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클첸] black pearl D.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f/1/0f143d40a66894aedb48fafe8fb88867.jpg)
black pearl D.
w. 비슈엔
푸랑크의 5일장 골목을 지나자 멀리 선착장이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것 같아 발걸음이 빨라지던 백현은 비슈엔 호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에 놀라 재빠르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설마, 누가 경찰에게 마약 신고했나. 사람들 사이에는 비슈엔 호 선원들이 서 있었고 그들 모두 일제히 시선을 밑으로 꽂아두고 있었다. 종인이 밑에다 대고 뭐라뭐라 하는 것을 발견한 백현이 사람들 무리를 뚫고 들어오자 종인이 캡틴, 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야.”
백현이 선원들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그쪽에는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숙여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작은 체구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듯 덜덜 떠는 모습에 백현은 다시 선원들을 쳐다보다 남자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낡고 헤져 더러운 옷과 머리는 한번도 감지 않았는지 부스스한 산발이었고 한쪽 신발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맨발에 생채기가 장난 아니였다. 피부는 꽤 좋아보였지만 기름 때같은 더러운 물질들이 묻어 더러워보였고 그 남자에게서 풍겨오는 악취란 정말 머리를 아프게했다.
“저희가 여기 도착했을 때 이 새끼가 필로폰 상자를 뒤지고 있더라구요.”
이 새끼가- 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더욱 부들부들 떨어대는 남자의 꼴은 실로 불쌍해보였다. 더러워서 동정심은 코딱지만큼도 생기지 않았지만, 그냥, 불쌍해 보인다고. 백현은 선원들에게 필로폰 옮겨 놓으라고 시키곤 남자쪽으로 다가갔다. 지익- 지익- 신발굽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나자 남자는 더욱 머리를 숙였고 더럽고 때가 잔뜩 낀 손은 더욱 부들부들 떨었다. 더러운 건 딱 질색이야. 미간을 찌푸린 백현은 입을 열었다.
“왜 필로폰에 손을 댔어.”
“…….”
손으로 무릎을 짚어 허리를 숙인 백현은 남자에게서 풍겨오는 악취를 참아내고 남자의 머리통 위치에 얼굴을 가져갔다. 인내심의 한계를 맛보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심히 겁먹은 남자의 모습에 조금은 착하게 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백현은 필로폰에 손을 댄 남자에게 조금 화가 났지만 심호흡을 하며 화를 삭혔다.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면 다인가? 그러면 다 봐주는 건가?
“후우-. 고개 들어봐.”
“…….”
“야, 고개 들,”
“…날씨가 좋아요!”
고개를 갑작스럽게 쳐든 남자는 백현의 코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짝 웃어보였다. 뜬금없는 소리에 살짝 얼굴을 뒤로 내뺀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서 필로폰을 옮기던 종인이, 쟤 자꾸 저런 말만 해댄다니까요? 라며 혀를 끌끌 찼다. 정신이 이상한 건가- 라는 말과 함께. 이제보니 살짝 귀엽게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고 어려보이는데 어째서 마약을 하는 거지. 어째서 필로폰을 훔칠 생각을 했을까. 백현이 조금은 풀어진 눈빛으로 쳐다보자 남자는 말을 이었다.
“난 날씨랑 바다에 대해 아주 잘 알아요!”
갑작스럽게 손을 잡아오는 남자에 화들짝 놀라 손을 급히 빼버리는 백현은 으으, 거리며 빠르게 뒷주머니에서 실크 소재로 만들어진 손수건을 빼내 황급히 손을 닦았다. 이 손수건도 이제 버려야하는 걸까.
샐쭉 웃고있는 이 남자도 더러운 골목길에서 마약과 함께 찌들어사는 거지인 것 같아 가슴주머니에서 시가 한개피를 꺼내 남자에게 던졌다. 꼭 방금 전에 내 손을 붙잡아 부탁을 하던 늙은 할아버지, 카군같아.
“너도 마약에 찌들어사는 거지인가 보구나. 필로폰보다 구하기 힘든 거야. 이거나 펴고, 우리 다신 보지 말자.”
