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소년
아홉수에 빠진 마음만큼은 소년인 29세 남고동창 일곱 남자의 될 것도 안되는 운 사나운 로맨스
김탄소(치환인물&여주) - 7명 다 각기 다른 여인들
1화
(스물)아홉수의 서막 2015년
창 밖 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환호소리, 끊임없이 터지는 폭죽, 새해를 알리는 요란스러운 티비 뉴스와는 다르게 복층 아파트 309호엔 탄생한지 올해로 29주년을 맞은 일곱 남자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2015년 스물아홉, 나이를 잊기 위해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 봐도 큰 소리로 저 멀리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을 따라해 봐도
연락할 여자 한명 없는 휴대폰을 괜히 뒤적거려 봐도 인생의 어느 덧 청춘의 마지막 세 번째 아홉수가 찾아온 것을 막지는 못했다.
마음만큼은 소년인 그들은 어느 덧 고등학교 시절은 10년전 빛바랜 추억이 되었고 힘들던 군대마저도 옛 무용담이 되어 버린 현실이 미웠다.
“야 우리가 벌써 서른이다 서른”
“말조심해라 스물아홉이지 뭔 서른이야”
“그래 여자하나 없는데 서른이면 와.. 인생 헛살았네 우리 지민이”
“시끄러워 지도 여자 없으면서”
“근데 슬프다 새해를 너희랑 보내다니”
“내가 할 소리야 아무도 애인이 없으니 나원 참.”
“지금부터 우리집에서 나이 얘기 꺼내면 퇴장이다 화려하게 알몸으로 퇴장”
“근데 이젠 몸이 진짜 예전 같지가 않아 힘들어”
“왜 요즘 잘 안 돼?”
“뭐가 잘 안 돼. 아직 그건 아니거든?”
“어머 무슨 생각을 하신거에요! 일이 잘 안 되냐는 말이었는데 김검사님 저질!”
“야 됐고 그냥 먹고 죽어 오늘 정국이 왔잖냐 귀한 몸인데”
“그래 전정국 얼마나 바쁜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내일 출근인거 모르냐 벌써 몇 년 짼데"
"나도 내일 출국한다 일찍 집에 들어가라“
삭막하다면 삭막하다할 수 있는 오랜만에 만난 일곱 남자의 대화 키워드는 신년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나이, 여자, 술
자칭 개그맨이라 불리는 석진은 와인 요리를 한답시고 30분째 주방에서 나오질 않고
오늘의 모임 집주인 윤기는 내일 출국해야 한다며 집에 가지 않는 친구들을 향해 가짓것 짜증을 내는 중이고
호석은 남준의 여자 얘길 들어주며 집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고
방탄모임 사이에서 진정한 또라이로 불리는 지민, 태형은 오랜만에 만난 정국에게 술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철벽 정국에겐 전혀 먹히지 않았지만.
아마 저 둘이 지금 정국에게 하는 짓이 480번째는 될 것이다.
“야 근데 아홉수는 원래 진짜 재수 없잖아”
“김남준 넌 원래 없잖아 뭘 새삼스럽게”
“닥쳐. 암튼 올해 연애는 글렀다 아아 짜증나”
“너 저번에 만나던 디자이너는? 찼어?”
“차였다고.. 묻지마 아픈 기억이야”
“좀 잘하지 그랬냐”
“야 정국이 넌? 마지막 연애가 언제지?”
“연애는 개뿔 여자다운 여자를 못 만나 본지도 1년은 된 거 같다”
“너 나이 더 들면 여자 못 만난다 올해 정신 차리고 만나”
“그게 맘대로 되냐 몰라 우리 어무이 성격 알지? 얼마나 물어보시는지 피곤해”
“민윤기는 말 안해도 연애 안할 거고”
“당연”
“너 진짜 안 만나볼래? 얘가 너 소개해달라고 엄청 떼쓴단 말이야”
“싫어”
“단호한 새끼”
“지민아 넌 애인없어? 정말로?”
“없지 있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 있겠습니까”
“비서실 그 많은 여성분들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
“다들 그냥 동료지 뭐”
“왜 김태형은 예전에 자기 꼬마원생 누나한테 고백도 받았었잖아”
“아 정호석 제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그 때”
“맞아 우리 그 얘기 듣고 겁나 놀렸는데 김태형 인생 흑역사”
“석진이는 여자 없어?”
“몇년 전부터 쫒아다니는 박셰프 걔 말곤 없을껄?”
“석진이도 얼굴에 비해 참 여자 없다 솔직히 잘 생기긴 엄청 잘 생겼는데”
“그 셰프 아직도 석진이 쫒아다녀? 와 김석진 매정한 놈”
“근데 그 사람도 대단하다. 포기를 모르는 여인일세”
“민윤기 넌 진짜 없어?”
