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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수는 알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그래, 늘 자신만 쫓던 변백현의 두 눈을. 그 눈은 무척이나 올곧고,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던 것은, 경수 스스로도 그 시선을 즐기고 있어서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백현과 어떤 관계를 맺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경수는 그랬다. 그리고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회색 천장이었다. 원래 경수가 살던 곳의 천장은 하얀색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애처롭게 빛났다. 뒤통수가 얼얼하고, 앞은 흐릿했으며,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뭐야, 지금.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서워서 이가 달달 떨렸다. 말로만 듣던 인신매매인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멀쩡했다. 옷 여기저기에 갈색으로 굳은 피가 묻어있는 것만 빼면. 그리고 그는 기억해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던 중, 누군가가 둔기로 자신의 머리를 내려친 것을. 눈물이 터졌다.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 옆에는 환풍기가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환풍기 날개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 때문에 흩날리는 먼지들이 보였다. 낑낑거리며 문 앞까지 기어가 문고리를 잡아 돌려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경수는 문고리를 받침대 삼아 몸을 일으켜 환풍기 날개를 붙잡았다. 돌아가던 날개는 맥없이 멈춰버렸고, 이내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날개 틈새로 밖이 보였다. 이따끔식 지나가는 자동차들도 보였다. 그리고 경수는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살려주세요. 납치를 당했어요……. 목소리가 생각한 것만큼 크게 나오지 않자 그는 애가 타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제발……. 저기요! 이봐요, 경찰 좀 불러주세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서러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야? ……그럴 순 없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참아야 했다. 저기요, 제발! 여기 좀 봐주세요! 목소리는 점점 갈라졌고, 작아졌다. 아무도 없어요? 신호를 기다리던 누군가가 고개를 돌려 위를 한 번 쳐다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소리가, 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경수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문이 열렸고 백현이 들어왔다.





"경수야, 거기서 뭐 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경수는 물 밀듯 밀려오는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너.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사람은 이내 횡단보도를 건너 사라져 버렸다. 경수야, 여기 나가려고 했어? 백현의 물었지만, 그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가려고 했냐고 묻잖아, 씨발새끼야. 백현이 경수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바닥에 내팽겨쳤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경수는 끙끙거리며 신음을 뱉었다. 





"난 너 아플까 봐 손이랑 발도 안 묶어놨는데, 나가려고 했단 말이지."

"너, 너……. 지금, 이게……."

"지금 네 꼴 좀 봐."





날 보면서 혼자 예쁜 척, 고고한 척, 착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혼자 척이란 척은 다 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천하의 도경수 씨께서. 그치? 개 같은 년아. 백현은 낄낄거리며 웃더니 비닐봉지를 꺼내 경수의 앞에 던졌다. 비닐봉지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경수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 이름이었다. 너 일하던 편의점에서 사왔어. 아, 너 말고 다른 사람 벌써 구했더라. 걱정 안 해도 돼. 그의 말에 경수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미친 새끼."

"살려달라고 안 해?"

"……."

"귀엽긴."





백현이 비닐봉지를 발로 차자, 안에서 삼각김밥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너 먹으라고 사온거야. 먹어. 





"꺼져. 여기 어디야……. 나갈거야, 비켜."





경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 앞으로 향했고, 백현은 순순히 비켜주었다. 그 점이 더 의아했으나, 일단 나가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자마자 자리에 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그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거실에 있는건 시체였다. 백현은 뒤에 서서 그의 어깨를 슬쩍 주물렀다. 





"너가 인스턴트 음식 싫어할까봐 준비 해놨는데……. 먹을래?"

"아, 아……."

"농담이야."





백현은 고개를 숙여 경수의 목 언저리에 입을 맞췄다. 경수의 목 안에서 뼈가 꺾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넌 여기서 절대 못 나가. 백현이 중얼거리자 경수는 수긍이라도 하는 것 처럼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백현은 그를 조심스레 안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줄을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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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백현이 왜 그래어ㅕ...무서ㅓ워....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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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ㄷㄷ백현이.......정체가뭐죠ㅠㅠㅠ마지막에 목이 꺾인건가요ㅠㅠ경수죽은거에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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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죽은건 아니고 기절한거에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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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백현아오ㅑ그랴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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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백현아....! 우리 경수한테 왜....!! 아 그나저나 글이 너무 맘에 드네요...스크랩...ㅠㅠ 다음편은...안나오는걸까요?....안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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