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앳된 얼굴을 감추려는게 빤히 보이는 서툰 화장에 어색한 높은 힐이 귀엽기만 하다. 모로보나 세로보나 엄마 옷 훔쳐입은 중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크게 손을 흔든다. 나는 깜짝놀란 척 눈을 휘둥그레 뜨고 웃었다.
" 어떻게 왔어? "
" 오늘 개교기념일이야. "
" 그래? "
" 보고싶어서 왔어. 맨날 언니가 나 데리러 오니까. "
그녀가 몸을 움직일때마다 진한 오드콜로뉴 냄새가 퍼졌다. 나를 만나러 올 마음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단장했을께 분명하다. 그녀가 어색하게 내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대학교 캠퍼스는 어색한 모양이다. 우리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 죽은듯 쳐다보다 나를 올려다보고 웃었다.
" 점심 뭐 사줄까? "
" 음 …… 언니는 뭐 먹고싶은데? "
" 스파게티? "
" 저번주에 먹었잖아. "
그녀가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앞니로 앙 물었다. 두 눈을 여러번 깜빡거리더니, 언니 집에 가면안돼? 하고 묻는다.
" 우리 집엔 왜? "
" 가보구 싶어. "
" 저번에 왔었잖아 "
" 그래도 …… 가고싶어, 그래서 그냥 뭐 시켜먹으면 안될까? "
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내가 오늘 방을 치웠던가 …… 집이 더러우면 큰일일텐데. 내가 머릿속으로 오늘 아침에 어떻게 학교에 온건지 생각을 하고있으려니 그녀가 내 차 보닛을 똑똑 두드렸다. 할수없지, 가서 치우는 수 밖에.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힐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발이 퉁퉁 부어있었다. 하긴, 이렇게 높은 구두를 신었는데 안 붓는게 이상하지. 족히 10cm는 되 보이는 높은 힐을 신고 집부터 학교까지 낑낑거리며 걸어왔을 그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까만스타킹에 감싸진 잘 빠진 다리가 허공에서 흔들흔들 흔들렸다. 조금 두꺼운 화장이 지나치게 무거워 보인다. 뭐하러 화장했어? 내가 묻자 그녀가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곤 날 쳐다본다. 냉장고 홈바에서 그녀가 즐겨마시는 로리나를 꺼냈다.
" 왜, 하면 안돼? "
" 그건 아니지만 …… "
" 그냥. "
그녀가 로리나를 저 쪽으로 치워놓았다. 아무리 봐도 오늘 그녀의 차림새는 우스꽝스럽다. 평소의 희고 말간 얼굴과는 너무 다른 짙은 화장으로 가려진 작은 얼굴. 어찌나 두껍게 그린건지 아이라인이 작고 도톰한 눈두덩이를 몽땅 덮었다. 무거워 보이는 인조 속눈썹이 팔랑거린다. 가슴이 깊게 파인 까만 블라우스에 엉덩이를 겨우 덮을까 말까한 짧은 미니스커트가 어색해보인다. 오늘은 날도 추운데 살이 다 비치는 얇은 스타킹을 어떻게 신고왔을까. 작은 발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 나는 엠버 교복입은게 훨씬 예쁜데. "
" ……… "
" 교복입고 똥그란 안경쓰고 옆구리에 문제집 끼고있는게 제일 예뻐. "
" 됬어. "
" 거기다가 내가 저번에 사 준 청색 캔버스까지 신으면 제일 예쁘지. "
그녀가 파르스름 하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다가 소파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나는 아무래도 그녀의 어린아이같은 모습이 좋다. 아무 말 없는 그녀를 바라보다 tv를 틀었다. tv에서는 개그쇼프로가 한창이였다. 나는 즐겨보지 않지만 그녀가 꼬박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여서 채널을 바꾸지 않았다. 평소같으면 배를 잡고 웃었을 그녀지만 오늘은 잠잠했다. 꽤나 웃긴장면인것 같아서 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어색한 공명음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가 끙, 소리를 내고는 마른세수를 했다.
" 언니. "
" 으,응? "
" 나 어때요. "
대뜸 나 어떻냐니. 황당한 질문에 내가 헛웃음을 지었다. 어떻긴 어때, 귀엽고 예쁘고 …… 그녀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냥 귀엽고 예쁘기만 해요? 그녀가 그렇게 묻고는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싶은 거구나. 아이같은 면모에 내가 웃고는 사랑하지! 하고 덧붙였다.
" …… 그냥 그것 뿐이에요? "
" 응? "
" 그게 다에요? "
" …… 그럼 또 뭐? "
그녀가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그게 끝이에요? 그렇게 묻는 그녀가 시무룩했다.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는데, 그녀가 내 손을 쳐냈다.
" 진짜 그게 끝이에요? "
" 그럼? "
" 아…… 진짜, 진짜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
" 뭐가? 말을 해 줘야 알 거 아냐 "
그녀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입고 온 블라우스의 단추를 두개나 풀었다. 뭐해, 춥게! 내가 다시 단추를 잠그려하자 그녀가 기가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선 말했다.
" 나 안 섹시해? "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나 안 섹시해? 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섹시하다고 말 해달라는 뜻일까 아니면 섹시하지 않다고 말 해달라는 말인가. 내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나 안 섹시 하냐니까!! 그녀가 되물었다.
" 아니 …… 그러니까 그게 …… "
" 이렇게 입었는데도 안 섹시해? "
미 안해. 솔직히 엄마 옷 훔쳐입은 중딩으로 밖엔 안보여.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으나 꿀꺽 삼켰다.
" 안 섹시해? "
" 그러니까 … 섹시하기 보다는 …… "
" 내가 애 같아? "
" 그러니까 …… "
" 그러니까, 나랑 자고싶냐고 안 자고 싶냐고!! "
" 뭐? "
솔직히 말하면, 아직 10대인 그녀에게 손을 대고싶다거나 뭐 짖궂은 상상을 해 본적은 한번도 없다. 그냥 순수한 플라토닉 러브를 진행하고 싶을뿐인데 갑작스런 급전개는 당황스럽다. 내가 천천히 생각하며 말했다.
" 엠버, 그러니까 너는 나보다 10살이나 어리고 아직 덜 …… "
" 그러니까!! 섹시한지 안 섹시한지 말해!! "
" ……… 진짜? "
" 그래. "
안 섹시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약간 돌려말하기로 했다. 내가 슬슬 눈치를 보며 ' 나는 니가 교복입은 모습이 더 좋아 … ' 하고 은근한 의미를 담은 말을 흘리자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려는듯 아까부터 줄곧 어색하게 들고온 핸드백을 챙겼다.
" 왜? 더 있다가지 … "
" 됬어. "
" 저녁도 안 먹었잖아. "
" 내일부터 교복입고 와 줄게. "
그녀가 슬쩍 눈을 흘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나갔다. 그냥 섹시하다고 말 해줄껄 그랬나? 그렇지만 아직 스무살도 안 된 그녀에게 섹시하다느니 안고싶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건 결례다. 그녀의 핸드폰으로 잘 들어가라는 문자 한통을 넣어주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맥주 한 캔을 땄다. 그러고보니 지금 마시는 맥주도 저번주 수요일날 그녀와 장 보러갔을때 산 맥주다. 내가 막 맥주를 마시려다, 문득 저번주 수요일에 엠버와 함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은 평일인데, 학교 안가나? 그때 분명 …… 개교기념일 이랬는데. 오늘도 개교기념일이라고 했는데? 머리가 아파 아무렇게나 식탁에 얼굴을 묻었다. 10살이나 적은 애인은 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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