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s 04 - 우리 애 이름은 남현성 |
Episodes 04 - 우리 애 이름은 남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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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래야 해?" "조용히 해 봐." "나 부끄러운데." "진짜일 수도 있잖아." "아우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김성규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가느다란 팔목을 잡아끌었다.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도 없다. 어쩌면 나는 산부인과에 오기 전부터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성규가, 임신을 했다는걸.
"김성규 환자분 들어오세요."
사실 여자처럼 생긴 외모가 아니었던지라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성규는 부끄러워했다. 간호사의 말에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김성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 나를 뒤에서 퍽퍽 치며, 빨리 갈 것을 재촉했다. 그 행동에 진료실로 곧장 들어가니, 인자한...여자분이 앉아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환자분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시지는 못하고, 멀쩡한 사내 두 놈이 들어오니 오히려 놀란 표정이 되시는 의사선생님께 괜히 죄송해지는 기분이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에서 쭈뼛거리는 김성규를 앞에 내놓았다. 가뜩이나 마른 몸이 파드득 굳는 게 눈에 보인다. 이 분이냐고 묻는 의사선생님께 서툰 웃음을 지으면서 네, 하고 대답하니 보호자는 뒤에 앉아 있으란다. 성규가 앉은 의자를 당겨와 뭘 질문하는 동안 나는 손가락 장난을 치면서 얌전히 있었다. 아침의 어지러웠던 풍경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입덧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한 그 날 이후로, 김성규는 좀 더 산모같아졌다. 어지럽다고도 했고, 머리가 아프다고도 했으며, 몸이 으슬으슬 춥다고도 했고,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도 했다. 먹고싶은것도 많아졌고, 헛구역질도 심해져서 기어코 오늘 아침에 밥을 내팽개친 김성규를 그대로 끌고 산부인과에 오게 된 거였다. 오기까지의 과정이 쉬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질문자에게 정색을 해 줄 요량이 충분히 있었다. 김성규는 반항하고, 또 반항했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웃기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욕도 서슴치 않았다. 혹여나 정말 임신이라면 우리 애가 들을까 노심초사하는 내게 콧방귀도 뀌었다. 하지만 나는 김성규를 반 강제로 어르고 타일러 결국 병원 앞까지 도착시켰다. 그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 앞에서조차도 안가겠다며 버팅기는 걸 잡느라 고생 좀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초음파 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거든요?"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는데 김성규에게 말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귀에 들어와 박혔다. 바로 살펴본 성규의 표정은 볼 만했다. 말도 안 돼, 라며 경악을 하고 있었다. 스멀스멀 새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자, 보호자 분도 따라오세요. 하며 의사가 먼저 앞장섰다. 울상인 김성규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진료실 바로 옆에 딸려있는 초음파실이었다. 미끈한 젤리같은데, 조각조각 나눠지는 뭔가를 배에 잔뜩 바르게 된 김성규는 억울한 표정으로 팔자눈썹을 구겼다. 밀려올라간 광대뼈를 내릴 생각도 안 하고 웃기만 하니 두고보자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의사가 납작한 검은 판이 달린 기계를, 김성규의 매끈한 복근이 있는 배 위에 가져다댔다. 화면에 잡히는 것은 온통 까만 것들밖에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고 그냥 김성규 표정만 살폈다. 의사의 표정은 침착했고, 김성규 또한 포기했다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
몇 분 안 되는 침묵이 끝나서 의사가 수건 비슷한 천을 건네주며 배를 닦으라고 말한 뒤에 검사는 끝이났다. 엉거주춤 내려오는 모습이 우스워서 결국 소리내서 웃자, 잡은 팔목에 힘이 들어간다. 웃지 마.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검사 결과 알려드릴 테니까 따라오세요."
의사가 그렇게 말한 뒤에 먼저 진료실로 걸어갔다. 배를 닦아낸 김성규가 천을 몇 번 접으며 진료실로 걸었다. 이번에는 나도 함께 부르는 의사의 행동을 보고, 나는 확신이 실제가 되었음을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임신 3주째입니다."
