에, 직장도 번듯하게 있고, 집도 있는 사실상 혼기가 찬 남자잖아.
근데 나는... 스물둘에... 이제 대학교 신입생이고...
이 이야기가 나올 때 다시 긴장을 했지. 민석쌤 어머니 표정도 안 좋았으니까.
나이 얘기가 나오니까 민석쌤 어머니께서
" 스물둘이면 아직 어리네요. "
라는 말을 하시는데...
쿵, 하고 심장에서 뭔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어.
혹시라도 헤어져라는 말을 돌려라도 하시면 어쩌지? 나는 김민석 없이 못 사는데?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했어, 정말로.
그 짧은 침묵 가운데서 혼자 바짝 긴장을 해서는 머리가 쿵쿵 울리고.
" 어리긴 해도 속은 깊어요~ "
민성 언니가 내가 만든 잡채를 먹으면서 편을 들어주는데 ㅋㅋㅋㅋㅋ 그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났어.
" 나는 엄마 아빠보다 여주씨 몇 번 더 만나봤잖아. 어리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마. 오빠가 어딜가서 저렇게 참한 스물두살 아가씨를 만나? "
내 편을 들어주는 민성 언니의 말에 민석쌤 아버지께서 또 인자하게 웃으셨어 ㅠㅠㅠ
그래, 맞다. 누가 저 까칠한 놈 성격을 받아주겠냐. 하시면서.
우리 민석쌤 안 까칠해요 아버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나도 이런 식으로 여주씨를 봐서 당황스럽긴 하네요. "
한 순간 얼음.
약간 미소 짓고 있던 내 표정이 굳어가는 걸 내가 느꼈어.
아까부터 민석쌤 어머니 표정이 좋지 않으셨는데.. 정말로 내가 마음에 안 드신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
하긴 민석쌤 아버지께서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신게 이상한거지! 보통 어느 부모님이 여자친구가 이 시간에 첫만남을 집에서 가지겠냐고 ㅠㅠㅠㅠㅠ
아직 어리다고 더 걱정하시는건 아닐까...?
" 음... 뭐랄까... 말로만 듣다가 이렇게 갑자기 보게 되니까. "
" ...네.. "
" 그래서 내가 표정이 계속 굳었던거니까, 이해해줘요. "
" 아, 다...당연하죠! "
이해하고 말구요 ㅠㅠㅠ 저같아도 그랬을 것 같은데요ㅠㅠㅠㅠㅠㅠ
근데 내가 긴장한 나머지 몸을 조금 떨고 있었나봐.
민석쌤이 여주야, 하고 작게 부르곤 내 손을 슥 잡는거야.
긴장을 풀라는 듯 잡아오는 따뜻한 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어.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나만 긴장되는게 아닐거야, 민석쌤도...
" 요리도 잘하고, 민석이한테도 잘하는 것 같고. "
" ... "
" 민석이가 가끔 집에 오는 날이면 누구랑 그렇게 연락을 하는지 입이 귀에 걸려있거든요. "
그 말에 민성언니가 맞아, 하면서 이야기를 덧붙이더라고.
" 여주씨는 몰라서 그런데, 우리 오빠가 집에서는 되게 무뚝뚝하거든요. 그런데 항상 여주씨랑 연락할 때만 입이 귀에 걸려서는~ "
" ... "
" 그래서 엄마가 질투를 많이했어요. "
그 말에 민석쌤 어머니가 처음으로 웃으셨어.
아... 그제서야 이해가 가더라고.
민석쌤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대하면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으셨을지.
집에서는 무뚝뚝한 아들이, 여자친구한테 만큼은 한 없이 잘하니까 어머니 입장에선 섭섭하셨을 수도 있잖아.
" 그래서 조금 꺼려지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나는. "
" ... "
" 이 사람은 그저 며느리 볼 생각에 좋다고 난리지만. "
며느리.
