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_ 용기를 내봐요!
![[EXO] 문제아들 속 나는 선생이 맞는가?! 18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2121/72d0f42c2e30a26383f059f9436038c5.jpg)
주말이야. 오랜만에 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준면이가 만나자더라고. 금주프로그램.. 그거.. 너 잘 지키는 거 같은데.. 에휴..
그래도 준비하고 시간에 맞춰서 나갔어. 아직 안 온 것 같아 앉아서 기다리려는데 저 멀리서 뛰어오는 준면이야. 엉거주춤한 자세로 준면이에게 인사했지.
"안녕 준면아? 우리 되게 자주 보는 것 같다.ㅎㅎ"
"그래서 싫다는 거예요, 지금?"
"아니아니. 좋아서 그렇지.ㅎㅎ 가자! 오늘은 뭐 할까??"
"일단은, 도경수를 기다려 보아요. 이새끼.. 늦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아가리를 아작낼라.."
"우리 준면이는.. 금주도 중요하지만.. 말도.."
"아, 고쳐보도록 할게요."
만남부터 아가리 아작내고 좋다^^
준면이랑 어제 본 뮤x뱅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경수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어.
"야. 늦지 말라고 했지."
"야. 어느쪽인지 가르쳐줘야 할 거 아니야. 저기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우리 아파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으로도 나갈 수 있고 왼쪽으로도 나갈 수 있거든. 나랑 준면이는 왼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수는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나봐.
"개구라 치지마."
"엿먹어. 어디서 경박한 김준면 웃음소리가 들린다 했지. 나는 환청인줄 알았네."
"들러리주제에."
"어, 빅엿. 선생님 어디가실래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오는 경수는 준면이라는 존재를 잊은 듯 싶어.
준면이도 반대편 내 옆으로 서. 또 경수에게 한 소리 할 줄 알았는데 별 말 없더라고.
"너네 가고 싶은 곳 없었어?"
"네. 저희는, 딱히 없는데."
"준면이는 가고 싶은 곳 없고??"
"아, 연극보실래요?"
"연극? 나는 좋아! 경수는 어때?"
"좋아요."
그렇게해서 연극으로 결정이 났지. 대학생 때 보고 안 봤던 것 같은데.. 까마득하다.. 그간 나는 이런 문화생활도 안하고 뭐하고 있었을까..
아, 임용고시.. 에휴.. 임용고시가 내 청춘을 짓밟았어..ㅂㄷㅂㄷ
"선생님 연극 보신 적 있으세요?"
"응! 나 대학생때는 꽤 봤던 거 같아."
"그럼 쌤 그때 보시고 안 보신 거예요?"
"응.. 그런 것 같아.. 쌤은, 알다시피 임용고시에 시달리느라.."
아이들이 나를 측은하다는 듯이 보더라고. 왜 그렇게 보니.. 나 그렇게 불쌍하지 않아.. 않다구.. 쥬륵...
지하철을 타면서도 아이들은 위로를 아끼지 않았어..
"괜찮아요 쌤. 아직 20대니까."
"맞아요 선생님. 아직 20대니까 청춘이에요."
"그것, 참.. 위로가 되는 구나.."
2년만 지나면 앞자리 수가 바뀌는데.. 에휴.. 인생아... 언제 이렇게 빨리 간거니.. 난 평생 청춘이고 싶은데..
"선생님 저기 자리 났어요. 앉아요."
경수가 내 팔목을 잡고 가더라고. 아니, 나는 괜찮은데..
"너네, 앉을래?"
나의 물음에 경수랑 준면이가 똑같이 내 다리를 내려다 보더니 내 눈을 보더라. 순간 무서웠어. 이게 오래된 우정이라는 것인가..!
금방 준면이가 말하더라고.
"다리도 다치셨으면서. 빨리 앉기나 해요."
자리에 앉았어. 하여간 무섭다니까.. 아이들을 올려다보는데 아이들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고. 흠.. 뭐지 이 묘한 기분은..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왜 선생님이 올려다보고 있는 거지..?
"쌤 이거 3주 걸린다고요?"
"어? 어.. 그정도? 관리 잘하면 더 일찍 풀어도 된데."
"그럼 관리 잘해야 할텐데. 그냥 쌤 집에서 놀 걸 그랬어요."
