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아이야]
열대야가 이어지던 나날 속 장마는 한 여름 샤워 후 맥주 한 모금과 같은 존재다.
한 모금에 찾아오는 시원함 뒤엔 갈증이 기다리고 있듯이 장마 뒤 열기는 장마 전보다 덜 하지 않는다.
그날도 그런 갈증의 날의 연속 중 하루였다.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글이였다. 바리바리 싸간 원고가 쓰레기농에 들어가는건 이미 수백번 봤지만 유독 이번엔 힘들었다.
오늘도 역시나 나의 원고가 버려지는 순간 재미없던 나의 삶도 버려지는 것 같았다.
재미없고 지루한 삶이지만 내 전부인 삶이 버려지는건 생각보다 날 더 무기력 하게 만들었다.
힘 없이 터덜 걸어 집에 오니 왠 작고 마른 강아지가 죽을듯 헐떡이고 있었다.
첫 느낌은 당혹스러움이 먼저였다. 이어 짜증과 동질감이 들었고 어느새 난 그 조그만 아이를 안고 태양 아래를 달렸다.
'탈수와 영양실조 입니다. 영양제 맞고 좀 쉬면 괜찮아 지니까 걱정마세요. 큰병이 없는거 보니까 버려진지 얼마 안지났네요.
불행중 다행이라고 잘 데려와 주셨어요. 데려가기 불편하시면 저희가 맡을까요?'
무슨 정신이였는지 모르겠다. 작은 몸에 꽂히는 바늘,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 달리 느리게 들어가는 주사약.
정신 차리니 너와 함께 난 내 방 침대 위였다.
이게 너와의 첫 만남이다 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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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 만남 이후 우린 함께였다.
그리고 오늘 널 우리집으로 데려온지 3년이 지난날이다.
4년동안 넌 처음보다 몸도 많이 컸고 예쁘게도 어디 한구석 아프지 않고 건강해주었다.
속상하게 한적 없었던 넌 단 한번 날 놀라게 한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고였다.
아직도 생생한 날이다. 니가 모든걸 보여준 날.
처음으로 사람모습의 널 보고 여러가지 이유로 놀랐다.
사람모습에 놀랐고 큰 덩치와 잘생긴 얼굴의 놀랐고 무엇보다 눈이 나랑 닮아있어 놀랐다.
상처를 받았던 건지 그림자진 눈이 나와 닮았고 사랑받은듯 빛나는 눈 또한 닮아있었다.
그 빛은 내가 널 아껴주어 생긴 빛이 아니란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건 처음부터 니가 사랑받을 아이란걸 보이는 빛이였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만화에만 집중해 날 봐주지 않지만 넌 사랑받을 아이이기 때문에 그 모습조차 어여쁘다
니 동그란 뒷 통수도 넓직한 어깨도 툭 나올때 귀여운 입술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예쁘다.
사랑받을 아이야, 니가 오고 난 줄곳 웃었단걸 이제 알았다.
사랑받을 아이야, 널 만나고 난 비로서 어른이 되었다.
사랑받을 아이야 내가 사랑하는 아이야
지금 처럼 예쁘게 웃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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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 글을 쓰는건 처음인것 같네요..!
오늘 상혁이의 생일을 기념해 글을 하나 써봤는데
반인반수가 이렇게 귀염성 하나 없다니...
사실 글에는 제가 상혁이에게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포함되어 있어요
'사랑받을 아이야' '그건 처음부터 니가 사랑받을 아이란걸 보이는 빛이였다'
이 부분이 상혁이와 여러분께 하고싶은 말이에요!
우리 모두 사랑받을 아이란 뜻이랄까.. ㅋㅋㅋㅋㅋㅋ 좀 오글거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효기데이를 맞이해 모두들 즐거운 하루였음 좋겠습니다
상혁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