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비명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으레 있는 일인것이 분명하지만 평소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난 가야만한다.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이미 내 몸은 그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멍하니 걷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그의 방 앞이었다. 그의 방을 지키는 남자가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문만을 쳐다보다가 이내 나를 보고 나에게 고개를 숙였고, 나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올려 방 문을 두어번 두드렸다. 문 너머로 얼핏 들으니 그의 비명과 그를 말리려는 소리들이 섞여 시끄러웠다.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자, 은색의 나이프가 볼을 스치고 벽에 박혔다. 벽에 붙어서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던 그도, 그를 말리던 이들도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날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볍게 한숨을 쉬고 그에게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 나이프를 쥐고 있는 손을 부드럽게 감싸서 나이프를 빼서 바닥에 내려놓고 그의 몸을 꽉 안았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몸은 너무 말라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덜덜 떨리던 그의 몸을 쓰다듬어주니 점점 떨림이 멈추었다. 이내 작게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굳은 상태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표정이 풀렸다.
“ 하아, 오늘은 진짜 좀 무서웠다… ”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가보셔도 됩니다. ” “ 응, 정국이 수고해. ” “ 네. ” 모두가 방을 나가고, 그를 공주님안기 자세로 안아서 그의 침대에 내려놓으려고 했으나, 침대의 상태 역시 아까의 소란으로 인해 멀쩡하지 않아서 한숨을 쉬고 방을 나섰다. * 방 문을 열자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정국의 침대 위에 다리를 모아 웅크려 앉아있는 석진이 보였다. 정국이 석진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정국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 …진님. ” “ … ” “ 진님. ” 정국이 가까이 다가와도 미동조차 없이 웅크리고 있던 석진이 정국이 자신을 두어번 부르자 그제서야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정국과 마주보았다. 정국을 바라보는 석진의 눈은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 “ … 정국아- ” “ 네, 진님. ” 정국을 바라보며 정국의 이름을 따뜻하게 부르는 석진의 눈은 이제야 살아있는 사람의 눈같았다. “ 아버지가… 아버지가, 한동안 안 부르셔서, 나 되게, 좋았었거든…? 근데, 근데 왜 또… 왜 또… 아버지는, 대체 날 어디까지 끌고 가시려는걸까, 정국아…? ”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그는 할 말이 더 있는 듯 했지만 정국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끝으로 말을 잇지못했다. 어느새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있었고, 이내 이불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정국은 그저 그를 위로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그리고 석진의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 나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조직의 보스이신 아버지와 사창가에서 일하시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부인이 따로 있으셨는데,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사창가를 찾았고, 그리고 우리 어머니를 만나셨다. 어머니는 외모와 몸매가 워낙 빼어나셔서 사창가에서 유명인사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고 사랑, 이 아닌, 소유욕을 느꼈다. 그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오셨고, 얼마 후 어머니는 나를 임신하셨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싫어하지는 않으셨고, 오히려 자신의 몸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께서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어머니를 향해 굳은 표정으로 아이를 지우라고 하셨다. 애초에 사랑했던 여자도 아니었고 가족은 따로 있었기에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어머니도, 나도 알려지면 곤란한 존재일테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단지 나는 그것이 무책임하게 보일 뿐.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의 피를 받은 나를 지우려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강제로라도 나를 이 세상에서 없애려 했으나 매번 실패했고, 지친 아버지는 어머니께 낳던 말던 상관 안 할테니 자신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짓은 하지말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는 어머니를 찾지 않으셨다. 그리고 몇 주 후, 어머니는 나를 낳으신 직후 돌아가셨다. 가족이 없으셨던 어머니였기에 나는 어머니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분께 길러지다가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나를 찾아왔고, 나를 데리고 가셨다. 아버지,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내 인생을 망친 악마다. 날 조직으로 데려온 아버지는 그 날, 날 자신의 침실로 데려가시더니 날 안으셨다. 그가 저택으로 이동하던 도중 자신이 아버지라는 말만 무심하게 해주셨는데, 나는 나를 길러주신 분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기에 그를 혐오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가 날 찾아왔을 때는 나에게는 없던 아버지라는게 생겨서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날 지금부터라도 죄책감에 잘 키워보려고 데려오신게 아니었다. 그저, 성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난감. 그것 뿐이었다. 처음 날 안으셨을 때, 배려라곤 존재하지 않는 거친 행동에 뒤가 찢어지고 엄청 울다가 결국 기절했다. 깨어나보니 나는 어느 어두컴컴한 방 안이었고, 문은 아무리 열려고해도 열리지않았다. 아버지는 그 곳에 날 가두시고,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으시거나 성욕구가 생기셨을 때만 나를 찾아와, 날 안으셨다. 애무따위는 없었고, 그저 거칠게 박을 뿐인 섹스. 난 그 어두운 방에서 거의 1년을 갇혀살았다.-식사는 문에 식판이 들어올만한 크기의 공간이 있어서 그 곳으로 건네받았다- 하루일과라곤 아버지가 오신 날에는 섹스 후 울다가 지쳐 잘 뿐이었고, 오시지 않은 날에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잠만 잘 뿐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 방에는 침대와 화장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나를 낳으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안타까워서, 그리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침대 옆에 웅크려 앉아서 멍하니 있던 내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태까지 아버지 이외의 사람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문쪽을 쳐다보았더니 그 곳에는 아버지가 아닌,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 …어, 누구, 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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