이를 꽉 깨물고 뒤돌아서 가는 백현의 팔을 황급히 붙잡는 남자에 결국 참지 못하고 화가 난 백현은 힘껏 남자를 내팽겨쳤다. 더러워!!!! 벌러덩 넘어진 남자는 다시한번 거지라는 것을 인식해주는 듯 생채기가 난 더러운 발바닥을 보였고, 넘어지면서 들춰진 옷은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남자는 한번 더 백현의 팔을 붙잡았고 필로폰을 옮기던 타오가 튀어나와 남자를 밀쳐냈다. 백현은 더럽다는 듯이 옷을 탈탈 털었다.
“경찰에 신고해서 너를 감방에 쳐 가두고 싶지만!!! …후우, 난 해적이고 니가 훔치려고 했던 물건은 마약이니까 내가 참고 넘어가 주는 거야. 알았어?!”
퉤, 침을 뱉어낸 백현이 뒤돌아 걸어가려고 했을 때, 옷을 탈탈 털던 남자가 또 다시 달려와 백현을 붙잡고는 귓가에,
“변백현.”
그의 친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그의 본명을 속삭였다. 저의 본명을 말하는 남자에 백현은 떨리는 시선을, 갈 곳 잃은 시선을 겨우 남자의 눈에 맞추었고 샐쭉 웃어보이는 남자는 무서워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눈빛에 소름이 끼쳤을 땐, 그가 이미 말을 하고 있었다.
“난 아는 게 많아요. 날씨랑 바다에 대해서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너, 너 어떻게 내 이름을….”
하늘을 봐요. 남자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백현의 질문을 싸그리 무시한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꺄르르 웃는 남자는 백현의 또래 남자아이처럼 보였는데, 굉장히 섬뜩했다.
하늘은 굉장히 푸르렀다. 마치 남자의 웃음소리처럼 낭랑하고 활기차 보였다. 물론, 하늘은 푸르렀고 남자는 섬뜩했다.
“지금 구름이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죠?”
하늘에 뜬 뭉게구름은 느리게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뭉게구름이 참 예뻐요. 남자의 말에 백현이 남자를 쳐다보자,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쳐든 채 눈알을 굴려 백현을 흘겨보듯이 쳐다보았다. 이제 곧 저 구름들은 빠르게 서쪽으로 움직일 거에요.
“……!”
사실이었다. 남자를 껄끄럽게 쳐다보던 백현이 의구심을 품은 채로 하늘을 다시 쳐다보았을 땐, 하늘에 떠있던 뭉게구름이 방금 전 동쪽으로 느리게 흘러갔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빠르게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남자는 입이 살짝 벌어진 백현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지금 톈주로 가려고 하고 있죠? 저 구름, 곧 먹구름이 될 텐데.”
톈주는 킹슈르의 남서쪽에 위치해있고, 킹슈르는 푸랑크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즉, 푸랑크의 남서쪽 멀리에 톈주가 있다는 소리이다. 만약에 저 정신이 이상한 남자의 말대로 서쪽으로 흘러가는 저 뭉게구름들이 먹구름이 되어 비가 내린다면 파도가 점점 심해져 항해는 복잡해질 것이다.
남자는 백현의 모자에 달린 공작 깃털을 쓸어 만지며 말했다. 나와 함께 가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거에요. 난 날씨랑 바다에 대해 잘 아니까. 어디로 가면 더욱 쉽게 도착하는 지 알아요. 깃털을 만지는 손을 쳐낸 백현은 만지지마. 라며 쏘아댔다.
“그걸 어떻게 믿지?”
“답은 나왔잖아요. 난 당신의 이름을 맞혔잖아. 안 믿겨요? 하나 더 맞힐까요?”
“…….”
“당신이 찾는 거, 블랙펄. 맞죠?”
“……!”
“난, 블랙펄에 대해서도 잘 알아요.”
남자는 금세 표정을 굳힌 채 백현을 째려보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나 데려가요. 마약을 하는 남자치곤 너무 소름이 끼쳤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 꼭 이중인격, 아니 다중인격 같았다. 백현이 떨리는 시선으로 쳐다보자 남자는 푸흐흣-. 바람빠진 웃음을 흘려보냈고 곧이어 짤막한 단어가 들려왔다. ‘도경수’ 라고. 그는 언제 얼굴을 굳혔냐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내 이름이에요.”
