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 새 집으로 떠난다는 설렘과 추억이 담긴 집을 두고 떠난다는 아쉬움이 뒤섞여 묘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서랍 속에는 두꺼운 양장 노트 몇 권과 세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가 있었다. 가장 위에 놓여있던 노트를 집었다. 약간은 노랗게 바랜 종이 위에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994년 ○월 ○일, 날짜와 내용을 보니 고등학생 때 적은 일기인 것 같았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적은 것을 보니 학창시절의 나는 지금과는 다르게 나름 꾸준한 사람이었나 보다. 옛 추억을 꺼내보는 일은 순식간에 과거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주었다. 꽤나 재미가 쏠쏠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3년이나 되는 과거를 걷고 나니 시계는 벌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딸이 학원을 갔다 집에 오는 시간은 6시. 그전까지 정리를 마치고 저녁을 준비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일기장 옆에 얌전히 놓인 그 상자를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청춘이라 칭할 수 있는, 이미 지나가 버린 그때의 추억에 더 머무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상자는 진주와 비슷한 색이었다. 지금의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 색이었다. 이렇게까지 고이 모셔둔 걸 보면 매우 소중한 것일 터였지만, 무엇을 넣어두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기와 함께 십 년 이상을 서랍 속에 처박아두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조심스레 상자 뚜껑을 열자 편지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기억이 되살아났다. 떠나갔던 기억이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직 편지를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가슴 한쪽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무 살의 봄. 그때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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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딸이 성심당에 가서 빵을 많이 사와서 친정엄마한테 좀 드렸는데.th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