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
새벽부터 일찍 일어난 덕인지 오늘은 아침일찍 나와서 교통이 좀 덜 막힌 덕에 빠르게 회사사옥에 도착할수 있었고, 항상 시간이 촉박해서 먹지 못했던 아침을 회사사옥 밑 국밥집에서 뜨끈하게 국물을 먹고 온 덕에 속도 따뜻하니 든든했다. 새벽부터 좀 소름돋는 일이 있긴 했지만 나름 기분이 좋은 하루라서 평소보다도 더 활기차게 인사를 했 다. 인사를 하고 보니 평소에 내 인사를 잘 받아주던 데스크의 미영씨도, 내 주변에서 일하는 팀원분들도 오늘은 내 인사를 받지 않길래 얼굴들을 보니 낯빛이 많아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박부장님께 깨지기라도 하셨나들? 하지만 아침시간에는 이렇게 잘 혼나신 적들이 없으신걸로 아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틀며 내 옆에 앉는 연수누나에게 말을 붙혔다. "누나, 오늘 왜이렇게 분위기가 다운됐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아....그게 오늘 병수씨가 다른 사옥으로 발령났거든....." 항상 사내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해서, 모든 사원들을 기분좋게 해준다는 해피바이러스 병수형이 갑자기 다른 회사로 옮겨간단다. 처음 내가 들어왔을때도 나에게 친 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면서, 밥도 사주신 고마운 형이라서 나도 그 형을 잘 따르는 편이었는데 이 인연이 오래 가지 못하고 끊어지게 생겼단다. "병수....형이요? 왜요 갑자기?" "그게 다른 지점에서 일하던 상무가 있었는데 그 상무가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게됐다지 뭐야. 근데 그 상무가 외국인이어서 지방에서부터 출근할수도 없는 일이고.....그 상무가 나름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나봐. 그쪽에서 추진중인게 있는데 그 상무가 자리를 비워버리는 바람에 자리가 부족하다지 뭐야." "그럼 그 회사에서 사람을 대체하면 되지 왜......" "그걸 공동으로 추진하던 사람이.....병수씨거든......" 아...얼마 전에 우리 회사건물로 다른 지점에서 출장을 왔다던 그 외국인이 그 사람이었구나.... 그 때 병수형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같이 얘기를 하더니, 그게 그 일이었나보 다. 그 외국인 상무가 갑작스레 부재하게 되어서 병수형이 대타로 자리를 메꾸면, 우리회사의 병수형 자리는 누가 메꾸라고? 참 알수없이 돌아가는 회사일에 적응이 아직 덜 되었나보다. 다시 자리들을 주욱 둘러보니, 병수형 책상이 비어있는걸 보았다. 뭐야, 아직 아침인데 벌써 자리가 비었다고? "저...저기 누나, 병수형 자리가 왜 벌써 비어있어요?" "아.....어제 저녁에 급하게 다 정리를 해서 나갔대나봐.... 그래서 우리도 당황스러워서 분위기가 축 쳐져있는거고.....당장 오늘부터 그쪽회사로 출근을 해야한대서...." 제대로 된 인사도 안했는데 벌써 떠났다니까 마음 한쪽이 조금 무거워진다. 에휴......좋은 연들이 다 끊어지네...... " 명수씨! 김명수씨!"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네에!" 갑자기 불린 내 이름에 일단 대답부터 하고 돌아봤더니 박부장님이다. 왠일로 부르시지? "명수씨가 오늘부로 병수씨 대타좀 해줘요." "....네?" "지금 당장 병수씨 자리를 메울수가 없으니까 명수씨가 좀 메꿔줬으면 좋겠는데....대신 그만큼 일당도 늘어나고. 퇴근시간은 같은데 원래 일하던것만 조금 느는건데, 괜찮지 않아?" "아....네....." 갑작스레 나보고 정식사원의 일을 도맡아서 하라니까 좀 당황스럽다. 사실 지금 하는 일들도 버거운데 더한 일들을 같이하면..... 난 죽을지도 몰라! "이번에 잘 하면 명수씨는 특별전형으로 바로 우리회사 정식직원으로 발탁날수도 있는거고! 좋은 조건 아니야?" "어엇.....정식직원이요?" 오호...? 이게 왠 횡재야? 경쟁률이 높다는 회사에 일한번만 잘하면 알바생에서 정식직원으로 채용되는거라니.....이거 해볼만 한것같은데? "네! 그럼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저기압이라서 좋은 표정을 드러낼순 없지만 속으로는 방방 뛰고 있었다. 이렇게 기쁜 때에 안떠오를수 없는 성열이가 떠올라서 성열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 다. 당장 번호를 찍어서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울렸고, 얼마 가지 않아 성열이가 전화를 받았다. 『여어- 왠일이야 아침부터 전화를 다하고?』 "나 지금 되게 기분좋은 일 생겼다? 크흐흐흐" 『아, 그래? 알겠다.』 "....야, 너 반응이 영 시원찮다?" 『내가 어떤 반응을 해주길 바란거야?』 "ㅇ...야...너 왜그래.... 내가 좋은일 생겼다고 하면 너도 좋아해줘야지!" 『좋은 일 생겼다고만 해줄꺼잖아. 무슨일 하는지도 안알려주는데 그런걸 네가 알려줄 리가 없지.』 "야 뭐야, 너 아직도 삐진거냐? 째째하게 그런걸 아직까지도...." 『누가 꼭 그것때문만 그런줄 아냐? 나쁜자식. 내가 어제 잘 들어갔냐고 문자보냈더니 씹기나하고.....그래 내 문자 씹으니까 맛있든?』 "아....야야 미안해. 어제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어버리는 바람에......" 『됐어, 치사한자식. 끊는다.』 "어어어 잠깐잠깐!!" 『아 왜또!』 "점심 같이먹자고 전화한거야 이 바보야. 우리집앞으로와. 근처에 수제버거집 알지? 거기서 사줄께." 『아이씨 됐어. 우리집에서 너네집까지 언제가.』 "잔말 말고 오셔요잉? 알겠지? 나 끊는다. 사원들 눈치보여." 『어어....야 김ㅁ....!』 회사 일을 하고 나서 성열이랑 점심을 먹은적이 없었는데, 이런 경사에 성열이가 빠질수 없지. 성열이에게 맛있는 버거 사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부장님께 찾아가서 내가 해야할 업무를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하나씩,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
음....오늘꺼는 회사에서의 일만 가득이네요. 이건 사내연애물이 절때 아닌데.
명수에게 일어날 일들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를 쓰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서론은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본론에 슬슬 들어갈까 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