“난 니 이름에 대해 물은 적 없어.”
단호한 대답에 활짝 벌렸던 입고리를 어색하게 풀은 경수는 아까 백현이 던진 시가를 바닥에 버리곤 백현에게 다시 다가갔다. 날 뭘로 본 거야, 크힛. 나, 마약 안 해요. 점점 무표정으로 변해가는 경수는 낮게 속삭였다.
“블랙펄은, 거울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데려가주면, 더 많은 걸 알려줄게. 이래도 나 안 데려갈 거에요?”
경수는 활짝 웃었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입꼬리는 올리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는, 얼굴에서 풍겨오는 아우라에 백현은 멈칫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짙은 보라색과 검은색 사이 정도. 백현은 왠지 모르게 경수가 쓸 데가 있을 거라고 느껴졌다. 마냥 또라이같지만, 아니 마냥 또라이라서 블랙펄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아무튼, 블랙펄에 대해 가르쳐주겠다고 손수 나타난 푸랑크인이니까.
* * *
“끄악, 끄아악!”
정신이 또다시 이상해졌다. 뱃기둥에 낡은 밧줄로 손목을 묶어놓으니 아까 출항할 때부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난리를 쳐댔다. 부으으? 우이응? 뭐라는 건지. 뱃기둥 뒤로 묶인 손목을 흔들어대면서 같이 흔들리는 상체는 옷이 타이트하게 당겨지는 바람에 마른 게 눈에 확 띄었고 거지라는 것을 명시해주는 것 같았다. 정돈이 안 된 머리칼은 얼마나 더럽던지 바닷바람에 휘날리는데 같이 역겨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런 경수의 모습을 지켜본 루한이 미쳐 날뛰는 경수가 조금 걱정이 됐는지, 밧줄이 낡아 거칠어져서 손목을 빼내려고 하면 손목을 다칠 거라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라고 일렀지만 말을 듣지 않는 경수는 계속해서 밧줄을 흔들어대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브으으!!!”
이상하게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에 불쾌지수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선원들은 배 안을 바삐 움직이는데 한 가운데에서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방해를 하니 선원들이 딱해보였다. 결국 백현은 밧줄을 풀어주고는 일단 씻고 오라고 해주었다. 더러운 건 질색이니까.
언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다녔냐는 듯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경수는 실내로 들어갔다. 민석이 경수를 도와 욕실에서 씻겨줄 것이다.
돛을 팽팽하게 올린 찬열과 세훈이 땀을 닦아내며 다가왔다.
“쟤 왜 데려온 거에요?”
“쟤 때문에 여지껏 돛도 못 올려서 지금 막 올렸어요.”
으으, 더워-. 왼쪽 손으로 손차양을 만들어내고 오른쪽 손으로는 부채질을 해대는 찬열과 세훈이 방금 경수가 들어간 실내를 통하는 문을 흘겨보았다.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저 마약 도둑.
계속해서 몇십 분 가량 백현이 선원들의 경수를 향한 얘기를 들어주고 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는 문을 살짝 열어 빼꼼 바라보다가 관심도 안 가져주고 서로끼리만 얘기를 나누고 있자 달려가서 웡! 하고 놀래킨다. 찬열과 세훈은 흠칫하여 뒤로 물러섰지만, 이내 깔끔해진 경수를 본 찬열은 캡틴! 얘 완전 달라졌어요. 라며 소리를 질렀고 그제서야 경수를 본 백현은 어, 조금 사람됐네. 라며 웃음같지 않은 웃음을 살짝 흘렸다.
깨끗해진 경수의 원래 보송보송했던 피부가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더러운 옷이 아닌 민석의 옷이 걸쳐져 있었고, 머리는 민석이 다듬어줬는지 깔끔해져 있었다. 신발은 없지만. 곰곰히 쳐다보던 백현은 뱃머리 쪽으로 가며 말했다.
“씻었으니까 다시 묶어.”
“싫어!!”
