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소개 되지않은 준면, 세훈은 이번편에 나와요~
![[EXO/백도클첸] black pearl D. 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b/0/8b04fdb4c0131fab56e7e0499a6b6433.jpg)
black pearl D. ::02
w.비슈엔
온통 먹색으로 물들은 하늘은 시간개념조차 없이 흘러갔다. 점점 그칠 줄 알았던 비가 더욱 세게 쏟아내리고, 돛을 찢어 날려버릴듯이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중심조차 잡지 못하게 되었다. 간신히 저의 모자를 붙잡고 손짓으로 지휘하던 백현은 겨우 몸을 옮겨 지하로 내려갔다. 하마터면, 지하실로 가는 문짝이 떨어져 나갈 뻔했다. 간신히 내려오자 지하실에는 타오가 물품 정리를 하고있었다. 배가 심하게 흔들려 물자들을 묶고있던 끈이 헐렁해질까 다시 또 한번 세게 묶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워낙 힘든 일이었던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밖에 나가면 자연건조 될 텐데, 하하. 멀리서 모자를 정리하면서 다가오는 백현을 발견했는지 금세 일어서서 벽을 집고 중심을 잡으려는 타오였다.
“혼자 괜찮겠어? 배가 많이 흔들려, 지금.”
“괜찮아요. 밖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다들 중심잡겠다고 난리도 아니야. 몇명은 넘어지고 난리가 났어. 아수라장이지, 완전.”
“이래도 항해를 계속 하실 겁니까…? 날씨가 너무 아닌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타오를 뒤로 한 채 몸을 옮겼다. 어쩔 수 없어, 이래야 해적이지. 모자를 고쳐 쓴 백현은 몸을 뒤로 옮겼다. 순간 출렁이는 배에 모자와 나무기둥을 붙잡았다. 이러다 배가 망가지진 않을까 몰라. 윗층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냉장고 문 닫아!! 사과 굴러다니잖아!! 라며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배가 심히 기울어 냉장고 문이 열렸나보다. 백현은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상태는 아주 가관이었다.
“캡틴!! 이러다 배가 부서질 것 같아요!!”
축축하게 젖은 바닥엔 사과와 코코넛이 굴러다녔고 그걸 주우려 몸을 웅크리고 조심조심 걷다가 출렁이는 배에 넘어지는 민석이나, 부실한 다리로 같이 주우러 다니는 준면, 뱃기둥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쫄딱 젖은 찬열이나 아슬아슬하게 뱃머리에서 망원경으로 앞을 보는 루한이나, 기우뚱 넘어져버린 레이. 아예 바닥을 뒹굴고 계시는 종인까지. 가관이다 정말.
“지금 바람 방향이 어때?!”
“북동쪽입니다!!”
나침반을 던지라는 백현의 손짓에 크게 대답하며 나침반을 던지는 루한은 머리칼이 심히 휘날렸다. 상처가 많이 난 나침반은 꽤 오랜 세월을 자랑했다. 해적이 된 순간부터 지니고 다녔으니까. 나침반을 열어제껴 확인하니 침이 심하게 왔다갔다거렸다. 북동쪽이 맞긴 한 건가? 오른쪽에 달려있던 망원경을 빼내 눈에 가져다댔다. 간신히 중심잡고 보니 저 멀리 조그맣게 섬이 보였다. 무인도인 ‘하프’ 섬이었다. 저 섬이 나오면 동쪽으로 틀어야 했다.
“키를 돌려!! 이제 동쪽으로 가야해!! 돛을 좀 낮춰!!”
돛을 낮추라는 말에 뱃기둥을 붙잡고 있던 찬열은 세훈을 불러냈고, 밧줄을 끌어당겨 상자들을 더욱 세게 묶던 세훈은 마저 묶고는 돛을 함께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려지는 돛을 보던 백현은 방심한 사이, 저가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감을 알아챘다. 머리 윗 부분이 바람에 휘날렸다. 황급하게 뒤를 돌아 손을 뻗었지만 이미 모자는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캡, 캡틴!! 모자!!”
