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훈] VORACITY 00 (부제 : Noted Film)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2623/65282a44396bb92b56672f35bd6de1a9.png)
VORACITY 00
내가 이 곳에 첨 발 들인것은 지금으로 부터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과 후 친구들과 손잡고 달디단 불량식품을 먹으며 말도 안 되는 농담에도 꺄르르 거리며 웃어야 할 나에게 세상은 물론 내 인생까지도 회색빛이였고 그래 보였다. 시시한 농담으로 성립되는 친구와 제일 공부 못 하는 내 짝꿍도 웃는 웃음은 내겐 사치였고 헛된 꿈이였다. 이 모든걸 고작 아홉살밖에 되지않은 난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안 갈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학교가 끝나면 또 다른 세상이 맞이 했다. 사람이라곤 전혀 살거 같지 않은, 나름 아파트라면 아파트인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어떠한 세상보다 이리도 지독하고 힘든 세상은 없으리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쬠에도 불구하고 피하고 싶지 않았다. 피할 곳이 저 곳뿐이라면 이 곳에서 타죽는게 훨씬 나았다.
애꿎은 가방을 고쳐메며 어김없이 동네를 거닐었다. 최대한 저 곳에서 머물 시간을 줄여야만 했다. 헤질대로 헤진 가방을 여러번 고쳐메곤, 울려대는 배꼽시계를 움켜쥐며 조심히 벤치에 앉았다. 아까 급식 남기지 말걸.., 냄새 난다는 수근댐에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급식을 남겼다. 오늘 장조림이 나오던 날이였는데...
내가 언제부터 남의 시선에 신경 썼다고 안 하던 짓을 한건지,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꾸역꾸역 시간이 저물어 갔고, 아홉살짜리 아이에게 밤은 무서웠다. 할 수 없이 집으로 가니 술병들 사이로 널부러진 팔다리가 보였다.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조용히 움직여 화장실로 들어가 그 어느때보다 더 깨끗히 씻었다
머리끝에 묻은 물기까지 꼼꼼히 닦은 후 조그만 다락방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 그나마 유일하게 좋아하던 것이 있다면 그림이였다. 태어날때부터 회색빛이던 내 삶을 그림에서 만큼은 알록달록 예쁜색들을 채워 넣을 수 있기에. 그나마 내 뜻대로 풀려지는게 그림 뿐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알록달록 예쁜 색들로 가득찬 그림이 완성되었다. 아홉살짜리가 그려봤자 엉망진창이었겠지만, 내겐 명화나 다름없었다.
나도 그림처럼 내 인생의 색을 바꾸고 싶었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그럼 나도 좀 빛나지 않을까.
가까이서 들려오는 코골음이 비웃음처럼 들렸다.
* * *
" 여주야, 시간 되면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래? "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호명 된 날이였다. 준비물을 안 챙겨와도, 숙제를 안 해와도 늘 내게 별 말씀 없으시던 담임이
나를 부르는게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 들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아홉살배기 소녀였던 것이다.
그 날 담임이 건낸건 입양이였다. 내 그림을 보고 후원 겸 입양을 하고 싶다는 대기업의 바램이였다.
더 이상 그 더럽고 벌레나오는 집과 매일같이 술만 마시고 화를 내는 인정하기도 싫은 아버지를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그자리에서 무작정 긍정의 뜻으 보였다. 늘 회색일것 같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색이 채워진것 같은 생각에 설렘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1주일 뒤 나는 바로 입양 된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날, 나는 갑작스레 다가오는 행복은, 행복을 가장한 또 다른 지옥이란 걸 느꼈다.
" 더러워. 냄새나 "
그 곳에 있던 모든사람들이 나를 벌레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남자아이의 무심한 한 마디에 우습게도 그 자리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일곱살이라고 하기엔 차갑고 꿰뚫어 볼 것 같은 눈동자, 그게 그와의 첫 만남이였다.
* * *
" 다녀 올게요 "
" 성적이 좀 떨어졌던데, 그래서 대학 갈 수나 있겠니? "
" .... "
" 대학이야 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네가 잘 알거라 본다. "
" ..... "
" 이런식으로 은혜를 갚진 않겠지. "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덤덤한 듯 날카롭게 물어오는 목소리에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잔주름 하나 없는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그 누가봐도 대기업 사모님이였다. 내 재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기며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모님은 언론에서나 존재할 뿐, 난 그녀에게 있어 그저 유능한 인형일뿐이였다.
" ..다시 올려놓을거에요. 심려끼쳐 죄송합니다. 다녀올게요. "
늘상 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막히는 곳 이였다. 사실 거절하라면 거절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싫다고 하면 그만이였다. 다들 내 몰골과 내가 살아 온 환경에 기함을 가했으니까,그러나 거절 하고 싶지않았다. 어차피 그 곳이나 여기나 내겐 둘다 지옥이였다. 그렇다면 물질적으로라도 여유롭고 싶었다. 그것이 내 인권을 판 대가일지라도.
