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과 멀리 떨어지려 했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하루가 다르게 전정국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만큼 전정국은 내게 당연한 존재이고 익숙한 존재였다.
"야, 야 비켜봐 정호석 안보이잖아 씨발"
"와, 존나 이쁘다 진짜...누구야?"
"야 존나 저런 여자랑 사귀는 사람은 존나 복 받은거다"
담임 쌤이 들어오셨는데도 남고 꼬추새끼들은 교문앞에 서있는 예쁜 여자를 보기 바쁘다.
누군데 다들 이렇게 난리야 예쁘면 얼마나 예쁘다고, 무심코 창문을 들여다본 나도 헉 하고 숨이 멎었다.
존나 예쁘다 진짜...우리학교에 어쩐일일까 저 여신님이..
고개를 돌려 무심결에 바라본 4분단에서는 전정국이 가방을싸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 전정국 너 종례 안들어?"
"쌤 저 밖에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서요 먼저 갈게요 죄송합니다!"
손님? 밖에 기다리는 손님이라니...뭐야 그럼 오늘 같이 집에 못가나..
뛰쳐나가는 전정국을 잡을 틈도 없이 이미 전정국은 나가고 없었다. 선생님의 종례가 시작했는데도 아이들 그 누구도 집중하지 않았다. 모두들 바깥의 여자만 쳐다볼뿐
"어! 야 전정국 저새끼 저 누나랑 가는데?!"
"뭐?"
"뭐야 뭐임 전정국 존나 능력 좋네"
"야 이새끼들 집중안해? 대청소하고 집갈래??"
보다 못한 담임이 내게 창문을 닫으라고 시켰지만 나는 꼼짝도 할수 없었다. 전정국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나가는 여자의 뒷모습과 뛰쳐나가던 전정국의 뒷 모습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쌤..지민이 울어요..."
전정국 존나 나쁜새끼
종례가 끝난뒤에도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보다 못한 육성재가 가방을 챙겨주고 일으켜줘 비로소 교실밖으로 나설수 있었다.
"가라, 나는 반대쪽이다"
"...."
"울지말고, 병신아"
"..잘가"
"너도"
요근래 매일 전정국과 걷던 길을 혼자 걸으려니 기분도 후지고 짜증나서 버스를 타려했지만 내게는 그럴 버스비가 없었다.
그래, 전정국은 원래 여자 많았잖아, 나한테 하던것도 그냥 존나 키작고 만만하니까 놀려 먹으려고 그런거지. 내가 혼자 오해한거네, 그래 전정국이 진짜로 날 좋아할리가 없잖아
나도 원래 게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이렇게 전정국이랑 멀어지면 나도 괜찮아 질거야.
전정국이 내가 진짜로 지 좋아했던거 알면 무슨 반응일까. 더럽다고 욕 하려나 다시는 나 안보려고 하겠지.
근데 전정국 진짜 나쁜새끼다. 지가 먼저 귀엽네 마네 그래놓고, 멀쩡한 사람 게이 만들어 놓고 지만 예쁜여자랑 홀라당 날라버리냐. 존나 밉다 진짜
전정국의 집앞에서 갑자기 내려버린 소나기는 막을새도 없이 그렇게 내 위로 쏟아졌다.
어제 흠뻑 비에 젖어 집에 들어간 탓에 감기에 걸렸다. 새벽에 잠도 못잘 정도로 열이 올라 응급실에 가 열을 낮추긴 했지만 몸이 나아지진 않았다. 꼼짝없이 집에 앓아눕게 생겼는데
오히려 좋았다. 전정국을 안봐도 되니까.
엄마가 입에 떠먹여준 죽과 약을 먹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깼을 땐 이미 오후 6시였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가네, 자고 일어나니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가 식은죽을 뎁히고
꾸역꾸역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팠을때 전정국이 와서 간호해줬는데, 저도 모르게 하는 전정국 생각에 어제가 떠올라 얄미워 애써 지워버리고 후딱 입에 죽을 밀어넣었다.
약을 먹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히자 어느새 또 솔솔 약 기운이 밀려왔다. 약 기운 탓에 온 몸에 힘이 빠져 잠드려는 그 순간 경쾌한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어, 니가 여길 왜"
"많이 아파? 어떡해 어제 비 맞고 들어갔지!"
"너 우리 집 비밀번호는.."
"장모님한테 물어봤어"
"누가 니 장모님이야"
"너희 어머니가 내 장모님이지, 약은 먹었어? 세상에 얼마나 잔거야 눈 부은거 봐"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를 장모님이라 칭하는 전정국에게 덜컥 화가 났다.
"장난하냐?"
"어? 왜?"
"지는 예쁜여자들 실컷 만나고 다니면서 남은 멀쩡한 게이 만들고, 나 가지고 노니까 재밌어? 그래 키도 작고 만만하니까 놀려먹기 좋았겠지"
"...누가 놀려 널"
"맨 처음에 봤었을때 개 무시할걸, 시발 이럴줄은 몰랐지 나는.."
"무슨소리야"
" 1년 반동안 제 정신이 아닌 새끼랑 붙어다녀서 나도 미친거야...나는 원래 멀쩡했어..."
"....."
"나도 여자 좋아했었어, 나도 야동 보면 흥분하고 그래..그래 시발 나도 여자 좋아해..."
"...많이 아파 지민아?"
"그래 나는 남자가 좋은게 아니야...나는 게이아니라고..."
"....."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게 전정국인데...니가 남자인거뿐이야...."
어두웠던 전정국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미친새끼 뭐 좋은거라고 실실쪼개.
"뭐라고 지민아? 다시한번만"
"몰라 어제 그 누나한테로 가... 나도 이제 너 안봐...나 그래도 게이는 아니야..난 그냥 너가 좋은거야..그러니까 소문내지마.."
"응, 나도 게이 아니야 지민아. 나도 그냥 너가 좋은거야"
그리고 전정국은 그대로 지 입술을 내 입에 갖다 댔다. 뽀뽀도 키스도 아니고 진짜 그대로 입술 박치기였다.
"미쳤어?"
"응 난 지민이한테 미쳤어"
"나 장난하는거 아니야"
"응 나도 장난하는거 아니야"
"거짓말 하지마 너 어제 그 누나랑"
"사촌누나야 멍청아"
"...."
"눈꼽 꼈어"
울먹거리는 내 눈을 한번 보더니 자연스럽게 내 눈꼽까지 떼 준다. 더러울텐데 그런 기색은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뭘"
"너가 제일 귀엽다고"
"...."
"진짜야 첫눈에 반했어"
"...."
"너무 예쁘다 우리 지민이"
"...계집애 취급하지마"
"계집애처럼 울면서"
"...너랑 말 안할래"
"그럼 뽀뽀할래"
"돌았어 진짜"
"우리 그래도 입에다 하는 뽀뽀는 처음인데 너무 무드없었다 그치?"
"..뭐래, 그냥 뽀뽀가 처음이었거든"
"아냐 난 너 잘때 많이 했어"
"...진짜 변태"
"어, 얼굴 또 빨개진다 많이 아파?"
전정국은 진짜 병신이다. 어떻게 얼굴이 빨개질때마다 아프냐고 물어보는걸까, 이정도면 눈치 챌 만도 할텐데.
"아니, 너 좋아서"
"헐"
"부끄러워서 그래"
이번엔 전정국 얼굴이 빨개진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전정국입에 입을 맞췄다.
"정국아 좋아해 진짜로"
반달로 휘어지는 동그란 눈이 말해준다.
'나도'
똥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_; 결말이 애자네요 곧 있으면 쩔어 뮤비나와요!! 워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