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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얘기를 멈추고 잠시 옆을 봤다.
김탄소는 두 손으로 캔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딱히 우는 거 같진 않았다.
울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날 도와주지를 않네.
이야기가 끊겨서 그런지 김탄소는 나를 봤다.
날이 어두워 표정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 어떻게 찾아왔어?"
"...너 저번에 살던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한테 물어서"
어떻게 찾았는지 솔직하게 말 할 자신이 없었다.
"그 아줌마 모를텐데.."
"알던데"
"...그럼 나 봤었던 건 몇 달 전이었으면서 왜 이제야 나 만나러 왔어?"
널 만나러 갈 자신도 없었다.
"부족하지 않은 모습 보여주려고."
이후로 김탄소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 저것 완성시키느라 좀 늦었어.
야, 이제 내 차랑 내 명의로 된 집만 사면 돼.
그럼 완벽남인 거야."
은근슬쩍 분위기 전환을 하기 위해 장난어조로 말을 했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김탄소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해했어? 너한테 모자라지 않은 사람 되려고 너 보고싶어도 계속 참고 버텼다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일 년이고 너만 생각하면서 지냈어."
김탄소의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게 보였다.
나는 김탄소의 얼굴이 나를 보게 했다.
자세히 보니 얼핏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까 왜 너한테 나중에 말해준다고 했냐면"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심장도 떨렸다.
"아무리 오랫동안 숨겨왔다 해도
만나자마자 고백하는 건 순서가 너무 이상하잖아."
오래 보니 눈이 어둠에 익어 드디어 표정이 보였다.
동그랗게 커져있는 눈엔 아주 살짝 촉촉하게 물기가 있었다.
"많이 보고싶었어.
네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나랑 사귀자.
잘해줄게.
이 세상 연애하는 모든 여자한테 빗대봐도 부끄럽지 않게.
진심이야.
나랑, 연애하자."
1년 넘게 묵혀왔던 감정을 드디어 표현했다.
부끄럽고 떨리기 보다는 아주 시원했다.
고백했다가 다시 원래 사이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쩔까,
괜히 나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아닐까,
이 상태 그대로라도 날 불편해하는 건 아닐까.
이러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 지금만큼은 이기적이자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답 안 해도 돼.
거절해도 좋고.
너 편할 때 해. 재촉 안 할게.
늦었다. 얼른 들어가자."
마시던 맥주를 마저 다 마시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김탄소도 날 따라 일어났다.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김탄소가 따라 왔다.
"민윤기"
"..어"
가던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았다.
"넌 항상 이런식이지.
네 할 말만 하고 끝내버리잖아.
이제 내 말도 들어."
김탄소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보고싶었어.
나도 좋아해.
네가 나 좋아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왜... 왜 이제야 왔어.."
김탄소는 서툴게 내 허리를 안았다.
그리고는 내 품에 안겨 울었다.
"내가 너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너 때문에 다른 남자도 못 만나고...
매일 너만 기다렸어"
살면서 가장 심장이 활발하게 움직였던 때를 고르라고 하면
지금 이 때를 고를 것이다.
한 손으로 김탄소의 허리를 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볼에 갖다댔다.
그리고 조금씩 내 품에서 얼굴이 멀어져갔고
내 눈엔 내가 한 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새벽 달빛 밑으로 남녀의 얼굴이 포개졌다.
그들은 마치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는 것 같았다.
남녀의 모습은 한 장면을 연상케했다.
직녀와 견우가 오랜 이별 끝에 오작교에서 만난 기적의 장면을.
푸근한 기분에 기분좋게 잠에서 깼다.
눈을 뜨니 민윤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사람 자는 모습을 왜 봐.."
민윤기는 그저 푸스스 웃으며 내 코를 톡톡 건들였다.
"예뻐서."
그리고는 내 머리를 자신의 품으로 더 끌어들였다.
난 거부하지 않고 한 팔로 민윤기의 허리를 안았다.
