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Fantasy
스산한 기운에 발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이 원래 이렇게 멀었던건가 싶을 정도로 어두운 골목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괜히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뒤와 가로등이 깜빡거려 어두워졌다 밝아졌다하는 앞까지 하나같이 공포로 날 몰아넣는 기분이였다.
아 빨리 가자 빨리. 걸음을 빨리했다. 발소리가 귀로 들려오고 한참을 걸어 골목 중간쯤 왔을까 한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의 비명? 어째서? 이 밤에? 당황해서 시근땀이 흐르는 얼굴은 비명소리가 들려온 골목으로 조심스레 돌아갔고
쓰러진듯 보이는 여자와 서있는 한 사람. 그리고,
"넌, 뭐야"
눈이 마주쳤다.
* * *
"살, 살려주세요"
제 앞에서 덜덜 떨며 말하는 승관을 흥미롭게 쳐다본 한솔이 한걸음 승관에게로 다가섰다.
벽에 막혀 뒷걸음질도 못치고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승관의 얼굴은 왠지 모를 기분좋은 느낌을 주었다.
미친건가. 혼자 생각하며 승관의 어깨를 살짝 잡은 한솔이 곧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승관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니, 뭘했다고 우는거야.
"야, 인간 울지마 어? 울지말라고"
"허윽 끅,아, 살, 살려주,세요 끄으 흐엉"
"아니, 내가 너 죽인댔냐? 야 울지말라니까"
엉엉 소리를 내서 우는 승관 탓에 머리를 헝클이 한솔이 승관을 이끌어 골목을 빠져나왔고 사람이 많이 없는 놀이터 벤치에
승관을 앉히고선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만 그쳐라 진짜 잡아먹기 전에. 한솔의 말에 힘이 있었던건지 딸꾹질을 하며 울음을 뚝 그치는
승관의 모습에 한솔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왜 운건데"
"그, 그야 끅 그쪽이 너무 끅 무서워서"
"...허"
"끅, 진짜, 끅 무서운데"
"내가 뭐했다고"
"여자 죽인거.. 아니에요?"
아 얘를 그냥 이자리에서 죽일까. 올라오는 화를 애써 참으려 한숨을 훅 쉰 한솔이 승관의 이마에 약하게 딱밤을 때렸고
그에 아! 하는 승관에게 말했다. 그여자 내가 죽인거 아니야 바보야. 에... 한솔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듯 바라보는 승관의 모습에
한솔이 다시금 나는 그여자 죽고나서 거기간거고 안죽였다고, 봐 피도 안묻었잖아. 하며 팔을 흔들어보였다.
"진짜네..."
"이제 믿겠냐"
"네에..."
"참, 너도"
"...."
"몇살이냐 너"
승관을 물끄러미 보던 한솔이 묻자 저.. 17인데요 하는 승관의 말에 애기네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라. 툭 던지듯 말하고 걸어가려는 한솔의 옷자락을 잡은 승관이 뭐냐는듯 자신을 보는 한솔에게 물었다.
그쪽은 누구세요?
"나? 그건 다음에 또 만나면 가르쳐줄게. 오늘 일은 괜히 말하고 다니지말고"
"..."
"잘자라 부승관"
고개를 숙이는 승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제 이름에 놀라 고개를 들자 금세 시야에서 사라진 한솔의 모습에 허탈히 웃음을 짓는 승관이였다.
무더운 여름 어느날, 승관과 한솔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