저 모자는 어렸을 적 부모님께 받은 모자였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던 백현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해적이 꿈이라고 말했을 때, 백현의 어머니가 손수 마련해준 모자였다. 백현은 휘날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넘겼다. 씨발. 조용히 욕을 조아리던 백현은 눈을 감았다. 모자는 어느 덧 어둠속에 가려져 사라져버렸다.
날씨가, 굉장히 해괴망측했다.
분명 그칠 것 같았던 비였는데, 갑자기 배를 부술 듯 쏟아져 내리고. 가라앉을 줄 알았던 바람마저 돛을 찢어버릴듯이 불어왔다. 백현은 처음 겪는 이상한 날씨에 인상을 찌푸렸다. 다들 들어가! 라고 말할 즈음에, 세훈이 다가왔다. 캡, 캡틴. 지금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무슨 소리.”
“잘 들어봐요. 이, 이거 블, 블랙펄….”
순간 스파크가 튀기듯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크리스의 말이 생각났다. 해양의 경계선을 넘을 때, 블랙펄이 나타나 제물을 요구한다. 고 했던 것 같은데. 설마….
고음의 바다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웅, 귓속을 파고들어 온몸을 울려대는 초고음의 노랫소리는 흉측했다. 블랙펄, 말로만 듣던, 전설이라고 전해져 왔던 그 블랙펄이…! 백현의 눈이 동그래져 놀랄 즈음, 이미 파도는 배를 집어 삼킬 듯이 다가왔다. 파도를 가장한, 블랙펄의 영혼임이 틀림없었다.
거대한 파도가 포물선을 그리며 배를 서서히 덮쳐왔다. 배 위에는 백현, 오직 그만이 서 있었다. 날아갈 것만 같은 몸에, 뱃기둥에 등을 기대었고, 그늘을 지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는,
비슈엔 호를 서서히 삼켜갔다.
* * *
주변이 뜨거웠다. 저도 모르게 이마에선 축축한 땀이 머릿속을 적셨다.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 여긴 어디지. 희미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몸이 흔들리는 건 아마, 나를 부르는 누군가임이 틀림없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희미하게 뜨자 앞에 보이는 건,
“캡틴!! 정신이 들어요?!”
종인이었다.
머리를 받쳐 일으켜주는 종인에 여기가 어디야, 잠긴 목소리로 묻자 여기 푸랑크에요. 라며 대답해주는 종인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몸을 일으키고 보니, 이곳은 푸랑크 항 선착장이었다. 갈매기들이 끼룩끼룩거리며 날아다니고, 배 안의 선원들은 바삐 움직였다. 자외선을 많이 받아들였나, 머리가 띵해져 머리를 집었을 때.
“어?”
익숙한 질감이 느껴졌다. 가죽과 공작의 깃털로 만들어진,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바닷바람으로 인해 저 멀리 떨어져나간 그것. 놀란 눈으로 종인을 바라보자 종인은 그대로 바닥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 그거 저희도 몰라요. 파도가 너무 거세서 저희 도망쳐버렸어요. 죄송해요 캡틴.
“…어째서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거지.”
“글쎄요. 찬열이 먼저 일어났는데 멀리 항이 보이더래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싸매며 일어난 백현은 분주한 선원들을 보았다. 타오와 세훈이 거대한 블랙펄의 파도로 부서진 상자들을 밖에 던졌고, 잃어버린 물건을 체크하러 돌아다녔다. 분명 배가 다 바스러질듯한 강도의 바람과 파도가 일었는데 배는 멀쩡했다. 그대신 그 안의 소소한 물건들이 사라지거나 부서졌다. 눈 감기 전까지의 상황이 아른거리는데 눈 뜬 이 상황은 너무 평화로웠다. 갈매기가 뱃머리 위에 앉아 끼룩끼룩 거리다 날아가기도 했고, 아수라장 되어진 배 안에 팔딱팔딱 뛰어대는 작은 물고기를 물어가기도 했다.