가죽지도를 펼쳐 망원경을 꺼내들려하자 어느 샌가 달려와 팔을 붙잡아 제지하는 경수는 싫다며 발악하고 있었다. 싫어!! 왜!! 싫단 말야!! 내가 뭘 했는데!! 난 도둑이 아니란 말이야! 난 도움을 주려고 왔다구!! 보다못한 찬열과 종인이 경수를 뱃기둥으로 질질 끌고가자, 경수는 더욱 몸부림을 쳐댔다. 변백현!!!!!!
결국 다시 묶인 경수는 더욱 심한 몸부림을 쳐댔다. 이상하게도 경수가 몸부림치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경수가 발악하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햇볕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결국엔 루한이 2층에 있는 꼭대기 위에서 내려올 만큼.
* * *
경수는 지치지도 않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백현의 뒤에서 30분 째 몸을 흔들어대며 발악했다. 풀어줘!! 걱정되던 민석이 빵과 물을 가져왔지만 그것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레이가 백현에게 다가와 쟤 좀 풀어주죠. 라는 말을 했을까. 사실 백현도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때문에 인내심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저걸 풀어주면 무슨 짓을 벌일 지 모른다. 필로폰을 몽땅 헤집어놓는다거나, 또 미친 짓하다가 바다에 떨어진다던가.
결국, 경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뜨거운 햇볕, 잔잔한 수면, 고요한 바다의 한 가운데에서 울려퍼지는 경수의 비명은 땀을 흘리며 일을 하던 모든 선원들의 시선이 집중 되어지기에 좋았다. 결국 참다 못한 백현은 가죽지도와 망원경을 바닥에 내려치고는 성큼성큼 경수에게 다가섰다.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들어 백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수는, 정말이지 뻔뻔했다.
“너 이럴거면 내 배에서 나가!!!! 나, 너 같은 거 없어도 톈주에 도착할 수 있어. 꼭 너 없어도 난 잘 할 수 있다고!!!!”
“…….”
“난 그냥 단지 니가 블랙펄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해서 데려온 것 뿐이니까, 니가 잘난 놈인 마냥 행동하지마!! 넌 그냥 또라이 거지일 뿐이야 나한텐!!”
“…….”
“너 말고도 블랙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 그러니까 좀 닥,”
“블랙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겠지만!!!!!!!!!!!!!!!!”
경수의 눈이 심하게 커졌다. 눈썹을 심하게 구긴 경수는 마음대로 안 되는 손목에 발로 바닥을 내려쳤다. 옆에 민석이 갖다 놓았던 빵과 물이 담긴 쟁반이 엎어졌다. 그야말로 잘못 건드렸다 싶을 정도로 경수는 화가 나있었다. 아랫입술을 꾸욱 깨문 경수는 호흡이 가빠졌다. 백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어리광부리듯 발악해대는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어!!!!!!!!!!”
“…….”
“허억, 허억….”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듯 축 늘어진 경수는 희미하게 떨리는 속눈썹에, 풀린 눈까지… 꼭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아 보였다. 백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곧 비가 올 거야. 실내로 들어가요.”
경수는 마지막 한마디로 눈을 감았다. 이제서야 진이 다 빠졌는지 잠이 든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른 숨소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백현은 일단 경수의 말이 맞건 틀리건 실내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닻을 내리고 철수해! 들어와!! 문을 연 채로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땀을 닦는 선원들은 실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타오가 들어오고 문을 닫으려는 찰나, 타오가 말을 걸었다.
“쟤, 안 풀어줄 거에요? 비 온다면서요.”
“…안 죽어. 냅둬.”
백현은 등지고 침실로 들어갔다. 타오는 마지막까지 문에 달린 조그맣고 둥그런 창문을 통해 경수를 지켜보다 침실로 들어갔다.
백현이 보지못한 경수의 손목에서는, 거친 밧줄로 인해 이미 심하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가 경수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모두 적실 때엔 이미 폭풍우가 내리치고 있었다.
* * *
쏴아아- 우르릉. 쿠르릉. 요란한 바깥 날씨에 놀라 깨어난 백현은 문을 열어재꼈다. 열어 재끼자마자 쳐들어오는 비바람에 문을 황급히 닫았다. 갑작스런 추위와 거대한 천둥소리를 들었는지 하나둘씩 깨어났고 밖을 쳐다보던 루한이 아, 맞다. 캡틴!! 나갈 준비를 하던 백현에게 달려왔다.
