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special]
01 지용의 성정체성
"야 과외할래 ?"
라는 소리로 시작해 한달째 나보다 4살 어린 고3녀석을 과외중이다. 흰 피부에 검정 머리를 가진 웃는게 아주 예쁜 녀석이다. 사실 남자한테 예쁘다는 말을 쓰는게 쉬운게 아니다. 그렇고 말고. 하지만 녀석은 제외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짧은 머리를 가진 여자아이인 줄 알았다. 흰 피부보다는 꼭 계집얘 마냥 뻘겋게 익어있는 입술과 늘어지듯 길고 쳐진 눈꼬리 때문이었다. 남자보다는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직 자라지도 않은 계집들이 모기마냥 앵앵대며 치근덕 대는게 싫었던 나는 최승현이 과외 의사를 나에게 물었을때 이승현의 첫모습을 보고 딱 잘라 거절했다.
" 한번만.. 돈은 줄게. 얼마든지 줄게 내 친구중에 믿을 얘가 너밖에 없어서 그래"
"그래도 싫어"
"야.. 쨰 그래보여도 손가락 안에서는 놀아"
"그래도 됬어"
"왜 싫은건데 ?"
"또 귀찮게 붙어댈거잖아, 내가 그런거 질색하는거 몰라 ?"
"붙어대긴 뭘 붙어대. 사내녀석끼리 붙어대서 좋을게 뭐있냐. 어우 징그러"
"사내녀석? 사내녀석 좋아하네. 저렇게 여리여리 해가지고는 어디다 써먹지도 못해"
"여리여리 한걸 알면서 어디 써먹으려 그러냐? 그리고 승현이 성격 안그래. 생각보다 낯 많이가려"
"그럼 더더욱 싫어. 낯 익히려면 얼마나 고생하는 지 알아 ? "
" 아 진짜 한번만, 이모가 막 닦달하니깐.. "
끝까지 싫다고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은 반 강제로 얘를 떠 맡게 됬다. 최승현 말과는 다르게 얘가 붙임성이 좀 있는 얘인거 같다.일주일도 채 안되서 형호칭도 트고 의외로 설명도 금방 알아듣는 편이고 무엇보다 징징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최승현 때문에 과외는 당분간 우리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불편해 하더니 한달이 좀 지나니깐 자기집 마냥 좋아한다. 오늘이면 이승현 시험 끝나는 날이네.. 솔직히 얘는 나보다 살짝 높은 곳을 목표로 하기때문에 과외하기가 부담스러웠는데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안다는 말이 여기에 필요한거 같다.
저녁 일곱시 쯤이 되자 오늘도 여김없이 '띵동'하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똥싼 강아지 마냥 어깨를 축 늘이고 울상을 짓고 있는 표정이 딱 오늘의 성적을 말해주었다.
"왜 표정이 그래. 잘하면 울겠다?"
"울긴 왜울어요. 그냥 기분이 안좋아서 그러지"
"성적은 잘나왔어?"
"아뇨.. 생각보다 과탐에서 실수를 너무 많이했어요"
"괜찮아 원래 탐구가 좀 어렵냐"
"죄송해요.. ㅎ..흐..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착각하는바람에 "
금방이라도 울듯 흐느끼는 승현을 보니 마치 거친 비바람 속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무 같아서.. 마음이 약해졌다
"니가 죄송할게 뭐있어. 너 자신한테 미안해 해야지. 다른건.. 다른건 잘봤어?"
"그럭저럭 본거 같아요 "
"그럼 됬어. 오늘은 어떡할거야 ?"
"뭘요 ?"
"시험 끝났는데 공부할거야 ? "
"아뇨.. "
"안에 들어가있어. 먹고싶은거 있어 ?"
"없어요 .. "
"빨리 말해, 거짓말 하지 말고. "
"거짓말은 무슨! 진짜에요. 입맛 없어요. 그냥 좀.. 자고싶어요 "
"집에 갈래 ?"
"아.. 그냥 혀엉.. 형 집에서 하루만 자면안되요 ? 어차피 내일 주말인데.. 집에 가면 엄마가 닦달할거 같고 잠도 못자게 할거 같아서.. "
"어? 우리집에서 ? "
"네 안돼요?"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렇게 해 그럼. 전화는 해야지 "
".. 형.. 형이 좀 해주면 안되요 ? .. 제가 하면 혼날 거같은데 "
"너 나한테 그러다 혼난다 "
"아.. 혀엉.."