버스정류장으로 걷는 동안 쉴 새 없이 진동이 울렸다.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에 무음으로 바꾼다는 걸 실수로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어디야. 조금 화난 듯한 음성에 아무 말도 않자 좀 더 높아진 언성이 들려온다.
- 대답해. 어디야
" ...버스야. 학교 가고 있어. "
- 기다리라고 했지.
" 주번이야. 일찍 가야.. "
- 너 주번 아닌거 다 알아. 쓸데없이 거짓말 늘어놓지 마.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 지금 당장 내려. 그리고 기다려.
" 이미 버스 타고 가.. "
- 거짓말 늘어 놓지 말랬지.
" 그 정도로 너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 그냥 가, 나도 알아서..
- 김여주
낮게 울리는 내 이름에 더 이상 답 할 수가 없었다. 늘 이런식이다. 언제나 다 듣지도 않고 무작정 내뱉는. 남의 안중따위는 거들떠도 안 보는 오만함 그자체.
" 알았으니 끊어. "
하지만 너의 그 오만함과 이기심은 이상하게도 빛이나고 고고해 보인다. 그래서 너가 싫다.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곧 바로 울리는 진동을 느끼며 가던 길을 멈추었다. 몇 분 뒤, 내 앞에 검은색 차가 나타났다. 앉자마자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일부러 앞만 보았다. 몇 초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다 곧 픽 하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웃음소리가 거슬려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단듯이 바로 얼굴을 들이댄다.
" 왜 먼저가. "
옆머리를 넘겨주며 다정히 묻는 녀석을 보니 속이 뒤틀렸다. 앞으론 혼자 가지마, 김여주.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으며 바라보자 맘에 들었는지 살며시 미소 짓는다. 어울리지도 않는 다정한 모습에 역겨워졌다.
" 아침에 그 여자가 한 말은 잊어. 그 여자 그러는 거 한 두번도 아니잖아. "
" 말 한번 이쁘게한다. "
" 내가 언어구사력이 좀 수월해. "
" 교활하고, 버릇없는거지. "
"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데? "
" 그럼,10년인데. 너같은 미친놈이 언제 터질줄 알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 "
" 확실히, 내가 너한테 많이 미치긴 했어. 이렇게 내 화를 돋구는데도 넌 참 섹시해 "
능글능글하게 답해 오는 그에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신호였다. 더 이상 건드렸다간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는 터질것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끈적한 그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겁나기 시작했다. 늘상 있는 일임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미칠 것 같았다. 옆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문쪽으로 붙었다. 확 끼쳐오는 그의 향수 냄새에 가슴이 떨려왔다. 위험하다. 애써 태연한 척 창밖에 시선을 두자 맘에 안 드는듯 턱을 확 낚아챘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서로의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한층 더 가까워져 손을 들어 그를 밀어냈다.
" ..사람있어. "
" 키스하고싶어. "
" 사람있다고. "
" 맛있어 보인다, 오늘따라 유독. "
" 하지말라고! "
" 그러게 왜 아침부터 조잘대. 미치겠잖아. "
" 싫다고! "
점점 다가오는 오세훈을 확 밀어내자 쉽게 물러났다. 창피한 마음에 앞 쪽상황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안 봐도 빨개졌을 모습을 생각하니 자존심이 구겨졌다. 늘 이런식으로 나를 골리는 오세훈을 쳐다보자 킥킥 웃어댄다. 한참을 킥킥대다 갑작스레 정색을 짓는 모습에 또 다시 덜컥 겁이 났다. 가만히 쳐다보던 오세훈이 입을 연다.
" ...여주야 "
" .... "
" 누나 "
" .... "
" 나 섰어. "
* * *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뒤도 안 보고 교실로 들어와버렸다. 섰다니, 어떻게 저런말을 잘도 지껄일 수 있는지. 10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늘 이렇게 미친놈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걸 보면 여간 미친놈이 아닐 수 없다.
3교시 수업이 끝나고 시끄러운 교실에서 저 혼자 창밖을 바라봤다. 멍하니 푸른 가을 하늘을 보니 괜스레 짜증이 샘솟아 책상에 엎드렸다. 엎드린지 얼마 되지 않아 문자가 도착했다. 안 봐도 누군지 뻔해 일부러 확인을 안 하자 연달아 진동이 울린다. 참다 못해 계속 해서 울리는 진동에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 어디아파? 갑자기 왜 엎드려
- 김여주 어디아파?