"아니야. 선생님 집에서 놀면 선생님 우리 뭐라도 해주려고 움직이셔."
"아, 그르냐? 하긴, 그랬던 것 같다. 자꾸 안절부절 못하고."
"니 언제 갔었냐?"
"응. 저번에 갔었는데. 샌드위치도 만들어 줬지."
"배신자 새끼."
서로를 노려보는 둘을 보았어. 하여간.. 틈만 나면 째려보고, 노려보고.. 그래도 누구(ㅂㅊㅇ, ㅂㅂㅎ)처럼 싸우지는 않나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지. 알다시피 둘다 침착한 편에 속해서.. 아, 침착하다기보단 말로.. 언어적 폭력을 위주로..ㅎ
"얼마나 남았어요?"
"하나, 둘.. 네 정거장!"
"은근 가깝네. 연극 자주 보러 다녀요."
"그럴까?"
"네. 연극도 자주보고, 영화도 보고, 가끔 멀리도 가보고."
"멀리? 준면이는 가고 싶은 곳 있어?"
"저는.. 가평?"
"춘천. 닭갈비."
"오, 춘천좋다."
"닭갈비가 좋은 거겠지."
또.. 째려보네.. 너네 그러다가 정드는 거야.. 이미 든건가..?
그래도 금방 풀려서 다행이야. 싸우면 진짜 답 없거든.. 요즘 sns때문에 막, 지하철 패기남. 지하철 민폐남. 막 이렇게 올라가서 퍼지는 것도 한 순간이고..
"다음 정류장이네. 곧 내려야 되요 쌤."
"어? 어."
"요즘 쌤 진짜 생각 많아 보여요. 뭔데요? 우리한테 털어놔요."
"음.. 너네들이 싸우면.. sns로 퍼지고.. 그러면 지하철 민폐남, 패기남.. 하면서.."
"괜히 물어봤네요. 저희 웬만해선 안싸워요 선생님."
"그.. 그래도.. 곧 싸울 듯이 째려보고.. 노려보고.."
"걱정마세요. 진짜 안싸워요."
날 안심시킨 경수가 손을 내밀더라고. 그 손을 잡고 일어났어. 아니, 나 이렇게까지 아픈 거 아닌데..?
경수는 만족하는 듯 내 손을 편안하게 잡더니 열리는 문 앞에 서더라고.
"도경수 니 애들한테 다 말할거다."
"말하든가."
"...패기로운 새끼."
"그것보다 니가 말 안 할 거라는 걸 잘 아는 거겠지."
"개새끼.."
훈훈하고 좋다 야^^
내리자 마자 우리는 멘붕이 왔어.
"몇번 출구야..?"
"몰라요."
"나도 모르는데.. 알아보죠 뭐."
폰으로 찾는 듯한 준면이야. 근데, 경수야..? 카드 찍고 나올때마저도 손을 놓지 않은 경수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 천천히 쓸어주고 있더라고..
이게 또 무의식인 듯 경수는 두리번거리면서 출구를 찾고 있었어.. 아니.. 이걸..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2번으로 나가죠?"
준면이가 손가락으로 2번 출구를 가리키더라고. 준면이를 따라 나갔어. 원래, 이렇게 모르는 곳에 오면 좀 더 어른이 길을 찾고 안내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핸드폰을 꺼내려고해도 경수가 손을 잡고 있어서..
"선생님."
"응?"
"선생님 남친 없는지 꽤 됐죠?"
"..어..? 왜.. 그렇게 생각해..?"
"손 잡는게 어색해보여서."
"아직도 잡고 있냐? 손을 떼버리기 전에 놔라."
"싫다면?"
"이리와. 아작내게."
지금보니 둘이 되게 앙숙같다.. 학교에서는 친한 듯 안 친해보이더만.. 지금은 아주 톰과제리마냥 서로 없어선 안 되는 사이같네.
뭐, 안 싸운다니까 좋지 머. 남은 한 손으로 준면이 손을 잡으며 말했어.
"연극보러 가자! 선생님이 쏠게!"
"돼.. 됐어요. 제가 사드릴게요."
"싫어싫어. 내가 살 거야!"
"왜.. 웬 애교래요..? 누가, 뭐.. 네..?"
"너 당황한거 존나 티나."
"닥쳐 도경수."