며느리라고 자연스럽게 나온 단어에 놀라서 두 분을 쳐다보니까 이제 어머니도 활짝 웃고 계시더라 ㅠㅠㅠ
" 우리 민석이를 위해서 이렇게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
" ... "
" 그리고 저렇게 무뚝뚝한 놈, 한 번도 못 본 모습으로 만들어줘서도 고맙고. "
" 아... "
민석쌤이 작게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학원에서도 부드럽지만 시크한 기운을 팍팍 풍겨내셨던 김민석씨가 ㅋㅋㅋㅋㅋ
집에선 오죽했겠어...?
그제서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어.
민성 언니도 처음엔 엄청 놀랐다면서, 민석쌤 부모님께 원래는 둘이 이렇게 막 집에 자주 드나들고 이런 사이는 아니니까 너무 오해하지 말라고 하고 ㅋㅋㅋㅋㅋㅋ
" 뭘 어떠냐. 집에 와서 밥해주고, 대화하고 그럴 수도 있는거지. "
cool하신 민석쌤의 아버지...☆
좀 놀랄정도로 ㅋㅋㅋㅋ 두 분은 우리를 지지해주시는...? 그런 분위기였어.
대체 민석쌤이 그 전에 나를 어떻게 설명했고, 어떤 사람으로 소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떻게 사겼는지 그런 얘기에 대해서도 나오고 하다가...
" 여주씨가 빨리 우리 가족이 되면 좋겠네요. "
하는 민석쌤 어머니의 목소리...
심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하루종일 민석쌤이랑 민석쌤 가족으로부터 가족 스카웃 제의를 받은 느낌? ㅠㅠㅠ
너무 좋은 거 있지 ㅠㅠㅠ 처음 만났는데 저런 말도 해주시고 ㅠㅠㅠㅠㅠㅠ
" 말 편하게 하세요...ㅎㅎ "
" 그래도 되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 민석쌤 아버지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제 나도 아버님이라고 불러야하나...ㅎㅎ
생각외로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놀랐고, 민성 언니도 흐뭇해하는 눈치 ㅋㅋㅋㅋㅋㅋ
민성 언니한텐 내 얘기를 많이 했을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부모님께도 내 이야기를 했을지는 몰랐거든.
" 아, 여주씨. 나 오렌지 먹고 싶어서 그런데 같이 좀 나가서 사올래요? "
" 오렌지요? "
" 이 밤에 무슨 오렌지야. 참아, 김민성. "
" 왜~ 나 오렌지 먹고 싶어! 그리고 엄마랑 아빠도 오빠 보러 온건데 셋이 좀 얘기 나누고 그래야 되지 않겠어? "
" ... "
" 아, 갔다와요. 언니. 아니면 저 혼자서... "
" 쓰읍, 이 밤에 위험하게 무슨. 김민석한테 등짝 맞을 일이라도 있나? 같이 가요, 내가 여주씨랑 하고 싶은 얘기도 있어서 그래. "
마지막 말은 민성언니가 작게 소근소근 말했어 ㅋㅋㅋㅋㅋ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고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밖으로 나왔지.
밤공기가 시원한게 좋더라.
" 여주씨, 많이 놀랐죠? "
" 네? ...아...ㅎㅎ 어머님이랑 아버님이 더 놀라셨을 것 같은데... "
" ㅎㅎ 엄마랑 아빠도 그렇게 놀라진 않았을걸요? "
" ...네? "
민성 언니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니까 민성 언니가 웃으면서 말을 잇더라고 ㅋㅋㅋㅋ
" 내가 왜 여주씨랑 둘이 나왔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부른 거 아니겠어요? "
" 아... "
" 사실 김민석이 아까 말했듯이 집에서는 되게 무뚝뚝한 편이란 말이에요. "
" ... "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ㅎㅎ 그냥 할 말만 딱딱하고, 상남자 스타일이라서 감정표현도 잘 안 했을거고.
