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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 목이 조여지는 성열이를 보고 달려가려 했지만 내 팔과 목 또한 누군가가 붙잡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성열이를 잡고 있는것은 온 몸이 하얗게 뒤덮인 여자였고, 나를 조이고 있는 사람은 팔을 보아하니 살짝 황색인듯하면서 백색인 사람이었다. 애타게 불러보지만 성열이는 눈물만 흘리면서 발버둥을 칠 뿐, 입이 막혀버린 탓에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는 듯 했다. 이내, 내 앞으로 갑자기 불이 확 켜지더니 순식간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온 몸이 하얀 여자가 성열이를 끌고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점 점 멀어져간다. 성열이를 쫓아가려 했지만, 나를 묶고 있는 강한 팔뚝이 나를 저지했다. 빠져나와보려고 발광하는 순간, 내 머리를 누군가가 물어버리더니, 내 몸속에 무언가 가 조금씩 파고드는게 느껴졌다. 점점 정신을 잃고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내 안으로 무언가가 차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내 배에 무언가가 푹- 들어왔다. "으아아아아아아!!" .....하아.....너무 허무하게도 이 모든게 꿈이었다. 묘한 느낌에 내 배를 만져보았지만, 아무 이상 없었다. 시계를 확인해봤더니 아직 새벽 5시뿐 안된것같다.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인가? 잘 꾸지 않는 악몽을, 그것도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죽어가는 꿈을 꾼 적은 처음인것같다. 기분나쁘게 얼굴이 허옇게 뜬 여자와 정체를 알수없는 힘좋은 남자 가 꿈에 나타나니까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 못잔 잠을 마저 청하기위에 다시 베개를 베고 누웠다. 눈을 감고 자려고 했는데 문득 지금 다시 잠들면 출근시간에 늦을것 같고, 악몽때문에 다시 잠이 오지 않을것같아서 아예 확 잠을 깨버리자는 생각을 했다. 다시 몸을 일으켜서 졸린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켰다. 휴대폰을 찾다가 어제 외투에 넣어놓고 외투만 벗어던진 후 다시 잠에 들었다는게 생각이 나서 바닥을 보니 내 외투가 마음대로 퍼질러져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외투를 뒤적여서 핸드폰을 꺼내어 잠깐 확인해보니 성열이에게 문자 2통이 도착해있었다. 「잘 들어갔어? 나 방금 도착!!」,「야아 잘 들어갔냐니까? 대답 안하냐 나쁜자식 삐짐이다 흥」 녀석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귀여운 문자를 보내놨다. 자동으로 목소리가 들리는것같아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새벽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등과 머리가 조금씩 간지러워 서 잠을 확 깨버리기 위해 씻기로 마음먹었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외투는 옷장에다 걸어서 넣은 후, 갈아입을 속옷을 꺼내서 욕실로 향해간다.
아직은 차갑게 나오는 물줄기에 살짝 움찔했지만 곧 나오기 시작한 따듯한 물에 다시 몸의 긴장이 풀렸다. 물이 너무 따뜻해서인지 다시 잠에 빠질것만 같았다. 뜨거운 물이 내 콧대를 가르면서 퍼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내 콧날에서 갈라진 물줄기가 어깨로 튀기고, 어깨에 튀긴 물들이 조금씩 내 몸을 타고 내리면서 여기저기를 기분좋게 간지 럽혔다. 그 느낌이 마치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었달까. 한참을 물의 느낌에 심취해 있다가 다시 졸음을 불러올 것 같아서 샤워기를 끄고, 옆에 걸려있던 이태리타올을 꺼내서 팔부터 빡빡 밀기 시작했다. 아직 몸을 불리지 않아서 때가 나오진 않았지만, 세게 문지르고 난 뒤에 느껴지는 따가움이 잠을 깨게 하는데는 도움이 좀 되었다. 가끔 생각없 이 밀다가 쓰린부분을 또 밀어버리는 바람에 살이 까지기도 했지만. 몸 구석구석을 열심히 밀고 난 후에, 다시 숨을 돌리고 타올을 걸어놓은뒤 샤워기를 틀려는 순간, 무언가 가 내 등을 가볍게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게 느껴졌고, 팔과 다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뒤를 돌아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서 뭐지? 하고 생각을 하던차에 아! 겨울이니깐 바람이 불어서 그런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괜히 별것도 아닌것에 쫄아서 움찔거린 내가 너무 우스우면서도 귀여워서 피식-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샤워기를 틀고 살짝씩 밀려나온 때들을 한번에 씻어버리고는 몸을 닦기 위해 바디워시를 꺼냈다. 바디워시를 눌렀는데 바람빠지는 소리만 날 뿐, 워 시액이 나오지 않았다. 벌써 다 쓴건가..... 예전에 넉넉히 사두고 욕실에 넣어놔서 여기에 찾아보면 있겠지. 항상 치약과 욕실용품을 모아두는 창가로 향해서 바디워시를 새 것 하나 땄다. 그런데, 바디워시를 꺼내면서 본 창문이 닫혀있었다. 처음엔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바람이 불어들어왔다고 생각했던 그 창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다시 말해, 내 몸을 스친 느낌은 바람이 절대 아니었단 얘기다. 다시금 소름이 돋고 무서워져서 그냥 뛰쳐나갈까 했지만 그래도 씻던건 마저 씻어야지. 내가 느꼈던건 그냥 내 몸에 묻은 물이 흘러내린 거라고 생각하자. 바디워시를 짜서 몸에 묻히고 워시타올로 조금씩 문지른다. 괜히 쓸데없이 기분이 오묘해서 애써서 다른 생각을 해보기로 한 다. 그래, 성열이. 성열이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꺼야. 머리 속에 성열이를 그리고 나와 성열이가 재밌게 노는 상상을 해본다. 조금씩 조금씩 더 입체적이고, 뚜렷하게 머 리에 새겨진다. 조금만 더.....조금만.....더. 나도 내가 어디를 닦고있는지 모를정도로 내 상상의 나래에 심취해버린 차에, 천장에 수증기로 고여있던 물방울이 내 목 뒤를 차 갑게 적셔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이 들고 나서 평소보다 묵직한 느낌에 내가 타올로 닦고 있던 곳을 보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진 내 아랫도리를 보고 몸 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당황스러워졌다. 급하게 타올을 던지고 샤워기로 거품을 씻어 낸 다음, 닦는둥 마는둥, 말리는둥 마는둥 하면서 머리와 몸을 닦아내고 말린 후 잽싸 게 욕실을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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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은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의 서막을 알리는 내용들로 채웠어요.
약간의 복선도 함께 있구요.
후반부에 나오는 건......그대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아힣힣힣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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