아무튼 내가 사도 되는거지? 2번 출구로 나오니까 건너편에 바로 무슨 건물 하나 보이더라고. 횡당보도도 마침 켜져서 건넜지.
"뭐가, 재밌을까아.."
"이런곳에 오면 일단 1위라는 것 먼저 봐야되요."
"맞아요."
"오, 그래? 그럼 그걸로 보자."
자리도 넉넉해서 고를 수 있었어. 유후. 예매를 하고 그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아서 점심이나 하러 우리는 여정을 떠났지.
원래 밥 고르는게 가장 어려운 거거든.
"근처에 맛집 없나?"
"준면아 찾아봐."
"니가 안 그래도 찾을 거였거든."
"진짜.. 하.. 말을 말자."
경수가 질린 다는 듯이 숨을 내쉬는데 준면이는 신경도 안쓰더라. 가끔 보면 재밌기도 해. 서로가 익숙한게 보이거든.
조금 찾아보던 준면이가 어딘가로 앞장서더라고. 손 잡고 있어서 끌려간 게 맞겠지..? 응.. 끌려갔어.
"쌤 점심 피자 괜찮아요?"
"응응!"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멈추더니 이곳저곳 보던 준면이가 또 진격했어. 아주, 네비게이션이 따로 없네..
구석구석 들어가던 준면이는 곧 맛집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냈어. 진짜 네비게이션이네.. 대박이다..!
난 길 잘 못 찾아서 이런 사람들 보면 신기하더라. 준면이 짱짱.
"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응. 조심히 다녀와."
"제가 앤가요. 쌤도 참."
준면이가 허허 웃으며 화장실로 가더라고. 나는 경수랑 메뉴를 골랐어.
"뭐 먹을래?"
"세트가 낫겠죠?"
"응. 그렇겠지?"
"선생님 배고프세요?"
"음.. 딱히 막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는데.."
"그럼 이거 시켜요."
...나 방금 배 안 고프다 한 거 맞지..? 왜 그런데도 불구하고 3인분짜리 세트를..? 아, 뭐.. 하긴. 혈기왕성한 아이들이니 많이 먹고 쑥쑥 자라야지.
주문을 하니 준면이가 나오더라고.
"뭐 시켰어요?"
"이거."
"부족할텐데.."
"준면이가 많이 먹어서요. 선생님 배 별로 안 고프시데."
"그래? 왜요? 뭐 드시고 왔어요?"
"어?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래요? 그럼 많이 드세요. 그래야 빨리 낫죠."
말하는 게 꼭.. 나 옛날에 인성 과외해주던 할머니같아.. 할머니도 저런 말씀 많이 해주셨거든. 어디 까지면 많이 먹어야지 빨리 낫는다고..
어릴때는 정말 그런 줄 알고 진짜 많이 먹어서 배탈도 덤으로 걸렸었지..
"쌤쌤."
"응??"
"쌤은 뭐 좋아해요?"
"나?? 음.. 좋아하는 거.. 광범위한데.."
"음식은요?"
"음식은 진짜 다 잘 먹어. 막.. 외국에서 파는 벌레 튀김.. 이런 거 말고.."
"회는요?"
"회도 잘 먹지! 근데 그.. 그 뭐지.. 지렁이 퉁퉁 불은 거 같이 생긴 거.."
"개불?"
"어! 그거 못 먹어. 그런 종류들.. 해삼, 멍게.. 이런 것도 못 먹는 거 같아."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뭐지 이 취조당하는 분위기는..? 주문했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나오는데도 취조는 멈추지 않았어.
"그럼 동물은요?"
"동물.. 다 좋아하는데.."
"토끼도요?"
"응. 싫어하는 동물은 없는 거 같은데.."
"햄스터는요?"
"좋지! 귀엽잖아. 나는 쥐도 귀여워해.ㅎㅎ"
"드무네요."
"그니까. 쥐도 좋아하다니. 난 좀 그렇던데."
"왜? 귀엽잖아."
"혹시 쌤 쥐 실물 본 적 있어요?"
"아...니..?"
"거봐요. 그 꼬리를 봐야해요. 햄스터같은 그런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니까요."
"그.. 그래? 그럼 좀.. 징그럽기도 하겠다."
어쩐지 설득도 당하고 있어. 왜지..? 나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아무튼.. 결론은.. 쥐는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
나 언제부터 이렇게 팔랑귀였던 거지..?
