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My B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618/bb8f6977feecd4abf73a9d52a3490125.gif)
변백현은 달달한 것을 좋아했다. 초코머핀이나 젤리나 아주 달달한 뭐 그런거.
입맛도 까다롭다. 편식도 심하고, 입도 짧고. 쓴거나 야채는 아예 입에 대는 것도 싫어하고 특히 오이.
오이를 들이밀면 아주 경기를 일으킨다. 오이의 향이 싫다나 뭐라나.
그런 변백현과 함께 다니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였다.
예를 들어 뭘 먹을래? 라고 물어보면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이거 사줄까? 그래도 도리도리.
저거 사줄까? 그래도 도리도리.
결국엔 꼭 닮은 찐빵 하나를 사서 쥐어주면 오물 오물 잘도 먹는다. 아 귀여워.
하는 행동이 그냥 애다, 애.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고 항상 핫초코, 추위도 엄청 탄다.
아,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겨울 바다를 보러간 날.
"열아, 우리 어디 가?"
"바다 보러."
".. 바다?"
"왜, 싫어? 다른데 갈래?"
"아니, 나 바다 보는 거 엄청 좋아해. 근데 열아,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봐."
그러더니 곧장 집으로 들어가는 내 애인. 그렇게 10분이 지나서 나오는 변백현을 보고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 귀마개에, 하얀 목도리. 그리고 하얀 변백현. 눈사람도 아니고, 저게 뭐야.
"현아, 그게 뭐야. 북극 가?"
"야, 겨울 바다가 얼마나 추운데, 너도 이거 해."
".. 목도리? 현아 나 이거 하면 답답한데."
"잔말 말고 해. 너 그러다 감기 걸려."
"하여간 고집은."
변백현을 밉지 않게 노려본 뒤 허리를 살짝 숙이자 자기가 들고 있던 목도리를 내 목에 둘러주는 변백현이였다.
한참 끙끙거리다 다 됐다! 하는 소리와 함께 환한 웃음을 짓는 네가 너무 예뻐서.
그대로 안아 올리자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는 변백현이 또 예뻐서.
우리 현이는 안 예쁜 곳이 어디야? 라고 물으면 없단다.
결국엔 크게 웃다 변백현한테 한 대 맞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라타 몇 시간을 달려 바다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였다.
밤바다엔 역시 불꽃놀이가 아니겠냐며 근처 슈퍼로 쪼르르 달려가 폭죽 여러개를 사온 변백현의 얼굴이 너무 순진해서.
펑, 펑.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폭죽을 보며 나의 애인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꽁꽁 얼어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보다 갑자기 변백현에 대한 걱정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우리 똥강아지 추울텐데.
그 생각이 들자 바로 몸이 움직였다.
모래 바닥에 주저 앉아 있던 변백현을, 열이 잔뜩 올라 헥헥 대던 변백현을 안고 차로 달려가 바로 서울로 올라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이후 3일을 꼬박 앓던 변백현이 생각나 그저 웃었다.
이 외에도 어디서 하얀 몸에 연갈색 무늬가 있는 길고양이를 데려와 우리 딸이라며 키우던 변백현.
내가 집에 없을 때 티비에서 하던 오래된 공포 영화를 보고선 잠을 자지 못 했던 변백현.
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았던 변백현이 생각 났다.
내 머릿속엔 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이리도 많은데, 아직 너와 함께 있는 것 같은데.
넌 어딨어. 백현아?
괜히 생각했다며 고개를 좌우로 젓곤 잠을 청하려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 결국엔 수면제를 먹었다.
이렇게 약을 먹은지도 벌써 7개월째.
변백현, 변백현. 백현아. 눈을 감는 순간에도 애타게 네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
눈을 떠보니 오후 2시. 예전처럼 내 배 위에 머리를 올려 놓고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자는 너에 놀라 크게 숨을 들이 쉬었다.
그 순간 눈을 뜬 넌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또 올게."
그렇게 너는 사라졌다.
그리고 7개월 전, 변백현은 꾹꾹 눌러쓴 볼펜 자국과, 무수히 많은 눈물 자국이 담긴 편지와 그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변백현의 영상이 담긴 캠코더를 두고 떠났다.
지난 7개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집 안에만 틀어 박혀서 변백현이 남기고 간 영상을 자기 전 까지 돌려보다 잠을 청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변백현의 얼굴과 목소리.
7개월 전 변백현은 죽었다. 편지와 영상을 남기고, 같이 샤워도 하던 그 욕조에서.
가는 순간까지도 변백현은 너무 예뻐서.
내가 좋아했던 변백현의 연 분홍색 니트를 입고, 그 아래엔 피로 물들어 흰색이라고 하기도 뭐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렇게 흐린 날에는 네가 더 보고 싶어.
보고 싶다 백현아.
죽고 싶어 백현아.
꼭 만나자 백현아.
사랑해, 내 백현아.
원래는 독방에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서 글잡으로 왔어요. 딱히 잘 쓴 글도 아닌데 왜 글을 쓰면서 울컥 하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백현 외전으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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