승현의 애원하며 부탁해서 결국은 전화를 했다. 승현 어머님은 본적은 없지만 엄청 엄하실 것만 같다. 나는 뭐 집에서 내놓다 싶이 자란 편이라 그런 분위기는 적응을 못하겠다. 과외하는 형이라고 하니깐 바로 허락을 하셨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승현이 짊어진 짐의 무게를 대충 알것같다.
게다가 장남이라며, 고생한다. 승현이 씻고 싶대서 대충 옷을 내어줬다. 벌써 자나 싶지만 지금까지 쌓인 피로가 피로인지라 이해한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씻고 나오자마자 털썩 하고 침대로 날아드는 승현이다. 내버려 두면 자겠지. 하고 노트북을 켰다. 십분쯤이나 지났을까. 웅얼거리는 승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형.."
"어, 왜"
"같이 자면 안되요?"
"나 잠안와. "
"저 혼자 자면 잠 안온단 말이에요.."
"으이구.. 가지가지 한다. "
승현의 투정아닌 투정에 침대로 들었다. 눕자마자 가슴팍으로 얼굴을 파묻으며 날 안는 승현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얘가 왜이래..
"이승현 좀 떨어지지?"
"그냥 가만히 좀 있어요! 이러고 자고싶어요"
그 말도 잠시 금세 승현은 잠이 들어버렸다. 승현이 누우면서 한쪽 팔도 같이 베어버린지라 팔 한쪽이 슬금슬금 저려왔다. 그래도 눈을 꼬옥 감고예쁘게 자고있는 승현을 보니 팔을 빼기엔 무리인 것 같아서 그냥 내어주었다. 하여간 얘라니깐 얘 이승현. 길게 뻗은 속눈썹 하며 열매 열린듯 예쁘게 둥그스름한 콧망울 그밑에 자리잡은 입술도 이쁘다. 안이쁜데가 없이 하나하나 다 예뻐. 이렇게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키스하고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그래도 애긴데.. 넌 내가 이렇게 흑심품고 있는지도 모르지? 자고있는데 뭐 어때. 가볍게 승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넌 모르겠지 이승현. 내가 얼마나 속타는지. 어느 순간 너무 갑작스럽게 피어올라버린 금단의 감정이 .. 나로써는 당황 스럽기만 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지용이 자고 있었다. 밑을 보니 그대로 팔을 베어주고 있는 지용이 너무 고마웠다. 팔이 저리면 팔을 내렸을 법도 한데 아침까지 그대로 유지해 주고 있다는 게 지용의 배려심을 느끼게 해주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으.. 근데 너무 오래잤나봐.. 머리가 띵 하니 울리는게 승현이 지금껏 잔 시간을 말해주는 듯했다. 아.. 잠도 재워줬으니깐 아침은 내가 해줘야겠지? 아침일지 점심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세수좀 해야겠다 싶어서 일어나는 찰나에 지용이 승현의 팔목을 붙잡았다.
"어? 일어났어요 ?"
"진작, 근데 너 진짜 잘잔다"
"아.. 좀 피곤해서요. 그나저나 팔은 괜찮아요?"
"어 괜찮아. 그래서 지금 끊어질라그래. 너 머리 개무거워"
"아.. 어른이 개가뭐에요 개가.. 무튼 미안해요.. "
"미안한거 알면 됬어. 근데 어디가려구. 다시누워"
"아 됐어요! 뭘 다시누워요. 배 안고파요? "
"배고파. 뭐 사먹을래?"
"사먹긴 뭘 사먹어요! 아깝게.. 저 요리할줄 알아요"
"요리도 할줄알아?"
"그럼 못 할까요?"
"근데 냉장고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뭐 한두번 보면 알죠!"
"그래? 해준다는데 거절은 안할게"
"그럼 이것 좀 놔요"
아까부터 지용이 승현의 손목을 비틀어지리 만큼 세게 잡고 있던 터라 승현이 팔목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빨개진 손목을 보고서야 지용은 승현을 놔주었다. 으.. 힘은 아주 더럽게 세요.. 승현은 툴툴거리며 냉장고를 뒤졌다. 지용도 요리를 하는구나. 예상 외로 많은 재료들이 냉장고 안에 있었다. 섬세한걸 보면 요리도 할 거 같은데 또 까칠해가지고 요리는 개나 주고 밖에서 사먹을 것 같기도 하다. 김치가 많이 있네.. 그럼 무난하게 김치볶음밥으로 하지 뭐. 승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요리를 시작했다.
"형, 나와서 밥 드세요"
".."
"아.. 형! "
하여간 꼭 방까지 데리러가야하지? 귀가 안좋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건지 승현은 도통 모르겠다는듯 툴툴거리며 지용의 방으로 들어갔다.