"선생님 그럼 이상형은요?"
"섬세한 남자..?"
"그거 말고는 없어요?"
"...음.. 느낌..?"
"느낌이요?"
"응.. 느낌.. 뭔가 막, 끌리는 듯.. 너넨 아직 어려서 모를거야."
"저희가 어리다뇨."
"왜, 한참이나 어리잖아."
"남자다운 면을 또 보여줘야 겠네요."
"어떻게 보여주게?"
"그야.. 그거야.. 뭐.."
"김준면한테 없는 남자다운 면이 저한테는 있어요."
"어떤 면인데?"
"김준면은 좀 사리는 편이라면 전 대범한 편이죠. 손도 막 잡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어. 딱 고딩같은 대답이다 싶어서.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수위가 내려간 느낌이야.
옛날에는, 뭐.. 수위가 끝도 없이 올라갔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손 잡는다는 것으로 내려오고. 아무래도, 그 현식이랑 병준이 영향이겠지..?
"그러게. 남자답네."
"손은 저도 잡을 수 있어요."
"그럼 준면이도 남자답네."
마침 피자가 나오더라고. 우와, 치즈 쩐다.. 맛있겠다..
"여기 피자는 치즈가 흘러서 돌돌 말아서 먹어야 한데요."
준면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하나를 말더니 내 접시위에 올려주더라고.
"뜨, 뜨거울텐데.."
"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허허."
"뭐야, 늙은이 같아. 많이 드세요 선생님."
역시나 디스를 빠지지 않고 한 경수가 많이 먹으라며 우쭈쭈더라고. 그.. 그래.. 많이 먹을게..ㅎ
허,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다..
"야야. 쌤 맛있나보다."
"그러게."
"응? 어떻게 알았지?"
"쌤 항상 맛있는 거 먹으면 눈 커져요."
아.. 그게 보이는 구나.. 하하하하하ㅏㅎ하하ㅏㅎ 근데 이거 진짜 맛있다.. 우와, 왜 맛집인지 알겠네..
우리 집근처 였으면 자주자주 먹고 싶다.. 이런 맛집은 왜 집근처에 없는 거야.. 슬프게..
"쌤 이제 감동했다."
"그러게."
"어떻게.. 이것도 다 티나?"
"네. 눈 커진 다음에 아련해지시거든요."
"...나만 관찰하지 말고, 좀 먹어.."
"네. 많이 드세요."
싱긋싱긋 웃는 둘을 보다가 나도 마저 먹었어. 여기, 라면도 주는데.. 그게 느끼함도 잡아주고 딱인 것 같아.. 떡볶이도 맛있고.. 대박이다..b
아이들은 날 보면서 저마다 웃더라고.. 아무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겠어..
"쌤 일부러 아무 표정 안 짓는 거 조차도 티나요."
"아는 척 하지 말라니까."
"됐어.. 몰라.. 많이 먹기나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봐. 삐지셨잖아."
"그런 모습조차 귀엽잖아."
난 과연 무엇을 바라고 이 아이들과 연극을 보러 이 동네까지 와서 이 맛있는 것.. 맛있는 것을 바라고 온 것이군.
나름 괜찮은 결론을 내리고 마저 먹었어.
"왜.. 왜 그랬어.."
"그야.."
"너무했어..."
"아니..."
"됐어.."
"김준면이 잘못했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겠지? 이 여자는 맛있는 거 잘 먹어놓고 왜 징징거리고 있나 매우 궁금할거야.
그건 간단해. 또 준면이가 계산했어.. 흐으.. 내가 계산하려고 지갑을 꺼낼 때는 항상 늦어.. 이러면 내가 일부러 늦게 꺼내는 거 같고.. 또..
"내가 쌤 좋아서 쌤꺼 사주겠다는 데 왜 쌤이 더 그래요?"
나 좋아하는 애 이용하는 거 같고.. 또..
"내가 돈이 많잖아요."
돈 많은 애 이용하는 거 같고.. 또오..
"아, 이 쌤 또 자책하고 계시네. 쌤 나 봐봐요."
"어? 왜에.."
"내가 쌤 좋아하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뭐라도 더 해주고 싶고, 그런거잖아요. 쌤은 어른이니까 이런 감정도 알겠죠."
"그래도오.. 난 선생님이고.."
