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민루/카디] 나는 펫 09 W. 냉동만두 크리스가 옆구리에 인형을 끼고 들어왔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종대와 세훈의 습격에 이은 크리스 때문에 루한은 이제 완전히 잠이 깨버린 상태였다. 서럽게 울던 민석에 비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크리스가 어쩐지 얄미워져 주먹을 날리려던 찰나 커다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거 뭐냐?" "슈밍 주려고. 자?" "자고 있어. 그건 그렇고 너 민석이 앞에서 백현씨 편들었냐?" "어." "너는 이상한 곳에서 당당하니까 문제야. 너때문에 민석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루한을 무시하고 크리스는 민석이 자고 있을 방문을 열었다. 불을 켜도 민석은 잠시 미간을 찡그릴 뿐, 일어나지 않았다. 민석에게 다가가는 크리스를 루한은 말없이 기대고 서서 구경할 뿐이었다. "슈밍." "....." "민석아." "....." "자?" 자는 척일 줄 알았는데 꽤 깊게 잠든 듯 했다. 이따금 고양이 특유의 갸르릉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크리스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민석의 뺨 주위로 흘러내린 눈물 자국들을 따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잠시 민석을 바라보던 크리스가 민석의 머리맡에 인형을 올려두었다. 크리스가 방을 나서기 위해 문으로 향하자 루한이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만 큰 병신아." "까분다." "아, 좆도 큰 병신이지 참." "이게 진짜..!" "지랄한다. 너 바깥으로 나도는거 처음도 아니잖아. 매번 아가 우는거 보고도 정신 못차리냐? 얼굴 보고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안그러겠다! 이렇게 말하는게 그렇게 힘들어?" "비켜. 피곤해." "너 보면 뻔해. 잤지, 백현씨랑? 너 자꾸 이런 식이면 공동 분양이고 뭐고 파기하고 내가 민석이 데려다가 산다. 넌 오너의 태도가 글러먹었어. 지금까지 내가 쭉 참았는데 또 그러면 진짜 끝이야. 그리고 인형이라도 사줄거면 이쁜걸로 사오지 저게 뭐냐?" 루한이 가리킨 인형은 거의 짐볼만한 크기의 빨간 앵그리버드였다. 주걱만한 주황색 부리를 툭 내밀고 있는 모습에 어쩐지 심통난 자신과 비슷해보인다고 생각하는 크리스였다. 쓴 웃음이 나왔다. 방금 본 민석의 눈물 자국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백현과의 관계 도중에도 민석의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이 계속 어른거렸다. 그래서 자신은 백현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각인시키려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아래에서 홀딱 넘어간 백현이 민석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래서 백현에게 자꾸 민석을 주입시키려 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울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졌다. 미안하다고 말한다면, 백현과의 외도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적어도 자신의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민석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애정을 갖고있다고 크리스는 자부했다. 하지만 그 마음과 달리 민석에게 해 주는 것은 너무도 적었다. 민석이 희철을 떠났듯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삐쭉빼쭉 못되게 튀어나가 못난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는 자신의 그런 태도가 너무 싫었다. 그렇지만 민석이 자신 때문에 상처받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루한이 민석의 침대로 쏙 들어가버리자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버리는 크리스였다. 이 순간만큼은 민석에게 솔직한 루한이 부러웠다. 착한 남자가 된다는 것은 크리스에게는 참 힘든 일이었다. * Chapter 05. 우리 옆집에는 카디가 산다. 오너들이 모두 출근하고 홀로 집을 지키던 민석은 장을 보러 마트로 가기 위해 열심히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오너들과 함께 가면 짐꾼(?)이 둘이나 있어 편했지만 왠지 오너들 몰래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민석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섰다. "왈왈왈왈-!!" "컹컹! 으르렁-" "으아아악!!!!" 문을 여는 순간 강아지 두 마리가 민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민석은 온 몸에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민석은 강아지를 상당히 싫어했다. 아래층에 사는 종대의 둘째 형 종현의 애완견 '별루'에게 물린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이후로 강아지만 보면 그 기억이 떠올라 강아지를 기피했다. 종현이 공부를 한답시고 다른 곳으로 자취를 하러간 후부터는 강아지를 볼 수 없을 줄 알았더니 예상 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민석의 옆집에 이사를 온 종인과 경수는 펫 부부였다. 종인은 종대의 막냇동생이기도 했다. 첫째 종운과 둘째 종현 셋째 종대까지 음악을 공부하는 터라 집안은 온통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막내 종인은 그런 형들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해 경수를 데리고 독립을 선언했다. 종인과 경수에게는 자녀가 둘이나 있었다. 문제는 경수를 임신시킨 종인이 개라는 것과, 아빠의 성향으로 태어난 아이들 역시 민석이 매우 싫어하는 강아지들이라는 것이다. "김몽구! 김짱구! 너네 엄마가 나오지 말랬지? 빨리 안들어가? 이따 혼날 준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수는 닭이었다. 경수가 셋째를 임신해서 병원에 있느라 얼굴을 잘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셋째를 출산하고 퇴원을 했다고 들었다. 경수는 이번만큼은 달걀을 낳아 병아리를 보기를 원했다. 그것은 민석도 간절히 바라는 사항이기도 했다. "민석씨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요?" "저야 잘 지냈죠. 몸은 어떠세요?" "산후조리는 잘 했는데 집이 워낙 정신이 없어서.." "으으.. 힘드시겠다.. 어디 가시나봐요?" "신랑이랑 애들 맛있는거 해주려구요. " "저랑 같이 가요!" 그렇게 둘은 마트에 도착했다. 경수는 익숙하게 카트를 빼서는 민석의 장거리까지 봐주었다. 도경수 아줌마. 일명 동네에서 됴줌마로 불리는 그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경수 덕에 알뜰한 쇼핑을 하게 되자 민석도 신이 났다. 두 펫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집으로 돌아왔다. 차라도 한 잔 하라며 경수는 몽구와 짱구를 밖에서 놀으라고 쫓아버리고는 차를 내왔다. "그러보고니까 민석씨 우리 짱아 본 적이 없네." "강아지에요 아니면 병아리에요?" "강아지요. 병아리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막내가 딸이라서요. 오빠들 있으니까 걱정은 덜 해요." 저는 걱정을 더 해요... 민석이 소리없이 절규했다. 경수는 방 안에서 짱아를 조심스럽게 안고 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쪼그만 짱아를 차마 만질 용기는 없었던 민석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경수씨 애가 셋이면.. 그동안 밤에 고생 많이 하셨나봐요." "밤 뿐이겠어요. 낮이고 밤이고... 툭하면 달려들죠." "종인씨 전혀 안그렇게 생기셨는데?" "노노노~ 모르시는 말씀. 남편이 더 그래요. 애들 낳고 나서 더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질투하시나? 그래도 경수씨가 이해해줘요. 남편들이 애기들 질투하고 그런다던데." 민석은 정확히 3분 후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했다. 종인의 얘기가 나온 순간부터 경수는 종인의 뒷담과 찬양까지 모조리 듣고 난 후에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로 시작해서 김종인의 정력은 시도때도 없더라 로 끝난 대화의 중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종인의 정력, 모든 일의 원인은 종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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