블랙펄이 푸랑크까지 오는 것을 도와줬을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블랙펄의 존재가 확실하다고 느꼈을 즈음, 백현은 선원들의 재촉에 거래를 하러 나섰다.
* * *
운 좋게도 쉽게 필로폰을 싸게 거래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필로폰 박스였던 것 같았다. 꽤 무게가 나가는 필로폰 박스에 먼저 가져다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도움을 받아 필로폰을 비슈엔 호 앞에 가져다 두었다. 필로폰을 직접 거래한 늙고 허름한 옷차림의 푸랑크 사람, 카군은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B, 푸랑크엔 마약하는 사람들이 많소. 배 안에 가져다놓지 않으면 다 사라질걸.
“금방 갔다올 거요.”
거대한 파도를 만나 잃어버린 식량이나 물건들을 다시 구입해야했기에 몸을 옮겼다. 가이드를 자처한 카군은 옆에서 조잘대며 따라왔다. 시끄럽다는 듯이 모자를 고쳐쓰자 그제서야 입을 다문 카군은 어색해져 껄껄 웃기 바빴다. 탄약들이 다 물에 잠겨 녹아버려 다시 구해야했고, 잠궈두지 않았던 식량 창고가 열려 식량의 거의 대부분이 바다에 빠져 다시 구해야했다.
“여기 금괴는 어딨소?”
“금, 금괴요? 금괴야 당연히 금괴를 파, 파는 곳에,”
“금괴가 어디있는지 물었지 파는 곳을 묻진 않았는데.”
백현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이 사람은 필로폰 뿐만 아니라 푸랑크의 모든 금괴의 위치가 어디있는지 아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을. 푸랑크에서의 금괴는 많이 축적되어있지만 그 금괴를 찾기엔 매우 힘들다고 알려져있었다. 돈과 마약에 미친 푸랑크 사람들은 금괴의 위치를 알게되면 당연히 자기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려 옷을 허름하게 입고 다닌다고 했다. 부유하면 무조건 금괴의 위치를 알 것이라 생각하고 달려드니까.
“마약한 인간들이 판치는 이 나라에 필로폰을 싸게 팔 리가 없지 않나, 카군.”
“…….”
B, 그, 그게. 백현은 카군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입을 막아버리곤 고개를 까닥였다. 필로폰을 싸게 팔아도 금괴의 위치를 알고있는 너는 금괴를 팔아넘기면 더 이익이 되니까. 그치? 필로폰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사고 말이야. 근데 이 짓이 들통나면?
“금괴는!!”
금괴는, 한참을 망설이던 카군은 결국 주저앉았다. 하프 섬 밑에 매장되어있어. 하지만 가져가면 안…!
“고마워, 카군. 자주 필로폰을 거래하러 들리도록 하지.”
등을 돌리던 백현은 모자를 쓸었다. 아. 문득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블랙펄. 블랙펄의 전설이 시작된 곳은 푸랑크였다. 몸을 다시 돌린 백현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군에게로 갔다. 어둡게 그림자가 씌워지는 것을 느낀 카군은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보았다.
“카군. 블랙펄에 대해 아는 게 있소?”
“…블랙펄.”
심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 백현은 무릎을 짚어 허리를 숙였다. 많이 아는 눈치인데, 좀 알려주지 그래? 턱을 쓸자, 흔들리던 눈동자를 한곳에 응시한 채로 멈춘 카군은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있을 뿐,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좋아, 말해준다면 금괴를 가져가지 않겠소. 어때.”
“…그 약속, 지키지 않는다면 블랙펄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요.”
카군은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골목길로 사라졌다.
“너희는 먼저 가서 필로폰을 옮겨둬.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네.”
* * *
허름하고 다 부서질듯한 작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은 정말 가관이었다. 심한 악취와 필로폰 냄새로 뒤덮였고 뿌연 연기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다들 더러운 옷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마약을 하고있었는데, 침과 오물이 가득한 그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는 그 인간들은 정말 더러웠다. 그곳을 밟고 지나가려니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코를 막은 채로 카군에게 물어보니 이런 골목을 앞으로 2개를 더 지나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절망적인 순간을 2번을 지났을 때.