"그런게 어딨어요. 저기 외국에서는 30살 넘게 차이나는 남녀사이도 있는데. 고작 우리 나이차이 가지고 선생님이랑 학생 따지는 거 유치해요."
"떼끼. 그런게 아니잖아.."
"알아요, 알아. 알았어요. 그럼 다음부터 쌤이 계산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하고 싶다는 거 하게 해줘야죠. 그럼 나 도경수한테 돈 받아도 돼요?"
"응??"
"쌤이 사는 게 좋다며요. 쌤 사주는 김에 도경수도 사줬는데 쌤이 그건 싫다며요."
"그게 아니고오.."
"그럼 걍 받아요. 알았죠?"
....나 또 설득당하고 있는 거 같아.. 뭐지 이건..? 준면이도 실실 웃더라고.. 이게 뭐지..? 멍하다가 아이들이 내 손목잡고 가서 끌려갔어.
공연장앞이더라고.. 아.. 연극보기로 했지..
"재밌겠다. 재밌겠죠??"
"응! 기대된다."
"그럼 봅시다!"
내가 말이야.. 하나를 간과했나봐.. 우리가 공연장으로 발을 들이밀기 직전에 봤던 포스터가.. 그렇게 재미를 줄 만한 포스터는 아니었거든..
공포를 줬으면 줬겠지.. 나는 항상 이게 문제인거 같아.. 왜 매사에 꼼꼼하지 못하니..
"근데, 분위기가 되게.. 으스스 하지 않아..? 드라이아이스도 깔리고.."
"그러게요. 왜지?"
"초반엔 좀 진지한가 봐요."
아이들도 모르는 듯 했고, 나도 경수 말 덕분에 별 생각은 들지 않았어. 사람들이 점점 차기 시작하고 가득 매워졌을 때 쯔음 조명이 붉게 바뀌더라고.
조금은 기괴하게 들리는 여자의 기계음이 장내에 퍼졌어.
"당신의 옆사람을 믿습니까..? 아니, 나 자신을 믿습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주 어두워졌어.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손을 잡았지. 망했다.. 망했어.. 그 짧은 순간에 수백번은 되뇌었나봐.
곧곧에 여자들의 비명과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 나는 깨달았어. 이거.. 예매 1순위인 이유가.. 음탕한 남자들 때문이었구나..!!!
"괜찮아요. 어짜피 사람이에요."
나를 다독이기 위해 경수가 옆에서 말했고 준면이도 말했어.
"정 무서우면 도경수가 패줄거에요."
"그건 절대 안돼!!"
"장난이죠. 이 와중에 신념은 지키시네요."
준면이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럼.. 지켜야지.. 난 선생님이니까아.. 그러니까 제발 저 기괴한 소리 좀 없애주면 안될까..? 제발...
갑자기 조명이 켜지더라고. 다행이야.. 맨 앞자리는 아니라서.. 웬 무섭게 생긴 여자들이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앞에 서 있더라고.
"와, 솔직히 무섭다."
"별로."
"니 그러다 지려."
"니보단 들."
"개새끼.."
"얘들아.. 손 좀.. 꽉 잡아줄래..?"
"ㅋㅋㅋㅋㅋㅋㅋㅋ네."
그렇게 나는 그 연극이 끝날때까지 아이들과 손 잡고 봤어. 중간중간에 무슨 팔이 날아다니고, 머리가 떨어지고.. 흐어... 잠 자긴 글렀다.. 불 켜놓고 TV보다가 자야지..
에이.. 전기세 장난 아니겠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쌤 목소리가 그렇게 높은 지 처음 알았네요."
"놀리지 마아.. 나도 처음 알았으니까아.."
"앞으로 자주 봐야겠어요. 선생님 엄청 귀여웠어요."
"됐어.. 다신 안 봐.. 아직도 심장 떨려.."
나는 무슨 심장이 귀에 있는 지 알았어.. 그정도로 진짜 긴장하면서 봤거든..
"그리고 별로 슬프지도 않더만.. 왜 울고 그래요?"
"...슬펐어.."
중간에 귀신 과거사가 엄청 슬펐.. 진짜 슬펐는데.. 내가 이입을 잘해서 그런가.. 몰라.. 난 진짜 슬펐어..
준면이가 나를 보면서 실실 웃다가 전화가 왔는지 조금 떨어져서 전화를 받더라고.