지금 이 순간이 진짜일까.
눈을 감고 어제를 회상했다.
우린 드디어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고 입술도 나누었다.
그래. 우리 이제 연인이지.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이.
"김탄소."
"응?"
품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민윤기를 봤다.
"왜?"
"뽀뽀."
"...."
"굿모닝 키스."
"아.. 미쳤어.. 무슨..."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더욱 묻었다.
하지만 민윤기는 품에서 날 떼어내고 자신을 보게했다.
"빨리."
"아침부터 무슨 뽀뽀야
피곤해 그냥 자자? 응?"
은근슬쩍 침대에 누우려하자 민윤기는 날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가 할까? 내가 하면 뽀뽀로는 안 끝낼 거야."
민윤기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날 벽으로 몰았다.
"아아 해줄게. 하면 되잖아. 급하기는.."
난 콩닥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는 잽싸게 뽀뽀를 쪽하곤 떨어졌다.
"됐지?"
너무 떨리고 부끄러워 침대에 얼굴을 숨겼다.
"야."
"..."
"김탄소."
"왜.."
"나 봐."
"싫어"
"왜, 부끄러워서?"
"... 아 몰라.."
내 말을 뒤로 민윤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뭐지?
혹시 삐친 건가...
에이 설마..
"야, 전화 왔어"
난 '전화'라는 말에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민윤기의 얼굴이 다가왔고 우린 처음 보단 좀 더 긴 뽀뽀를 했다.
"은근 기대하고 있었나봐?
거부를 안 하네."
내 옆에 푹하고 눕는 너를 내가 미워할 수도 없고...
난 헛웃음을 치며 옆에 따라누웠다.
난 다시 민윤기의 품에 폭 안겨 눈을 감았다.
아.. 좋다...
그냥 계속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야, 근데 지금 몇 시게"
"지금? 몇 신데?"
"11시"
민윤기는 내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난 그 손을 잡고 다시 물었다.
"...몇 시라고?"
"11시. 우리 탄소, 강의 늦었어요."
"아, 미쳤어! 왜 그걸 이제 말해!"
난 허둥지둥 거리며 침대에 일어나 시계를 봤다.
진짜 11시네..
망했다..
학점 또 깎이겠네...
이번 학기는 진짜 지각도 결석도 안 하려고 했는데...
서둘러 방을 나가는데 뒤에서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아 뭐!"
"오늘이 무슨 요일이게"
"...설마.. 너 또.."
"토요일."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민윤기에게 속았다.
난 민윤기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퍽퍽 때렸지만
민윤기도 남자인지라 힘으로 날 제압하여 자신의 품에 가뒀다.
"자자. 피곤하다."
"너 진짜 이 싸가지 없는..."
"오빠한테 말이 심하네."
"오빠는 무슨. 저리 꺼져."
"삐쳤어?"
"가라고."
"우리 탄소 삐친 거 풀어줄 겸 굿모닝 키스 한 번 더 콜?"
숨겨진 이야기 (민윤기는 어떻게 이사간 집을 찾았을까) |
김탄소가 이사를 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이렇게 끝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 때 떠오르는게 하필 김태형이었다. 그닥 좋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난 친구에게 부탁해 김태형을 찾아 달라고했다. 하지만 김태형은 군 입대를 한 상황이었다. 뭐, 군 입대를 하면 어떤가 그럼 나야 좋지.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태형이 입대한 부대를 찾아갔다. 생각해보니 나도 빨리 군대를 가야 할 텐데 이런 일 저런 일 처리하다보니 벌써 이렇게 됐네. 좀 더 늦어지기 전에 빨리 입대나 해야겠다.
"근데 너 태형이랑 친구?"
같이 온 여자애가 나에게 물었다. 하긴, 궁금하기도 하겠지. 자신에겐 계획도 없던 김태형 면회를 같이 가 달라고 했으니. 이 여자애는 친구가 소개해준 김태형의 친구이다. 혼자오면 면회를 거절 할 게 분명하니 이 여자애의 이름으로 면회 신청을 했다.