"형! 밥드세요 "
"어 , 냄새가 좀 그럴듯 하다?"
"저 이래뵈도 요리 잘해요"
"얼씨구, 잘해봐야 콩이지"
"콩이 뭐에요 콩이 "
"이 콩만한게 .."
"콩보단 훨배 크거든요?"
지용은 피식 웃더니 이내 숫가락을 들었다. 맛이 제법인데? 얘라서 이런건 못 할줄 알았더니 반전이였다.
"야 너 우리집 가정부 할생각 없냐?"
"가정부는 무슨 가정부에요! 무튼 맛있어요 ?"
"어 엄청 "
"형 근데 주말이라 할 것도 없는데 dvd나 빌려서 볼래요 ?"
"dvd? 좋지, 근데 영화관에서 보는게 좋지않아 ?"
"전 영화관 별로 안좋아해요.. 싫어하는건 아닌데. 쓸대없이 소리만 커가지고.. "
"소리 큰게 별미지."
"그래두 어지럽잖아요. 그럼 영화관 갈래요?"
"아니 싫어"
"아 또 왜요! 아깐 영화관 가자면서요"
"영화관이 낫댔지 가자고는 안했어. 멍청아. 난청있냐?"
"아 그런거 없거든요! "
버럭 승현이 소리를 지르자 지용이 웃으면서 먹던 밥을 마저 먹었다. 하여간 저 강낭콩. 승현은 몇 숫가락 들더니 숫가락을 내려 놓았다. 김치볶음밥을 좋아라 하는 승현이지만 지용이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평소에 가족 말고는 남한테 음식을 잘 안해줬기 때문에 더 뿌듯했다. 사실은 저 사포같은 성격 때문에 걱정했다. 맛없다고 숫가락을 집어 던지면 어쩌지-. 아니지 숫가락만 던지면 오죽 좋아? 요리 못한다고 윽박지르고 또 그걸로 몇일간 놀려댈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치가떨린다 치가떨려. 그래도 지용이 놀리는건 꼭 연인사이같아 기분이 좋다. 난 권지용을 많이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처음봤을때 부터? 실은 내 마음을 아직도 모르겠다. 어젯 밤에 지용 품에 얼굴을 묻었을때 지용의 향기가 너무 좋았다. 향이 코끝을 찌름과 동시에 가슴도 공마냥 콩콩 뛰었다.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형은 모르죠? 몰라야 해요. 알면 내얼굴 안볼지도 모르니깐.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씁쓸해 지는 승현이다. 혼자 바라만 보는 것도 좋으니깐 같이 있어만 달라고 ..
밥을 다먹고 지용과 승현은 dvd를 빌려왔다. 지용은 액션이나 공보를 보려했고 승현은 멜로와 코믹을 보고싶어했다. 물론 승현의 승이 였지만. 지용은 안봐도 굳이 뻔-한 코메디나 멜로같은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틱틱대긴 했지만 지용이 승현을 이길수가 있어야 말이지. 괜히 공포 본다고 했다가는 울면 큰일이니깐. 실은 공포영화를 보면서 승현이 자신에게 안겨줬으면 했다. 하지만 승현은 충격을 너무 받을 거 같아서 결국은 멜로 영화를 선택해야만 했다. 승현은 비디오 플레이어에 dvd를 넣고 쇼파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나기까지 승현의 표정 변화는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지용은 영화보다는 승현의 얼굴만 계속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뭐가 슬프다고 울긴 울어."
"슬프니깐 울죠! 형은 그게 안슬퍼요? "
"어 저런 뻔하디 뻔한거 안봐도 다 알아"
"뻔하긴 하지만 재밌잖아요. 원래 결말보다는 과정이 재밌어서 보는거에요 저런건! "
"어이구 그러세요 ? "
지용이 승현을 놀리듯 툭툭 쳤다. 승현은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다. 아까부터 지용의 시선을 느꼈지만 모른척 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서 웃어버렸다.
"뭐가 웃겨서 웃냐 ?"
"그냥 좋아서요.. "
" 뭐가 ?"
"그냥 형하고 이렇게 영화보고 같이 자는거요 "
예쁘게 웃으면서 말하는 승현을 보며 지용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는 걸 애써 집어 누르며 말했다.
"이승현 "
"네?"
"내가 너만 보면 성 정체성에 혼란이와 "
엌ㅋㅋㅋ 쓰긴썻네요.. ㅠㅠ 단편이 아니에여.. 처음은 지용시점인데.. 제가 수 시점을 더 조아해서.. 스..승리양.. ㅎㅎ..
아무도 읽을 사람이 없지만.. 또르르.. 더.. 덧글 한번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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