청천벽력같은 말이라는 표정의 김성규와, 행복을 감출 수 없는 나로 희비는 교차됐다. 의사는 자신도 놀랍다는 얼굴을 하면서, 이게 가능 한 것인지가 의문이라 답했다. 아무렴 상관이 없다. 좋기만 한 걸 어쩌겠는가. 의사는 아기는 건강하고 문제가 없으며 무리해서 일하고 있는 게 있다면 휴직을 내도록 하고, 사무적이거나 동작이 크지 않은 일이라면 배가 부르기 전까지는 굳이 관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몸가짐도 조심해야하고, 편식하는 게 있다면 고치는 게 좋다고 말하는 걸 새겨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규의 가느다란 손이 제 배 위에 올라가 있음을 깨달은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경악을 넘어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연신 배를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며, 정말 애가 생기기는 생기는구나 싶어 안 그래도 새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최대한 환경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끝으로, 정기적인 검진을 갖도록 하자며 진료를 마쳤다. 대기실로 걸어나오는 김성규의 걸음은, 전보다 보폭도 좁아져 있었고 훨씬 조심스러워져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어깨를 붙잡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믿겨져?"
꿈결같은 내 목소리에 김성규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믿겨져. 웃으며 뒤에서 안아들자 밀쳐내지도 않고 가만히 안겨만 있는 게, 저도 어느정도는 수긍하는 것 같았다.
"우리 애야." "...응."
이름은 뭘로 할까? 거의 설레발에 가까운 내 말에, 김성규는 질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를 퍽 하고 밀쳤다. 태명이라도 짓자고 조르자 뭘로 했으면 좋겠는데? 란다. 음...하며 고민에 잠긴 나를 보더니 픽 하고 웃는 모습에, 왜? 하자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고개를 틀었다. 한참을 뭘로할지 정하는데,
"나 배고프다."
라는 김성규의 말에 어? 하며 고개를 들었다.
"회덮밥 먹고 싶은데, 사 줄거지?"
현성이 아빠.
"...어..."
김성규의 말에 멍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 중에서도 최고의 거짓말일 터였다. 현성이 아빠. 그 작은 단어에 담겨있는 따뜻함과 놀라움에 새삼 감동하면서,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걷고있는 김성규를 붙잡아 안았다.
"고마워."
대뜸 튀어나온 내 말에 쪽팔리니까 좀 떨어지라는 말을 잊지 않으며, 김성규는 붉어진 얼굴로 식당이나 가자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놔 줄 생각이 없었다. 정말 너무 고마웠기 때문에. 오랫동안 성규를 붙잡고 있으면서, 떨리는 손을 마주했다.
고마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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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야." "어?" "배고파?" "응."
... 정확히 한 시간하고 삼십 분째, 나는 눈앞에서 쌓여가는 회덮밥 그릇들을 세고 있었다. 주인만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 얼굴에서 웃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치 일주일 굶은 거지처럼 밥을 먹어치우는 성규는, 우리 애 자랄 배도 없겠다, 라는 농담에 엄청나게 눈을 부라리며 나를 째려봤다. 깨갱 하고 꼬리를 내리자 회덮밥 하나를 더 추가시키면서, 내 얼굴에 절망의 그늘을 쌓여가게 했다.
"현성이가 먹고싶다잖아."
그 말에 곧장 그래, 그럼 먹어야지. 하고 수긍하는 나도 미쳤다. 하지만 눈에 들어가도 안 아플 내 애가 먹고싶다는데...
"근데," "엉." "현성이라는 이름, 어떻게 생각해 낸거야?"
순간 성규의 표정이 흔치않게 고민하는 얼굴로 변했다. 그냥, 너 맨 뒷글자, 내 가운뎃 글자 합쳐서 현성인데. 제일 이쁘잖아. 이렇게 대꾸하며 회덮밥 언제 나오지, 하고 입맛을 다시는 김성규를 빤히 쳐다보았다. 네이밍 센스는 좀 거지같은데, 이름이 이쁘니까 봐 줄게. 라는 말은 조용히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으며, 눈앞에 놓인 얼음물을 집어서 삼켰다.
"우현아." "응." "우리 애, 여자일까 남자일까."
허공을 응시하는 눈은 깊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여자였으면 좋겠지만, 남자여도 상관은 없다. 똑같은 내 애인걸. 김성규의 그런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어느쪽이던 상관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성규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왜? 똑같이 사랑하고 있어서. 알 수 없는 말을 뱉는 성규는 어딘지 씁쓸해 보였다. 뒤이어 나온 회덮밥을 깔끔히 해치워버리는 모습에, 평소로 돌아왔음을 알게 되었지만.
"집에 가자, 이제." "응." "아참,"
계산대 위에 놓여있는 박하사탕을 집어물며,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내게 김성규가 말했다.
"고마워." "..." "진짜로."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예쁘게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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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망글 도착임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참 오늘 축구 보실꺼에요????????????
저는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헤헤헤헿ㅎ헿헿헤헤헤헤ㅔ헤헤헿헤헿ㅎ
현성행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는..
..
스포해도되나..?
남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면 질투나서 앙ㅋ대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똥글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합니다
하뚜하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