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d Thing - 어른아이
그의 긴 해외훈련이 끝나고 우리는 내가 만날 때마다 늘 얘기했던 지하철 여행을 가기로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들어온 그를 반기고, 늘 그랬듯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해서 그와 함게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큰 계획은 없었다. 어딜 갈지 정하다 문득, 종점까지 가볼까? 하는 생각에 우린 종점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자리를 잡고 앉아 여느때와 다름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쓰다듬고, 침튀기며 얘기하고… 서로 기대어 잠에 들고.
"…ㅇ…ㅇㅇ아"
"…"
"일어나봐 ㅇㅇ아"
"…응…오ㅃ…"
얼마나 잠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다급한 외침에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보니 내 시야를 가로막는 매캐하고 검은 연기. 상황을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그는 내 입을 젖은 손수건으로 꼭 막고 바닥에 나를 업드리게 한 뒤, 그 옆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내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지하철 안은 순식간에 뜨거워져 숨이 턱 막혔고 나는 그에게 의지해 바닥에 업드리는 방법밖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국대망상] 지하철 ver. +참치특집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4/6/446ee7dde3fae6a50be5053f1f1868c7.jpg)
"…오…오빠…"
무서웠다. 지하철 안 검고 뜨거운 연기 속에서 필사적으로 나를 보호하려는 그의 몸부림이, 아무런 상황도 영문도 모른채 손 쓸 새도 없이 지하철 안으로 번져오는 불길이…. 그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내 입만은 젖은 손수건으로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썼고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입을 막고 있는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의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고, 우린 알고 있었다. 살 수 없음을.
"이거… 오빠도 해야지…"
"…ㅇㅇ아. 조금만…조금만 참자"
"…오빠…"
"눈 뜨면 니 옆에 나 있을거야. 우리 여기 나가면…결혼 하자"
"…"
"여기 나가서 결혼도 하고…애도 낳고… 그렇게 살자"
"그러니까… 오빠도 이거 해…난 많이 막고 있었으니까…"
그가 들고있던 손수건을 빼내어 그의 입에 대어주고 지하철 문에 기대어 앉았다. 잠에 들 때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두 손을 꼭 맞잡다가 눈 앞으로 보이는 빨간 불길에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을 준비할 때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떨리는 두 손을, 힘없는 두 팔을 들어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그는 내 어깨를 감싸 나를 품속에 가둔 채로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뜨면…내 옆에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
"…잘 자"
"…"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내 어깨를 감싼 그의 두 팔이 툭 하고 힘없이 지하철 바닥에 떨어질 때쯤, 나도 정신이 희미해져만 갔다. 그리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깊고도 평온한 잠 속으로. 그의 품 속에서.
*****
' 대구 지하철서 화재… 원인은 방화'
하루종일 뉴스가 돌았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더이상 감은 눈을 뜨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속에서 재가되어 날아갔다. 뜨거운 불길 속이 아닌 시원한 하늘 속을, 포근해 보였던 구름의 품 속을
우울함만 가득한 일요일 입니다.
짧게 씁니다. 오늘은 뭔가 기분이 꽁기꽁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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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