"다음에 또 볼래요? 다음엔 재밌는 걸로."
"응! 다음엔 재밌는 거 보자.. 이건 좀 아니야.."
"그래요. 다음엔 안 무서운 거 봐요."
경수의 말에 폭풍 고개를 끄덕였지. 곧 준면이가 전화를 끝낸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왔어.
"무슨 일이야..?"
"죄송해요 쌤. 저 일이 있어서 여기서 바로 가야 될 것 같아요.."
"그래? 나는 괜찮아! 지금 바로??"
"네. 이쪽으로 차를 보냈대서.."
"아, 그렇구나. 조심해서 가고."
"선생님도 조심히 가세요.. 도경수 부탁한다."
"응. 니나 조심히 가. 보아하니 알겠다."
"몰라. 간다. 갈게요 쌤."
"응! 월요일날 보자!"
"네."
준면이가 가고 난 경수와 지하철로 향했어. 뒤를 돌아본 경수가 말해주더라고.
"가끔 김준면한테 감시자가 붙는단 말이에요."
"감시자?"
"김준면 아버지가 워낙, 어.. 그래도 포장하자면 김준면을 아껴서. 그래서 걱정이 많으시거든요.
오늘 김준면치고는 늦어진거라, 아마 집가면 엄청 깨질거에요."
"왜.. 왜 그렇게까지.."
"미래 자기 회사를 이끌어갈 유일한 자식인데, 자기 행실도 바르지 못하면 안되니까."
"아..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시네.. 근데 유일한..? 형 한명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부자들 속을 어떻게 알까요. 김준면이 불쌍할 따름이죠.
아, 그 형은 김준면이 늦둥이라서 10살인가, 11살인가 많던 형이 있었는데 집 나갔어요."
"아..? 진짜..?"
"네. 그래서 준면이한테 모든 것이 몰빵됐죠. 원래는 인성, 예절 교육만 받던 애가 경영이며 회계며.. 장난 아니었어요.
그래서 김준면이 그 집나간 형 부르는 욕이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아, 그정도야..? 그럼 준면이는 그 형이 싫데?"
"네.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다고 했었으니까. 나중에 만나면 곱게 죽이지는 않는다고도 했었죠."
...역시 준면이 답네.. 근데, 준면이도 이런 일이 있구나.. 나는 드라마에서나 본 건데.. 나도 꽤 잘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아주 어릴 때 인성교육 받은 적은 있었어. 그 준면이랑 비슷한 말씀 해 주셨던 할머니가 해주시던 교육. 근데, 하루에 3,4개 정도는 아니었단 말야..
내가 싫어하기도 해서 아빠가 아예 다 끊어버린 적도 있고..
"준면이 아버지는.."
"극성이죠."
"나쁘게 말하면, 그렇네. 준면이는 그걸 다 버틴거야..?"
"벗어나도 똑같다는 것을 아니까. 준면이 형이 집나가고 방금처럼 족쇄같은 게 심해졌거든요.
그래서 낌새가 이상하면 누구도 모르게 사람 붙여놓고.. 집 나가면 안된다고 교육하고, 또 교육하고."
아.. 그래서 옭아매는 구나.. 하나남은 아들도 사라질까봐.. 어떻게 보면 아들을 잃기 싫은 부모의 마음인걸까..?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잘못된..
솔직히 돈 많으면 편하게 살 순 있잖아. 자기 회사 물려주고, 아들이 더 편하게 잘 살라고.. 에휴, 난 모르겠다.
부모였어봐야 내가 이해를 하지.. 역시.. 부모님을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어..
"경수는 준면이에 대해서 잘 아네?"
"아무래도 제가 조직이다 보니까, 뭐.. 웬만해선 잘 알아요. 김준면이 말해준 것도 있고."
"아.."
"큰 틀은 조직에서 알고, 자잘한 것들은 준면이 통해서 듣는 거죠 뭐. 한 정거장 남았네요."
손을 내미는 경수야. 그 손을 잡고 일어났지. 담담하게 말하는데, 뭔가 걱정이 서려 있어. 적어도 내가 듣기엔 그래.
내려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경수는 더이상 준면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어. 뭐, 다 말한 것 같지만..