" 그런데 어느 날 맨날 혼자 실실 웃고 그러는거에요. 당연히 우리 입장에선 궁금했죠. "
" ... "
" 사람이 갑자기 변했으니까. 그냥 어림짐작으로 연애를 하는구나, 드디어 저 철벽남이 연애를 하나보네. 하고 생각만 했죠. "
" ... "
" 나도 나대로 궁금했고, 엄마도 아빠도 나름대로 궁금해했는데 오빠가 절대 말을 안하는거에요. 티도 안 내려고 하고. 자기만 모르게 다 나는데도. "
" ...네... "
" 이런 말 하는거 좀 그렇지만, 오빠가 이 때까지 여자친구 사귄다고 부모님께 말한 적 한 번도 없거든요. 저도 그냥 대충 눈치로만 알고. "
" ... "
" 그 정도로 좀 신중한? 그런 남자였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는 이 때까지 민석 오빠가 연애 한 번 못 해본 줄 알지만. "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던 전 여자친구들.
왜 그랬을까...?
" 장가는 어떻게 가냐고, 허우대는 멀쩡한데 왜 인기가 없는지 궁금해했죠. 엄마랑 아빠는. "
점점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얘기를 처음으로
" 근데 어느 날, 가족 다같이 밥을 먹다가 그러는거에요. "
자신의 가족들에게
"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라고. "
" ... "
" 내가 딱 여주씨 만나기 한 두달 전이었을걸요? 작년 10월쯤이었나... "
당당하게.
" 엄마랑 아빠는 당연히 난리가 났죠, 누구냐고. 그야 당연한게 두 분은 오빠가 스물여덟 먹고 처음 한 연애인줄로만 아니까. "
" ... "
" 그러다가 오빠가 그냥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데... 학원에서 만났고, 스물하나라는 말에... 부모님 입이 딱 벌어지신거죠.
너 지금 뭐하는거냐고. 일곱살이나 차이나는 애랑 연애를 하냐면서, 네 나이를 생각하라고 닦달 아닌 닦달을 하셨어요.
오빠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전 제 할 말은 다 했어요.' 라는 말만 남기고 휙 사라졌죠. "
그렇게 반대가 심했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 그러다가 내가 여주씨를 만났었고...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말하니까 되게 궁금해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오빠가 집에 오면 어떤 애냐고 물어보셨는데,
오빠가 말을 아꼈어요. 처음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랬던건지는 몰라도. 그러다가... 한 두 달전인가, 엄마가 궁금해서 아직도 사귀냐고 물으면서 걔 대학은 갔냐고,
너도 결혼해야 되지 않겠냐고, 이제 갓 대학 들어간 애랑 뭘하겠냐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오빠가 밥을 먹다 말고
' 얘랑 결혼할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라고 말하는거에요... 우와, 대박이구나 싶었죠. "
내 이야기를 담담하게 한거야.
그 사람이.
그 남자가.
결혼을 하겠다는 확신을 어디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중하고 신중하게 생각했었겠지.
민석쌤 성격에 말이야.
" 엄마랑 아빠는 그 자리에서 벙찌고, 처음에는 노발대발하셨다가 이제는 궁금해지신거죠. 민석쌤이 만나고 있는 여자가.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맨날 저 붙잡고는
' 어떤 애냐. ' , ' 착하냐. ' ' 예쁘냐. '... 아후, 상상도 못한다니까요.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딱, 만나게 된거죠. 여주씨랑 우리 부모님이. "
" ... "
" 그니까 너무 크게 걱정하지마요. 아까 보니까 우리 엄마랑 아빠도 여주씨 되게 마음에 들어한 것 같으니까. 며느리라고 한 거 보면 다 끝난거죠, 뭐~ "
민성 언니가 해주는 말에 나는 벙쪄버렸어.
어쩐지 두 분이 내가 스물둘에 이제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인데도 크게 놀라지 않으신게 왜 그런가 싶었더니...