- 어디 아프냐고
- 김여주
- 대답해 김여주
- 나 교실로 올라가기 전에 대답해. 김여주
끝도 없는 문자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얌전히 앉아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있는 뒤통수를 보니 한 대 때리고 싶다. 오세훈에게 얼마를 받길래 아니, 오세훈이 뭐길래 이딴 짓이나 쳐 하고 있는건지. 갑작스레 그늘 진 그림자를 확인하려 고개를 들자마자 쏘아붙였다.
" 야 "
" 어,어? "
" 나 안 아프니까 문자 그만보내라 그래. "
" 그건 너가 보내면 되잖.."
" 너 그 새끼 개잖아. 니 주인 네가 알아서 챙겨야지 왜 나한테 문자오게 하고 지랄이야. "
표정이 굳어간다. 공부만 하는 범생인줄 알았더니, 오세훈 개여서 그런가 나름 지 주인 닮아선지 한 성질 하나 보네.
" 무슨 말을 기분 나쁘게 해. 개라니 "
" 맨날 나 감시하잖아. 그게 개지 뭐야. "
" ...문자는 내가 보낼게. 앞으론 그렇게 말하지마. "
" 개를 뭐라 불러. 뭐, 개새끼? "
" 이 씨발년이 "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고함치자 다들 이 쪽을 바라봤다.
이준혁 미쳤나봐. 그냥 무시하지 왜 건드려, 김여주 저러는거 한 두번이야?
오세훈 김여주가 괜히 미친년놈들이냐고.
여기저기 들려대는 내 이름뒤엔 욕들이 자리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내가 제정신은 아니지.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날 오세훈과 엮는건
" 이 씨발년이 오세훈 밑에서 다리나 벌리는 주제에 말이면 단 줄아나 "
그건 내가 도저히 못 참겠는데?
나에 대한 욕, 폭행 하다 못해 단순한 성희롱도 나는 참을 수 있다. 어차피 어릴때부터 내 인생은 밑바닥 하수구였으니까.
하지만 오세훈과 엮이는 것이라면 참을 수가 없다. 이건 단순히 수치심을 넘어서서 모욕감이다.
" 너야말로 말이면 단 줄 아나봐. 개새끼라서 그런가, 머리는 안 거치고 되는대로 족족 내뱉는걸 보니 "
" 씨발 뭐라고? "
" 귀도 먹었어? 이거 완전 개새끼보다 못한 새끼네? "
" 이 씨발년이 진짜!! "
이준혁이 번쩍 손을 들었다. 정말 개새끼다. 말로 안 되니 손이 나가는걸 보니. 그래, 까짓거 한 대 맞아줄게. 대신, 오늘 네 인생이 마지막 인줄 알아. 속으로 되새기며 다가올 아픔을 기다리고 있는데 익숙한 향기가 났다. 절대 맡고 싶지않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향수 냄새. 아니였으면 하는 바람에 애써 눈을 감고 있었으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 선배, 제가 감시만 하라고 했지. 언제 얘 때리랬어요? "
" 세,세훈아 "
" 욕은 또 어디서 배워와가지고, 우리 여주한테 지랄지랄 해대는지 몰라- "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건지. 상냥한척 다정한 말투 속엔 칼이 담겨 있었다.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눈빛으로 입꼬리만 올려 조곤조곤 말하는 오세훈을 보니 제대로 빡쳤다. 퍽 소리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진 이준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끙끙 대고 있었다. 오세훈의 주먹질에 저 멀리 떨어진 안경을 찾으려 뻗은 그 손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 누르는 오세훈이였다.
" 감히 개주제에 주인을 물려하고, 우리 개새끼 많이 컸네 "
" 바,발!! 발!!! "
" 그래도 우리 준혁선배, 그간 내 말도 잘 듣고 그랬으니까 이쯤에서 봐줄게요 "
손에서 발을 뗀 오세훈이 성큼성큼 다가와 내 팔을 낚아챘다. 그렇게 힘 없이 오세훈이 가는대로 끌려갔고, 오세훈과 내가 나가자 애들이 이준혁을 병원으로 데려간 듯 싶었다. 오세훈은 이런 존재였다. 어떤 짓을 하든 절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참관하다 뒷수습이나 하게 만드는 존재, 절대 그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난 그런 미친놈에게 잘못 걸린 억울한 장난감.
:: Noted, 그 유명한 대기업 회장 아들 오세훈의 Film속에서 함께 걸어갈 희생양, 한 송이 Flower, Dru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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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한 두편정도 올렸다가 바빠서 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정리하다가 발견해가지고 다시 한번 연재 해 볼까 하는 생각에 올려요.
제 글이 유명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말씀드려요. VORACITY는 집착이란 뜻이에요. 구사즈가 집착이 참 잘 어울리는거 같아서. 그래서.. 종인과 세훈 사이에서 엄청 고민 하다가 세훈으로 해서 썼어용 이건 프롤로그구요. 내일 1편 데리고 올게요.
부족한 글 많이 봐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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