“작업실에 많다 냉장고 벽에”
“그거 남준이가 붙여준 거 말이야? 아직도 안 뗐냐 싫다고 화내더니”
“귀찮아. 그리고 떼면 고자라고 놀릴껄 김남준이”
“역시 민윤기도 남자였어”
“그럼 여자냐”
“전정국하고 민윤기는 진짜 천연기념물이라고 상 줘야해”
“됐고 우리 벌써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이다 10년”
“와 벌써?”
“그 때 학주 얼굴도 아직 기억난다. 우리 잡느라고 고생 참 많이 하셨지”
“맞아 맨날 야자 째고 피시방가고 애들 집에 놀러가고”
“학교 뒤에 매점에 애들 못 사먹게 빵 다 털고”
“맞아 그 때 선배들한테 쳐맞고”
“그러고보니 석진이 주방에서 자냐?”
“어이 과일 먹고 있는 박비서 물 좀 갖다줘”
“박비서가 누구야? 너 비서도 있어?”
“치사해. 석진아! 올 때 물 좀 줘!”
“안 들리는데? 뭐라고 태형아?”
“다들 너무해!”
“미친놈”
부제 ; 세 번째 아홉수를 맞이하는 일곱가지 자세
-김석진-
2015년 첫 출근, 레스토랑을 향해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은 즐겁지만 막상 도착하면 한숨이 푹 나오는 자신을 몇 년째 이해할 수 없는 석진이었다.
아마 오늘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반겨줄 한 여자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올해는 김남준이 그토록 강조한 아홉수의 해다. 연애운은 기대도 안한다. 다치지만 말자 휘말리지 말자.
특히 김탄소한테. 속마음을 숨기고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일찍 출근해 레스토랑 바닥을 청소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 아, 아니다 김셰프님!”
“어, 오늘도 일찍 왔네”
“당연하죠! 아직 견습생인데요 오너님께 인정 받으려면 이정돈 해야죠”
“그래 오늘도 수고해”
“맞다, 셰프님 내 문자 봤어요?”
“아.. 그거?”
“답장 없으시길래 섭섭했어요”
“미안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깜빡했어”
“아 괜찮아요 봤으면 됐으니까. 근데 셰프님 마지막 질문”
“뭔데?”
“나 이것 좀 도와줘요. 청소하다가..”
“너 손이 왜 그래”
“아, 이거 괜찮아요! 그게 아니고..”
“일단 연고 바르자 따라와”
-민윤기-
지난 주 신년맞이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지 어언 3일째. 소파에 누워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연명한지도 어언 3일째. 캐리어는 침실 한 쪽 구석에 쳐박혀 먼지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고 먹다 남은 피자는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 아 귀찮아. 이젠 일어나야겠다 싶어 기지개를 키고 머리를 한번 털었다. 작년 밝은 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어느 새 검은 머리랑 섞여 얼룩져 있었다.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린 후 우선 거실부터 치우자는 마음으로 먹다 남은 피자를 버리고 바닦을 청소기로 청소를 했다. 소파를 한번 닦고 넘어져 있는 액자들을 하나 둘씩 세우는데
왜 박지민 사진이 있는지 갑자기 짜증이 물밀듯이 차올랐다. 이 녀석은 언제 지 사진을 놔둔거냐고. 누가보면 오해하겠다. 액자의 테는 핑크색 미친놈. 누가 볼세라 치우려다 그냥 뒤로 돌려 세우고
침실로 향했다. 작년 덴마크에 여행갔다 사온 페브릭을 털고 커튼도 털었다. 창문을 여니 3월의 차가운 바람과 아직은 미지근한 햇살이 스며들었다. 말없이 청소하길 1시간 째, 마지막 작업실로 향했다. 넓은 집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두운 색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축 자재들, 인테리어 책들, 재단 도구들이 이리저리 흐트려져 있었다.
열심히 정리를 하는데 대학 시절 교과서처럼 들고 다니던 책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만난 책을 보니 묘한 기분에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책 사이로 사진이 빠져나왔다.
“이게 누구야..”
앳된 얼굴의 두 남녀가 뒤를 돌아보며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을 감싸는 배경은 이탈리아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같이 갔던 피자가게, 피자집 주인, 거친 남부 이탈리아의 백인들의 외침, 거리의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너와 함께 했던 그 해의 이탈리아는 색이 지워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오히려 자꾸만 선명해졌다. 사진을 다시 책 사이에 넣고 책꽂이의 제일 위 칸에 보이지 않도록 숨겨 꽂아두었다. 그 누구도 다신 못 찾게. 미친 민윤기 오글거린다.
“....오랜만이네 김탄소”
“뭐하고 지내냐... 김탄소”
암호닉 사랑 |
〈!--StartFragment--> 크롱 꾸미기 론 패디과 벚꽃 린슈가 펜잘규 930309 오름 내달걀 소녀 가리 침을태태 횰리 뽀로로 맑공 태권브이 윤기모찌 망고 골드빈 눈부신 바나나우유 이불킥 바닐라슈 숨숨 모기 됴종이 정콩국 마끼 |
다음화에 이어서 나머지 멤버들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탄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