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귀엽다는 태형의 말에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내 모습에 태형은 또 아이같이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내 귀를 감싼다. 아 진짜, 너무 귀엽잖아 이건.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에 나도 신기할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태형의 손을 쳐내고, 촬영을 하고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니 정국이 한껏 자신의 매력을 살리며 사진 촬영 중 이었다. 괜히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였다. 나보다 어린 나에였지만 그 나름의 귀여움이 마음에 들어서 였는데, 지금보니 태형보다도 어른스러워 보여 눈을 떼지 못했다. "정국이 좋아하는구나!" "응? 아, 아니야. 좋아하기는 무슨." "정국이는 미성년잔데. 너 철컹철컹한다?" "어디서 이상한 말만 배워서는. 좋아하는거 아니거든." "그래그래 알겠어. 좋아하는 건 아니고 팬이야. 그치?" 태형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더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여자 모델이었던 한나가 정확히 이 쪽을 향해 다가오더니 그대로 태형에게 폭삭 안긴다.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른 여자 연예인과 당연하다는 듯 스킨쉽을 하는데 기분 좋게 생각할 팬은 거의 없었다. "태형아, 여기서 뭐해. 한참 찾았잖아. 밥 먹으러 가자. 정국이가 마지막이래." "응, 가야지. 난 버거킹!" "또 윤기 오빠한테 쌍욕 먹고싶지? 그건 어제도 먹었잖아. 아까 지민이가 막창 먹쟸어." "아 막창. 극혐. 여주야 막창 잘 먹어?" 태형의 말투는 아직 어린 애 같았다. 인터넷 용어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것 하며, 완전한 문장 대신 짧은 단어로 대화를 하는 것 등이 그랬다. 갑작스런 태형의 물음에 당황한 내가 어버버 거리고 있자 유한나가 태형에게 누구냐는 눈빛을 보내고 태형은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내 은인!' 그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 태형이 귀여웠다. 한나는 나를 위아래로 기분나쁘게 훑더니 다시 태형에게로 눈을 돌린다. "얘도 같이 가?" "응. 내가 불렀는데 밥도 안 먹이고 보낼 순 없잖아." "아, 싫다." "진짜 혼나. 사람 앞에두고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싫어, 싫어, 싫다고." "난 니가 더 싫어." 목소리 자체에 애교가 배어있는 한나가 싫다며 어리광을 부리자 태형은 단호하게 끊어낸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라 입도 열지 못하고 있으니 태형이 한나를 떼어내고 내 손목을 잡고 멤버들에게로 데려간다. 내가 말했던 내 친구야. 태형이 마냥 해맑게 웃으며 나를 소개하자 조금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던 멤버들은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제 할 일을 하거나, 내게 친한 척을 하며 다가왔다. 사실 내게 살갑게 대하는 건 지민일 줄 알았다. 방송 상에서 가장 성격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오히려 내게 친한 척을 해온 것은 호석과 남준이나 석진 정도였다. 지민은 애초에 나를 향한 궁금증을 내비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얘도 같이 밥 먹으러 가도 되지?" "싫어." "왜?" "처음 보는 분이랑 왜 밥을 먹어. 둘이 먹는 것도 아니고. 한나도 불편할 것 같은데." 같이 밥을 먹겠다는 태형의 발언에 반감을 드러냈던 것도 지민이었다. 고민하는 척도 해보지 않고 단호히 딱 잘라 말하는 지민에 조금 섭섭해졌다. 섭섭함을 느낄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내 자신에게도 어이가 없었다. 입술을 살짝 깨무는 태형을 정국이 흘깃 보더니 '왜요, 그냥 같이 가. 태형이 형 입장도 있는거잖아요. 친구가 왔는데 어떻게 그냥 돌려보내.' 하고, 지민은 짜증스럽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더 말을 하지 않는다. 왜 태형은 지민에게 저 정도의 반박조차 못한걸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오즈. 그래, 유치하고 흔해빠진 별명 일지라도 팬들 사이에서 구오즈라 불리며 돈독한 우정을 보였던 둘 사이에는 분명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02-2 "여주야 막창 잘 먹어?" 아까도 한 번 했던 질문을 막창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하는 태형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니 또 예쁘게 웃으며 '잘됬다, 나는 못먹는데 여주가 다 먹으면 되겠다.' 한다. 참 웃음이 많은 사람이구나. 웃는게 예쁘면서 웃음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했다. 맞은 편의 태형을 빤히 보고있자니 옆 자리에 앉은 윤기가 흘리듯 김태형 뚫어지겠다 하고 말을 한다. 그제서야 눈을 떼고 윤기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나다. 신경 쓰지마. 그 말에 나는 물론 막창을 굽던 태형의 시선도 윤기에게로 꽂혔다. 아까 박지민, 신경 쓰지 말라고. 딱히 너라서 그런거 아니고 원래 낯선 사람 싫어하니까. 김태형이랑은 좀 달라. 딱딱하고 무감정한 말투였지만 아까 꽤나 상처받은 듯한 눈빛의 나를 빠르게 캐치하고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신경 안써요." 거짓말이었다. 신경 안 쓰이는게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은 뻔한 거짓말 이었지만 태형도 윤기도 더 입을 열지 않았다. 지민의 무례함을 대신한 나에 대한 배려였다. 지금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옆옆 테이블에서 자꾸만 이 쪽을 흘깃대는 한나의 시선이었다. 5인분이나 시켜놓고 원체 음식을 먹지 않는 편인 윤기와 자꾸만 내 쪽으로 막창을 넘겨주는 태형에 정말 배불러서 토 나올 것 같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실감했다. 3인분이나 꾸역꾸역 뱃 속으로 집어넣다가 더는 무리인 것 같아 젓가락을 내려놓자 태형이 잔뜩 울상이 되어 나를 본다. 벌써 다 먹었어? 벌써라니. 태형아, 내가 먹은 양을 생각해봐 벌써라니. 울상을 지어야 할 사람은 나였다. 02-3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 진 상태였다. 게다가 비가 왔다. 맞지 못할 정도의 비는 아니었기에 태형과 멤버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니 나를 잡아오는 손길이 있었다. 우산은, 있어? 걱정스러운말투로 물어오는 태형에 좀만 걸어가면 편의점 있어 거기서 사가야지 나름 다정하게 답해주고는 다시 뒤돌아갔다. 뒤로 돌면서 마주친 지민의 눈빛은 다시끔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는 눈빛. 왜인지는 몰라도 경멸이 가득할 줄 알았던 눈에는 안쓰러움과 동정의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편의점, 지나쳤잖아." 점점 양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만 가면 집이 코 앞인데 우산을 사기도 뭐해서 편의점을 그냥 지나쳐 걷고있자 얼마 안되서 머리위로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표정으로 옆을 보자 이번에는 웃는 표정이 아닌 태형이 비에 젖은 채로 내게 우산을 기울이고 서있었다. "아, 집이 코 앞..." "그래도 써야지.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거 쓰고가, 알겠지? 그리고 그 우산 나 돌려줘야돼, 꼭이야!" 아무리 봐도 다 큰 성인 남자가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연한 핑크색에 키티가 그려진 우산이었다. 도로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태형을 잡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뭐 저런게 다 있어. 댓글 써주신 두 분 감사해요! 계속 쓰다보면 제 글도 읽어주시는 분이 늘겠죠?ㅎㅎ 감사합니당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하나씩만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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