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지, 지금 네가 고등학생이랑 사귄다고? 그 저번에 카페, 그 걔랑?"
백현이 난데없이 소리를 꽥 질렀다. 쪽팔리니까 닥치라고 핀잔을 주자 그는 입을 두 손으로 막은 채 계속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고등학생이랑 어떻게……. 불만있냐? 내가 물어보자 그제서야 그는 손을 내리고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꼬셨냐? 좀 배우자. 역시, 이럴 줄 알았다.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 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올려다 보는 것이 어릴 적 키웠던 병아리와 흡사했다.
"궁금해?"
"어, 응."
"그러니까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면……."
*
그 내가 가끔 가는 게이바 알지? 그 날 따라 뭔가 좀 땡겨서 갔었거든. 아무거나 그냥 시키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가 어깨를 치는 거야. 누군가 싶어서 보니까 존나 험악하게 생긴 애가 있는겨. 쫄았지. 그런데 갑자기 폰 내밀면서 번호 좀 달라 하더라고. 누가 바에서 보자마자 난데없이 번호 좀 달라하겠냐? 그때부터 뭔가 빡 촉이 온거지. 아, 이 새끼 처음 왔구나. 그래서 몇 살? 하고 물어보니까 우물쭈물 하는 거야. 그래서 다시 물어봤지. 학생이야?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더라고. 고3이라더라. 고3이 왜 왔냐고 가서 공부나 하라고 비웃어주니까 얼굴이 막 빨개지더니 나가버리더라. 그게 끝인 줄 알았어.
다음 날이던가. 내가 뭐하러 나갔었지? 맞아, 찬열이 만나려고 나갔었거든. 빨간불 걸려서 횡단보도에 서 있었어. 너 거기 알지. 박찬열네 집 앞에 차 겁나 많이 지나가는데. 거기 있었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누가 존나 뛰어오더라? 정신 나간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치일 줄 알았는데 달리기도 겁나 빠르더라. 여튼 근데 그 사람이 내 앞에 와서는 손을 딱 잡는겨. 무슨 짓거린가 싶어서 째려봤는데 자기 기억 안 나녜. 네, 안 나는뎁쇼? 하려고 했는데 곰곰이 보니까 어제 그 바에서 작업 걸던 새끼 인거야! 와!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더라. 마침 그 새끼는 내 앞에서 교복 입은 채로 있고. 좀 뻘쭘해서 인사해주니까 좋아서 헤벌쭉하더라. 근데 애가 좀 반반하대? 은근히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또 번호 알려달라고 하길래 며칠 데리고 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알려줬어.
그 날 밤에 카톡이 왔어. 뭐해요? 바빠요? 이렇게. 존나 귀엽지 않냐. 여튼. 안 바쁘다고 답장 보내니까 자기 이름은 김종인이고 어디 학교 다닌다 뭐 이런 얘기 지 혼자 쫑알거리다가 갑자기 내일 시간 있냐고, 시간 있으면 영화나 보자는거야. 마침 보고 싶은 영화도 있었고, 심심하기도 했고. 알았다고 하니까 겁나 좋아하더라. 형이라고 부르는 것까지 허락해줬어. 걔가 이모티콘까지 붙여서 답장했는데 솔직히 그건 좀 별로였어. 잘 자요^^~, 오글거리지 않냐? 그치? 그때는 그거 받고 진짜 폰 던져버릴 뻔 했다니까. 약속 취소할까 생각도 했는데 뭐, 관뒀고.
영화보기로 한 날에 내가 약속시간에 좀 늦게 나갔거든. 일부러 그랬어. 이거 반응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단 말이야. 재밌을지 안 재밌을지. 와, 근데 난 그런 반응은 처음 봤어. 내가 보이니까 걔가 갑자기 멀리서 진짜 겁나 빠르게 뛰어오더니 어디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면서 찡찡거리더라고. 미안하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다친데 없으면 다행이라고 씩 웃는데……. 진짜 잘생겼어. 진짜로. 뭐 여차저차 해서 영화를 보는데, 얘가 자꾸 가만히를 못 있더라고. 팝콘 먹느라 손만 닿아도 진짜 완전 움찔거리고. 딱 느꼈지. 아무리 호구라도 그건 눈치챌 거야. 아, 이 새끼 내 손잡고 싶구나. 좀 귀여워서 내가 먼저 손잡아줬어. 슬쩍 보니까 귀까지 빨갛게 돼 있더라고. 진짜 숙맥. 완전 숙맥이야. 그 날 손 잡고, 그 이후로 헤어지고 안 만났거든? 카톡 와도 단답하거나 씹고. 별로 재미가 없어졌거든.
그렇게 끝날 줄 알았지. 그런데! 너랑 카페에서 그 너 잠깐 만났던 사람 뒷담깠던 날! 기억나지? 어? 카페에서 너랑 그 나쁜 새끼 뒷담까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유리창을 쾅 쳤잖아. 그게 김종인이였어. 걔가. 내가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 먼저 갔었지?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아냐. 김종인이 내 손목 붙잡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걷기만 하는 거야. 좀 답답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걔가 갑자기 막 화를 냈어. 저 사람은 누구냐, 사귀는 사람이냐, 왜 연락은 잘 안 받았냐. 지가 무슨 애인이라도 된 것 마냥 떠들어대는데 내가 짜증이 나게 생겼어, 안 생겼어? 그래서 아, 존나 짜증나. 이렇게 중얼거리니까 갑자기 입을 싹 다물더니 화났냐고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짜증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집에 가려고 하는데 걔가 나 다시 붙잡고 존나 진지하게 말했어. 아, 이건 진짜 좀 멋있었는데. 아직도 기억나. 내가 토씨하나 안 틀리고 말해줄게.
저기요, 나 진짜 형 좋아해요. 내가 처음 보자마자 반했는데……. 형, 있잖아요. 나는 안 돼요?
*
"그래서? 그래서 넌 어떻게 했는데?"
"뭘 어떻게 해. 그렇게 귀엽게 말하는데. 그냥 내가 먼저 확 덮쳤지."
백현이 부럽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그런 고딩 언제 한 번 꼬셔보나.
"그럼 이번에는 얼마나 사귈 거야. 일주일? 이주일?"
"몰라. 안 헤어질 거야."
"얘가 미쳤나? 웬일이래."
"걔 성인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거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핸드폰이 무섭게 울리기 시작했다. 난 이만 가봐야겠다. 내 말에 백현이 아쉬운 듯 손을 흔들었다. 걔 친구 좀 소개시켜 줘. 꺼지라고 외치고 카페를 나왔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니 김종인이 왜 이리 전화를 늦게 받냐며 징징거렸다. 어, 어. 미안. 친구 좀 만나느라. 저녁 먹자고? 너 야자는? 쨌어? 어이구, 잘 한다. 알았어. 음.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
*
히히 안녕하세여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어여 히힣ㅎㅎ헣ㅎ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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