“도경수, 데리고 들어오셨죠?”
“…어?”
“…도, 경수요.”
시간은 이미 밤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약 4시간 동안 잠에 깊게 빠져있느라 아무도 도경수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백현은 빠르게 문을 열었다. 잘못하면 문이 뜯어질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에 온힘을 다해 문을 닫고는 비바람을 맞아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머리칼은 금세 젖어갔다.
배는 이미 희뿌연 안개 속에 갇혀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선원들은 으아아아- 거리며 빠르게 배를 정비했다. 어떡하죠, 캡틴?!
도경수는 이미 쓰러진듯 아무 미동도 없었다.
* * *
결국 사단이 났다.
캡, 캡틴!!! 키가 틀어져버려 돌아가질 않습니다!! 비바람이 더 거세진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바다 위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는 배 안의 선원들은 물에 쫄딱 젖은 채로 분주했다. 거센 소용돌이가 근처에 위치했고 지도를 살펴보니 그곳은 거대한 블루홀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 키가 고장이나다니. 백현은 푹 젖은 가죽지도를 바닥에 내리쳤다. 쿠르릉- 콰광!!! 천둥번개는 점점 심하게 울려댔다.
무섭게 달려드는 파도가 배의 옆면을 철썩철썩 때린다. 돛은 다 젖어 무거워졌고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파도에 배는 열심히 요동쳤다. 선원들이 점점 중심을 못잡고 쓰러지자 창고 안에가 꽉차 배 밖에 묶어뒀던 몇몇 필로폰 박스가 풀려 배와 함께 움직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저 멀리서 거대한 토네이도가 몰려왔다. 망원경을 살짝 내린 백현은 옆의 지도를 펼쳐냈다. "토네이도의 방향은?!!" "남동쪽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캡틴, 어떡하죠?! 저 토네이도를 맞게 된 순간 저희는..!" 착! 물에 젖은 가죽지도를 접어 던진 백현은 갑자기 크하하-, 크게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어느 샌가 깨어난 경수였다. 지금 이 상황을 즐기는지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계속 웃어댔다. 비바람을 맞으며 정말 행복하단 듯이 웃는 도경수가 짜증이 났다. 죽을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 웃으면서 비나 쳐 맞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게 너무 짜증났다. 그때였다. 백현이 한번 더 한숨을 내쉬고 배 안의 선원들이 배를 붙잡을 때, "저 토네이도에 배를 맡긴다." 경수는 꺄르르 웃으며 멀리서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쳐다보았다. 뭐?! 백현이 돌아서서 경수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또라이라도, 아니, 자기 배가 아니라고 저렇게 막 말할 수 있는 건가? 저 거대한 토네이도에 배를 풀어놓으면 산산조각이 나 배는 물론이고 우리는 다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백현은 경수의 말을 무시한 채로 돛을 더 올려!! 소리를 질렀다. 백현의 말에 경수는 돛을 내려라!!! 라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원들을 본 백현은 결국 뱃기둥에 다가가 경수의 어깨를 붙잡았다. "미쳤어?! 저 토네이도에 빨려들어가면 우린 다 죽어!!! 짜증나게 하지말고 입 다물어!!!!!" 머리를 붙잡자 꺄르르 웃어대던 경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백현을 불렀다. 백현. "저 토네이도를 만나야 톈주항에 도착할 수 있어요. 크힛." "저걸 만나면 배가 다 부서지고 만다고!!!! 우린 다 죽을 거야!!" "날 믿어봐요." 블랙펄, 찾으시잖아요. 나 데리고 온 이유가 블랙펄 때문이라며. 블랙펄에 대해 알려줄 테니까, 내 말 믿어봐.
“날씨랑 바다에 대해 잘 안다니까?”
미간이 구겨져 반박하려던 백현은 왠지모를 진실의 미소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찬열이 백현을 쳐다보자 백현은 돛을, 내려라. 라는 말과 함께 경수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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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첨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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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초딩같다........................
저 원래 저거보다 글씨 잘써요................................. 이름 짓느라 막 써서 그런거지... 원래.. 잘... 쓸걸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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