민석쌤이 믿음을 준 거였구나. 그 사람 자체가 부모님께 믿음을...
" 그리고 우리 엄마랑 아빠도 5살 차이거든요. 7살 차이 난다고 뭐라 못 그래요~ "
" ...아... "
그리고... 두 분도 그런 케이스였기에 우리를 좀 더 쉽게 받아들여 주신거겠지...ㅎㅎ
" 여튼 여주씨도 당연히 결혼할거죠? "
" ...네? "
오늘따라 폭풍처럼 몰아치는 '결혼'이란 문제...
먼 훗날의 일일 것만 같았는데.. 아니... 먼 훗날의 일은 맞지만...
" ...당연하죠. "
그래도 내가 김민석 아니면 누구랑 결혼하겠어.
살면서 김민석만한 남자도, 김민석같은 남자도 두 번 다시는 못 만날텐데.
그러고는 민성 언니가 ㅋㅋㅋㅋㅋ
" 아휴... 내가 우리 오빠 장가를 가야 얼른 시집을 가든지 하죠. 그니까 난 빨리 했으면 좋겠네~ 오빠가 집에서 여주씨 얘기할 때마다 입이 귀에 걸려요.
나야... 뭐, 솔직히 이런 말 또하긴 그렇지만 우리 오빠 예전에 여자친구 사귈 때랑은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부모님도 더 좋아하시는 것 같고. "
" ... "
전 여자친구... 얘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 시점엔 물어보지 않는게 예의겠지? 그리고 중요한건 지금 김민석이 나를 엄청나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오렌지를 사고 돌아가는 길에 사실 오늘 계획했던 일을 말하고 결국엔 이렇게 끝나버렸다, 하고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민성언니가 빵 터진거야 ㅋㅋㅋㅋㅋ
" 아 ㅋㅋㅋㅋㅋ 대박이다 ㅋㅋㅋㅋㅋㅋ 우리 오빠 진짜 이럴 때 보면 눈치가 더럽게 없다니까 ㅋㅋㅋㅋ "
" 그래도 배부른데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 보니까 진짜 고맙더라구요... "
" 으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다른 때 같았으면 먹고 또 먹는다고 미련하다고 했겠지만.. 여주씨 생일선물이니까 뭐, 잘했네. 우리 오빠. 기특하다, 기특해. "
ㅋㅋㅋㅋㅋㅋㅋ 민성 언니가 민석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계속 웃더라고 ㅋㅋㅋㅋㅋ
ㅠㅠ 귀여웠는데 ㅠㅠ 미련하지 않았다구요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시시콜콜 애기하면서 집 앞에 왔는데 민성 언니가
" 아, 맞다. 우리 언제 만나기로 했었잖아요. 맨날 말로만 보자고 하는 것 같네. "
이러길래 뜨끔..ㅎㅎㅎ 하긴 민성 언니 만나서 밥이든 술이든 먹기로 했었는데...ㅎㅎ
" 내가 불쑥 연락해서 불러도 나오는거에요, 알았죠? "
" ㅎㅎ 당연하죠. "
" 역시 여주씨~ "
민성 언니가 기분이 좋은듯 웃었어 ㅋㅋㅋ 웃는 모습에서 얼핏 민석쌤이 보이는데... ㅎㅎㅎㅎ 괜히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더라 ㅋㅋㅋㅋㅋ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니까 아버님, 어머님이랑 민석쌤이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어 ㅋㅋㅋㅋㅋㅋㅋ
괜히... 그냥 ㅋㅋㅋㅋㅋ 며느리가 장보고 시댁에 가는 기분이 들어서 오묘했지...ㅎㅎ
" 여주야, 너도 좀 이제 편하게 쉬어. 오늘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 "
" 아, 부모님도 오셨는데 얘기 좀 더 나누고 그래요. 아직 막차 시간까지는 좀 남았으니까... "
" 아니야, 그래도 데려다줄게. 시간도 늦었는데. 내일 오전 수업 아니야? 집에 가면 늦어서 피곤할걸? "
" 에이~ 괜찮아요. 진짜로. 오빠 생일인데 남은 시간은 가족들이랑 보내야죠. "
주방에서 민성 언니랑 과일 깎고 자리에 앉으니까 민석쌤이 저런 말을 하는거야.