아파트에 다다랐을 때 경수가 멈칫했어. 그와 동시에 내 팔을 당겨 차 뒤로 숨었지. 나 지금 거의 경수한테 안겨있는 것 같아..
"겨.. 경수야..? 왜..?"
"...왜, 왜 여깄는 거지..? 씨발.."
욕까지 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어. 왜..? 빼꼼 내밀고 우리 아파트 앞을 보니까 웬 덩치 큰 사람 두 명이 앉아 있더라고.
뭐지..? 뭐지....?
"...저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선생님 저희 형님들 본 적 있어요?"
"아니, 전혀.."
"근데 왜, 왜 여기에..?"
불안하게 떨던 경수가 결심한 듯 나를 차 뒤에 두고 앞으로 나갔어. 위.. 위험하지 않을까..?!
"형님."
"아야, 늦는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뭐, 요새 쪼까 이상한 소문이 들리길래.. 여자는?"
"...누구 말씀하시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경수에게로 걸어갔어. 저.. 저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었다 했더니 걸걸이구만..!
경수 앞에 선 걸걸이가 경수의 머리를 조금은 우악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지.
"알고 왔다. 어딨어?"
"...왜, 찾으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은 게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지금 내한테 대드는 건가?"
"...네."
"저기요!! 저예요!! 접니다."
네라고 대답하는 경수에 놀라서 이 다리로 최대한으로 뛰어서 경수 앞을 막아섰어. 뒤에서 놀란듯 숨을 들이마시는 경수의 소리가 들렸지만 난, 경수가 더 중요하니까..
걸걸이는 내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눈이 커졌어.
"...아야, 이 분 선생님이시라고..?"
"...네."
"...여기 302호 살고..?"
"네..?"
"맞냐고 묻잖아..!"
"때.. 때리지 마세요..!!"
무슨 용기였는지 걸걸이 손을 막았어. 나.. 나 혹시.. 망한 걸까..?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걸까..? 무슨 용기로 이 남자를 막은 걸까..?
"...아.. 아가씨 운 좋은 줄 아슈. 니는 바로 집으로 들어와라."
"네."
"...때리지마세요!! 확인할 거예요!!"
가는 걸걸이와 나머지 한 명의 뒷통수를 향해 소리쳤지. 뭔 패기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나 미친 것 같아..
"선생님은 진짜.. 미친 것 같아요.."
"나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씨발.. 집 들어가기 싫다.."
"...안 들어가면 안돼..? 자고 갈래??"
"됐어요. 더 혼나요. 그리고 그런 말도 위험하니까 하지 말고. 저번에 내가 무슨 말도 하지 말라고 했었죠?"
"...음.. 라면 먹고 갈래?"
"맞아요. 일단, 가요. 데려다 드릴게요."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야. 버튼을 누르니 열리더라고. 타면서 대답했지.
"바로 가야되는 거 아니야..?"
"시간 조금이라도 더 늦춰보려구요."
"...나 때문에 더 혼나면 어떡해..?"
"괜찮아요. 선생님이 치료해주시면 되죠. 저번처럼."
"...최대한 다치지 말고.."
"네. 들어가보세요."
"응.. 문자 꼭 해."
"네."
손을 흔드는 경수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경수가 내려갔어. 흐어.. 나 왜 갑자기 거기서 용기와 패기가 샘솓아가지고.. 미쳤지.. 미쳤어..
경수 더 다치면 어떡하지..? 아니 근데 왜 그 걸걸이는 내 직업이랑, 집 주소도 아는거야..? 워메.. 소름 돋네..?
...그리고 왜.. 내 말을 듣는 느낌인거지..? 충분히 날 제압할 수도 있고, 충분히 날 밀치고 경수를 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뭐지..?
| 용기.. |
보다는 패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 막내선생.. 인생은 한번뿐이야.. 그 한번뿐인 인생에 그렇게 먼진 제자들이 있는데.. 나 같으면 최대한 사리겠어...
뭔가, 이제 막내선생님이 숨기는 게 없어진 것 같네욯ㅎㅎㅎ
The 럽...♥(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워더 청포도/뀰/카프/세젤예/밍/홍합탕/까만원두/롤롤/해가빨리가장뜨는 시동/매쑝/설림/무민이/퐁퐁클린/4am/우럭우럭/네티큥/열페럿/이엘/여누 입꼬리/159/아말카/카망이/이런사과/여리/경수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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