저 멀리서는 하프섬이 조그맣게 보였다. 화창한 날씨여야만 보인다는 하프섬은 정말 작아보였다.
“저기,”
“금괴의 위치?”
“뿐만 아니라, 블랙펄을 가둬두었던 곳이오.”
백현은 양담배를 꼬나물은 카군을 쳐다보았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해주겠소. 난 블랙펄에게 죽던 저주를 당하던 상관없고 관심도 없으니까.
한창 블랙펄의 힘이 강했을 때, 여러 해적단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소. 가장 힘이 강했을 때라고 해야하는지, 가장 매혹적이었을 때라고 해야하는지. 난 그 시기에서 살아남은 사람중의 하나였고 말야. 예전에 필로폰을 어느 해적단과 손잡은 조직에게 거래하러 직접 그 배에 탄 적이 있었거든. 그때 본 블랙펄은 굉장히 예뻤소. 엄청난 토네이도를 만나 완전히 기억이 안 나는데, 예뻤다는 것만 기억이 나.
그 시기에만 죽은 사람들이 1만 명 가까이 되었을 거요. 블랙펄이 무슨 심보였는지 바다의 날씨를 바꿔 거대한 폭풍우를 만들기도 해서 푸랑크 항 근처에 살던 사람들도 다 죽었었소.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블랙펄을 어떻게 하프 섬에…,”
“그 시기만 강했을 뿐.”
근데 그 시기는, 우리 푸랑크 사람들이 금괴 수출에 굉장히 활발했던 시기였소. 그 시기 이후로부터는 굉장히 많은 나라가 금괴 수출에 나서서 푸랑크는 금괴 수출을 줄이고 필로폰을 나르기 시작했지. 그때부터 블랙펄은 잠잠해지게 되었소. B가 그렇게 날 쳐다보는 걸 보니 눈치 챈 것 같군. 그 당시엔 정말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인지 모르고 있었지 우리는,
“설마 그 많은 양의 금괴가 다…?”
“블랙펄의 것이었소.”
푸랑크는 금의 나라로 알려질 만큼 금이 굉장히 많은 나라였다. 지금도 현재 금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추측되었는데 그 금은 항상 하프 섬 밑에서 발굴 되어졌다고 전해져왔다. 하프 섬은 무인도였지만 푸랑크의 영토였고, 또 블랙펄의 땅이라고 추측되어지는 섬이었다.
담배는 점점 타들어갔고 카군의 말은 이어졌다.
자신의 금괴를 허락도 없이 수출하는 우리에게 화난 거였던 것이었소, 블랙펄은. 그때서부터일 거야. 해적들 앞에 나타나는 거. 다 자신의 금괴가 있나 없나 확인하려던 것이었소.
“…….”
“B, 아까 내가 한 말을 기억하겠소?”
하얀 수염을 쓸어넘기던 카군은 백현을 쳐다보았다.
「…그 약속, 지키지 않는다면 블랙펄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요.」
“…지금 우리는 블랙펄을 상대로 거래를 해 가져오는 것이오.”
“…….”
“만약 B, 당신이 블랙펄의 금괴를 가져간다면 푸랑크에게도, 당신에게도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오.”
그럼 푸랑크 근처에서 만난 파도는 정말 블랙펄이었을까. 백현은 눈을 감았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굉장한 높이와 거셌던 그 파도. 배를 부술듯했다. 카군은 다 태워버린 담배를 버리곤 백현의 손을 잡아왔다. 세월이 많이 지난 손은 굉장히 주름이 졌으며 까끌거렸다. 금괴는 톈주에도 있소… 제발 블랙펄과 직접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면 가져가주지 말아요.
“…….”
백현은 부들부들 떨리는 허약한 손을 등진 채 뒤돌아 걸었다. 다시 구역질이 나오는 골목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깨져왔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맡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 걸어나갔다. 방금 그 손도 구역질 나는 골목길처럼 대해야 할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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