시계를 보니까 막차까지 20분 정도 남았길래 이제 슬슬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긴 했었거든.
사실 민석쌤이 태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래도 생일이고 가족들까지 왔는데 귀찮게 하고 싶진 않았어 ㅋㅋㅋ
" 아빠랑 엄마 두 분 다 오늘 오빠 집에서 자고 갈거라 했었어. "
" 아... "
민석쌤이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는데 ㅋㅋㅋㅋ 난 괜찮다구요 이 남자야 ㅠㅠㅠ 당신 생일을 좀 더 즐겨요 ㅠㅠㅠ
" 나는 어차피 내일 학교에 가야돼서 집에 갈거고. 그 때 여주씨 내가 잘~ 바래다 주고 갈게. "
" 둘 다 태워주고 싶은데 아쉽네.,, "
이봐요 ㅋㅋㅋㅋ 아쉽다면서 왜 민성 언니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나만 쳐다보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괜찮다고 손을 슥 잡으니까 그제서야 민석쌤이 살짝 웃더라 ㅠㅠㅠㅠㅠ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남자가 어딜봐서 올해 스물아홉 먹은 남자냐고!!
" 조금 더 있다가 민성 언니랑 같이 나갈게요. 너무 걱정마요. "
" ...그래. "
가족들 앞에서 너무 우리끼리만 그러면...ㅎㅎ 민망할 것 같아서 일부러 잡은 손 바로 떼고 부모님이랑 시선 맞춤 ㅋㅋㅋㅋ
그렇게 한 10분정도 더 대화하다가 민성 언니가 나가자고 해서 같이 일어났어.
부모님께서도 현관 앞까지 나오셔서 민석이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다음에도 꼭 보면 좋겠다고 하시는데...ㅎㅎㅎㅎㅎㅎㅎ
진짜 시댁에 갔다가 친정으로 돌아가는 기분 ㅋㅋㅋㅋㅋ
민석쌤도 아쉽다는 듯 보다가 뒤에서 손으로 전화기 모양 만들어서 흔들어보임 ㅋㅋㅋㅋ
내가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고 두 분한테 인사드리고 민성 언니랑 같이 버스정류장으로 갔어 ㅋㅋㅋㅋㅋ
근데...ㅎㅎ 언니가 아까 나랑 민석쌤이 현관 앞에서 그러는걸 봤는지..ㅎㅎ
" 둘이 진짜 깨가 쏟아지네요... 오빠 요즘 바쁘고, 여주씨도 바쁠텐데 둘이 자주 못 봐서 어떡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심 반 농담 반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그러냐고 ㅋㅋㅋㅋㅋ 아니라고 그 정도 아니라니까 ㅋㅋㅋㅋ 민성 언니도 쿨하게 웃으면서 ㅋㅋㅋㅋㅋㅋ
" 집에 들어가면 오빠한테 꼭 전화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더라 ㅋㅋㅋㅋㅋ 귀여우신 민성 언니...★
그러고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먼저 와서 버스를 탔는데... 진짜 묘한거야 ㅋㅋㅋㅋㅋ
오늘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고... 하나하나 곱씹어보면서 내가 실수한 부분은 없었겠지, 되짚어보고.
그러다가 문득.. 민석쌤은 가족들한테 내 존재도 미리 알리고, 그래서 오늘 갑자기 만났을 때도 많이 안 놀랐을건데...
우리 가족들은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거야...
일곱살이나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내 남자친구.
나는 그런 민석쌤이 너무 너무 좋지만... 우리 가족들도 갑자기 말하면 놀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민석쌤이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 알면 다들 다른 의미로 놀랄거란 생각도 들고.
