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Pink lemonade
30살 대기업 팀장 김종대. 2주뒤면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누가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와이프가 될 사람. 게다가 5살 어린 신부라 친구놈들은 모두 도둑놈이라며 질투어린 야유를 보냈다.
어린나이에 돈과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가진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지만, 요 며칠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휘젓는 한 여자 때문에 내 운명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날 너를 보지 말걸..
잊은채 살았다. 아니 잊으려 노력해왔다. 일부러 다른 여자들도 만나며 널 잊으려 했는데 곳곳에 너의 흔적들이 너무나 많이 녹아있어 지워지지 않았다.
너는 그때 왜 나를 떠났을까? 너를 다시 만난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네가 날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해맑게 웃으며 나더러 예쁘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네가 아니였을까.
"오빠, 어때?? 예뻐?"
"... 어? 어.. 예쁘다, 잘어울리네."
"음.. 그래? 다 너무 예뻐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천천히 골라."
"그럼 나 다른것도 입고 나와볼게!"
설레는 모습을 한채 하얀 커튼 뒤로 사라지는 하은이를 보며 미안한 마음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정신차리자 김종대. 이제 와 미련 가져 봤자 되돌릴수 있는건 없다. 내 마음 하나 때문에 모두를 혼란속으로 밀어넣을수는 없지 않은가.
며칠전 하은이와 함께 하은이가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회를 보러갔다.
좋아하는 한국인 화가인데 이때까지는 외국에서만 전시회를 열다 이번에 처음으로 내한 전시를 한다며 무척이나 들떠있던 하은이였다.
사실 그림에 취미가 없는 나는 하은이에게 오랜만에 친구들과 전시회도 보고 놀다 오라고 했는데 꼭 나와 함께 보고싶다며 졸라대던 하은이의 성화에 하는 수 없이 약속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나는 그 전시회의 화가가 너라는 사실에 굳어있던 너에대한 감정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만나고 싶은 마음과, 너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두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감상하는 내내 나는 그림에 집중할수 없었다.
하은이는 너를 꼭 만나보고 싶어했지만 너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아쉬움과 안도하는 마음을 안은 채 미술관을 나왔다.
하은이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2주뒤면 하은이와 함께 살게 될 집을 정리하고 있었다.
옷장속을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아 먼지가 소복히 쌓인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를 꺼내어 먼지를 닦아내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던 때와같은 설렘을 안고 뚜껑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듯 잊고 있었던 우리의 추억들이 퍼져나왔다.
너의 명찰, 주고 받았던 수 많은 편지들, 성년식날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준 향수. 나는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그것들을 만져보았다.
그러다 상자 맨 밑에 놓여있던 낡은 일기장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열어본 일기장 맨 앞장엔 행복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있는 너와 내가 담긴 사진한장이 있었다.
한장을 더 넘겨 보자 일기는 온통 너에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2013년 3월 4일 월요일.
이야~ 드디어 김종대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내가 다니게 될 고등학교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무려 삼십분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앞에 학교가 있는데 왜 굳이 그 멀리 다니려하냐는 어른들의 염려 가득한 목소리를 뒤로한채, 나느 그저 ㅇㅇ이 너와 같은 학교에 다닐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사실 널 만나기 전까진 나는 그저 게임좋아하는 철없는 중학생에 불과했다.
어느날 엄마의 잔소리에 못 이겨 간 도서관에서 우연히 너의 모습을 보았고, 그 이후 나는 너의 눈에 띄기 위해 매일 가던 PC방 대신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는 매일 너의 책상위에 너와 닮은 레몬에이드를 올려놓았다.
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음료수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아무것도 붙여져 있지 않은 음료수를 확인하고는 가방에 넣었다.
그 이후로도 너는 그 행동을 반복했고, 답답해진 나는 이번엔 레몬에이드에 포스트잇을 한장 붙여놓았다.
[레몬에이드 안좋아해?]
포스트잇을 확인한 너는 이번에는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곤 포스트잇을 필통안에 넣은채 공부를 하기시작했다.
뿌듯한 마음에 나도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잠에 빠져버렸다.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찌뿌둥한 허리를 펴보니 도서관 사서 할아버지께서 문을 닫을 시간이라 하셨다.
아니 벌써 시간이.. 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너는 사라지고 없었다.
급하게 가방을 챙기는데 내 필통위에 포스트잇이 한장 붙어 있었다.
[좋아해. 고마워,잘마셨어.]
어? 이걸 누가.. 설마 니가 붙여논걸까? 나는 너를 닮아 정갈하게 한자한자 쓰여있는 종이를 손에 쥐고 도서관을 뛰쳐나왔다.
너는 이미 가고 없었지만 나는 니가 답장을 해줬다는 사실과 나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벅찼다.
얼른 학교에 가고싶다. 니가 너무 보고싶다!!
PS) 내일은 같이 도서관 가자고 해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너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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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부로 끝낼지는 아직 모르겠고 반응연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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