"..친구는 아니고."
"그럼? 가족?"
"아니."
"그럼?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면 뭔데?"
"알아야 돼?"
"아, 아니 뭐.."
여자애는 궁시렁 거리며 대놓고 불만을 표시했다. 너무 차가웠나.. 우린 얼마 지나지 않아 김태형을 볼 수 있었다.
"태형아!"
"네가 여긴 왜 왔어"
"면회 왔지!"
"그러니까 왜. 너 올 애 아니잖아."
"날 너무 잘 아네... 올 생각 없었는데 나보고 같이 너 면회 좀 보러가자는 사람이 있어서."
"누군데?"
"몰라, 이름을 안 가르쳐 줘. 진짜 싸가지 없다? 지민이 부탁만 아니면 거절하는 건데.. 어? 왔다"
좀 뒤늦게 김태형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날 보는 김태형의 표정은 아주 볼만했다.
"...야, 너 나가있어."
"에엥? 왜애..."
"나가라면 나가있어."
고맙게도 김태형은 그 여자애를 밖으로 보냈고 우리 둘만이 남겨졌다.
"반갑지."
"너 뭐야.."
"안타깝게도 나 살았어."
"그러니까 네가 왜 살아있냐고!"
"그러게, 내가 왜 살았을까.. 그 동안 반성은 좀 했냐"
"꺼져.. 이 개새끼야"
보통 때였으면 벌써 서로 치고 박았을텐데 꼴에 군대랍시고 참는게 눈에 보였다.
"반성 좀 했냐고"
"씨발.. 이제 그 년한테 관심없어."
부들 부들 떨리는 김태형의 주먹이 보였다.
"우리 이제 화해할 때도 되지 않았냐."
김태형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말해도 참 웃기는 소리였다. 김태형에게 면회 오기 전 친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다.
'김태형 정신 차렸대. 그러니까 괜히 가서 신경 건들이지 마라. 너 또 싸울라. 아, 듣기론 동거하는 여자애랑도 이제 떨어져서 산다던데? 원나잇도 이제 안 하고. 무슨 직업군이 된다나 뭐라나, 여튼 정신 차렸댄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네.
"아, 그렇다고 화해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할 말 있어서."
"...빨리 말하고 꺼져."
"김탄소 어디로 이사갔어"
"씨발, 모른다고.. 관심 없다고."
"알아와."
"이 개새끼가..!!"
"네가 조금이라도 김탄소한테 미안한 마음 있으면, 알아와. 곧 휴가라며, 그 때 네 친구들을 다 동원하든 전국 곳곳을 뒤지든 알아오라고. 김탄소한테 미안한 마음 있으면."
김태형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화를 꾹꾹 참는 듯했다.
다행히 김태형은 김탄소가 이사간 주소를 나에게 알려줬다. 이제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보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해 전정국이라는 애보고 알려달라고 했단다. 이후로 나와 김태형은 서로의 이름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 잊혀져갔다. 아니 잊은게 아니라 기억 어딘 가에 파 묻어 놨다고 하면 정확하겠다. 그렇게 난 김탄소를 볼 모든 준비를 끝냈다. |
와우!
드디어!
연애를!
합니다!
경♡축
쓰니♡윤ㄱ...
하하 쏘rㄹi
근데 여러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로 하니깤ㅋㅋㅋ
마지막 이름에 자음 들어간 독자님들 되게 집중 안 되시겠어요..
저 이제 알았음ㅋㅋㅋㅋㅋㅋ
우리 다음 화, 그러니까 완결편에서 만나요~
(저번 편에 댓글 못 달아드려서 죄송합니다ㅠ
이번 편엔 꼭 달겠습니다..)
*남자귀신♥제가 진짜 완전 많이 사랑하는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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