나도 이제는 숨기지 말고, 민석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 누나 엄마가 올 때 간장 좀 사오래. 그리고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고 빨리빨리 다니래 ]
...태형이가 보낸 문자.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엄마는 아직 내가 남자친구가 없는 줄 아니까 더 걱정되고 불안한거겠지..?
내가 민석쌤 부모님께 좋은 사람으로 소개되었던 것처럼
우리 부모님께도 민석쌤이 좋은 사람으로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김민석은 좋은 사람이지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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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만큼... 분량도 많이..많이.. 넣은 것 같은데...(소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다행히 민석쌤 부모님께 여주가 좋은 사람으로 소개 되었잖아요!?!?!?!? 짝짝짝...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늦게 온게 용서가 되지 않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뜨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는 빨리 빨리 업뎃할게요...☆ 완결을 앞두고 있는데.. 나는 왜 이리 연재텀이 길까..ㄸㄹㄹ...
아.. 그리고... 49편 초록글 ㅠㅠㅠㅠ 정말절말정말 너ㅜㅁ너무너무너무(이젠 긍정 표현에도 쓸 수 있는!!)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초록글... 이게 어찌된 일이야~ 이런 똥글이 초록글이었다니 ㅠ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ㅠㅠㅠㅠㅠㅠ
드디어 50편을 맞이하게 되었는데...두둥... 제가 작년 11월부터 연재하면서 벌써...! 자그마치 6개월넘게! 연재를 하고 있다니... 저도 놀라울따름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길게 연재될지도 몰라썽요... 원래는 40에서 45편예상이었느데 ㅋㅋㅋㅋㅋ ㅡ그래도 질질 끄는거 아니니까!!! (...ㅎㅎ정말입니다)앞으로 얼마 안남은 썰들을 풀고 홀연히 사라지겠어효!!!!!!!!! 그 때까지 달려주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암호닉
시우밍 / 문돌이 / 델리만쥬 / @고3 / 매력 / 뽀리 / 간장 / 핑쿠핑쿠 / 찝적이 / 시우슈 / 뜨뚜 / 유레베 / 체리 / 암행어사 / 도라에몽 / 뀨르릉 / 이과생 / 재간둥이 / 츄파츕스 / 종대찡찡이 / 슘슘 / 꾸꾸 / 소녀 / 뿜빠라삐 / 초코 / 시카고걸 / 슬리퍼 / 트윙귤 / 요거트 / 슈사자 / 열연/ 딸기요정 / 멜팅 / 모카 / 초무룩 / 약혼자 / 쥬즈 / 러블리 /힘찬이 / 익인1 / 버블 / SH / 너구리걸 / b아몬드d / 으하힝 / 됴랑 / 도동 / yjin / 시하 / 타앙슈욱 / 제이 / 뚜벅이 / 랴랴 / 스티치 / 밀면 / 낭군 / 셜록 / 요정 / 초코칩 / 부릉부릉 / 우울 / 레몬티 / 이연 / 우럭우럭 / 윰 / 시선 / 알람시계 / 이야핫 / 홍홍 / 이퓨리 / 샤넬 / 밍쏘쿠쿠 / 으니 / 촤핳 / 겨울 / 산딸기 / 방부제 / 황자도나롱 / 나랑드 / 봐봐 / 밍쏙 / 민석쌤 / 슈슈 / 됴롱 / 아쿠아♥ / 퓨어 / 흑심 / 칭칭 / 너는봄 / 0618 / 복숭 / 곶감 / 물리짱 / 슈얌 / 오덜트 / 줌면 / 와플집사장 / 루아 / 메리딸기 / 고답이 / 존닌선배 / 민트초코 / 똥백현 / 뚱이
감사합니당 사랑합ㄴㅣ다 애정합니다!!!
오늘은 선착 10분까지만 답댓 달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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